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
[IQ 156…… TB 자산 운용의 강태범 대표 멘사 회원이 돼.]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천재 투자자이자, TB 자산 운용 대표인 강태범 씨의 IQ가 공개되어 화제이다.
……테스트 결과 모든 문제를 맞혀서 멘사에서 측정 가능한 IQ 최대치인 156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능 상위 2%, IQ 148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멘사 입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멘사 측에 따르면 강태범 대표는 10분도 채 안 된 8분 안에 모든 문제를 풀었고 오답 또한 없었다고 전했다.
└ 저 사람의 능력의 끝은 어딘가.
└ 저 테스트 가지고는 강태범의 지능을 측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쉽게 문제를 풀고 IQ 156이라면 실제로는 IQ는 그 이상이겠죠. 궁금하네요.
└ 난 IQ 100인데 ㅋㅋㅋ
태범의 능력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등을 긁어주는 기사였다.
아쉬운 게 있다면 등을 긁다가 만 것처럼 김빠지는 테스트였다는 것이다.
멘사에서 진행하는 테스트만으로 태범의 지능을 완전히 측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 최고점인 IQ 156을 찍었고 사실 그 이상으로 보이지만 이를 측정하긴 어려웠다.
초고도 비만인 사람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운데?”
“그만큼 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는 거지.”
대표실에서 기사를 읽고 있는 태범은 친구 희준과 단둘이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도 또 홍보 좀 되겠는데. 흐흐.”
“근데 좀 아쉽긴 하다. IQ가 하필 156밖에 측정이 안 되냐. 그 이상으로 나오는 테스트해 보면 IQ 200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좀 그렇긴 해…… IQ 156. 뭔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기에는 아쉽단 말이지.”
태범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 156이라는 숫자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은 IQ였다.
요즘 연예인들도 너도나도 TV에 나와 140, 150이라고 하니 성에 차는 점수가 아니었다. 정말 희준의 말대로 200이면 한눈에 봐도 천재라는 게 직관적으로 느껴질 텐데 말이다.
“태범아 그러지 말고 저번에 방송에서 했던 암기로 도시 그림 그리는 거 또 해보면 어때? 그때는 많이 못 그렸잖아. 이번에는 서울 전체를 싹 다 돌아서 그려보는 거지.”
“노노! 한 번 했던 건 재미없을걸. 그것보다 세계적으로 한 번 놀아 볼 생각이야.”
“세계적으로? 뭐 하려고?”
“있어. 그런 게.”
“참…….”
태범의 궁금케 하는 말에 희준은 피식 싱거운 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앞으로 가까이 내밀고는 물었다.
“매번 태범이 널 보며 궁금한 건데 언제 이렇게 갑자기 똑똑해 진 거야? 고딩 때는 우리랑 다를 바 없었는데…….”
“또 그 이야기냐. 전에도 말해줬잖아.”
“아니. 만날 네 이야기만 하면 궁금해져서 그래.”
“그냥 열심히 하다가 내 재능을 깨달은 거지. 이게 다야.”
요즘 태범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냈던 친구들은 태범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태범의 능력을 그저 노력으로 바라봤지만 보면 볼수록 믿기 어려워하고 있다.
“너 무슨 벼락 맞은 거 아니지?”
“벼락?”
“TV 같은데 보면 벼락 맞고 천재 된 사람들 나오고 그러잖아. 너도 혹시 그런 거 아닌가 싶어서.”
“무슨 내가 번개맨이냐. 벼락 맞고 살아있게.”
이야기의 끝은 항상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애초의 태범의 능력에 대한 존재를 깨닫기 위해서는 이 허무맹랑하고 미스터리한 말 이외에는 설명이 안 됐으니 말이다.
[4년 전 진주에 이어 경북 문경에 운석이 떨어져.]
“운석이 떨어졌다고?”
“뭐가?”
태범이 본인의 기사를 읽고 난 뒤 오른쪽 메뉴에 보이는 다른 기사가 눈에 띄었다.
