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37화 (137/188)

# 137

태범은 존 스미스 일행을 집무실로 안내하며 자리를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런던대 쪽은 어떻습니까?”

“최근 저희 쪽에도 연락이 많이 왔었죠. 아마도 광고 여파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아, 광고요? 혹시 제가 찍은 광고 보셨어요?”

“캐서린 학생이 알려줘서 인터넷으로 봤습니다. 재미있던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설마 영국에 있는 교수님까지 보실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TB의 광고는 기업을 알리기를 넘어서 영상 소재가 흥미롭다 보니 해외에까지 퍼진 상황이었다.

실제로 유명 영상 사이트에 올린 광고가 천만 뷰를 향해 가고 있었다. 기업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태범의 능력은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소재였다.

“어떤 날에는 연구소에 전화기가 불통이 날 정도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연락이 오더라고요.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개인적으로 전화가 올 때도 있었다니까요? 이거 참…….”

“정말 그랬습니까? 괜히 저 때문에 불편을 끼친 건 아닌지…….”

“그게 왜 태범 씨 잘못이겠습니까? 다 예의 없는 사람들이 잘못이죠.”

존 스미스 교수는 손을 휘저으며 태범의 잘못을 부정했다.

모든 잘못은 특종에 집착하는 언론사에 있었다. 태범의 가족들도 무식하게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고생하고 결국 집까지 이사했는데 영국에 있는 존 스미스 교수 까지 이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하면 직업 정신 하나만큼은 칭찬해줄 만한 사람들이었다.

“교수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앞으로 딥 멀티를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말이죠.”

딥 멀티에 대한 런던 대학을 대표하는 존 스미스 교수 입장을 물었다.

그래도 최소한이 의견 정도는 맞아야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은 중요했다.

존 스미스 교수는 잠시 뜸을 들이며 고민했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뒤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딥 멀티 이 기술이 빨리 세계에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저희만 사용하기 참 아까운 기술이거든요.”

“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너무 폐쇄적으로 가지고 있기는 아깝습니다. 어쩌면 과학의 빠른 진보를 일으킬 기회이기도 하고요. 이 기술이 상업화가 돼서 많이 공유되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속도에 과학 발전이 일어날 겁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 스미스 교수는 딥 멀티를 공동 개발한 개발자 이전에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였다.

그는 단지 손익을 따지는 걸 넘어 과학계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말씀이시군요.”

태범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의 말이 충분히 이해 갔고 그의 과학 발전에 대한 헌신적 마음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존경은 마음으로 끝났다.

태범은 여전히 사업적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까지 떠올리기에는 성급했다.

아직 본인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었고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꼭대기인 머리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지금은 무릎쯤에 와있었다.

무릎의 탄력을 통해 추진력을 얻어야 할 시기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태범을 몸을 앞으로 기울인 뒤 교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교수님 말씀도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좀 더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과학의 발전은 돈과 함께 움직이거든요.”

“아아! 저도 물론 그 점을 배제하자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저는 딥 멀티가 세상에 진보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나의 역사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딥 멀티를 흥행에 일으키면 자연스럽게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추가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사람도 생길 테고 이를 이용해 또 다른 생산물도 나오겠죠.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사업적인 흥행입니다.”

“좋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대표님은 샘성과 기술협약을 받아들이실 계획인지?”

“네, 일단 저는 그럴 계획에 있습니다. 런던 대학 측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태범의 마음은 이미 정해진 상태. 이제 필요한 건 런던 대학 측의 결정뿐 이었다.

“그럼 저도 외부 기업과 협약하는 건 찬성하겠습니다. 사실 런던 대학 측에서도 태범 씨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대한 성과를 빨리 얻고 싶어 하거든요.”

직접 돈과 인력을 투자한 런던대 역시 보상을 원하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존 스미스 교수의 개인적 의견. 아마도 런던대를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학교로 가져올 수익을 원했을 것이다.

아무리 공립 대학이라 할지라도 자선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는 건 당연했다.

“생각이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샘성과 이야기 나누는 걸로?”

“네, 제가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샘성 측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먼 길 오셨는데 오늘 하루는 편히 쉬시죠.”

* * *

오늘 종편 JJBC에서 방영하는 뉴스 인터뷰.

대한민국의 이슈가 되는 인물만 나올 수 있는 인터뷰로 유명 아이돌부터 영화배우, 가수, 정치인, 종교인 등 많은 종류의 인물들이 나왔었다.

그리고 요즘 가장 이슈로 떠오르는 인물인 태범이 이곳을 찾았다.

