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55화 (155/188)

# 155

사람들의 기대가 커피포트 안에 물처럼, 뜨겁고 강렬하게 들끓었다.

대한민국의 천재 태범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일반 사람이 이 주인공이었다면, 그저 관심 끌기용 찌라시 기사라 생각 했을 프로젝트조차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마치 데론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화를 계획했을 때,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며 기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태범이 타임머신을 개발한다고 했어도, 믿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광적인 기대와 신뢰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강태범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 사람들의 기대를 이용한 희대의 사기꾼이다.]

[강태범은 바지 사장이고, 실제 쩐주가 존재한다. 저 능력은 투자사기를 위한 밑밥이다.]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은 일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의심을 해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대와 관심은 광적으로 커지다 보니, 의심이 될 만한 이야기부터, 기괴하고 말도 안 되는 말까지 쏟아지고 있었다.

일반 상식으로 차마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 괴리감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 * *

태범이 오늘 인터뷰할 방송은 지상파인 SBO의 뉴스 인터뷰였다.

많은 방송사도 있지만, SBO의 ‘세상에 신기한 일이’의 이한욱PD와 인연이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

화제의 인물을 앵커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뉴스 속 작은 프로그램, 태범은 이곳에서 도롱뇽 프로젝트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알릴 생각이었다.

“이렇게 저희 방송국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태범에게 인사를 건넨 남자는, SBO 사장이었다.

사장이 직접 출연진 앞에 나타나 인사를 건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대선 후보쯤은 나타나야 그 모습을 보이는 사장이지만, 이게 웬걸, 태범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하죠. 저 때문에 특별히 시간까지 만들어 주셨는데.”

감사하게도 SBO 측에서 태범의 인기를 고려해, 인터뷰 시간을 늘려주며 특별 편성해 나섰다.

어느 방송국이든 태범을 모셔가려고 안달이니, 태범의 출연은 서로에게 윈윈인 상황이었다.

뉴스가 시작되고, 태범은 옆 대기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회에 가장 영향이 큰 이슈 순으로 방송은 진행된다.

태범의 도롱뇽 프로젝트는 두 번째 뉴스다.

첫 번째 뉴스는 남북 정상회담 관련 뉴스. 이건 차마 이길 수 없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천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태범 씨를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롱뇽 프로젝트 관련 뉴스가 전해지고, 이어서 태범의 인터뷰 시간, 태범은 앵커석 옆에 마련된 자리로 걸어갔다.

“반갑습니다. 강태범 대표님, 시청자 여러분께 간단히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식상 자기소개다.

이제는 지나가는 개한테 ‘강태범!’ 이라고 외치면 알아듣고 짖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말이다.

태범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이번 프로젝트를 관심을 두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상하고 있던 질문, 태범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관심 자체가 저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롱뇽 프로젝트가 원래 언론에 공개될 생각이었는지?”

“아니요. 사실 아직 프로젝트 초기 단계라 섣불리 공개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은 실수로 인해 이렇게 공개가 돼버렸네요.”

태범은 한 치의 거짓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만약 와이TV가 도롱뇽 프로젝트에 관해 보도를 안 했으면, 지금까지 극소수만 프로젝트를 안 채 조용히 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사실을 말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광적으로 기대와 호응을 하고 있어,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김칫국 마시는 걸 우려한 질문이었다.

사람이 광적으로 하나에만 기댄다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헛된 기대심이 무너졌을 때, 상실감은 더욱 큰 법이다.

“제가 얼마 전, 몸이 불편한 자식을 둔 아머니를 만나 뵈었습니다. 심장이식이 필요하다더군요. 하지만 맞는 심장이 없어서 위급한 상황에 있다고 했죠. 이 얼마나 간절하겠습니까? 이런 처지의 사람들은 아주 조그마한 희망에도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저는 굳이 이런 기대감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학교 특강 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 아주머니는 태범이 지금 이 인터뷰 자리에 있도록 해준 가장 강한 원동력이었으니 말이다.

비록 김칫국이라도고 해도 좋다. 태범은 이미 그 사람들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를 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늘 태범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앵커의 질문에 태범은 옅은 미소를 띠며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요. 기대가 아니라 확신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무조건 여러분께 좋은 결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질러 버렸다.

사실 아직 프로젝트에 대해 아직 이뤄 논 건 없었기에,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성급한 행동이었다.

걸음마도 떼지 않았는데, 마라톤 골인 지점에 가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지만 내뱉은 말에 후회는 없다.

태범에게는 스캐너가 있었고,  단지 시간문제일 뿐 분명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누구든 김칫국을 마시고, 기대해도 좋다.

태범은 꼭 해낼 거라는 다짐을 가지고, 이번 도롱뇽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 * *

“아니, 대표님. 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야?”

“확신을 가져달라고……. 무조건 성공시키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꼭? 어떻게 무조건 이라는 말이 나오지?”

휴게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은 TV 속 태범의 발언에 당황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휴게실 TV 앞에 모인 기술 사업 팀 직원들의 표정은 모아이 석상같이 잔뜩 굳어 있었다.

“이거 저희만 부담 가는 거 아닌가요.”

도롱뇽 프로젝트에 관해서 대충 둘러댈 거라 예상을 했지만, 기술 개발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선언을 해버리니, 직원들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니, 우리가 뚝딱하면 뭐든 만들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표님 너무 성급한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타까워할 때였다.

