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상상력를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89%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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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90% 진행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상력도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었다.
단순한 생각조차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드는 능력, 이는 태범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었다.
가끔은 미친놈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살짝 괴짜가 된 면도 있었다.
모두가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끝났어, 태범 씨.”
“끝장내고 왔어?”
“응.”
태범은 캐서린과 의미심장한 대화를 하며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는 스캔과 캐서린의 전화통화가 한 세트라도 된 것처럼 스캔을 마치고 영국의 캐서린에게 전화를 거는 건 습관이 돼 있었다.
“그럼 이제 끝까지 들고 가는 거네?”
“응, 이제 모든 건 내 책임이지.”
“잘했어. 사실 난 캐서린 네가 끝까지 가길 원했거든.”
“정말?”
“응, 혹시나 판단할 때 방해될까 말 안 했는데 속으로는 비시지 북에 안 팔길 바랬지.”
결국 캐서린을 포함한 스낵 피쳐의 경영진들은 비시지 북에 제안을 거절하고 기업을 계속 경영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들이 거절한 금액은 자그마치 한국 돈 3,000억 정도의 수준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비시지 북 역시 취미 생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시가총액이 500조나 되는 기업을 일궜으니 무섭게 성장하는 스낵 피쳐의 큰 금액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로써 태범의 스낵 피처 투자는 성공이 입증된 셈이었다.
비시지 북의 인수가로 따지면 태범이 사모 펀드를 통해 투자했을 시점보다 가치가 10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캐서린, 끝까지 잘해 봐. 내가 항상 옆에서 도와줄게.”
* * *
“사장님, TV에서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연예인이랑 같이 서 계신데 연예인 못지않게 멋지시더라고요. 호호.”
태범이 점심때 자주 이용하는 한식 식당의 서빙 아주머니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항상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시던 아주머니였지만 이번에 태범이 TV 출연을 한 것을 보고는 신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근데 아주머니도 그 프로그램 보세요?”
“아니! 그게 아니고 그쪽 직원이 사장님 나온다고 채널을 돌려 달라기에 돌려서 같이 봤죠.”
“아. 저희 직원 때문에 봤었나 보네요.”
“밑에 사람들 잘 두셨나 봐요. 사장님이 나온다고 그렇게 꼼꼼히 찾아보기도 하니..”
“네. 뭐 다 괜찮은 직원들이죠.”
태범이 방송에 출연하는 날 저녁, 회사 직원 대부분이 천재시대를 지켜봤었다.
일반 인터뷰도 아니고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예능이기에 태범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충분했으니 말이다.
“아주머니! 저희 대표님한테 사인 받아 놓으시죠?”
태범의 옆에 앉아 있던 효준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호호. 그래도 될까요?”
“에이, 무슨 저한테 사인입니까. 연예인도 아니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장난으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정말 아주머니는 종이 한 장과 펜을 들고 오더니 태범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저 웃음만 나오는 상황, 태범은 종이 위에 멋지게 펜을 휘날렸다.
“아이고, 고마워요.”
사인 한 장으로 저리 행복할 수 있을까, 아주머니의 미소에 태범 마저 기뻤다.
‘인기가 나쁘지 만은 않네.’
방송을 통한 인기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언덕 위에서 공을 굴리면 가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태범을 통해 회사가 점점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기를 빠르게 굴릴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 회사를 알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광고를요?”
“네, 지금이 가장 적기인 것 같아서. 지금 처럼요.”
태범은 TV를 손으로 가리켰다.
마침 금융 회사 광고가 식당 내 TV에서 나오고 있었다. 국민 개그맨이 CM송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근데 굳이 광고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광고가 없어도 대표님 인기로 알아서 광고가 되고 있는데요?”
효준은 광고를 내는 게 별로 내키지 않는 듯했다.
이미 충분히 태범의 천재적 이미지가 광고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회사의 재무를 담당하는 효준은 현재 광고비가 허튼 곳에 사용되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회사의 네임밸류라는 게 있잖아.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들도 여전히 광고는 나가고 있잖아요. 원래 가치라는 건 끝을 알 수 없는 거예요.”
하지만 태범은 효준의 의견에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태범은 오히려 여기서 끝내는 게 아니라 인기를 통해 추진력을 얻어 기업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태범의 게임은 아직 끝나긴 일렀다.
“그럼 대표님이 원하시는 광고 모델 있으세요?”
태범과 효준의 대화를 옆에서 유심히 듣던 펀드 매니저 강설희가 질문을 건넸다.
“이미지 괜찮은 연예인을 써야겠죠?”
금융 기업의 광고 모델이라면 대부분 젠틀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배우가 많이 기용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배우, 국민 개그맨과 같이 ‘국민’ 이라는 호칭이 붙은 연예인들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대표님이 모델을 하세요. 그러면 되겠네요.”
“제가요?”
“네,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대표가 직접 출현해서 잘된 광고도 많아요.”
효준은 마지못해 광고하는 걸 받아들이며 대신 광고 모델은 태범에게 직접 하길 권했다.
