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44화 (144/188)

# 144

샘성 전자 스마트 폰 사업부 내 소프트웨어 연구소.

“요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이 게시판의 네티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요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이 게시판의 네티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딥 멀티의 알고리즘을 토대로 만들어진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연구원의 음성을 오차 없이 완벽히 인식했다.

컴퓨터가 알아듣기 어렵도록 일부러 톤과 발음을 이상하게 말하면 오류가 나지만 음성에 대한 특징을 학습한 딥 멀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북한 정세],[네티즌],[현재의 게시글].[생각]

게다가 컴퓨터는 음성 인식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 사용자의 음성을 정보로 인식하여 검색하고 있었다.

[4216건의 댓글에서 부정적인 반응.]

[9240건의 댓글에서 긍정적인 반응.]

인식된 음성과 학습된 언어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데이터를 추출할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난데요?”

“그러게 이 정도 결과가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5명의 연구원들이 모니터 한 대를 둘러싸며 실험 결과 보며 감탄했다. 결과는 예상한 것 이상, 최정예 지성 집단이라고 할 만큼 전문가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거랑 비교하면, 기존의 저희가 가지고 있던 기술은 어린 아이 수준 아닙니까?”

“그러게 지금까지 우리가 뭘 한 건지 모르겠네.”

연구원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라는 기분을 받고 있었다. 여태껏 연구소에서 연구, 개발했던 기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딥 멀티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강태범 대표, 그 사람 생각보다 엄청난 걸 개발해낸 거야.”

수석 연구원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수군거리는 연구원들 사이로 태연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이미 모든 걸 깨닫고 있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연구원들은 수석을 보자 하나같이 인사를 건넸다. 수석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고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딥 멀티에 관해서 본인의 생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이 기술이 전 세계에 공개되면 세상은 완전히 바뀔 거야. 우리가 처음 컴퓨터를 봤을 때처럼 말이야.”

* * *

태범은 가장 먼저 직원 교육의 일환으로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는 E-Learning 시스템의 TB 교육이라는 사이트를 구축했다.

주로 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부터 TB 금융 투자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상황에 맞는 투자 교육이 이뤄졌다.

사회, 경제, 문화, 과학, 금융 공학 등 가리는 분야도 없었다. 현대 사회는 결국 모든 게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다보니 투자를 함에 있어서 어떤 부분도 놓칠 수가 없었다.

투자는 곧 세상을 읽어내는 기술이었으니 말이다.

딸칵.

미국의 금융 규제 완화와 관련된 뉴스를 클릭하자 이에 관련한 투자 전략 교육 리스트가 메뉴에 나타났다.

딸칵.

리스트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을 클릭하니 미국의 부동산 규제의 수준에 따른 시세 변이를 표시한 그래프가 나타났다.

“와. 이 모든 게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교육 정보라는 거죠?”

태범의 옆에 앉아있던 윤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니터를 봤다.

태범이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그의 눈동자가 작아지고 커지고를 반복했다.

“투자는 시간과 싸움이죠. 이미 인쇄돼 나온 투자 서적들은 이미 다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 없죠. 하지만 이건 다를 겁니다.”

“아…… 역시 그런 뜻이 있었군요.”

윤희성은 항상 그랬듯 과장된 리액션으로 태범의 말에 반응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해, 컴퓨터 스스로가 인포그래픽(Infographic)을 만들어 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이죠.”

딸칵.

인포그래픽은 자료를 시각화한 것으로 정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미지를 말했다.

TB 교육에서는 인포그래픽은 교육에 필요한 이미지를 말했고 이러한 자료들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모든 게 사람의 손을 하나도 거치지 않고 오직 딥 멀티가 만들어낸 학습 자료였다.

“와. 이제는 다 알아서 뭐든 해버리니 사람이 필요 없겠는데요?”

“뭐, 과학이 발전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죠. 근데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는 아닌 것 같고 여기에 집중해야죠.”

“네! 대표님 말씀이 맞으십니다.”

“그래도 딥 멀티 하나 만들어서 다양하게 해 먹고 있지 않나요? 사실 처음 딥 멀티를 개발할 때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안 했는데 말이죠.”

“그러게 말입니다. 이 덕분에 저도 전문가가 될 수 있었죠. 참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윤희성은 능글맞게 컴퓨터 모니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윤희성이 이런 말을 한데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태범의 첫 번째 직원으로 자문사를 책임지며 전문가가 될 수 있던 것도 모두 이 딥 멀티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초창기 딥 멀티가 만들어진 목적이 투자 자문사 직원들에게 본인이 가진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희성은 가장 먼저 딥 멀티를 몸소 체험했고 그 덕을 톡톡히 본 인물이었다.

“자, 희성 씨가 이제 직원들한테 잘 전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보안입니다. TB 교육은 직원들 외에 절대 사용할 수 없고 또한 허용된 위치가 아닌 곳에서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이점 명심해주시고 마무리해주세요.”

“네, 말씀하신 데로 따르겠습니다.”

* * *

“형! 대박 소식.”