“기업 투자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주식은 완벽히 예측할 수 없으나 본인이 경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어느 정도는 예측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본하나 없이 태범은 앵커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대답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혹여나 말실수가 나올까 생각을 여러 번 기치며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럼 대표님은 현재 투자를 한다면 무조건 수익을 거둬드릴 자신이 있습니까?”

“투자에서 ‘무조건‘ 은 딱 두부류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과 사기꾼, 정말 신이 돼서 미래를 예측한다면 투자는 100% 성공하겠죠. 하지만 그런 게 아닌데 무조건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사기에 불과합니다. 투자에는 100% 성공이 있을 수 없거든요.”

“그럼 대표님의 투자 성공률은 어느 정도 되시는지.”

“너무 수적으로 표현하긴 좀 그렇고 그냥 이것만 말하겠습니다. 확실히 남들보다는 높은 확률의 투자 성공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신감은 나타냈다. 인터뷰 또한 또 하나의 광고인만큼 자기 PR이 필요했다.

이러한 태범의 답변에 이견이 없는지 엥커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는 건데 대표님은 본업인 투자뿐만 아니라 예술, 과학 분야에까지 많은 재능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네.”

“그런데 지금 20대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 모든 걸 섭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천재적인 기억력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요.”

“물론 좋은 기억력이 도움이 되죠. 근데 가장 중요했던 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얼마나 빨리 깨닫는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재능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죠?”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은 재능이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 부르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릴 겁니다. 그러니 세상을 많이 바라보고 경험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무언가를 새로 도전할 때 너무 주저하지 마시고 용기와 경험을 해본다면 자신이 뭘 잘할지 깨닫게 될 겁니다.”

“좋은 말씀이시군요.”

태범은 일반 사람들이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물론 본인의 방법은 아니었다. 태범은 스캐너 하나로 그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스캐너가 없는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직접 경험해보고 깨닫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이처럼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대표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지금처럼 회사를 위해 일을 할 겁니다. 제가 가진 능력을 사용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사용할 것이고, 앞으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터뷰였다.

* * *

“태범아, 뉴스 잘 봤다.”

“내가 실수한 건 없지?”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태범은 부하 직원이자 친구인 희준과 통화를 했다.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이다 보니 혹시 실수를 했을까. 제3자인 시청자 입장에 있는 희준에게 감상 후기를 물었다.

“깔끔했어. 전혀 문제 될 거 없고. 오히려 반응도 좋았어.”

“아, 그래? 잘됐네.”

“잠깐이지만 이번에도 검색어 1위 찍었더라.”

“하하, 이거 더 바빠지겠는데?”

이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하는 것쯤이야 신기한 일도 아니었다.

연예인들도 사건이나, 이슈가 생겨야만 들까 말까 하는 검색어인데 태범에게는 너무도 쉽게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이 대중들의 관심이었다.

“그러지 말고 좀 쉬면서 하는 건 어때?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괜찮아. 그리고 지금이 최고의 기회인데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잖아? 잘나갈 때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지. 기회야 언제든 만들면 되잖아.”

불알친구라 아플 때도 투덕거리며 장난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진심을 다해 걱정해주고 있었다.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래, 천천히 쉬면서 할게. 그럼 다음에 보자.”

시계의 시침은 12시를 가리켰고 이를 확인한 태범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12시는 태범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자, 의식을 치러야 하는 시간이었다.

폰을 내려놓은 태범은 바로 스캐너를 작동시킨다.

스캐너에서 발산되는 강한 빛이 얼굴에 쏟아졌고 태범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했다.

‘기회? 그래, 희준이 네 말이 맞다. 기회야 언제든 만들 수 있지.’

[가창력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76% 진행되었습니다.]

.

.

[스캔이 77% 진행되었습니다.]

* * *

샘성그룹과 런던대 측의 만남.

앞으로의 계획과 예상결과를 PPT로 만들어 손님인 런던대 연구진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분명 딥 멀티가 이 조그마한 스마트 폰에 들어온다면 가히 혁명이라고 말할 만큼 큰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샘성 측에서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삐삐에서 피처폰 그리고 피처폰에서 스마트 폰으로 통신기기는 매번 획기적인 변화 시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시점을 본인들이 쓰고 싶어 하는 게 샘성의 생각이었다.

시점은 바로 내년,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가 나오는 때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희도 만족할 겁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내년 안에 가능하겠습니까?”

정말 PPT에서 나타난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좋을 터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지 연구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아직 협상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내년까지 샘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바보같이 말만 늘어놓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생각과 계획이 있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딥 멀티의 알고리즘과 현재 사용 중인 데이터만 제공해주신다면 나머지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 가능합니다.”

한동안의 기술 설명을 이어져 갔다.

그리고 런던대 측을 납득시키기 위한 샘성의 노력에 결국 합의는 이뤄졌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도 당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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