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09화 (109/188)

# 109

[물리를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58%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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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59% 진행되었습니다.]

지식을 직접 습득하면서 능력을 사용하는데 한층 편해졌다.

이제는 기존 능력을 통해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얻어지니 사실 이보다 꿀이 있을까.

게다가 지금 얻고 있는 물리는 대부분 학문에 기초가 되어줌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태범이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부터 시작해 물리와 전혀 관련성 없어 보이는 경제마저 사실 물리 법칙이 작용했다.

물리는 우리 생활과 비롯해 모든 학문에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기존의 지식을 향상시켜주는 조미료 같은 역할이었다.

‘이러다가 나 노벨상이라도 타는 거 아니야?’

스캔을 마친 태범은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며 자아도취의 감정을 만끽했다.

능력의 한계는 예측할 수 없었다.

1+1=2가 아닌 3혹은 4가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스캐너의 능력이었다.

개별적인 능력은 서로를 보완해주며 능력을 증폭시키고, 이는 상상 이상의 결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앞으로 돌아올 결과 역시 상상 이상이 될 거라 믿었다.

* * *

“자. 오늘 점심은 스페셜 입니다!”

점심시간 태범은 술 대신 물 잔을 들고는 직원들 앞에서 한마디 했다.

오늘 직원들의 식사는 평소와 다른 고급 한우 식당에서 이뤄졌다.

점심부터 웬 고기냐 싶겠지만 이는 회사가 이룬 성과에 대한 하나의 이벤트였다.

TB 샛별 펀드가 투자했던 선시티가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냈고 이에 따른 주가의 상승으로 사모 펀드는 커다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태범의 사모 펀드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회사의 즉각적인 반응에 직원들은 즐거워하며 동기부여를 받고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희가 운용하는 사모 펀드가 예상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특별한 식사는 이를 축하하기 위한 식사이니 마음껏들 드세요.”

태범의 말이 끝나고 조용한 식당은 박수 소리로 넘쳐났다.

혹시나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태범은 손을 까닥이며 박수와 환호를 멈춰 세웠다.

그러자 이제는 박수가 아닌 말로서 태범의 말에 호응을 더했다.

가장 먼저 태범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효준이 입을 뗐다.

“대표님, 이대로만 간다면 금융 투자 회사 설립도 금방일 겁니다.”

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이효준 팀장은 기업의 미래를 돈을 통해 예측하고 있었다.

태범과 같이 효준은 회계사 출신답게 돈으로 미래를 보는 눈은 뛰어난 편이었으니 앞으로 금융 투자 회사로 변신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닌 걸로 보였다.

금융 투자 회사는 모든 금융업을 도맡아 하는 회사로 우리가 흔히 하는 XX증권과 같은 기업을 말했다.

최저 자본만 500억에 설립을 위한 각종 요건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태범에게는 큰 어려움은 아니다. 그저 스캐너의 능력만 있다면 말이다.

태범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네, 다들 지금처럼 열심히만 해준다면 그까짓 것 금방일 겁니다.”

태범의 말에 직원들은 모두 수긍했다.

남이 하면 그저 사기를 불어 넣기 위한 헛바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태범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말로만 지껄이는 게 아닌 태범은 실제 행동으로 나타냈다.

모든 일이 잘 돼 가는 상황에 모두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다들 새하얀 마블링이 낀 소고기를 굽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표정이었다.

왁자지껄 모두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 태범과 효준 역시 대화를 나눴다.

“고기 봐라. 죽이네.”

“팀장님은 평소 집에서 이런 고기 자주 먹지 않았어요?”

“와. 제가 금수저라고 그런 생각 하신 거예요?”

“질문이 좀 그랬나?”

“사실 저희 집 식탁에 이런 고기는 매일 올라오긴 했죠. 하하.”

개인적인 공간이었다면 서로 말을 편하게 하겠지만 직원들이 한곳에 모인 회식인 만큼 회사 내 안정을 위해 존댓말을 써야만 했다.

하지만 존댓말이라 할지라도 서로 충분히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편안하게 대했다.

가끔은 본인도 모르게 직원들 모인 곳에서 반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으니 그만큼 효준과 태범은 가까운 사이가 돼 있었다.

“아! 대표님, 런던 대학이랑 협업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요즘 어때요?”

효준은 런던 대학과 공동 개발에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물었다.

태범이 존 스미스 교수와 약속 이후 다행히 좋은 결과로 답변이 돌아와 지금은 런던 대학에서 태범의 자료를 통해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단지 시간만 조금 걸릴 거예요.”

“정말 그게 있으면 저희도 대표님처럼 투자할 수 있는 건가요?”

“그걸 직접 사용해보고 느껴보세요. 앞으로 기대해요. 이게 우리 회사의 동아줄이 될 겁니다.”

태범은 본인의 투자 능력의 일부분을 회사에 공유하고 싶었다.

정말 딥 러닝 기술을 통해 능력을 학습한 프로그램이 주어진다면 회사의 생산성이 엄청나게 오를 거로 기대되었다.

태범의 테이블에 있는 막내 직원이 집게를 집어 고기를 구우면 효준과 태범은 이를 아기새처럼 받아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입가심을 했다 싶을 때쯤 태범은 효준에게 사인을 보내며 말했다.

“전 먼저 일어나볼게요.”

식사를 마친 태범은 먼저 식당 밖을 나서기 위해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적당히 있다가 자리를 먼저 벗어나 주는 것도 상사로서 필요한 눈치였다.

상사가 자리를 비켜줘야 막내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뒷담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태범은 고기 몇 점을 먹은 뒤 자리를 떴고 옆에 있던 효준도 뒤따라 나왔다.

둘은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나와 소화도 시킬 겸 길을 거닐었다.