“태범이 왔니?”

부모님 집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동생 태인이었다. 항상 부모님이 현관문 앞에서 반겨주기 마련이었지 동생이 이렇게 맞이해주니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슨 일인데?”

“어쩌면 내 웹툰이 영화화될 수 있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태인은 대리석 바닥에 발을 구르며 말했다.

“정말이야?”

동생이 좋아하니 태범도 덩달아 놀란 척을 한 번 해준다.

“형, 연락 온 데가 어딘 줄 알아? CJD 영화사야. 여기 대기업이잖아.”

거실로 들어와 소파로 향하는 태범을 태인이는 쫓아오더니 옆에서 계속 조잘거렸다.

“그럼 감독이나 배우는 다 정해진 거야?”

“아니, 아직 자세한 건 못 들었는데 CJD 관계자가 나한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영화화 제안했어.”

“CJD…… 뭐,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약 사항 같은 거 잘 살펴보고 혹시 정 모르겠으면 나한테 가져와. 내가 한 번 봐줄 테니까.”

태범은 태인이 하고 있는 일은 적극 지지했다.

일단 동생이 좋아했던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부터 태범은 많은 걸 도와줬다.

아무도 보지 않던 웹툰을 최상위권으로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었다. 이대로 도움의 손길을 멈춰도 모자랄 것 없지만 태범은 동생을 끝까지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 태인아. 형이 언제든 도와준다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해. 형제끼리는 서로 도와가며 사는 거야.”

“응!”

형제의 우애에 아버지의 눈에도 보기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아버지의 말씀에 태인이는 토하나 달지 않고 대답했다.

몇 달 전 만해도 태범이 스캐너로부터 능력을 얻은 이후 가족의 관심이 모두 태범에게로 향하자 시샘이라도 하듯 태인이는 항상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껴안은 듯 어쩌면 지금이 태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지막 동생까지 행복해지며 이제는 온 가족 구성원이 행복함에 빠졌다.

이로써 태범이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스캐너의 능력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캐너의 사용자는 태범 혼자일지 몰라도, 능력의 태범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으로 전해지며 행복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몸소 느낄 수 있었다.

* * *

샘성에서 딥 멀티를 사용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샘성 전자는 딥 멀티를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을 다했다.

전 부서의 연구, 개발 업무가 딥 멀티와 관련한 업무로 전환될 만큼 사활을 걸고 있었다.

병상에 있는 샘성 그룹의 이근휘 회장까지 여기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 출시할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는 사실상 기업의 역사를 새로 쓸 만큼 기대를 받고 있었다.

몇몇 언론들은 샘성 전자가 큰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기사를 내기까지 했다. 그 기사에는 항상 ‘강태범‘이라는 이름은 빠지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때는 점점 다가오고 철저한 보안 속에 기업 내 엄숙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 * *

샘성 전자 스마트 폰 사업부 내 소프트웨어 연구소.

“부회장님 오십니다.”

샘성 그룹 이재호의 등장에 스마트 폰 소프트웨어 연구소 직원들은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사장단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장에 비상이 걸릴 정도인데 그룹 총수가 방문한다는 건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상황이었다.

모두가 긴장한 모습으로 이재호 부회장을 맞이하는데 부회장의 옆에는 또 다른 인물이 한 명이 있었다.

‘TB 금융 투자 강태범.’

마치 이재호 부회장과 친구라도 된 듯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수행원들인 사장단과 연구소 임원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딥 멀티를 통한 모션 연구가 진행되는 연구실이었다.

커다란 대형 모니터 앞에 선 태범과 이재호 부회장은 임직원들 보여주는 시연을 지켜봤다.

“이제는 영상 속 사람의 움직임을 완벽히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딥 멀티를 사용해 개발한 모션 추정 시스템이었다. 사람은 많은 움직임 속에서도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원숭이, 코끼리, 기린,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람 한 명이 한 우리 안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의 눈은 우리 속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동물들 사이에서 누가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그러지 못했다. 수많은 움직임 속에서 어떤 움직임이 사람을 나타내는지 정확히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오차를 가지고 어느 정도 구별하는 건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사람의 눈처럼 완벽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샘성의 딥 멀티 연구원들이 보여주는 건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오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는 인간의 움직임을 완전히 인식, 구별하고 있었다.

“이는 앞으로 게임 산업에 활용도가 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게 스마트 폰의 카메라로 인체의 모션을 완벽히 인지하고 연결된 게임에 적용을 시키는 겁니다. 또한 VR기기와 연결한다면 더욱 정교한 가상 체험이 가능할 겁니다.”

하나의 기술이 나오면 거기서 파생되는 기술은 다양했다.

딥 멀티에서 모션 인식 그리고 게임, VR(가상 현실)까지 단 하나의 소스는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짝짝짝.

시연이 끝나고 연구소 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태범 그리고 이재호 부회장도 만족스러운 완벽한 시연이었다. 모두가 환희에 찬 모습에 감격하고 있었다.

“저희와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격을 느낀 이재호 부회장은 태범의 손을 잡으며 감동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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