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12화 (112/188)

# 112

“네, 알고 보니 인터넷상에서 유명하시더라고요. TV 출연도 하셨고, 여러 가지 만능으로 잘하는 청년입니다.”

“그래요? 뭘 잘하시는데요?”

“본업인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부터 시작해 한번 본건 모두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 능력으로 TV에도 나왔답니다.”

홍보수석은 태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번 참가자들의 신상정보를 청와대에서 꿰고 있겠지만 이렇게 관심 있게 태범을 바라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허. 이거 영화 속 주인공 아닙니까?”

대통령의 면전에서 칭찬을 받다니 영광이었다.

태범은 가벼운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다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겁니까? 혹시 초능력자라도 되십니까?”

“하하하하.”

사실 별 웃긴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농담에 청년 대표들과 청와대 관계자 모두가 웃고 있다.

친구가 저런 농담을 했다면 정색을 했겠지만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지휘가 섞인 농담은 부조화를 이뤄서 그런지 웃음이 나왔다.

“여기 있는 대한민국 천재 청년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허허허.”

태범은 대통령에게 직접 지목을 받으며 기대를 주었다.

편한 마음으로 온 청와대에서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미 태범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태범의 질문이 끝나고 청년 대표들은 기다린 듯이 본인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경제 대책 회의라곤 하지만 사실 청년 사업가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간담회에 가까웠다.

* * *

“어? 저기 어제 태범이 간데 아니야?”

다음날 8시 뉴스에 방송되고 있는 ‘경제 대책 회의’ 식사를 하던 아버지는 혹시 태범이 나올까. 눈을 크게 뜨며 TV 속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은 청년 창업자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여보! TV에 태범이 나온다!”

아버지는 태범의 등장을 큰소리로 어머니에게 알렸다. 잠시 큰 방에 들어가 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TV 앞으로 다가왔다.

“어디? 어디?”

“저기. 뒤에 봐봐.”

많은 청년들 사이에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 부모님은 자기 자식을 단번에 알아봤다.

“어머. 청와대에서 아들이 나오네!”

어머니는 청와대 안에 있는 태범을 대견스럽게 바라봤다. 방송 출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껏 나왔던 방송과는 느껴지는 차원이 달랐다.

[어허. 이거 영화 속 주인공 아닙니까?]

단체 사진에서 사람 찾기 수준으로 작게 나오던 태범이 갑자기 TV 화면에 탁! 하고 크게 나타났다.

그러고는 대통령이 태범을 향해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물론 장난이 섞인 말투였지만 이는 국민들 앞에서 태범을 칭찬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뭐야. 뭐야. 저거 태범이한테 한 말이야?”

대통령과 태범이 대화를 하는 장면에 어머니는 놀랐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TV에서 아들이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보니 흥분되어 몸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꼬던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뉴스 특성상 영상은 짧게 지나갔지만 임팩트는 강했다.

TV 속 태범을 본 부모님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보, 제대로 봤지? 태범이 나오는 거.”

“청와대 갔다더니 진짜네.”

“그럼 진짜지! 거짓말했겠어?”

“아니, 난 저렇게 대통령하고 가깝게 대화할 줄은 몰랐지. 누구 자식인지 몰라도 참 대단해요?”

“내 자식이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뉴스에 나온 태범을 보고는 한동안 자식의 소유권(?)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이제는 어디 가서 태범이 자기 자식이라고 자랑하고 싶을 만큼 부모님에게 태범은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태인아! 태인아! 이리와 바.”

한동안 어머니와 장난을 치던 아버지는 방에 있는 태인이를 거실로 불러냈다.

“왜?”

“네 형 방금 뉴스에 나온 거 알아?”

“뉴스에? 왜? 무슨 사고 쳤어?”

“아니, 이번에 청와대 갔잖아. 그게 뉴스에 나왔더라.”

“잘됐네.”

흥분된 아버지와는 다르게 태인이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형이 뉴스에 나온 건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태인아, 뉴스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지?”

“응, 다시 볼 수야 있지.”

“그럼 태범이 나온 장면 컴퓨터로 찍어서 아빠한테 보내줄 수 있어?”

“어디 뉴스에 나온 건데?”

“SBO 8시 뉴스에.”

“그니까 8시 언제? 8시는 아닐 거 아니야.”

“방금 전에 나왔어. 10분 전쯤에?”

“알았어. 인터넷에 바로 안 올라오니까. 좀 기다려야 할 거야. 아빠 핸드폰으로 보내주면 되지?”

태인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버지의 부탁을 받아들이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옆에 있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거 찍어서 뭐하려고?”

“응?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올려야지.”

아버지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항상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올라가 돌기둥을 배경 삼아 찍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는 태범의 사진이 예약된 셈이었다.

* * *

“대표님, 뉴스에서 잘 봤습니다. 이제 대통령까지 인정한 사람이 되신 거네요?”

“에이. 그냥 하는 말이겠죠.”

투자 자문과 관련해 영업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대표실로 들어온 윤희성은 TV에 나온 태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직원들 역시 태범의 청와대 방문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TV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태범 역시 본인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저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간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대통령에게 본인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게 되었다.

“누가 대통령에게 그런 칭찬을 들어보겠어요. 그리고 뉴스에 카메라 제대로 받으셨던데 청와대에서 원샷 탁! 하고 나왔을 때 소름 끼쳤다니까요.”

“무슨 귀신 본 것도 아니고 그게 뭐 소름 끼칠 정도라고.”

“아니요. 뒤에 청와대 봉황 문양이 있고 그 앞에서 대표님이 대통령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 팔에 닭살이 돋더라고요. 괜히 저까지 뿌듯해지던데요.”

