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45화 (145/188)

# 145

“삼에스 생명 공학, 생물학 연구소에 제 지시 사항 전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기술 사업팀 사무실,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직원들에게 태범은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TB 금융 투자는 생물학 연구를 위해 생명 공학 기업을 인수한 상황이었다.

배영 그룹의 이희현 명예 회장의 자본과 TB 금융 투자의 잉여 자본이 들어간 합쳐 총 1,000억 원 규모의 인수였다.

인수 결의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은 존재했으나 대부분이 태범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별 탈 없이 기업인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삼에스 생명 공학은 이제 태범의 개입 하에 활동할 것이며 이제 막 프로젝트를 건네받을 시기였다.

“앞으로 모든 생명, 생물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이곳으로 넘어갑니다. 제가 지시한 대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잘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네!”

“아! 그리고 조만간 엔터테인먼트 쪽과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그쪽 분야에 대한 지식도 익혀두시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추가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었다.

생명 공학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에너지, 게임, 음악 등 많은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태범의 능력이 활용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 투자 대상에 속했다.

스캐너로 얻은 능력을 그저 어린애 재롱부리듯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아까웠고 이를 기업을 통해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이를 곧 사업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본이 모이면 스케일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이는 다시 능력에 시너지 효과가 작용할 거라 믿었다.

* * *

TB 금융 투자 대표실.

[TB 금융 투자의 기업 확장으로 인한 기술 독점 우려]

└점점 과학이 발전되면서 기술과 자본의 독점이 심해질 겁니다. 정부에서 이에 대한 제제방안을 미리 마련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니, 지금 정부에서 지원해줘도 모자를 판에 제제라뇨. 윗분 말대로 하면 남아있던 인재들도 다 해외로 떠날 겁니다.

└제제해야 함. 지금 돈과 기술 있는 사람들이 다 해 먹잖아. 이러다가 양극화만 더 심해진다!

“아니, 이걸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인터넷 기사를 보던 태범은 어이가 없어 댓글을 쓰려다가 겨우 이성을 찾으며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아무리 청렴결백, 세상 깨끗한 사람이라도 본인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태범도 이와 같은 같은 작용을 받고 있었다.

몇 언론사와 네티즌들은 태범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영이나, 연구개발에 직접 개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걸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 사냥’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들이 차츰 TB 금융 투자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니 독점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머리로는 이들의 의견이 이해는 갔으나 태범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투자 또한 하나의 능력이며 태범은 세상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나름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좋은 뜻을 너무 나쁘게만 바라보는 일부 시선에 태범은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뭐가 됐든 사람이 잘나가면 이를 억제하려는 사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치인 모양이었다.

[인기를 업은 가짜 가치를 조심해야 한다.]

“역시 와이TV, 이놈들은 그대로야.”

100개의 긍정적인 글보다는 1개의 부정적 글이 눈에 더 잘 띄었다. 사람 심리상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것이 눈에 띠고 머리에 오래 남는 법이었다.

태범은 와이TV 기자가 작성한 논평을 보고 미간을 찌푸린 채 구시렁거렸다.

누가 봐도 태범을 저격한 논평이었다. 괜히 고소라도 당할까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글의 모든 내용을 종합해보면 분명 태범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자식들은 언제까지 이럴 거지?”

항상 태범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내보내는 곳이 있었으니 케이블 방송사인 와이TV라는 곳이었다. TV채널을 몇 번이나 넘기고 나서야 나오는 채널인 만큼 작은 규모의 방송사였는데 태범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유는 이랬다.

태범이 선시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이후 와이TV측에서 태범에게 접근을 하곤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었다.

대표적인 트러블은 와이TV측 기자가 부모님을 미행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던 사건이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태범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부모님의 바깥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끈질기게 달라붙었었다.

결국 그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태범은 부모님의 집안 보안이 철저한 집으로 이사를 시켜드렸고 태범은 와이TV측과는 어떤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다.

다른 언론사와는 소통을 하더라도 와이TV 쪽과는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광고라도 넣어달라고 협박하는 건가?’

가끔 보면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 같았다.

논리적인 글에 본인을 비판한다면 감사하게 받아드리겠지만 편향된 입장에 비판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글을 쏟아내니 이건 목적을 갖지 않고서야 쓸 수 없는 글이었다.

괜히 기분만 안 좋아졌다.

기분이 상한 태범은 마음을 다스리고자, 인터넷 창을 내리고는 옆에 놓인 벽돌 두께의 서적을 펼쳤다. DNA 유전자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정신없이 일에 몰입하는 게 최고였다.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오직 몰입의 대상만 있을 뿐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잊게 해주니 말이다.

항상 그래왔듯 태범은 책장을 휘리릭 넘기며 내용을 머릿속으로 이해와 암기를 시키기 시작했다.

* * *

[스캔할 능력을 선택해주세요]

[마이클잭슨 능력]

-가창력(100%)

-춤(90%)

[지식 능력]

-노래 기술(0%)

-춤 기술(0%)

-작곡, 작사 기술(100%)

[춤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90% 진행되었습니다.]

.

.

[스캔이 91% 진행되었습니다.]

