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104화 (104/188)

# 104

7장 아인슈타인

‘지식이 생성됐다니 뭘 말하는 거지?’

조지 소로스의 스캔은 공격적 투기를 100% 진행했던 어제부로 끝이 났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는 뷔페처럼 태범에게 꼭 필요한 능력만 빼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메시지.

‘지식.’

이게 뭘 말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저 새로운 메시지만 나타났을 뿐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마도 변화는 다음 스캔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할아버지는 놓치면 아쉽지!’

흰 머리에 흰 수염을 한 아이슈타인이 깍지를 끼고 있는 사진이 책상 위에 있다.

아이슈타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혀 내밀기를 괜히 따라 해보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봤다.

그는 지나가는 유치원생도 알만한 인물,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불리는 남자였다.

언젠가 한 번쯤은 꼭 스캔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태범은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스캐너 유리판 위에 올리며 스캔 버튼을 눌렀다.

[스캔할 능력을 선택해주세요.]

[아인슈타인 능력]

-사고력(0%)

-상상력(0%)

-통찰력(0%)

-지각력(0%)

[지식 능력]

-물리(0%)

-수리(0%)

‘지식이라는 게 이걸 말하는 건가!’

아인슈타인을 스캔하며 나타난 창을 보며 새로운 능력 창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껏 없었단 스캔 능력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능력이 정제되지 않은 순수 능력이었다면 지식 능력은 학문에 가까웠다.

여태껏 순수 능력으로 학문을 배운다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학문 그 자체를 바로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해서 그런가. 뭐가 한계라는 거지. 두뇌의 한계?’

태범은 곰곰이 생각하며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능력의 완성으로 인해 능력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현재 태범의 두뇌적인 능력을 따지자면 사실성 완벽에 가까웠다. 암기력부터 시작해 통찰력에 창의성까지 어쩌면 두뇌를 100%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지식을 스캔할 수 있다니, 능력을 사용하는데 한결 더 편해질 것 같았다.

현재 모니터에 나타난 지식 창에는 물리와 수리에 있었으니 그중 아인슈타인 하면 떠오르는 물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광양자 가설, 브라운 운동, 중력파, 상대성 이론까지 수많은 업적을 지닌 아인슈타인은 그야말로 후대가 인정해주는 물리 천재였다.

그러니 이 달콤한 유혹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물리를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0% 진행되었습니다.]

.

.

[스캔이 10%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물리’를 선택하고 말았다.

스캔 진행률의 수치가 올라가는 순간 태범은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지식이 머릿속에 입력되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 속 데이터를 복사해 옮기는 것처럼 물리에 대한 지식은 머릿속에 주입되고 있었다.

물리는 한 번에 10%까지 스캔이 진행되었다.

지금껏 첫 스캔이 5%의 진행률을 보였던 거에 비하면 높은 수치였고 태범은 이 새로운 경험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황당할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이미 알고 있었던 지식처럼 머릿속 물리에 대한 지식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태범은 책꽂이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리학 공식을 노트 위에 적어봤다.

모니터에서 발산되는 빛 에너지, 타자를 치며 나오는 소리의 파동,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펜의 마찰력 등 그저 떠오르는 데로 쭉 작성했다.

“이럴 수가!”

게다가 기존의 가지고 있던 능력인 수리 이해력과 창의성이 더해지며 물리 지식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100%를 채웠을 때 아인슈타인 이상의 물리이론을 발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 완전 천재잖아?”

남이 들으면 잘난 체한다고 손가락 하겠지만 충분히 본인에게 ‘천재‘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 * *

스캐너의 새로운 능력을 통해 자신감에 충만함을 느끼며 일을 했다.

태범이 첫 번째로 찾아간 스타트업은 ‘데이터 스파이더(Data spider)’라는 기업이었다.

우연치 않게 태범은 인터넷 검색 중 데이터 스파이더의 창업자의 블로그에서 개발일지를 보게 되었고 여기서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었다.

데이터 스파이더는 IT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데이터와 개발 도구를 한 곳에서 관리,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였다.

아직 공식적인 서비스는 진행하지 않지만 프리 버전을 공개하며 개발자들로 하여금 무료로 이용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현재 수익은 제로 상태. 하지만 미래가 보이는 기업이었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 사용의 도구인 운영체제를 만들어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됐듯 소프트웨어라는 도구는 잘만하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빌 게이츠에 비할 건 아니지만, 개발자들의 도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분명 수익성은 보였다.

‘이야…… 좁다.’

문을 열고 들어간 사무실은 마치 태범의 첫 사무실을 보는 듯 했다. 조그마한 방 두 개에 몇 대의 컴퓨터만 있을 뿐이었다.

자산이라곤 오직 아이디어와 기술, 그 외에는 돈이 될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연락 드렸던 TB 자산 운용 대표 강태범입니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 정진욱입니다.”

30대의 젊은 CEO 정진욱은 태범을 보며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진욱은 해외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업체에 일하다가 퇴직하고 한국에 돌아와 본인의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의 재능이나 능력만큼은 그가 회사에 다니며 일궈낸 성과를 보면 인증이 가능했다.

단지 새 시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금 그 많은 어려움 중 몇 개를 풀어주기 위해 태범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태범과 진욱은 작업공간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방금 전까지 회의를 한 모양인지, 테이블 위는 책들이 흐트러져 정리가 돼 있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사무실이 너무 좁아서…….”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다 그렇죠 뭐.”

진욱은 급하게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걷어내며 옆으로 쌓아 올렸다. 사람이 있기도 좁은 이 사무실에서 정리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부 9단쯤은 와야 간신히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좁은 사무실이었다.

태범은 오히려 이런 좁은 사무실이 익숙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기업의 첫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묘한 열정까지 느껴졌다.

