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 또 다른 혁신을 이어나갈 듯.]
└또 외계인 고문해서 새로운 기술을 뜯어냈나? ㅋㅋ
└아마 10시리즈의 핵심은 인공 지능 시스템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 딥 멀티와 관련해 소문이 무성하던데 그 말이 괜히 나오지는 않았겠죠. 빨리 한번 사용해보고 싶네요.
└그래 봤자 별거 아니겠지. 이미 스마트 폰 기술은 한계점에 도달해서 더 이상 나올 것 없다. 매번 혁신이라고 말만 하지. 실제로 몇 년 전 스마트 폰이랑 사용하는 데 있어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고 보면 스마트 폰이 처음 나왔을 때가 정말 혁신적이었는데.
└이번에 나올 10시리즈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구매합니다.
십(1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와 샘성 전자의 행보를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추측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번에 나올 10시리즈는 분명 스마트 폰 시장의 커다란 여파를 가져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한 기대감의 한 가운데는 태범의 딥 멀티가 있었다.
아무리 철저한 보안 속에 개발이 이뤄졌어도 완전히 비밀을 유지한 채 개발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딥 멀티와 이번 10시리즈가 결합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술이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가지 입소문과 함께 조심씩 새어 나온 비밀이 쌓여 10시리즈의 혁신적 기술을 예견했다.
“대표님, 샘성전자 측에서 손님 오셨습니다.”
“네, 들어오라고 하세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마침 샘성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있던 중 타이밍 맞게 샘성 전자의 직원이 찾아왔다.
10시리즈의 공개를 얼마 안 남겨두고 최근 샘성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태범과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상의를 위해 찾아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안녕하니까, 대표님.”
이재호 부회장의 밑에서 일하는 최 실장이라는 사람은 태범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사회적 위치는 허리의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고 그가 인사를 건네며 굽히는 허리 각도를 보고는 태범의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태범과 최 실장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주 얼굴을 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말은 편하게 오갔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로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쯤 최 실장은 미소 하나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제를 바꾸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찾아뵙습니다.”
“부탁이요? 어떤 거 말이죠?”
태범의 물음에 최 실장은 대답이 아닌 행동으로 보였다. 본인이 들고 온 서류가방 속에서 뭔가를 찾기 위해 뒤적거리더니 조그마한 편지 봉투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태범에게 전달했다.
“이게 뭐죠?”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최 실장의 요청에 태범은 파란색 편지 편지봉투를 뜯으며 그 안에는 든 종이 한 장을 꺼내 봤다.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 공개 행사 초대권]
-당신을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딱 두 줄의 글이 적혀있었다.
어디에서 뭘 하는지 전혀 설명돼있지 않고 파란 바탕에 황금색 글씨로 적혀진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 가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초대권을 받아든 태범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 초대권이군요. 물론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니, 가야죠. 어디서 하기로 돼 있는 거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첫 번째 행사를 가질 계획입니다.”
“오! 바르셀로나 좋죠. 축제의 도시 아닙니까? 재미있겠네요.”
초대권을 받아든 태범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최 실장은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침만 꿀꺽 삼키며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태범의 말이 끊긴 틈을 타 최 실장은 조심이 입을 열었다.
“사실 대표님을 객석에 초대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네?”
초대장을 주고서는 갑자기 뚱딴지같은 말을 하자 태범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러자 최 실장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10시리즈 공개 행사에서 대표님을 연설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연설자요?”
입이 쩍 벌어질 만한 말이었다. 태범은 놀란 나머지 벌려진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최 실장을 바라봤다.
“네, 아무래도 10시리즈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신 강태범 대표님이 무대 위로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뭐래도 이 기술을 가장 잘 알고 계신 건 대표님 아닙니까?”
“아…… 그러긴 한데. 갑자기 제가 연설이라뇨? 보통은 김필두 사장님이 직접 하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메인 연설은 사장님께서 하시고 태범 대표님께서는 딥멀티와 관련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태범은 관자놀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그래도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의 공개 행사에서 연설을 한다는 건 태범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샘성 전자의 스마트 폰 제품을 세상에 가장 먼저 공개하는 자리다 보니 세계가 바라보는 자리인 동시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관심 되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태범이 매체에 나타난 것과는 중요성에 대해 차원이 달랐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표님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태범이 고민을 하자 최 실장이 말을 더하며 설득에 나섰다.
‘그래,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세계 무대에 나서기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태범은 코딱지만 한 국내에서 본인의 능력을 끝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황금을 지닌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나서야 할 무대, 기회가 있을 때 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좋습니다. 무대에 서도록 하죠.”
