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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8화 (8/169)

8화

"자하. 마법사들은 어디에 가면 영입할 수 있지? 자하처럼 주점에서 얻어터지고 있는 마법사가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크, 크헉! 얻어터지다니요!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자하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내 모습에 자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아- 마법사들은 마탑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영주님도 아시다시피 저 역시 마탑에서 수행을 했지요."

"맞아. 마탑에서 수행을 했다고 말했었지. 그 마탑은 왕도에 있나?"

"왕도 밖에 있습니다. 왕도 안에서 마법 실험을 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점이 많으니까요."

자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밤에 자하의 마법 연구 소리에 깬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탑 소속의 마법사나 귀족님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일부만 마탑에 갈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다. 나름 이세계에서는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마법사들이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도 굉장한 특권이었기 때문에 관리를 받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보통 15~20년 정도 수련을 하고 나면 마법사 스스로 마탑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마탑에서 나와서 영주님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물론 평생 마탑에서 사는 마법사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스스로 마탑을 떠나서 자신을 후원해줄 귀족 가문을 찾기 마련이죠."

"마탑을 떠나는 걸 쉽게 허락해 주기는 하나 보네?"

"마탑의 자원은 한정적이지 않겠습니까? 대부분 왕국과 귀족님들의 후원으로 유지되는데 그것도 마법사들이 나누어 쓰기에는 부족하죠."

마탑에 남아 왕국 소속의 궁정 마법사가 되는 것이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마법사들은 더 많은 지원과 보수를 바라고 귀족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판다. 마법사라고 삶의 방식이 특별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럼 자하도 귀족의 지원을 바라고 마탑을 나온 건가?"

"뭐- 그런 거죠."

'그렇다면 생각보다 인재영입이 쉬울지도 모르겠는데?'

확실한 지원만 해준다면 마법사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왕궁에 들려서 국왕에게 안부의 인사를 전한 나는 곧장 마탑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요청했다.

마탑의 입장을 허가해주지 않으려던 국왕도 몬스터의 침입으로 영지민을 잃어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는 내 설득에 마탑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물론 그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었지만, 마탑의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재를 영입하기에는 충분한 기회였다.

"자하. 저기가 정말 마탑이야? 이름과 다르게 탑은 안 보이는데?"

"탑이라는 건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고대의 마법사들이 하늘에 닿도록 탑을 쌓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거지 사실은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입니다."

"아~"

마법사가 하늘에 닿도록 탑을 쌓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클리셰적인 말이었다.

"그럼 마법사들의 마을로 한번 들어가 볼까?"

-펑!!!

호기롭게 마을에 들어가려던 내 귀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자하의 폭발 마법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폭음에 귀에서 삐-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메케한 연기까지. 나는 순간 어디서 포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아! 아! 음- 음- 아~. 이제야 들리네."

청력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나는 나를 호위하겠다고 앞을 막아서 볼튼을 뒤로 물리고 자하에게 말했다.

"마탑이라는 곳은 입장부터 다이나믹 한 곳이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떤 미치광이가 마을에서 저런 폭발을 일으킨 것인지 몰라도, 마을에서 저런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없습니다."

"미치광이?"

자하를 보며 고개를 한 번 갸웃한 나는 폭발의 진원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왠지 이런 미친 짓을 하는 마법사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폭발의 진원지는 제법 깔끔했다. 연기도 전부 마법으로 날린 것인지 이미 시야가 깨끗했고, 공사현장에서 마법을 사용했을 때처럼 땅이 뒤집혀있지도 않았다.

다만 한 마법사가 마법사들에게 포박당해 무릎이 꿇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놈! 알비레오! 마탑 안에서 이런 위험한 마법을 사용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하핫- 다 실수입니다. 실수. 제가 설마 일부러 마법을 사용했겠습니까? 하핫-"

"그렇게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하는 게냐!"

"마탑주.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엄벌을 내려야 합니다."

아무래도 포박된 마법사가 폭발의 범인인 것 같았다.

그때, 나를 발견한 마법사 하나가 마법사에게 나의 존재를 알렸다.

"마탑주님. 저기 손님이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앗! 오늘 귀족 한 명이 마탑을 방문한다고 그랬었지."

금방 인자한 얼굴로 바뀌는 마탑주에 나는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마탑주에게 내 소개를 했다.

"오늘 찾아오기로 한 아렌달 백작입니다."

"국왕 폐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손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이런 민망한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마탑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대는 자하가 아닌가? 마탑을 나가서 아렌달 백작님을 모시고 있었군."

자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 마탑주는 눈으로 주변의 마법사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고는 내게 말했다.

"손님께 차 한잔도 대접하지 않았군요. 허허-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감사합니다."

마탑주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내 눈에 무릎 꿇고 있는 마법사가 씨-익 웃음을 보였다. 저렇게 포박당해있는 상황에서도 웃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미치광이일지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마탑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마탑에 2천 셀링의 후원금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세계에서 눈을 떴을 때 아렌달이 가지고 있던 자금이 2천셀링을 겨우 넘을 정도였으니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아깝기는 했지만, 마탑과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투자라고 생각하며 후원금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영지를 발전시키면서 마법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허허- 아렌달 백작께서 마법사를 중히 여겨주시니 마탑주로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마탑 출신인 자하가 백작님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아렌달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해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법사가 단 한 명뿐인데 이렇게 영지가 발전하는 것을 보면 마법사가 둘 아니- 셋이라면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마탑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의 의도를 알겠다는 표시였다.

