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27화 (127/188)

# 127

MC 전현민의 멘트가 있고 나서 문제가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났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맞춤형 문제였다.

연예인마다 주어진 문제가 있는데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 권한은 문제의 주인공에게 주어진다.

가장 먼저 외국인 출연진인 브라이언의 문제였다.

[하나의 선을 그어 식이 옳도록 만드세요]

[단! 등호를 바꾸면 안 된다.]

[19-18=18]

첫 번째 문제는 창의력과 관련된 문제였다.

분명 숫자로 이뤄진 하나의 공식이긴 하나, 이를 계산문제로 보는 게 아닌 모형문제와 가까운 조합의 문제로 봐야 했다.

‘쉽네.’

다빈치의 창의성과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으로 태범은 보자마자 머릿속에 정답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치고 싶었지만 처음 정답을 외칠 권한은 문제의 주인인 브라이언에게 있었다.

정답을 알고 있는 태범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이는 답을 알고 있는 자의 여유였다.

다른 연예인들은 여전히 문제 풀기에 바빠 펜을 붙잡고 선을 열심히 긋고 있었다.

문제 푸는 것 외에도 연예인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태범 씨, 아시겠어요?”

여유를 부리는 부리던 태범이 전현민의 눈에 들어왔다.

“네…… 뭐 저는 알 것 같은데요.”

“정말요?”

태범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며. 열심히 문제를 풀던 연예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는 태범을 바라봤다.

“정말 벌써 푸셨다고요?”

“네, 간단한 문제인데요?”

태범의 솔직한 대답에 다들 놀라는 눈치 태범의 옆자리에 있던 배우 하진석은 슬쩍 태범의 필기 보드를 살펴본다.

하지만 필기 보드를 본들 얻어갈 건 없을 것이다. 태범은 펜 뚜껑조차 열지 않았으니 필기 보드 위에는 조그마한 점 하나조차 없었다.

“자. 시간 지났습니다. 브라이언 씨 정답 적어주시죠.”

문제 풀이 시간이 모두 지나가고, PD는 브라이언에게 정답을 요구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포기합니다.”

브라이언은 결국 정답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이제 모든 답을 외칠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돌아갔다.

태범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정답을 외쳤다.

“네, 강태범 씨 풀어보세요.”

“18 사이에 가로로 한 줄 그으면 10/10 아닙니까? 그럼 1이 되겠죠. 그렇다면 공식은 19-1=18 로 바뀌겠죠.”

“아! 맞네.”

“에이 뭐야, 이걸 왜 생각 못 했지?”

태범이 정답을 이야기하자 연예인들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정답을 알고 보면 쉬운 문제였다.

알고 보면 사소하고 쉬워 보일지 몰라도 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태범의 아이디어 역시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 것이 많았으며 이 모든 것이 창의성을 통해 발휘된 것이었다.

다들 놀라움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이 다음 PD는 다음 문제를 알렸다.

“다음 문제는 전현민 씨의 문제입니다.“

화면에 여러 개의 주사위가 일직선으로 나열돼 있는 그림이 나타났다.

주사위의 눈은 계속 변화하며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사위는 물음표(?)로 되어있어, 이에 알맞은 주사위 눈을 맞추는 문제였다.

문제가 뜨자 연예인들은 화면 속 주사위를 뚫어지라 살피며 펜으로 필기 보드 위에 체크를 하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아니! 뭐야?’

그와 다르게 이번에도 역시 태범에게 펜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게다가 문제를 본 태범은 스스로에게 놀라워했다.

척하면 척이었다. 문제를 보고 정말 1초가 지났을까? 곧장 답이 떠오른 것이다.

굳이 정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붙잡고 애를 쓰지 않더라도 그냥 사람이 자연스럽게 숨을 쉬고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처럼 답이 떠올랐다.

“태범 씨, 설마 이번에도?”

전현민은 본인의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태범에게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문제를 푼 지 얼마나 됐다고 펜을 놓고는 태범을 보며 물었다.

“네, 이번에도 알 것 같네요.”

“저기! 브라인언 씨, 입 좀 다물어요. 파리 들어가요!”

브라이언이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리고 있자, 전현민이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가리키며 농담 삼아 이야기를 꺼냈다.

“입이 안 다물어져요. 어떻게 해요!”

역시 연예인들 아니랄까봐 감정 표현도 재미있게 했다.

“와. 도대체 뭐지.”

“아! 알겠다.”

시간이 지나고 가수 태민은 정답을 알겠는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나머지는 여전히 펜을 들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 시간 됐습니다. 전현민 씨, 정답 말해주세요.”

“정답은 5입니다!”

PD의 물음에 전현민이 답을 외쳤다.

“왜 5가 나왔죠? 풀이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음…… 그게. 요로케…… 요로케…… 하면 맞지 않나요?”

전현민은 미소를 머금고는 허공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려낸다.

“그게 뭐예요!”

“아니, 요렇게 해서 요렇게.”

“땡!”

정답과 상관없이 손을 움직이며 장난을 치던 전현민에게 PD는 과감히 땡을 외쳤다.

PD에게 땡 소리를 들은 전현민은 실실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강태범 씨, 정답 말씀해보시죠.”

“네, 주사위의 윗부분의 눈이 1,2,3,4,5,6 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를 계산해보면 끝부분 눈은 3이 나옵니다.”

“강태범 씨, 정답입니다.”

태범의 깔끔한 설명에 PD는 정답을 외쳤다.

“와. 미쳤다. 정말.”

“뭐야, 뭐야?”

