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가창력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49%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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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50% 진행되었습니다.]
태범은 요즘 미술에 이어 노래에 심취해 있었다.
헌것보다는 새것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처럼 최근 얻은 능력이 더욱 호기심이 갔다.
노래는 언제 어디서든 입만 열려 있으면 할 수 있었고 태범은 시도 때도 없이 집이든 회사든 흥얼거렸다.
스캔이 끝나기도 무섭게 태범은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Cause I've been feeling down.”
전화를 받은 캐서린에게 태범은 아무런 말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태범 씨야? 뭐야?”
태범의 전화를 받은 캐서린은 난데없이 들리는 노래에 당황하고 있었다.
누가 장난 전화라도 건걸까, 번호를 확인하지만 분명 태범의 번호였다.
그리고 곧 이 목소리가 남자친구 강태범이라는 걸 깨달았다.
태범은 손바닥으로 책상 위 내려쳐 박자를 맞추고 입에서는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면 갈수록 고음이 쭉 뻗어 올라가고 미성과 가성이 더해져 미묘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자아내고 있었다.
태범 원래 목소리가 중저음이라면 인위적인 발성을 통해 어떤 목소리 톤 낼 수 있는 만능의 성대를 갖게 되었다.
“And it said they're dying there.”
목소리의 흔들림이 전혀 없이, 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가고 있다.
태범의 완벽한 영국식 영어 발음이 더해져 눈을 감고 들어본다면 미국의 유명 팝송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실력이었다.
이 노래를 태범이 부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캐서린은 한동안 말없이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태범의 노래에 경청했다.
여자는 청각에 약하다는 말이 있듯 캐서린은 노래를 들으며 태범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버렸다.
"I just wanna give you love.”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드러운 고음과 사랑의 메시지가 캐서린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캐서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있고, 캐서린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태범 씨, 원래 노래를 이렇게 잘 불렀어?”
전화로 들려오는 태범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캐서린은 놀라워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태범에게서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캐서린이 한국에 있을 때, 몇 번 노래방 데이트를 했던 적이 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귀가 쫑긋 세워지는 노래 실력은 아니었다.
“노래 괜찮았어?”
“당연히 괜찮지 난 태범 씨가 노래 틀어놓고 장난치는 줄 알았어. 태범 씨가 부른 것 맞지?”
“당연 내가 불렀지. 노래 괜찮았구나?”
캐서린의 반응을 보니 성공이었다.
태범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주먹을 불끈 쥐고는 기뻐했다.
* * *
“알아보라는 건 알아봤나?”
“네, 확인해본바 딥 멀티에 대한 기술 소유권이 런던 대학에도 절반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지금 그쪽이랑 접촉 중이긴 한데 강태범 대표의 말없이는 잘 움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계속 접촉하면서 동태 파악을 해. 이거 다른 놈들이 채가면 절대 안 되거든.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먼저 손잡아야 하니까 말이야.”
샘성 전자 사장, 김필두.
그가 주도하는 지시 하에 임직원들은 딥 멀티 기술을 손에 얻기 위해 고군분투 움직이고 있었다.
딥 멀티가 선시티에서 사용된 이후 대중에게 공개되면서부터 그의 관심은 오직 딥 멀티에 있었다.
제4차 산업 혁명을 위해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는 이 시점 김필두 사장은 딥 멀티에서 미래 혁신을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의 기술현황과 자사의 기술을 살펴보더라도 딥 멀티 만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질서하고 광범위한 조합이 가능한 언어를 기계가 인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인식한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딥 멀티가 해내고 있으니 김필두 사장 눈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차라리 거대 IT 기업에서 이런 기술이 나왔다 하면 모를까. 인공지능과 전혀 관련 없는 중소 금융 기업에서 개발됐다니 이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의심은 딥 멀티가 TV 광고에도 나옴으로써 모두 사라졌다. 딥 멀티의 존재와 성능에 대한 확신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해졌다.
“이제 10시리즈가 나오는데 시간이 얼마 없어. 수단을 가리지 말고 접촉해야 해.”
김필두 사장이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기술 활용은 1년 뒤 출시 될 자사 스마트 폰에 딥 멀티 기능을 넣는 것이었다.
1년 뒤에 샘성 스마트 폰 10시리즈가 나오는데 1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버전에 사람들이 놀랄만한 기능을 넣는 것이 목표였다.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 폰 시장은 정체기를 겪으며 사실상 혁신적인 기능 향상보다는 약간의 변화만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걸 뒤엎을 기술이 딥 멀티의 알고리즘에 있다고 본 김필두 사장은 어떻게 해서는 이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TB 투자 자문, TB 자산 운용 모두 금융 투자사로 합쳐질 예정이라 하는데 아마 그때까지는 딥 멀티가 상용화되진 않을 거라 합니다.”
“금융 투자 회사?”
“네, 지금 금융 투자 회사 설립을 위해 자본을 끌어오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쪽 TB쪽 관계자한테 직접 말이죠.”
“그래, 사이즈를 늘리려 하겠지. 지금 그 어떤 금융 회사 보다 잘되고 있는 곳 아닌가?”
“그래서 그런데 저희가 그쪽에 투자를 제안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금융 투자 회사 설립 요건을 따지자면 자본은 물론 인적, 물적 자원을 설비하는 데도 큰돈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은 총동원해보고 나한테 다 보고해. 아! 그리고 강태범에 대한 다른 말은 없지? 내가 기사 하나를 봤는데 강태범 대표의 과거 학교 성적 때문에 말 좀 돌아다니던데 혹시 바지 사장은 아닌지 말이야.”
김필두가 눈썹을 찡그리며 태범에 대한 의심의 말을 꺼냈다.