"허허. 마침 좋은 영주님께 도움이 될 만한 젊은 마법사가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마법사를 추천해도 괜찮겠습니까?"

"마탑주의 추천이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군요. 부탁드립니다."

"에일렌은 원소 마법에 재능이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글로리는 화염 마법이 뛰어나지요."

마탑주의 설명에 나는 자하를 바라봤다. 아는 마법사인지 그들의 특기 마법이 우리 영지에 필요한 마법인지 마법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둘 다 저와는 친분이 없던 마법사입니다."

"특기 마법은? 우리 영지에 도움이 되겠어?"

"영주님. 특기가 원소 마법이라는 건 한 분야에 특출난 재주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원소 마법은 기초 중에 기초이니까요. 그래도 여러 방면으로 활용만 잘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화염 마법은?"

"화염 마법은 대부분 전투를 위한 공격성향이 강한 마법이라 영지 발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만약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원소 마법을 잘 사용한다는 에일렌이 아렌달에 더 필요한 인재입니다."

조금씩 아쉬움이 있다는 말이었다.

"혹시 다른 마법사는 없습니까? 회복마법을 잘 사용한다든지, 생활 마법을 잘 사용하는 마법사라면 좋겠는데."

"음- 현재 마탑에 있는 젊은 마법사 중에는 없군요. 그리고 회복마법을 잘 사용하는 마법사는 궁정 마법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웬만해서는 귀족 가문에서 구하기 어려운 마법사일 겁니다."

특별한 의술이 없는 세계였기에 회복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왕국에서 싹 쓸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생활 마법을 익혀봐야 귀족 가문에서는 인기가 없으니 생활 마법을 배운 마법사 역시 찾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는 건가?"

"백작님. 에일렌도 아주 재능이 넘치는 마법사입니다. 비록 기초마법인 원소 마법이지만, 4가지 속성을 모두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으니 영주님께서도 만나보시면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마탑주를 따라간 조그만 집에는 그 집에 어울리는 조그만 사람이 있었다.

"이 아이가 에일렌입니다."

마탑주의 소개에 가만히 고개만 까딱하고 마는 조그만 사람에 나는 마탑주에게 말했다.

"어린애 아닌가?"

어린애라는 말에 에일렌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 어린애 아닌데요?"

"허허- 백작님. 이렇게 보여도 에일렌은 올해 17살이 된 성인입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나 졸업했을 외모에 성인이라니? 난감한 얼굴을 한 내게 볼튼이 말했다.

"영주님과 겨우 4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나도 이제 21살밖에 되지 않았다. 지구에서의 기억으로 깜빡깜빡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아직 어린 나이였다.

"에일렌. 아렌달 백작께서 영지에 마법사를 찾고 계셔서 내가 너를 추천했단다.

여기 있는 자하의 말을 들어보니 아렌달에서는 마법사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더구나. 아렌달에 가면 새로운 마법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해요. 마탑주님."

지원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는 에일렌을 보니 마법사들은 전부 돈에 쪼들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일렌을 직접 만나보니 영입하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잠깐만. 이제 17살이면 마법사로서 수련한 게 얼마나 되는 거지? 나는 경험이 부족한 마법사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조금 꼰대 같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 12년에 대학 4년. 총 16년의 교육을 받고 나서야 회사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16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교육에 시간을 투자해야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자하만 하더라도 마탑에서 15년이 넘는 시간을 수련했다고 했으니 어린 에일렌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가 아직 어려서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요?"

실망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에일렌에게 말했다.

"어려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니라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 거다. 에일렌이 마법사로서의 능력만 보여준다면 나이는 상관없다."

내 말에 에일렌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옆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지팡이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여드릴게요. 마법사로서의 제 모습을."

"···일어나라 모래여! 샌드월!"

에일렌의 주문에 땅에서 모래 벽이 일어났다.

'모래벽이라니! 토목공사에 유용하겠는데?'

"또 다른 마법도 보여줄 수 있어?"

"후아~ 잠시만요."

한 번 숨을 고른 에일렌은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불어라 바람이여! 브리즈!"

에일렌의 주문에 이번에는 바람이 불어왔다. 선선한 봄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기초마법이라도 제법 괜찮은데.'

"후아~"

다시 한번 숨을 고르는 에일렌에게 말했다.

"하루에 얼마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방금 같은 마법이라면 10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요. 아니- 조금 무리한다면 15번도 문제없어요."

자하의 경우 하루에 5번 정도 폭발 마법을 요구했을 때, 그러면 마나가 역류해 피를 토하고 죽을 거라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에 10번, 무리를 한다면 15번까지 가능하다니.

아까 보여준 샌드월 마법을 15번 시킬 수 있다면 토목공사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내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 에일렌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에일렌. 너를 영입하겠어. 이제부터 너는 아렌달의 마법사다."

"허허- 아렌달 백작께서 너를 영입하시겠다는구나. 축하한다. 에일렌."

"와- 감사합니다."

마탑주의 말에 에일렌이 감사의 인사를 하는 순간,

"잠깐!!!"

누군가가 내 앞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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