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16화 (116/188)

# 116

[물리를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99% 진행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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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100% 진행되었습니다.]

“으!”

지식의 파도가 온몸을 뒤덮고 있다.

1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아인슈타인의 물리 지식 100%가 몸을 통해 머리로 전해졌다.

육체는 고통스럽지만 머릿속은 묘한 기분이다.

다른 능력과는 다르게 지식의 스캔은 확연한 감각으로 느껴졌다. 몇 초 만에 수십 년간의 경험과 정보가 모두 채워지는 기분.

사람이 죽기 전 일생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떠오른다고 하던데 어쩌면 이와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말 뇌가 과부하에 걸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그 지식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100% 완전함을 스캔하는데 나오는 짜릿한 고통을 겪으며 태범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이를 견뎌냈다. 눈물과 침이 베갯잇에 흥건히 젖었다.

그렇게 고통과 처절한 씨름을 하고 통증이 가실 때쯤 이었다.

‘근데 스캐너는 어떤 원리로 내게 능력을 주는 것이지?’

물리에 대한 지식이 생긴 탓일까? 고통이 육체를 괴롭히는 와중에 궁금증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무리 강력한 고통이라 할지라도 지식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은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태범이 궁금한 건 스캐너의 작동원리였다.

스캐너는 어떻게 사진 한 장으로 인물의 능력을 분석하는 것이며 이를 육체에 스캔시켜 주는 것일까? 게다가 이 강력한 통증은 어디서 발생하는 건가.

분명 같은 우주에 있으니 스캐너 역시 같은 물리 법칙으로 작동할 텐데 아인슈타인의 지식과 지금껏 얻은 능력으로는 이 미스터리한 문제의 정답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단지 깨달은 거라곤 이 세상에는 아직 알 수 없는 미지의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 스캐너부터가 그러하다.

하지만 태범은 모르는 것에 대해 좌절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깨달을 게 많다는 이야기이다. 아직 세상에는 발견하지 못한 보물 상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의미니 말이다.

태범은 본인이 가진 능력이라면 세상에 숨은 미지의 보물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 * *

TB 샛별 펀드의 수익률이 현재 500%를 뛰어넘고 있는 상황. 아직 현금화가 되지 않았지만 펀드가 소유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보자면 약 5배 이상이 뛰었다.

태범은 엄청난 도박에 성공한 셈이었다.

거액의 금액을 신생 기업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보면 물론 도박에 가깝다. 애초에 모 아니면 도를 걸고 투자한 거니 말이다.

하지만 그 도박에서 일어나는 확률조차 태범은 계산해내고만 것이다.

천재적인 인물들의 능력을 합하자 기업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어려운 도박과 같은 게임을 이겨낸 것이 너무나 짜릿했다.

태범은 두려울 게 없었다.

한 번의 성공은 또 다른 시작의 추진력을 더 해준다.

태범의 회사는 TB 샛별 펀드에 이어 또 다른 사모 펀드를 추가 운용에 나섰다.

그리고 오늘 그 시작을 알리는 태범의 지침을 듣기 위해 펀드 매니저들이 대표실에 모였다.

“TB 미래 펀드는 샛별 펀드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좀 더 안정적인 사모 펀드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선호에 맞춘 것이니 투자 리스크도 샛별 펀드보다는 낮게 잡으셔서 운용하셔야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태범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매니저들은 태범의 지침 사항을 수첩에 적으면서 열심히 들었다.

“기업 본인 시장에 안정은 됐으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꾀하는 기업을 노려야 합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절반씩 두고 투자 목록을 만들어 나가셨으면 합니다.”

투자는 안정과 리스크 사이를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정말 본인이 배짱과 확신이 있다면 리스크를 감수해도 되지만 그러하지 못하면 안정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투자는 항상 합리적으로 이뤄져야만 하기 때문에 그저 무지한 감정으로 투자를 했다가는 쪽박 쓰기 일쑤이다.

새롭게 발행되는 펀드는 배짱은 없으나 태범의 능력을 신뢰하는 고객을 위한 펀드였다.

한쪽 발은 ‘안정’에 걸치고 다른 발은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물론 한쪽 발이 고정된 이상 모험을 떠나는 발은 멀리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펀드 매니저들은 두 발의 폭 사이를 잘 조절해 가며 수익을 내야만 한다.

이것이 다음 태범과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자신감 없게 행동하지는 마세요. 투자에는 언제나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니까요.”

“네.”

태범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지만, 사실 안정과 도전 사이에 걸친 투자는 애매모호했다. 이를 개념화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단지 태범의 뉘앙스만 몸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음…… 그리고.”

태범이 길어지는 말에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였다. 누군가 대표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일이 생겼습니다!”

급한 발걸음으로 대표실에 들어온 펀드 매니저 김태식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초조한 모습이었다. 분명 심상치 않은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드디어 올게 온 건가?

지금까지 큰 고비 없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는데 한 번쯤은 고비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게 지금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네, 무슨 일이에요?”

“선시티에 투자 예정이었던 우림 자동차가 투자 계획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왜 투자를 취소한다고 그럽니까?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그게 비슷한 배터리 기술이 중국 기업인 샹챠이에서 개발, 제작됐다는 말 때문에 우림 자동차 투자가 취소된 모양입니다.”

