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이번에도 또! 강태범 대표의 끝없는 성공.]
[딥 러닝 개발에 이어 무한 충전 배터리까지.]
[대한민국의 천재 강태범 그의 끝은 어디인가?]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인물. 강태범.]
태범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았다.
딥 러닝의 일종인 딥 멀티 개발에 이어 선시티의 리튬 이온 배터리의 영구적 기능까지 모두 성공으로 결과를 내놓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미국의 앨론머스크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강태범이었다.
태범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해버리니 일반 사람 입장에서 믿기 어려운 능력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밌는 말들도 나왔다.
[강태범, 사실은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다.]
[한 사람이 저걸 다 했을 일은 없다. 저 사람에게 분명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천재 아니면 사기꾼이겠지. 난 사기꾼에 손!]
바로 음모론이다.
태범이 사실은 나사의 비밀 직원이라는 둥 혹은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라는 말까지,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생각해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 또한 하나의 관심의 결과이니 태범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태범의 능력에 대한 신비함을 입증해주는 셈이니 말이다.
* * *
“대표님, 여기는 대검찰청 차장검사님 부인되시는 장 여사님.”
“반갑습니다.”
“여기는 한성 식품 사장님 부인되시는 류 여사님. 여기는 우성 그룹 회장님 따님 되시는 박 여사님.”
태범의 사무실에 여사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만 자그마치 4명이 와있었다.
어쩜 하나같이 보석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목이며 귀, 팔, 손가락 등 많은 부위에서 보석의 반짝임이 비춰지고 있었다.
중세 시대 귀부인들의 사교 모임이라도 보는 듯 그녀들은 하나같이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남편을 두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백 여사가 있었다.
모두가 백 여사의 성공적인 투자를 보고선 흥미가 생겨 이 자리에 온 것으로 보였다.
이제는 굳이 투자자를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투자자가 직접 태범에게 찾아와 부탁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백 여사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요즘 그렇게 돈을 잘 불리신다면서요?”
장 여사가 태범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요즘 다들 대표님 이야기만 한다니까요.”
태범이 장 여사의 말에 대답을 하려는 찰나에 박 여사가 말을 끼어든다.
“백 여사님이 여기에 투자하고 돈을 많이 불렸다고 들었어요. 혹시 또 사모 펀드를 추가 운영할 생각은 없어요?”
분명 태범에게 온 질문이었지만 대답할 틈도 없이 여사님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모든 말을 듣고서야 태범은 겨우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펀드는 계속 추가될 겁니다.”
“여기 있는 여사님들 무조건 대표님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할 거예요. 그러니까 잘 좀 봐주세요.”
“네, 백 여사님이 부탁하시니, 잘 신경 써드려야죠.”
“혹시 일하다가 문제 생기면 여기 여사님들한테 도움을 청하셔도 돼요. 대한민국에 웬만한 곳은 저희가 다 꿰뚫고 있거든요.”
사회 권력층의 부인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의 숨겨진 힘이었다.
이렇게 태범의 인맥은 빠르게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직간접적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까지 태범의 인맥이 닿고 있었으니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큰 지원군을 얻는 셈이었다.
태범에게 금융 투자 회사 설립이라는 목표가 한걸음 다가온 시점이었다.
금융 투자 회사는 투자 매매, 투자 중개, 집합 투자, 투자 일임, 투자 자문, 신탁까지 금융에 관한 대부분 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이다.
태범은 최종적으로 거대한 금융 기업을 이루고 싶어 했다.
돈을 굴리는 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범에게 권한만 주워진다면 돈을 쓸어 담을 자신이 있었다.
* * *
“여기가 혹시 강태범 대표님 어머니 맞으시죠?”
“누구시죠?”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선 태범의 어머니를 누군가 애타게 불렀다.
“네, 와이TV라는 방송사에서 나왔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야기 좀 가능할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바빠서.”