고민 끝에 내린 태범의 결정에 최 실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저희 부회장님도 분명 크게 좋아하실 겁니다.”
* * *
“어디가 가장 불편하세요?”
“목 뒤랑 날개 뼈 사이가 많이 뻐근하거든요. 그쪽을 중심으로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태범은 마사지사의 손길을 몸을 맡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친구 희준이 엎드려 있었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내가 대표인데 무리를 해서라도 해야지.”
“그래도 너무 일만 하잖아. 가끔 생각해보면 태범이 너 일 중독자 같아. 좀 쉬엄쉬엄할 필요가 있어.”
희준의 눈에는 태범의 몸 상태가 걱정될 만큼 일만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태범의 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신뢰하고 있었지만 가끔은 본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을 벌여놓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현대에 있었으면 저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일 중독? 하하하. 그거 좋은 중독 아니야?”
희준의 걱정이 무색하게 태범은 장난어린 웃음과 함께 농담으로 받아쳤다.
“너 그러다가 일만 하고 죽는다?”
희준이 살짝 수위를 높여 도발을 하자 태범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차라리 열심히 살다가 죽는 게 낫지. 원하는 걸 못 이루고 오래 살아봤자 결국 후회된 인생만 사는 거 아니야?”
태범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었다.
단지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조금 힘들뿐이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건, 식탁 위에 보기 좋고 맛좋은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오고 있는데 이걸 먹지 말고 보기만 하라는 것과 똑같은 이치였다.
그렇게 각종 능력이 식탁이 위에 놓여있는데 이걸 보고만 있으라니 그게 가당키나 할까.
“알았다. 알았어. 널 어떻게 말리겠냐. 그래도 건강은 최우선! 알지?”
“넌 왜 갑자기 우리 부모님이 할 것 같은 말들을 하고 있냐?”
친구가 평소 안 하던 말들을 늘어놓으니, 피부 위에 닭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다. 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는 사회인보다는 어릴 적 동네에서 뛰어놀던 아이의 감정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성숙한 대화를 나누면 추억으로 쌓인 순수한 감정과는 괴리가 느껴지곤 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마사지나 받자.”
희준은 괜히 어색한지 고개를 돌리고는 마사지 받기에 집중했다.
* * *
“세상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딥 멀티. 이는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그 어떤 인공 지능과는 다릅니다.”
홀로 있는 방에서 태범은 연설을 위한 연습에 빠져있었다.
손에는 샘성 전자 측과 합의해 미리 짜놓은 대본을 들려 있었다. 이를 어떻게 진행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길지 고민했다.
“지금까지의 인공 지능은 바보였다면 그에 비하면 딥멀티는 천재 수준임을 확신합니다.”
마치 수많은 관중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을 하고 천천히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말로써 내뱉었다.
마치 강단 위의 스티브 잡스에 빙의라도 된 듯 발성부터 손동작 하나까지 관객을 휘어잡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과거 스캐너로 얻은 스티브 잡스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좋겠지만 굳이 따로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능력들이 태범에게로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더 이상은 과거의 발표 공포증을 지닌 태범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생각해 지금과 비교해보면 감회가 새로울 정도였다. 세계가 보는 큰 무대에 나가 발표를 한다니 꿈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제 여러분들의 손에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릴 겁니다.”
태범은 눈을 감은 채 관중들에게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마지막 멘트를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실제로 관중의 함성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분명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조용한 집안이지만 태범의 머릿속에는 시끌벅적한 관객의 환호성이 들리고 있었다.
이게 그저 상상이 아니길.
* * *
한 달 뒤, 태범은 오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샘성 스마트 폰의 10시리즈의 공개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마트 폰답게 수많은 취재진을 포함해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행사장 내부의 조명은 약간의 빛만 가지고 있을 뿐 어둠으로 가득한 채 무대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만이 행사장을 채우고 있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이자 신비의 존재인 우주 속을 표현한 것 같았다. 행사장은 한번 둘러본 태범은 대기실에서 들어가 연설을 준비했다.
“떨리지 않습니까?”
같이 한자리에 있던 샘성 전자 김필두 사장이 물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아직 20대에 불과한 태범이 이 큰 무대에 선다는 게 김필두 사장의 눈에는 불안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감수할 만큼 태범에게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걸 김필두 사장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더할 일도 생길 텐데 이거 가지고 떨리면 되겠습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태범의 단 한마디에 김필두 사장의 모든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자. 대표님, 이제 나가보시죠.”
모든 준비가 끝나고 행사 시작시간이 가까워졌다. 안에서 대기하던 주요 관계자들은 무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