“다들 아직 대표님을 잘 모르시는군요.”

“아! 팀장님.”

전 앨론 뮤직 대표이자, 얼마 전 태범의 스카우트 제안을 승낙하고 기술 사업 팀 팀장으로 들어온 임호진.

그는 TV 앞에서 뉴스를 보고는 구시렁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아는 대표님은 생각 없이 말을 내뱉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중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버렸다가, 혹여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뒷감당이 어렵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임호진은 태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태범이 꼬꼬마 신입 회계사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 세계적인 CEO가 될 때까지 모든 걸 지켜봐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태범을 처음 만난 그때를 잊을 수 없었다.

“제가 태범 대표님을 처음 만났던 게 언제인지 아십니까? 제 회사의 가치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줄 담당 회계사로 만났었죠.”

“아! 정말이요?”

“그때 다른 회계사의 실수로 보고서에 오류가 생겨 자칫 투자가 물 건너갈 뻔했습니다. 여기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설마…….”

“네, 대표님입니다. 그 당시 회계사가 된 지 1년도 안 된 햇병아리 신입임에도, 선임 회계사들의 눈치를 전혀 안 보고 일을 헤쳐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성공했고요. 그 당시 모두가 낙담하고 포기하려던 참이었는데 말이죠.”

“아…….”

“모두가 설마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을 때, 혼자만 확신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확실히 우리와 다르죠.”

직원들은 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앨론 뮤직이라는 수천억대 회사를 처음부터 일궈 놓을 것만으로 호진은 직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으니, 그의 말 또한 신뢰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냥 대표님을 믿는 것밖에 없습니다.”

호진은 태범을 완전히 믿고 있었다.

호진의 눈에 태범은 인간으로서 완벽함을 갖춘 인물이었다.

방금 공장에서 만들어진 완벽한 제품처럼, 도저히 흠을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는 인간.

어쩌면 태범은 신이 만든 완벽한 작품이 아닐까, 호진은 생각했다.

* * *

[노래 기술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75% 진행되었습니다.]

……

[스캔이 76%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때와 같이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고는 스캔을 했다.

스캔을 하면 할수록 외부에 대한 의식이 심해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안인데, 이상하게도 인기척이 느껴진다.

마치 누가 보고 있는 듯한 기분, 그렇다고 사람의 시선은 아닌 것 같다.

혹시 몰래 카메라라도 설치된 건가 싶어, 몇 번이나 집안을 검사했지만,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일을 그 누구보다 즐기면서 하고 있는데, 이건 아닐 것이다.

그럼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혼자만의 비밀인 스캐너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일까.

지금껏 어떤 문제보다 태범의 머리를 아파오게 했다.

잠시 잊자.

태범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신나는 락 음악을 켠 뒤, 눈을 감았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정신을 온전히 음악에 맡기고, 그 멜로디에 목소리를 더한다면, 세상으로부터 잠시 탈출하는 기분이었다.

“ROCK IT~ OH! OH! OH!”

태범은 인간 주크박스가 따로 없었다.

머릿속에 가요부터 시작해 트로트, 팝 음악까지 모두 저장돼 있고, 본인의 입맛대로 감질나게 부를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 창법으로 트로트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태범은 가능했다.

“낮에 뜨는 달을 보면, 그녀 얼굴 떠올라~”

* * *

삼에스 생명 공학 연구소.

“어떻게 추측만으로 그런 결과가 가능하십니까?”

모두가 태범의 생물학적 지식에 놀라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딥멀티를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아니, 본업은 증권사의 CEO이다.

한데 이제는 생물학 박사가 따로 없었다.

태범은 도롱뇽의 조직 재생에 연관 있는 DNA 염기 서열 해독하는데 의견을 냈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의 박사들부터 기관 연구원들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들 머릿속에는 ‘이 사람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태범은 사람들의 그런 반응에 여의치 않고, 일에만 몰두했다.

“세포 재생 능력을 완벽히 파악하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그 세포를 인간 세포에 융합시키는 건 그 다음일 이고요.”

“네!”

“앞으로 롱 리드 시퀀시(long read sequencing)방식과, 딥 멀티를 이용해 유전체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롱뇽의 세포 재생 능력을 완전히 파악할 겁니다.”

생명의 세포도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었다.

프로그램을 언어로 코딩 하듯, 생명은 단백질이라는 언어로 코딩이 되어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결국 태범과 연구원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시스템을 분석하고, 원리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분석이 끝나면, 그 세포를 인간 세포와 융합을 시키는 작업이 있을 것이고요. 일단 작업은 순차적으로 집중해서 들어갈 겁니다.”

다음은 시스템의 원리를 가지고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어쩌면 원리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결국 연구개발에는 원리 파악과 적용이라는 두 가지 큰 산이 존재했다.

“인간을 연구할 때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바라봐야 하죠. 아이디어가 있으면 항상 말씀해주세요.”

연구를 할 때는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보면 안 된다.

몸에 붙어 꿈틀거리는 기생충, 요충보다 유전자 수가 적은 게 바로 사람이다.

좀 더 겸손해지고, 우리는 그저 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럼 일단 제가 말씀드린 계획을 기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고, 분석을 마치죠.”

모든 회의가 끝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태범의 지시하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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