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40화 (140/188)

# 140

“이거 배식이네 아들이지?”

“뭔데 그래?”

서울 관악산 입구에 서 있는 두 명의 중년 남성이 스마트 폰 속 기사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녹색 창 포털 사이트을 켜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사. 거기에는 TB 금융 투자의 설립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20대 증권사 대표 탄생, 대한민국을 놀라게 하다.]

“TB가 태범 아니야? T가 태고 B가 범이잖아.”

“맞지? 배식이 아들.”

“그래, 요즘 배식이 아들이 얼마나 잘나가는데.”

“배식이 요즘 살맛 나겠네. 그래서 오늘 배식이는 온대?”

“일단 산악 회장이 연락해놨다고 하는데 올지는 모르겠네.”

주말 관악산 입구에는 각지에서 온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태범 아버지가 속한 ‘소나무 산악회’가 있었다.

소나무 산악회는 태범 아버지가 다녔던 초등학교 동창회 내에 있는 산악회였다.

“어! 배식아!”

태범의 아버지가 등장하자, 산악회 회원들은 모두 반갑게 반겨줬다.

분명 사람은 그대로지만 동창들의 반가움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라도 만난 듯, 하나같이 배식의 옆에 착 달라붙어 말을 걸어왔다.

“아들을 어쩜 그렇게 키운 거야?”

“아들이 증권사 설립했다며. 축하해.”

아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강배식 역시 주변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배식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기쁨이 주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 1순위 자랑거리는 바로 자식 자랑이었으니 말이다.

“태범이 코흘리개 때 내가 용돈 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이게 뭔가 싶다.”

배식의 절친한 친구였던 한 명이 태범과의 추억을 늘어놓는다. 여태껏 태범의 안부는 한 번도 묻지 않던 친구였다.

마찬가지로 태범을 전혀 몰랐던 친구들까지 배식을 보면 태범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다들 떨어지는 떡고물은 없나 하는 눈치였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째 아들이 이번에 경영학과 졸업했는데 혹시 그쪽에 취업자리 알아봐 줄 수 없을까? 요즘 TB 금융 투자에서 사람 많이 뽑는다고 하던데.”

“내가 거기에 대해서는 따라 이야기해줄 수 없지. 내가 아들 회사에는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 터라…….”

“아, 그래? 그래도 혹시 시간 나면 한번 말이라도 해줘. 우리 아들이 숫자 계산하는 것만은 기가 막히거든. 어릴 적에 슈퍼에서 돈 계산하면 계산기 사용하는 가게 주인보다 먼저 계산할 정도였다니까. 돈에 대한 감각은 아주 좋은 아이니까 한 번 알아봐 줘.”

“알았어. 시간 나면 말은 해볼게.”

아버지의 여자 동창 한 명이 산을 오르며 옆에 붙더니 자기 아들의 취업 자리를 물어봤다.

아들 자랑을 얼마나 늘어놓는지 배식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혜숙아 자꾸 누가 따라오는 기분 안 들어?”

산의 중반쯤 올라왔을 때 배식은 등 뒤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등 뒤가 사늘한 것이 마치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뒤에? 뒤에 뭐가 있는데. 우리 애들밖에 없는데?”

“아니, 자꾸 누가 쳐다보는 것 같은데.”

“어디서 산 다람쥐가 음식 냄새 맡고 쫓아오는 거겠지. 호호.”

“그런가?”

“그건 그렇고 아까 한 말 꼭 이야! 시간 나면 아들한테 한 번만 이야기해줘.”

“알았다. 알았어. 누가 아들 사랑하는 엄마 아니랄까봐.”

* * *

[가창력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99% 진행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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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100% 진행되었습니다.]

[마이클잭슨 능력]- 가창력(100%)

[아인슈타인 능력]- 물리(100%)-상상력(100%)

[조지 소로스 능력]-공격적 투기(100%)

[레오나르도 다빈치 능력]-미술 감각(100%)-창의성(100%)

[워렌버핏 능력]-시장 통찰력(100%)-기업 분석력(100%)-도전 정신(100%)

[폰 노이만 능력]-수리 이해력(100%)-언어 이해력(100%)-암기력(100%)

[이소룡 능력]-힘(100%)-유연성(100%)

“으아!”

마이클잭슨의 능력인 가창력을 100% 달성했고 한참 고통으로 온몸이 뒤틀리고 있었다.

목의 성대가 변형되는 느낌이 든다.

원래 목소리인 중저음을 고음까지 올릴 수 있도록, 성대가 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가창력 100% 각인을 마친 태범은 그 자리에서 입을 열고는 노래를 불러본다.

“oh~ baby!”

최고의 가수 그리고 가창력.

지금 가수가 되어 TV에 나와도 손색없을 실력이었다.

저음과 고음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음악의 박자에 맞춰 목소리를 공중에 흩뿌렸다.

저음의 목소리는 여자 친구와 와인을 한잔 마셔야 할 것 같은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음을 내를 때에는 거대한 성량이 구성되어 파워풀한 소리가 입안에서 나왔다. 차마 오래 지를 수 없는 것이 방음이 잘된다는 이 집의 벽조차 뚫어버릴 기세였다.