원래 인터넷이라는 게 하다 보면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짓을 하고 있는 본인을 보기 마련 태범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끄는 제목의 기사에 눈이 돌아간 것이다.
“아니, 이번에 문성에 운석 떨어졌데.”
“진짜? 요즘 운석이 왜 이렇게 자주 떨어진대?”
희준도 모니터 속 태범이 클릭한 기사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냥 어쩌다 보니 떨어진 거겠지. 그건 그렇고 또 저거 가지고 난리 치겠네.”
“진주에 운석 떨어졌을 때 그 소유권 때문에 싸웠잖아. 정부랑.”
우주에서 날라 온 운석은 어마어마한 잠재 가치를 지닌 광물이다.
그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희귀한 물질인 경우는 연구용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우주에서 날아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의미를 부여받아 가치를 인정받곤 한다.
그러니 가격은 천정부지. 오죽하면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라 부를까.
이러한 값비싼 운석이 떨어지면 정부, 땅 주인, 습득한 소유자간의 소유권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평생을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니 그저 흥미로 바라볼 뿐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운석에 대해 잡담을 나누던 태범은 심지어 이를 일에 빗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저런 운석을 찾고 있는 셈이지. 그저 돌멩이처럼 보이는 광물이 사실은 값비싼 운석인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동네 구멍가게가 사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될 수 있으니까.”
“이미 찾았잖아? 스낵 피쳐랑 선시티. 요즘 그 둘 기업 성장세가 아주 대단하던데.”
“오. 잘 아네? 스낵 피쳐랑 선시티가 우리에겐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지. 이제 이걸 돈으로 회수할 일만 남았는데…….”
투자의 끝은 통장에 찍힌 돈으로 나타난다. 운석을 줍든 이를 팔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투자 기업도 마찬가지다. 통장에 돈이 찍히지 않는 이상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태범이 네가 선택하는데 앞으로 잘 되겠지. 항상 투자 타이밍만큼은 완전 굿이었잖아.”
“그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만 일어나지 않으면 계획대로 이뤄질 거야.”
만족스러운 기사 내용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가지고 태범과 희준을 컴퓨터 앞에서 일어났다.
곧 있으면 딥멀티에 대한 성과 보고가 있을 것이다.
태범은 대표실을 나서며 밑에 있는 투자 자문 사무실로 향했다.
* * *
투자 자문이 요청이 늘어나는 시점
딥멀티(Deepmulti)는 직원들의 생산성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딥멀티를 사용한 후 고객의 만족도가 20% 증가했으며 업무 효율은 약 50%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태범의 밑에서 투자자문을 총괄하는 윤희성은 이번 딥멀티를 통한 성과를 PPT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빔은 성과를 한눈에 알기 쉽도록 그래프와 인포 그래픽을 비추고 있었고 태범과 관련 직원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발표를 지켜봤다.
“엄청난 수치네요. 개발한 보람이 있어요.”
태범은 이번 성과를 보며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단지 투자를 뛰어넘어 기술적인 부분까지 못 하는 게 없으니 본인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가장 큰 공은 스캐너에게 있겠지만 이미 스캐너와 자신은 한 몸이라 생각하는 태범에게 본인의 칭찬이 곧 스캐너에 대한 칭찬이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늘어나는 걸 가정한다면 자문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추가적으로 서버를 증량시키고 직원들을 더 뽑아야 할 때가 온 거군요.”
“네, 딥멀티를 지금 인원만 사용하는 건 큰 자원 낭비라 생각합니다.”
“오케이! 아예 자문 공장을 세워 버리죠.”
자문이나 관리를 맡아준다는 건 고객보다 대상 분야에서 뛰어는 능력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문사의 능력에 따라 자문의 수준과 성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보완할 프로그램이 생겼으니 과거보다는 자문사의 직접적인 역할이 약화됐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컴퓨터가 해주니 말이다.