태범이 다시 한번 정답을 맞추자 예능인들답게 온갖 말과 몸동작으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어떻게 정답을 이렇게 빨리 떠올리셨어요?”

전현민은 태범의 머릿속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떻게 머리를 굴렸기에 정답이 바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음…… 그게 말이죠.”

전현민의 질문에 태범은 잠시 뜸을 들였다.

정답을 어떻게 떠올렸는지 설명하는 건 이번 문제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생각의 과정을 천천히 설명할 수 있겠지만 태범에게는 그 과정이 아주 짧았다.

과정이 아예 없다고 할 정도로 답이 자동으로 떠오를 뿐이었다.

“그냥 생각하니 답이 나오던데요.”

결국 태범은 생각나는 그대로 질문에 답해줬다.

“그냥 생각했다고요?”

“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태범의 답변이 충격적이었을까, 연예인들의 놀라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1+1을 계산할 때 감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 거랑 비슷한 거로 보시면 돼요.”

“저 문제가 1+1 이라고요?”

“지금 제 생각의 과정을 비유하자면 그렇죠.”

“하하.”

연예인들은 태범의 답변이 허탈하면서도 어이없었고 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있었다.

“잠깐 쉬고 하겠습니다.”

녹화 도중 PD가 쉬는 시간을 알렸다.

TV에 방송되는 것과 다르게 실제 녹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체력을 위해서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되자 연예인들은 녹화장을 벗어나 각자 볼일을 보고 있었다.

태범도 녹화 도중 참았던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태범 씨, 대단하시네요.”

오줌을 누는 도중 옆 소변기에 배우 하진석이 오더니 말을 걸어왔다.

TV에서만 보던 유명 배우와 같이 오줌을 누다니 참 신기한 상황이었다.

“태범 씨, 미리 정답을 보고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니죠?”

“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 되게 맞추시니까. 그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푼다는 게 제 머리로 도통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하하. 여기서는 게스트한테 정답도 알려주고 그럽니까?”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태범은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며 다시 한번 말해줬다.

“아까 한 말 그대로입니다. 무슨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풀었을 뿐이에요.”

“아! 그렇군요. 역시 괜히 천재라 불리시는 게 아니었네요.”

하진석은 별 소득 없는 질문에 아쉬워하며 손을 툴툴 털더니 다시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녹화가 재개되었다,

“태범 씨, 준비됐나요?”

“전 언제든 준비됐습니다.”

PD는 게스트인 태범에게 확인 사인을 받고서야 녹화를 시작했다.

“저희가 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잠시 쉬는 시간 동안 고민을 해봤거든요.”

대본에 없던 PD의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우리 게스트가 문제를 너무 빨리 풀다 보니까, 녹화할 게 없을 것 같아서 난이도를 좀 올려봤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생각해둔 문제 여유분이 몇 개는 있거든요.”

“오. PD님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보는데요? 이제야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셨네요.”

전현민이 깐죽거리며 PD를 자극했다. 이것 또한 방송의 재미였다.

PD는 전현민의 깐죽이는 게 익숙한지 별 대꾸 없이 받아들였다.

“자! 그럼 강태범 씨를 위해 특별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별 문제라 하니 다들 기대하는 눈치. 태범 역시 기대하며 문제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곧 태범의 문제가 화면에 나타났다.

[도형을 통해 알맞은 숫자를 유추하시오.]

4개의 사격형 안에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점이 찍혀 있었다.

‘특별 문제라고?’

문제를 보자마자, 태범은 PD의 말이 허풍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속으로 웃고 말았다.

태범이 기대한 건 정말 컴퓨터 암호 해독 수준의 어려운 문제를 기대했건만 이것 또한 1초짜리 문제였다.

이쯤 돼서 태범은 천재시대의 문제의 난이도가 예전보다 하락한 건지 아니면 본인이 똑똑해서 그런 건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저기…… 정답.”

태범의 외침에 PD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

이제는 출연진이고 제작이고 할 것 없이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다.

특별 문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태범은 너무도 빠르게 정답을 외쳐버렸다.

“정답 2748 아닌가요?”

“풀이까지 말씀해주시죠?”

풀이 요청에 태범은 테이블 옆에 놓인 칠판 앞에 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렇게 도형 안에 있는 점을 피해 선을 그려보면 45도 휘어진 숫자가 나타납니다.”

이번에도 사실 문제는 간단했다. 단지 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생각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할 뿐이었다.

도형 안에 점을 수적인 패턴으로만 봤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했겠지만 태범은 한 가지를 보더라도 다양한 사고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쉽게 풀 수 있었다.

이는 여러 천재적 인물들이 태범의 몸 안에 깃들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한곳에 모여 동시에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면 여기에서 내는 문제쯤이야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여기서 태범에게 풀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초유에 상황에 천재시대는 여태껏 없었던 룰을 바꿨다.

게스트인 태범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기로 하고 다른 고정 출연진들만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래야만 방송 시간이 확보되고 그러지 않으면 방송에 내보낼 영상도 없을 정도였다.

태범의 특별 문제를 푼 이후 태범은 그저 연예인들의 쇼를 감상하며 녹화를 즐겼다.

* * *

녹화가 끝나고 출연진과 게스트가 모두 떠난 자리.

제작진들은 녹화장에 남아 이번 촬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보낼 건 많이 없어도 분명 대박이야 대박!”

PD는 본인의 촉으로 이번 방송이 대성공이라는 걸 예측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방송물을 마신 PD의 촉이었다.

분명 시청자들은 강태범의 능력을 보고 놀라움을 느낄 게 분명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워 한만큼 시청자들도 분명 같은 감정을 가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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