태범의 인기만큼이나 따라오는 의심과 부정적인 시각도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지켜본 바 강태범 대표 그는 분명 엄청난 인재입니다. 처음에 의심도 해봤지만 전혀 오해 살만한 건 없었고 분명 대단한 사람은 틀림없습니다.”
김필두의 말에 그의 부하 직원은 절대 아니라며 의심을 부인했다.
김필두의 지시에 한동안 태범을 스토커처럼 모든 걸 조사하고 다니던 그였다.
처음에는 그저 투자자들 등 처먹는 사기꾼은 아닐까 그 역시 의심을 했었지만 알면 알수록 강태범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 * *
“자, 색감을 보세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확실히 일반 그림과는 다르네요.”
“그럼요! 자세히 보세요. 빨려 들어갈 것 가지 않습니까? 독창적인 색감에 그림의 선마저 아름답게 그어져있죠.”
“이런 그림은 보통 얼마쯤 나갑니까?”
“아직 경매 시장에는 풀리지 않아서 정확히 측정된 가격은 없는데 아마도 이 정도?”
그림을 전시, 판매하는 갤러리의 직원이 고객에게 작품 한 개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는 가격을 물어보는 고객을 향해 손가락 4개를 펴 보였다.
마치 암거래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고객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나 비쌉니까? 전문화가 작품도 아닌데요?”
“하하. 세상에 전문화가가 따로 있습니까? 요즘 예술 작품은 99%가 유명세에서 나오는 가치입니다.”
직원은 세상 물적 모르는 고객에게 웃음을 보였다.
고객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으니 직원은 다시 한번 작품 가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는 말 모릅니까? 지금 이 작품의 작가는 한참 유명해지고 있고, 게다가 작품성도 뛰어납니다. 부족한 곳 하나 없는 인물이죠.
“근데 이 작품 이름이 뭡니까?”
“이 작가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공식 이름은 없지만 우리끼리 부르는 명칭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천재의 눈이요”
“천재의 눈?”
“네, 요즘 이 화가의 작품들을 천재의 눈이라고 부릅니다. 뭐 대단한 의미는 아니고 작가의 눈이 천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하.”
직원의 설명을 들은 고객은 말없이 작품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 것 같은 작품이다.
색의 조합과 선의 뒤섞임이 최면이라도 거는 듯한 느낌을 주며 평소 느끼기 어려운 묘한 감정을 일으키고 있었다.
“네, 4장으로 갑시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가지고만 계셔도 분명 돈이 될 겁니다.”
결국 고객은 작품의 아름다움에 빠져 구매를 결정하고 말았다.
돈 문제를 뛰어넘어, 예술적으로도 작품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그림이었다.
직원은 고객의 탁월한 안목에 칭찬을 건네며 만족을 하고 있었다.
500만 원에서 시작한 작품이 이제는 4000만 원에 거래되는 진귀한 상황이었다.
500만 원에 시작한 이 작품은 바로 태범의 그림이었다.
펀드매니저인 김태식이 태범에게 그림을 건네받고는 판매를 했던 것이 유명 갤러리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림은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사람들이 소장을 하곤 하는데 태범의 인기가 하늘로 솟구치자 그림의 가치도 올라가게 됐다.
* * *
대표님, 엄청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네? 엄청난 소식이요?”
펀드 매니저 김태식이 잔뜩 기대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을 보니 태범 역시 기대가 되는 건 당연했다.
“저번에 대표님이 대놓으신 그림들 있잖아요. 그게 요즘 유명 갤러리에서 팔리고 있답니다.”
“오! 그래요?”
“네, 제가 그때 내놨던 그림에 비하면 지금 가격이 10배 이상은 뛰었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대표님 그림을 찾는다고 난리더라고요.”
“광고로 홍보가 돼서 그런 건가요? 프리미엄이 재대로 붙었나 보네요.”
“네, 광고에서 그리신 그림 때문에 지금 대표님 그림이 재평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기존에 미술시장에 나온 대표님의 작품들 모두 자취를 감췄고요.”
김태식은 흥분된 말투와 몸짓으로 태범의 작품 시장 현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김태식은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그때 괜히 내놨다.’
첫 번째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태범의 그림을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다.
가장 먼저 태범의 그림을 시장에 내놓은 사람도 본인이었고 태범을 대신에 작품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중 한 개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그 가격은 자그마치 수 천만 원은 했을 테니 말이다.
웬만한 직장인들의 연봉 수준이었다.
‘그럼 회사에 걸려 있는 저 작품은 얼마나 할까?’
두 번째는 회사 곳곳에 걸려있는 태범 작품에 대한 생각이었다.
미술시장에 내놓은 작품 외에도, 태범의 작품이 로비, 사무실, 심지어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에까지 걸려있었다.
세상에 이보다 비싼 사무실 벽이 있을까? 어쩌다 보니 벽 한 개에 수 천만 원의 작품이 매달려 있는 진귀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거의 사무실 벽에 금칠을 한격이었다.
김태식은 이런 상황에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이거 직업을 화가라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모르겠네요. 제가 내놓은 그 그림들 한 작품 만드는데 하루도 안 걸린 거거든요. 그런데 그 정도 가치면 이 일 때려치우고 그림만 그려도 될 판이네요.”
태범은 이 사태에 대해 웃으며 장난삼아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손으로 만지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한다는 마이더스의 손처럼 태범의 손을 거치면 모든 게 엄청난 가치를 띄고 있었다.
그저 장난으로 그린 그림마저 수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이는 생각보다 판이 커지고 있다는 걸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후대에 본인의 작품이 한 점에 수천억씩 거래될지 생각이나 했을까. 태범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내놓은 결과물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