‘이 정도면 바로 앨범을 내도 괜찮겠는데?’

기회가 된다면 가창력을 또 다른 회사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각 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인물의 능력을 얻은 걸 그저 장식용으로만 사용할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 살짝 의무적으로 스캔을 하는 면은 없지 않아 있지만 태범은 최대한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궁리를 하고 있었다.

* * *

“내놓는 펀드마다 완판이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저희에 대한 기대가 큰 거겠죠?”

TB 금융 투자의 주요 펀드 매니저가 한자리에 모인 자리 김태식이 성과 보고와 함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펀드 매니저가 마찬가지였다.

증권사로 규모가 커지다 보니 많은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내놓는 펀드 상품마다 모두 판매가 되고 자산 관리는 줄을 서서 받아야 할 만큼 많이 고객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지점 수를 더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식이 지점을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아직 증권사로써 초장기라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지점을 늘릴 필요는 있었다.

언제까지 멀리 사는 고객이 일일이 여의도에 있는 본사까지 찾아올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고려할 게 있었다.

“무조건 덩치만 기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질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이야 반짝 인기로 기업이 잘 나간다 쳐도 사실 투자에 질이 떨어지면 쌓아뒀던 성과가 다시 금방 무너질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투자에 관련해 높은 질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단지 이름을 이용해 투자 상품을 부문별하게 내놓는 게 아니라 태범이 직접 운영하는 정도의 높은 수준을 가진 투자 상품을 유지하며,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야만 했다.

“그래서 말인데 영업 규모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사업장 내 교육장을 늘리면 어떨까 싶네요.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 교육이 중요할 겁니다.”

태범의 말에 납득이 갔는지 김태식은 고개를 한번 강하게 끄덕이더니 답했다.

“네, 대표님 말씀대로 투자의 질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고객을 좀 못 받을지언정 절대 기대감은 떨어트리면 안 됩니다. 이걸 염두에 두시고 고객의 자산을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과 보고를 하는 자리에는 꼭 태범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그 안에는 경영 철학이 담겨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기업을 가꿔갈지의 방향을 나타냈다.

* * *

샘성 그룹 부회장과의 인연은 생각 외로 많은 파급력을 낳고 있었다.

이전까지 대다수가 일반 고객들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스케일이 커지더니 심심치 않게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 접촉을 시도했다.

지금까지 TB에 주요 고객이었던 백 여사의 수준을 넘어선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됐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바쁘신데 이렇게 직접 찾아 와주시니 고맙네요. 허허.”

“아닙니다. 몸이 불편하신데 건강한 제가 직접 찾아 봬야죠.”

서울 외곽에 위치한 경기도 하남의 거대한 별장 주변을 봐도 이보다 큰 집은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80이 넘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백발의 노인은 말은 느릿하고 어눌했지만 정신만큼은 여전히 사업가다운 냉철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노인은 바로 주영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직을 지냈던 이희현 명예 회장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재벌 순위 10위에 기록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배영 그룹은 주택 건설과 임대 주택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대부분의 주택이 이 기업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 건설업에서는 알아주는 기업이었다.

현재는 나이가 들고 건강 상태가 악화돼 경영일선에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이다. 대다수의 회사 지분도 자식들에게 물려줬고 경영권 또한 첫째 아들에게 건네준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태범을 만난 것은 본인의 돈 관리를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참 젊은 나이에 대단하구려. 마치 어릴 적 정주인 형님을 보는 것만 같네요.”

“정…… 주인이요?”

“한다 그룹 회장 정주인 말이에요. 젊은 시절 나랑 형, 동생 하던 사이였거든요. 허허.”

“아! 그렇습니까?”

“그 형님이 강태범 대표님처럼 사업적 안목이 아주 뛰어났어요. 물론 그 안에는 끈기와 열정이 있었지만 분명한 건 세상을 보는 눈이었죠.”

이희현 명예 회장은 현재 재계 순위 2위인 한다 그룹의 창업주를 비유로 들며 태범을 극찬했다. 태범은 칭찬에 그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나타냈다.

“회장님, 그럼 기존에 가지고 계신 배영 그룹의 지분은 모두 처분하실 생각입니까?”

“그래야죠. 이제는 내 손에서 놔줄 때가 됐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가지고 있어야 혹시 모를 가족 경영권이 위기가 생기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희현 명예 회장은 본인이 배영 그룹에 가지고 있는 모든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그에게는 엄청난 유동자금이 생기는 셈이고 이는 태범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가 배영 그룹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지분을 자식들에게 상속했긴 했으나 여전히 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영향력은 남아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가족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이희현은 전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추억에 빠진 듯 허공을 바라보더니 시골집에서 할아버지가 옛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본인의 거의 모든 인생을 배영 그룹과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배영 그룹과 함께하고 싶을 생각은 없어요. 부모도 언젠가는 자식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본인도 배영 그룹을 완전히 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희현 명예 회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저야 고객이 원하시는 투자 방향대로 해드리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그냥 이 늙은이의 취미라고 봐주셨으면 고마울 것 같네요. 허허…….”

“하하. 어르신 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 아닙니까? 2천억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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