[마이클잭슨 능력]-가창력(100%)-작곡, 작사 기술(100%)-춤(90%)

[아인슈타인 능력]-물리(100%)-상상력(100%)

[조지 소로스 능력]-공격적 투기(100%)

[레오나르도 다빈치 능력]-미술 감각(100%)-창의성(100%)

[워렌버핏 능력]-시장 통찰력(100%)-기업 분석력(100%)-도전 정신(100%)

[폰 노이만 능력]-수리 이해력(100%)-언어 이해력(100%)-암기력(100%)

[이소룡 능력]-힘(100%)-유연성(100%)

“하하하!”

스캔을 끝낸 태범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는 실없이 웃음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흔들며 본인의 능력에 대해 감탄을 했다.

홀로 있는 방에서 혼자 웃고 있자니 본인 스스로도 지금 나오는 웃음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웃음이 의미하는 걸 무엇일까, 지금 내뱉고 있는 웃음은 행복이나 재미가 있어서 나오는 웃음은 아니었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감정, 넘쳐흐르는 능력에 본인도 어이가 없는지 나오는 웃음에 가까웠다.

정말 사람에게는 한계가 없는 것인지, 능력은 채워져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가창력과 작곡, 작사 기술에 이어 이제는 춤까지 단지 무대만 없을 뿐이지 가수가 따로 없었다.

스캐너를 통해 능력을 간편하게 얻었지만 태범은 항상 이 능력들이 한 인물이 일생동안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런 능력들이 끊임없이 본인에게 각인이 되니 감탄과 함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 된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태범을 괴물이나 외계인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태범이 해낸 업적과 하고 있는 일들의 과정은 모두 인간을 뛰어넘은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능력을 숨길 때가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태범의 무궁무진한 능력에 신비함을 느끼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 * *

샘성 전자 스마트 폰 사업부 내, 소프트웨어 연구소.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주요 경영진들과 연구원들이 보는 가운데 비밀 시연이 열렸다.

이는 세상에 공개되기 전 기업 내에서 실시하는 마지막 시험 무대였다.

철저한 보안 속에 벌레 한 마리도 접근할 수 없는 연구소의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물론 그 자리에도 태범도 있었다.

10시리즈의 비밀 무기인 딥 멀티의 개발자가 바로 태범이었으니 누가 뭐라 해도 태범은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이제는 스마트 폰이 주인의 얼굴을 알아봅니다. 이를 통해 보안 설정과 사진 자동 촬영 등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암호화 패턴으로 시작해 홍채에 지문 인식까지 스마트 폰은 다양한 인식 기능이 있었지고 이제는 완벽한 안면 인식까지 가능해졌다.

“한번 사용해보시죠.”

태범은 연구원에 안내에 따라 시연용 스마트 폰을 들고는 본인의 안면 정보를 입력시켰다.

“오오”

태범의 주위에서 같이 구경하던 샘성의 임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얼굴 한번 찡그려 보시겠어요?”

연구원의 요청에 태범은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찌푸려 봤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 폰은 태범의 얼굴을 인식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안면 인식이라 하면 각도나 조명, 표정, 주위 환경에 따라 오류가 생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음성 인식은 완벽한 언어 매칭이 아니더라도 인식 가능해졌습니다. 사투리를 쓰거나 비유적인 의미 사용하더라도 스마트 폰은 음성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죠.”

연구원은 안면 인식에 이어 이제는 완벽한 음성 인식에 대해 시연을 시작했다.

“해가 지려면 얼마나 남았지?”

[지금부터 약 5시 21분 이후, 일몰 시간이 되겠습니다.]

연구원이 일몰 시간과 관련해 질문을 건넸고 스마트 폰 속 인공 지능은 이 질문에 답했다. 완벽한 답변이 나오자 연구원은 여유 있는 표정과 함께 살짝 우쭐대는 느낌으로 말을 이어갔다.

“보셨죠? 방금 제가 물어본 질문은 즉흥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절대 미리 입력된 질문이 아닙니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음성 언어도 10시리즈부터는 완벽히 인식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키워드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물어보려면 ‘시간’이라는 키워드가 꼭 들어가야만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흥미로운 시연에 이를 구경하던 임원들은 너도나도 직접 시연을 해본다.

시연 결과가 흥미로웠는지 임원들이 히죽거리며 스마트 폰을 만지는 것이 마치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때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모양새였다.

“이건 무조건 대박입니다. 신제품을 시연하면서 제가 이런 확신을 가져본 건 처음이네요. 이건 확실합니다. 100% 성공을 할 겁니다.”

모든 시연이 마치고 이재호 부회장의 박수 소리가 가장 먼저 귀를 울렸다. 그러고는 10시리즈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직원들의 고생에 격려를 해줬다.

이재호 부회장은 이번이 본인의 경영 능력을 세상에 보여줄 때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샘성을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본인 또한 또 다시 세계를 놀랄만한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꿈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강태범이라는 인생의 귀인을 만나 이재호 부회장은 일생일대의 기회가 본인의 손에 맡겨지게 된 것이었다.

부회장의 말이 끝나고 이를 보던 태범 역시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샘성 전자 사장 김필두를 보며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이거 없어서 못 팔 것 같은데 물량 좀 많이 찍어 놓으시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