희성은 자신의 팔을 비비며 그 당시 소름 끼쳤던 감정을 표현했고 태범은 그 모습에 웃음을 내뿜었다.

희성의 반응이 이렇게 좋으니 청와대에 간 게 분명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저 카메라 빨 괜찮았나요? 요즘 피곤해서 그런지 피부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음…… 나쁘지는 않으셨던 것 같아요.”

“말 머뭇거리는 거 보니까, 아닌 거 같은데요?”

“사실 얼굴은 자세히 못 봤고 그냥 대표님이 대통령하고 같이 나와서 놀랐던 거밖에 없는 거 같아요.”

윤희성은 솔직하게 말하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표님! 대표님이 항상 어딘가 얼굴을 비출 때마다 저희 고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출연하는 거 꽤 좋은 방법 같습니다.”

“광고보다 차라리 이렇게 TV에 나오는 게 나은 것 같죠?”

“그렇죠. 저희가 돈을 다루는 회사인 만큼 대표님의 천재 이미지 그 자체가 저는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모두 이미지에 담겨있었다. 브랜드 가치라고 기업들이 봉사나 후원을 하면서 돈을 쓰며 이미지를 키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지가 곧 수익 창출의 원동력이니 말이다.

그러니 기업 대표인 태범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었다.

“이거 잘하면 자문 수익이 펀드 수익을 따라잡겠는데요?”

“대표님이 개발하고 있는 그 프로그램만 잘 된다면 이거 완벽할 것 같습니다.”

“그건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완성될 겁니다.”

“정말 기대되네요. 인공 지능이라니…….”

“하하. 기대하셔도 좋긴 한데 영화에서 나오는 인공 지능이라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냥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 프로그램이 도와주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어쨌든 대표님이 직접 개발하셨다니 기대됩니다.”

* * *

“이거 완전 대박 아니야? 사용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

사무실은 펀드 매니저들은 연신 대박을 외치고 있었다.

대박의 대상은 스낵 피쳐. 투자 이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영국 10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던 사용자가 이제는 성인까지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놓였다.

사진이나 글을 한번 사용하면 없어지는 일회성 메시지가 SNS의 트렌드를 잘 저격한 걸로 보였다.

아무래도 많은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다 보니 사람들은 단발성에 휘발성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날이 갈수록 스낵 피쳐의 잠재 가치가 끝없이 상승하는 상황. 투자했던 금액에 10배 아니, 많으면 100배 이상까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 대표님이 대어를 잡은 것 같은데?”

펀드 매니저 김태식은 동료 직원 강설희가 가져다 준 투자 기업 최신 자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에 비시지 북(BISAGE BOOK)에 노린 다는 소문도 있어.”

강설희는 이야기에 소문을 더하며 대화를 나눴다.

“응. 들었어. 같은 업종인데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지.”

“비시지 북에서 인수하면 엄청 대박일 텐데…….”

“그렇긴 한데 스낵 피처에서 회사를 그냥 줄까? 거기 경영진만 3명이라서 아마도 쉽지는 않을 걸?”

비시지 북은 미국 하버드 학생이 창업해 만든 거대 글로벌 SNS 기업이었다.

그저 대학생의 손에서 장난으로 시작해 현재는 기업가치만 400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기업이 돼버렸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비시지 북의 창업자는 대학생에서 세계 재벌이 되고 기업은 애들 장난에서 글로벌 기업이 돼버렸다.

지금의 추세라면 스낵 피쳐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을 거로 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로 태범은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껴안은 셈이었다. 투자자들은 더 할 말도 없다. 그들은 재벌이 될 테니 말이다.

“그중 한 명이 대표님 여자 친구지?”

“응, 본인 여자 친구 밀어주느라 투자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 봐봐 이렇게 성공하고 있잖아.”

“그렇긴 하네. 만약 스낵 피쳐가 실패라도 했어 봐. 대표님 욕 엄청 먹었을걸.”

회사에서 직장 상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만큼이나 재밌는 건 없다. 직원들은 요즘 이슈로 떠오르는 태범을 대화에 자주 거론하곤 했다.

게다가 태범이 가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생기니 쳇바퀴 돌 듯 일하며 지겨운 일과를 보내는 직원들에게 태범에게 일어난 신기한 일은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

[물리를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69%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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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70% 진행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 능력]- 물리(70%)

[조지 소로스 능력]-공격적 투기(100%)

[레오나르도 다빈치 능력]-미술 감각(100%)-창의성(100%)

[워렌버핏 능력]-시장 통찰력(100%)-기업 분석력(100%)-도전 정신(100%)

[폰 노이만 능력]-수리 이해력(100%)-언어 이해력(100%)-암기력(100%)

[이소룡 능력]-힘(100%)-유연성(100%)

오늘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광전 효과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이 받을 수 있었던 그 지식이다.

물론 과거의 지식이라 새로운 지식은 아니지만 이를 다른 지식으로 만드는 건 태범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그저 고물 로봇의 번쩍거리는 눈을 보고 딥 러닝에 대한 중요 알고리즘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지식에는 깊이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중요도에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슨 고급 용어가 들어간 지식이라도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길바닥에 지다가는 벌레 한 마리를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는 지식의 질보다는 이를 어떻게 본인만의 지식으로 재창조하는가가 중요한 시대였다.

“으아~”

스캔을 마친 태범은 컴퓨터 뒤에 있는 침대에 철퍼덕 하고 누웠다.

생생한 아이디어가 피곤에 쪄든 몸을 타고 느껴진다.

태범의 육체는 비록 침대에 누워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머릿속만큼은 그 누구보다 위대한 일을 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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