“블로그는 잘 봤습니다. 솜씨가 상당하시던데요?”

“아, 감사합니다. 처음에 연락 왔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사무실에는 혼자 계시나 봐요? 직원은요?”

“아…… 요즘 직원들 투자 관련 때문에 발이 불이 나도록 뛰고 있습니다.”

태범의 물음에 온갖 힘든 표정을 짓고는 직원들의 바쁜 생활을 표현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자금 수급이 안 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그러한 길을 답습하기 싫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진욱에게 태범은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한창 자금 구하려고 많이 바쁘실 때죠. 근데 다행이네요.”

“네? 어떤 게요?”

“저를 만나셨잖아요. 투자자가 이렇게 직접 눈앞에 나타났는데 다행 아닌가요?”

“아! 그럼요. 이렇게 와주셨는데 감사하죠.”

태범은 마치 ‘내가 왔다!’라고 외치는 것과 같았다. 어쩌면 이들에게 태범은 구원자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가 이뤄지면 정말 열심히 일해 주셔야 합니다. 제가 여길 괜히 찾아왔겠습니까? 진욱 씨 회사는 분명 가능성이 보입니다.”

“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욱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 태범의 어떤 말이든 간절하게 받아드렸다.

“아! 그리고 조언 좀 해준다면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이런 식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태범이 건넨 건 A4용지 2장짜리 종이었다.

거기에는 데이터 스파이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이 들어있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상품은 디자인 역시 중요하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기능은 물론이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되어야만 했다.

태범은 자신의 미술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추천해본 것이었다.

“네,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욱은 태범에게 받은 디자인 서류를 소중히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블로그에 개발 일지를 올리시지 않았습니까?”

“네.”

“게시글 번호 1288, 12/06일에 올린 글이요. 확인해보시면 소프트웨어 유지, 보수가 어렵게 설계 돼 있더군요.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보세요.”

“네? 1288번이요?”

태범의 말에 진욱은 노트북을 가지고 본인의 블로그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정말 태범이 지적한 곳에 오류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찾으셨어요?”

“투자 대상 선정하는 데 이 정도는 확인해야죠. 잠시 펜하고 종이 좀 빌려주실래요?”

“네.”

진욱에게 빌린 종이 위에 태범은 수정 사항을 적어나갔다. 이를 본 진욱의 눈은 놀라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혹시 프로그래머로 일하셨습니까?”

프로그래밍에 대한 태범의 지식에 진욱은 놀라워했다.

분명 사모 펀드의 운용자로 이 자리를 한 것이지만 태범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문가 수준의 언어였으니 말이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진욱에 태범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알게 됐네요.”

이것저것 하다 알만한 지식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태범을 보고는 진욱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 *

펀드를 운용하는 3명의 매니저가 모인 자리. 회의실 원탁 테이블에 오순도순 앉아 있었다.

각각의 매니저들 손에는 본인들이 준비한 서류가 쥐어져 있었고 보고할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매니저들은 태범이 선정한 투자 대상 기업에 미팅을 다녀왔었다.

1차로 태범이 접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선정된 기업을 매니저들이 직접 견학 그리고 미팅을 하며 2차 점검에 들어간 것이었다.

아무리 서류상 좋아 보이는 기업이라도 보이지 않는 흠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흠이 본인들이 가진 장점보다 작다면 상관없지만 장정을 덮어버릴 정도라면 투자를 심각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었다.

태범은 한 명씩 돌아가며 미팅 결과를 물어봤다.

“김태식 씨가 간 곳은 어땠나요? 스마트 교육에 다녀오셨죠?”

“네, 그쪽 경영진하고 미팅을 가졌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CEO가 대기업 전자 업체에서 나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업무 구조가 정확히 나뉘어 있더라고요. 본인들이 다녔던 회사에서 본 딴것 같은데 경영진들이 회사에 열정적이었습니다.”

“어떤 면이 열정적이라는 거죠?”

“스톡옵션(stock option)으로 임직원 대부분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 역시 회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거긴 일단 예비확정을 해두고요, 강설희 씨. 겟프로(GETPRO)는 상황이 어떤가요?”

매니저 중 한 명인 강설희가 다녀온 회사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알아봤는데 경영진들이 좀 양아치더라고요.”

“그래요?”

“네, 자기 학교 후배들 데리고 무급으로 일 시키는 것 같던데 그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어허…….”

“그리고 학교에서 창업 지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돈을 어디에 썼는지 남아있는 자산이 없더라고요.”

“거긴 안 되겠군요. 아무리 기술적으로 유망해도 사람이 망가지면 기업이 망가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일단 겟프로는 투자 보류하는 거로 하죠.”

“알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과감히 쳐냈다. 거액이 움직이는 투자인 만큼 태범은 냉정하고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정말 하늘을 나는 자동차같이 세상을 뒤엎을 기술이면 모를까 경영진들의 안 좋은 인성은 기술을 커버할 수 없었다.

“다들 고생하셨고 다음에도 파이팅입니다.”

“네!”

이렇게 회의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들이 다시 한번 걸러졌다. 이제는 진짜들만 남게 된 것이다.

“대표님, 갑자기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한데…….”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가려는 태범을 김태식이 불러 세웠다.

“네? 무슨 일이죠?”

“저기…… 대표님 그림 산다는 사람이 나왔는데요?”

“네?”

“그때…… 그림 파셔도 된다고 하셔서…….”

“설마 진짜 경매에라도 내놓은 거예요? 하하.”

로비에 그림을 걸 때 장난삼아 한 이야기였는데 김태식은 정말 그림을 내놓은 모양이었다.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상황에 태범은 피식 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뇨, 경매는 아니고. 그냥 인터넷에 판매한다고만 했는데 근데 가격이…….”

“네? 가격이 얼마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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