“샹차이요? 도대체 얼마나 비슷한 기술이기에 그런 답니까?”

“일단 자세한 건 파악이 되지 않는데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연구 진행 중이던 태양 에너지 저장 장치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 것 같다고 합니다.”

“핵심 기술이요?”

“네, 일단은 전해진 바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선시티의 주요 기업 활동은 친환경 에너지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며 그중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장치의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었다.

태양이 지구로 전해지는 에너지는 1초 동안 1,000개의 수소 폭탄이 터지는 에너지만큼의 강한 에너지가 쏟아지는 셈이며 지구의 모든 것은 이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를 잘만 이용한다면 기업의 성장 역시 끝없는 길을 걸을 수가 있다.

이것이 선시티가 가고하자는 미래였고 그들은 태양을 기술에 담으려 했다.

밤낮이 있는 지구의 특성상 태양 에너지는 낮에만 사용할 수 있다. 밤에는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낮에 흡수해둔 태양 에너지를 저장해야만 하는데 이게 바로 핵심 포인트이자 친환경 배터리의 핵심이었다.

이 배터리 기술에 선시티가 모든 걸 걸고 있는 상황에 비슷한 기술이 중국 기업에 나왔다는 건 큰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대형 자본을 지닌 중국 기업에 자칫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선시티에 주주인 TB 샛별 펀드도 무사하지 못한다.

TB 샛별 펀드가 선시티에 200억을 투자해 비상장 주식인 지분 10%를 가진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선시티의 하락이 곧 TB 샛별 펀드의 하락을 말한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태범은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강하게 내려놓고는 톤을 높이며 물었다.

“기술이 유출이라도 됐다는 겁니까?”

“추측이긴 하나 아마도 그렇다고 합니다. 선시티에서 퇴사한 연구원이 있는데 그 연구원이 샹차이에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알았어요. 바로 선시티 대표랑 만나봐야겠네요.”

일은 지체할 필요가 없다. 태범은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회의는 여기서 마치고 펀드 매니저들은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대표실에 홀로 남은 태범은 그대로 선시티 대표의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우림 자동차로부터 투자가 무산됐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저희 기술이 샹차이에 유출이 된 것 같습니다.”

선시티의 대표 양효철의 목소리는 수분 하나 없이 메마른 목구멍에서 나오는 걸걸한 목소리처럼 들렸다.

원래 이런 목소리가 아니었는데 목소리가 다 쉬어 희미한 바람 소리만 겨우 나오고 있다.

“저도 대충은 이야기 들었는데 그쪽 연구원이 샹차이로 기술을 유출한 것 같다면서요?”

“사실 확실한 건 아닙니다. 근데 모든 정황상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하필 그 연구원이 샹차이로 이직했고 빼앗긴 기술의 핵심 연구를 맡았던 직원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당연히 의심되지 않습니까?”

“하…… 그렇긴 하네요.”

태범은 한숨을 쉬며 당황스러움을 표했지만 사실 기술 유출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 내 기술과 심지어 국가적 핵심 기술까지 여러 나라로 유출되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중국, 미국 할 것 없이 기업, 국가 간 기술 전쟁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특히나 동종 기업의 기술을 빼오기 위해 돈으로 직원을 매수하는 일도 있었으니 무기만 안 들었지 사실상 강도랑 다름없는 짓까지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게 태범이 투자한 기업에서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매주 복권 당첨자는 나타나지만 본인은 되지 않는 것처럼 이 또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일이 현실이 되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하필 핵심 기술을 빼앗기는 바람에…….”

“도대체 어떤 기술 때문에 그러는 거죠? 저희 직원에게 들어보니 에너지저장 기술이라던데.”

“자세한 말씀은 전화로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네요. 만나서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대면이 필요한 대화인 것 같다. 태범은 선시티 양효철 태표의 대답에 바로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이미 일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일만 생각해야만 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태범에게 있었으니 오직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했다.

태범은 즉시 대표실을 나서며 선시티 대표가 있는 구로동 연구소로 향했다.

* * *

선시티의 연구소 직원 안내로 양효철 대표가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 복도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태양광 패널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5층 끝 조그마한 철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그곳에는 패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태양광 기계 장치가 널려있었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컴퓨터로 뭔가를 작업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업장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유리문 하나가 있었다. 투명한 유리문 사이에 양효철 대표가 보였다.

“일찍 오셨군요.”

태범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효철 대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급하게 왔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말도 마십쇼. 저도 어이가 없어서…….”

말 하는 양 대표 얼굴에는 온갖 근심걱정이 가득한 표정이 묻어있었다. 딱 얼굴만 봐도 현 상황에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기술이 샹차이 측으로 넘어간 겁니까?”

“리튬 이온 전지에 관한 상당수의 정보가 넘어간 것 같습니다. 샹차이 측에서는 이미 제작뿐만 아니라 시판에까지 나설 준비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기술을 도둑맞았다는 증거는 없는 거죠?”

태범의 질문에 양 대표는 고개를 기울이더니 인상을 팍! 쓰며 답했다.

“하…… 아쉽게도 아직은 의심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중국 기업이다보니 이걸 문제를 삼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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