“저 할배, 또 새로운 거 만들었네. 참 대단한 노인이야.”

길을 걷던 중 효준은 골목길 조그마한 고물상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길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물상 입구에는 사람 키만 한 로봇이 서 있는데 눈에서는 붉은빛이 반짝거리며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움직임을 감지해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를 외치고 있다.

사실 어린이 장난감만큼이나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이는 고물상 주인인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작품이었다.

로봇의 몸통을 자세히 보면 여러 물건을 찾을 수 있는데 몸체는 버려진 TV, 소리가 나오는 등에는 스피커가 달려있고 움직이는 팔은 낡은 자전거 모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고물상답게 로봇도 모든 게 고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게 볼 때마다 로봇이 바뀌던데 하여튼 저기 할아버지 손재주는 인정해줄 만 해.”

“맞다! 태범아. 저 할아버지도 너랑 같은 프로그램 나온 거 알아?”

“세상에 신기한 일이? 나도 알지. 이 동네에서 저 할아버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참. 사연이 안타깝긴 하더라.”

이곳의 할아버지 역시 태범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신기한 일이’에 출연 경력이 있었다.

주제는 ‘로봇을 만드는 고물상 할아버지’였다.

“어때 학생? 멋지지?”

커피를 쪽쪽 빨며 로봇을 구경하던 태범에게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엄연한 기업의 대표이지만 아직 어르신들 눈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태범의 얼굴은 여전히 어린 티가 남아있었다.

“네,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허허. 내가 그런 소리는 많이 듣지. 왕년에 마을에 고장 난 라디오나 경운기, TV까지 다 내가 고치고 다녔거든.”

“오…… 그러세요?”

“그려, 내가 마을에서는 똑똑한 편이었지. 집만 잘 살았으면 서울대도 나왔을 걸?”

할아버지는 본인의 손재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이요? 대단하시네요.”

노인의 허풍일 가능성이 크지만 태범은 미소로 할아버지를 한껏 치켜세워줬다.

원래 이런 사람들은 본인을 띄어주는 데 만족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사람을 볼 줄 아는구먼 여기 잠시만 기다려봐.”

역시나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물상 모퉁이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한 할머니가 탄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 할매야. 인사 좀 해.”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아버지의 부인, TV에서 봤던 그 할머니였다.

이 로봇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동반자인 할머니는 몸이 편찮아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몸이었다.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기에 할머니는 항상 고물상 사무실에 마련 된 침대에 누워 계셨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할아버지는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은 바로 할머니의 장난감인 셈이었다.

이게 바로 할아버지의 로봇이 ‘세상에 신기한 일이’에 출연할 수 있게 된 이유였다.

“내가 멋진 것 보여줄게. 자네들도 잘 봐.”

할아버지는 고물상 앞에 서 있던 로봇의 컨트롤러로 보이는 뭔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가 구르며 눈은 더욱 반짝거리며 손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로봇의 쇼(SHOW)였다

뭔가 엉성하면서도 정신없지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만들었다니 거기서 느껴지는 순수한 마음이 태범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큭큭…….”

커피를 쪽쪽 빨며 이를 바라보던 효준도 웃음을 뱉었다.

그렇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로봇의 쇼를 감상할 때였다.

반짝거리는 로봇의 눈을 바라보는데 태범은 머릿속이 펑하고 터지는 기분을 들었다.

아이디어가 팝콘 튀기듯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저 로봇이 태범의 뇌를 자극시킨 모양이었다.

“형.”

“응?”

“대박.”

태범은 얼떨떨한 듯 짧은 단어로 옆에 있던 효준에게 이를 알렸다.

* * *

투자 자문 딥 러닝 프로그램을 위한 가상회의.

태범은 늦은 저녁 집에 놓은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영국에 있는 개발진과 대화를 나눴다.

“태범 씨,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네, 오늘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집에 일찍 왔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안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요.”

항상 모니터에 먼저 얼굴에 비추는 사람은 존 스미스 교수였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한 사람씩 자리하기 시작한다.

한국과 영국은 거의 정반대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태범은 대부분 퇴근 시간에 이어 이들과 회의를 하곤 했었다. 기업의 책임자로서 태범은 밤낮 가릴 것 없이 생활 자체가 일이 돼 있었다.

“새로 보내주신 알고리즘은 잘 봤습니다. 종합된 알고리즘의 결과는 일주일 뒤에나 나올 것 같네요.”

“아. 조금 늦네요?”

“대학의 데이터 센터를 이용하려면, 순서가 있거든요. 지금 많은 연구가 밀려 있는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네요.”

대용량의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알고리즘은 일반 컴퓨터로는 처리하기 힘들었고, 이는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난 컴퓨터의 집합체만이 가능했다.

실제 알파고만 해도 CPU만 1202개, GPU 176개가 들어갔으니 딥 러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 어느 나라든 IT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으니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상황을 충분히 납득하고 있는 태범은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근데 개별적인 알고리즘을 어떻게 분리해서 계산하셨대요? 쉬운 게 아닐 텐데…….”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고요. 물론 실제 확인은 해봐야 하는 거라 확신치는 않네요.”

“그걸 머리로만 가능해요?”

태범은 하나의 전체적인 알고리즘을 쪼개어 계산하고 있었다.

현재 태범의 컴퓨터로 딥 러닝을 테스트나 구현하기는 성능이 한참 딸렸고, 어쩔 수 없이 이를 쪼개어 하나씩 계산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음 걸 계산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알고리즘이 내놓은 결과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일일이 머리로 계산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태범은 이를 해냈고 존 스미스 교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태범은 놀라워하는 교수에게 한마디를 더 했다.

“이번 결과만 확인된다면 제가 더 놀랄 만한 걸 보여드리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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