“짧은 시간이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시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장보러 가는 길이라 시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요즘 따라 태범 뿐만 아니라 가족을 취재하기 위해 집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특히나 태범이 천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많았고 이를 교육에서 찾으려 했다.
당연히 그러다 보니 가정교육의 시작점은 태범의 부모님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과도한 요청에 어머니도 피곤해진 상황이었다.
“정말 잠깐이라도 안 되겠습니까? 시간은 크게 안 잡아먹을 겁니다. 인터뷰만 조금 해주시면…….”
“죄송합니다. 지금은 정말 시간이 안 돼서 그런 거니까, 연락을 먼저 주시고 시간을 맞춰 오시면 그때 제가 인터뷰를 해드릴게요.”
끈질기게 달라붙어 인터뷰를 요청하는 와이TV 관계자에게 어머니는 정중히 미안함을 나타내며 거절하며 가던 길을 걸었다.
“지독하다. 지독해. 강태범이가 지 엄마를 닮았나 보네. 무슨 장보러 가는 게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길을 가려던 찰나 등 뒤에서 뒷담화에 가까운 말들이 귀에 정확히 들려왔다.
어머니는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와이TV 관계자들에게 따지듯 물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아니, 지금 뭐라고 하셨잖아요.”
어머니의 항의에 와이TV 관계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에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다음부터 사람 욕을 하려면 앞에서 하세요. 그렇게 뒤에서 하지 마시고.”
시간을 되돌려 확인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싸우면 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어머니는 억한 감정을 꾹 누르며 충고 한마디를 건네고 다시 갈 길을 걸었다.
* * *
“대표님, 어떻게 하죠. 방송사, 언론사 심지어 대학까지 이곳저곳에서 난리입니다.”
태범의 비서직을 맡고 있는 강은미가 태범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소식을 알렸다.
강은미는 이번 선시티의 신기술 개발 성공 이후 새로 뽑은 직원이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 사실 태범과 나이로 치면 큰 누나뻘은 되는 나이었다.
대학도 비서학과를 나와 졸업 후 줄곧 비서 생활을 했던 그녀는 비서직을 수행하는데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태범은 스케줄을 혼자 관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옆에서 도와줄 손길이 필요했다.
관심과 인기를 나타내듯 인터뷰와 방송 출연 그리고 강연까지 수많은 러브콜이 태범에게 쏟아졌고 이걸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그리고 이제 태범에 대한 러브콜은 모두 강은미가 책임지고 있었다.
“음……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방송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큰일도 지나갔겠다 슬슬 대중들에게 나서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을 것 같았다.
괜히 조용히 지내려다가 헛소문만 생기고 사람들의 추측만 늘어날 뿐이다.
태범은 사람들에게 본인을 알리고자 했다.
“네, 너무 폐쇄적으로 있는 것보다는 방송 출연도 하시고 대중 앞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인기가 많아지면 회사 이름도 유명해질 테고요.”
강은미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디 방송사에서 연락 왔는데요?”
“다 말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어려운데 일단 주요 지상파 방송사는 모두 제안이 들어왔고요. 종편에서도 많이 들어왔어요. 대부분 방송 주제가 대표님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싶다고…….”
“혹시 와이TV도 있나요?”
“와이TV…… 아! 네 있었어요.”
“거기는 빼세요. 제 본집까지 찾아와서 저희 부모님을 그렇게 괴롭혔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좀 해달라고 매일 온다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와이TV라는 말에 태범은 인상을 쓰며 손을 저었다.
얼마 전 어머니가 하소연에 가까운 말을 하도록 만든 방송사였다.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침해하려 하니 좋게 보이지 않았다.
“네, 그럼 와이TV는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그럼 나머지 중에 어디를 출연해야 좋을까요?”