태범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막 대한민국 천재로 불리기 시작하는데 굳이 모델을 따로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모델비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요. 굳이 비싼 돈 줘가며 연예인들 모델로 세울 필요는 없겠네요.”
효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효준 역시 기분이 풀렸는지 굳었던 표정에 미소가 보였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태범은 계속 광고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어떤 광고의 모습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지 말이다.
“저한테 좋은 광고 아이디어가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그렇게 고민 도중 번뜩 아이디어가 생각나자 태범은 숟가락을 밥 위에 뚝 꽂아놓고는, 말을 했다.
“네? 어떤 거죠?”
“세상을 그리는 거요.”
태범의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어서 태범의 설명이 있자, 대부분이 납득하며 태범의 아이디어를 지지했다.
* * *
“이렇게 찾아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영업팀의 장해준 팀장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TB 투자 자문의 윤희성 이사입니다.”
종로에 있는 한 광고 대행사. ‘와라콤’
TV나 인터넷, 오프라인 광고 등 다양한 기업 광고를 맡고 있던 광고 대행사였다.
유명 대기업의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기업광고를 맡아왔다. 최근 유명 대부업체의 광고 영상을 제작하며 중독성 있는 CM송으로 이슈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능력만은 알아주는 광고 대행사였으니 기업 광고를 의논하기 위해 태범을 대신해 윤희성이 찾아간 것이었다.
“사무실이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창의성으로 먹고 살다 보니 그러네요.”
희성은 와라콤의 사무실을 보고는 감탄했다.
사무실의 벽면이 마치 알록달록한 레고로 만들어진 벽을 보는 듯했고 한쪽에는 반쯤 누울 수 있는 소파형 의자가 있다,
게다가 천장의 조명은 계란껍질 모양의 둥근 모양으로 나무에 달린 포도처럼 송골송골 달려있다.
확실히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보다는 사람의 창의성을 자극시킬만한 분위기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희성은 장해준 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로 된 조그마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요즘 안 그래도 대한민국 기업 중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아닙니까?”
“네, 그렇긴 하죠.”
“처음에 그쪽에서 광고를 원한다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안 그래도 한 번쯤 뵙고 싶었거든요.”
자리에 앉자 장해준 팀장은 태범의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물론 영업용 멘트겠지만 그의 말대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직원으로서 희성은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아. 그래요? 이렇게 인연이 돼서 다행이네요.”
“네, 이렇게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요즘 대중들이 TB의 대표님한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럴 때가 가장 광고하기가 좋은 시기이거든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이야기가 좀 있었거든요. 안 그래도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광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요. 오히려 잘못됐다가 이미지만 실추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도 많이 나왔던 말이었다.
광고 효과가 정말 있을지 아니면 광고비용만 날리게 되는 건 아닐지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해준 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한다고 제 생각에는 지금이 적기 인 것 같은데요? 오히려 인기가 가장 많을 때 광고를 내야 그 시너지를 받는 거지. 안 그럴 때 광고를 내면 그냥 아무 의식 없이 넘겨지는 광고만 될 뿐이에요.”
“음…… 저희 대표님이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아. 그러셨나요?”
“네, 사실 저희 쪽에서도 광고하는 걸 염려하는 사람이 있긴 했는데, 저희 대표님도 팀장님이랑 같은 생각이라…… 어쩔 수 없이 광고는 하는 걸로 됐죠.”
“오! 강태범 대표님이 잘 알고 계셨네요. 역시 시장을 읽을 줄 아시네요.”
장해준 팀장은 태범이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광고 시장을 보는 안목에 대해 칭찬을 했다.
“그럼 광고는 어떤 식으로 하실지 구상해 두신 거라도?”
광고는 광고주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의견을 묻는 건 광고 제작의 시작이었다.
“사실 저희 대표님이 생각해둔 광고 이미지가 있거든요.”
“아? 그러세요.”
“좀 희한하긴 한데 들으시면 분명 깜짝 놀랄걸요?”
“그럼 한 번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네,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희성은 태범에게 들은 광고의 모습을 장해준 팀장에게 늘어놓았다.
태범이 생각한 광고는 이러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금융의 도시인 여의도를 전체를 태범이 나와 그려내는 것이다.
예전 세상에 신기한 일이에서 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헬기를 타고 여의도 상공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를 넓은 캠퍼스 위에 그려 놓으며 마지막에 문구가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을 담는 기업, TB 투자 자문’
두 번째는 딥 멀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광고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딥 멀티가 투자 자문에 사용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단순한 금융 기업이 아닌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
이는 태범이 지시한 명령을 딥 멀티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구가 나타날 것이다.
'미래를 만드는 기업, TB 투자 자문'
둘 다 태범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광고였다.
많은 사람이 태범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이 천재성 때문이었고 당연히 이 관심사를 이용하는 것이 광고에 있어 최대 효과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다.
“오!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장해준 팀장은 고개를 크게 흔들며 희성의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 그런 식으로 광고 영상을 계획해 볼까요. 오랜만에 재밌는 작품 하나 나올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