태범은 이 점을 고려하여 투자 자문사의 숫자를 크게 늘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
마치 물건을 자동으로 찍어내는 공장처럼, 투자 관리, 자문 역시 빠르고 다량으로 업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럼 추가 채용에 들어갈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요즘 청년 실업이다 뭐다 해서 힘들어하던데 저희라도 대한민국에 한몫해야죠.”
나라에 본인의 능력을 기여한다는 생각에 태범의 자긍심은 하늘을 찔렀다.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실업률만 줄여 준 것만으로 충분히 보람된 일이었다.
“그럼 채용 계획 짜서 서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성공을 알리는 윤희성의 성과 보고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회사의 성과와 앞으로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발표였다.
태범 뿐만 아니라 회사에 소속되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직원들 역시 같은 미래를 기대하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가 즐거운 표정에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발표하느라 수고한 희성을 격려하기 위해 태범은 그에게 다가갔다.
“희성 씨, 수고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게 대표님 덕분입니다. 저는 그냥 밥상에 수저만 얹은 꼴이 됐네요.”
“밥상을 찾는 것도 능력이죠. 잘하셨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한데 그래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해주시면 충분히 열심히 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태범의 칭찬에 희성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격려와 칭찬은 아무 돈 들이지 않고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였다.
사내에 아무리 좋은 복지 시설이 있다고 한들 사람 간의 관계가 기업 복지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가고 싶은 기업, 신의 직장, 꿈의 직장, 태범은 본인의 회사에 이러한 호칭이 붙도록 노력할 생각이었다.
* * *
모든 것이 어긋남 하나 없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스캐너의 능력은 태범이 떠올리는 모든 계획과 생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명예를 가지고 부자가 되겠다는 태범의 목적은 점점 가까워졌고 현실이 됐다.
그리고 오늘 태범이 꿈꾸던 목적 하나가 눈앞에서 이뤄졌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태범이 차를 몰고 들어간 곳은 강남에 있는 고급 빌라였다. 그리고 주차장에 들어서는 태범의 차를 경비원이 가로막고 있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여기에 이사 왔거든요?”
태범의 말에 진지하던 경비원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아?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자동차 번호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외부에서 온 줄 알았네요.”
“여기는 번호도 등록해야 하나요?”
“네, 외부인 출입이 엄격한 곳이라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사 와서 잘 몰랐네요. 집 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게요.”
“아! 네네.”
경비원의 태도는 소초를 지키는 군인처럼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내부 사람에게는 깍듯했다.
고급 빌라라 그런지 벌써부터 주차부터가 깐깐하다. 태범은 주차를 하고 13층에 있는 새집으로 올라갔다.
삑. 삑. 삑.
도어키를 누르고 입장. 대리석 바닥으로 이뤄진 현관을 지나고 풋살을 해도 될 정도의 넓은 거실이 나타났다.
물론 여기서 공놀이를 했다가는 밑에서 당장이라도 올라오겠지만 꿈을 이뤘다는 흥분감에 태범은 소심하게 까치발을 들고는 거실을 가로지르며 뛰어봤다.
“으흐흐.”
마치 정신 나간 바보처럼 웃음을 지어본다. 너무도 기쁠 때 나오는 가식 하나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방 3개에 화장실은 2개다. 어릴 적 화장실 두 개인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잘 사는 집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본인의 집이 그러했다.
유치한 판단 기준이지만 태범에거는 작은 로망이 담겨있었다.
‘이제 여기가 내 집이다.’
집안을 한참 둘러보던 태범은 65인치 OLED TV 앞에 놓인 소가죽 소파에 덩그러니 누웠다. 그리고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몸의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키며 생각에 빠졌다.
‘2년에 이 정도면…….’
이곳은 2년 정도의 기간을 걸쳐 일궈낸 태범의 보금자리였다.
단, 2년이다. 스캐너를 사용 한 기간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일어난 변화였다.
2년에 강남 고급 빌라면 10년 후면 대저택이나 언덕 위에 성 한 채 정도는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