“아무래도 좀 점잖은 곳이 났지 않을까요? 뉴스 데스크나, 아니면 경제 시사 같은 곳에 나오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강은미의 태범은 잠시 턱을 괴며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곳은 너무 재미없어요. 뭐 질문하고 답변하고, 인터뷰 식으로 뻔한 방송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럼 예능이라도 나가시려고요?”
“예능! 나쁘지 않죠.”
“대표님, 근데 그런 자리는 품격에 안 맞지 않을까요? 괜히 예능 같은 곳 잘못하다가 이상한 말도 나올 수 있거든요.”
“아니요. 오히려 그런 게 대중한테 더 먹힐 수 있어요. 꼭 대표라고 넥타이 매고 의자에 앉아 재미없이 이야기만 해야 하나요?”
창의적인 능력 때문인지 태범은 틀에 얽매인 것보다 좀 더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예능이 마음에 들었다.
딱딱한 분위기에서 뻔한 말을 지겹다.
태범은 즐기면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그럼 거기 어떠세요. 천재시대라고 채널Q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태범이 강하게 거절하자, 다시 한 번 생각한 강은미가 프로그램 하나를 추천했다.
‘천재시대.’
태범도 잘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고정 MC와 일반 게스트들이 섞여 퀴즈를 푸는 방송으로 시청자들도 같이 문제를 풀어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러한 방송이었다.
대화도 예능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천재’ 라는 키워드는 태범과 아주 딱 맞았다.
“거기서 섭외가 들어왔다고요?”
“네, 몇 번이나 묻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이 예능이 그나마 대표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쪽에다가 연락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하나윤 작가.
그녀를 또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때 분명 SBO 방송국에서 세상에 신기한 일이를 맡고 있었는데, 채널Q의 ‘천재시대’ 작가로 태범의 사무실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아니, SBO에서 이쪽으로 이직하신 거예요?”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참 이것도 우연이네요.”
“그러게요. 다시 한번 대표님 방송 출연을 맡게 되다니 영광이네요.”
몇 번 본 얼굴이라 그런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게다가 태범의 기억은 또렷한 편이기 때문에 한번 본 얼굴이라 할지라도 많이 만나본 사람처럼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혹시 천재시대가 무슨 프로그램인지 아세요?”
“네, 대학 다닐 때 자주 봤었습니다. 그냥 이야기 나누고 문제 풀고 그런 거 아닙니까?”
“네, 맞아요. 잘 아시네요.”
“제가 한때는 TV에 빠져 살아서 모르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죠.”
스캐너의 기능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공부와 거리가 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보지 않았던 방송이 없을 정도였었으니 천재시대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데요. 대표님을 못 믿는 건 아니고요, 저희가 개인 맞춤형 문제를 내는 게 있는데 그거 때문에 테스트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거든요.”
하나윤 작가가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종이 뭉치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데, 아마도 문제가 담긴 종이로 보였다.
“문제지 인가요?”
“네, 저희 프로그램에서 방송됐던 문제들이에요.”
작가로부터 종이를 건네받은 태범은 옆에 있던 볼펜 하나를 똑딱이며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수리, 언어, 지각력, 난센스 등의 각종 각색의 문제들이 담겨있었다.
“문제가 쉬운데요? 난이도 낮은 것만 골라오셨나 봐요?”
태범은 들었던 볼펜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굳이 볼펜이 필요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한번 눈으로 흘겨봤을 뿐인데 정답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주로 첫 번째 문제에 내는 최하위 난이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하나윤 작가의 표정이 전혀 그렇지 않다.
“네? 따로 난이도를 구별해서 가져온 건 아닌데요?”
“이거 답 좀 맞춰 봐도 돼요?”
“아, 네!”
태범이 예전에 봤던 프로그램의 문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쉬웠다.
이는 문제가 바뀐 것이 아닌 태범의 능력 향상이 일으킨 하나의 착각이었다.
문제는 그대로지만 태범의 눈이 높아진 것이다.
답을 확인하는 하나윤 작가도 태범의 문제 풀이실력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