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83화 (83/188)

# 83

“정말 취약점을 발견하셨다고요?”

교수들 뒤에 서 있던 마크 하인버그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앞으로 나왔다.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네, 보안이 필요한 두 가지 취약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분은 여기서 뭐 하시는 분 이길래?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합니까?”

뜬금없이 등장한 태범이 취약점을 거론하고 있으니 태범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본 교수와 관계자들은 태범에게 누군지 물었다.

“아…… 그게 마크 하인버그랑 간단한 내기를 했거든요. 취약점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에요. 완벽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취약점이 발견돼버렸네요.”

“내기요?”

“네, 여자 친구가 창업했다고 해서 잠깐 구경하러 왔던 건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태범은 답하자, 캐서린이 머쓱한 표정으로 태범 옆으로 걸어 나왔다.

“죄송합니다. 한국에 있는 남자 친구가 1년 만에 영국에 놀러 온 거라 제가 뭐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혹시나 교수들이 태범을 못마땅해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캐서린은 정중히 사과했다. 하지만 존 스미스 교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뭐라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취약점 어쩌고 하니까…….”

“정말 취약점을 발견했다고요? 장난은 아니죠?”

하인버그는 태범의 말에 부정하는 듯 다시 물으며 확인했다. 하지만 돌아오건 태범의 당당한 답변이었다.

“제가 이걸 가지고 장난을 왜 쳐요? 장난에도 정도가 있지.”

“어라? 분명히 확인했는데 여기 교수님들도 잘 아실 거예요.”

하인버그는 눈치를 보듯 같이 있는 교수와 관계자들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제 서비스 날만 기다리면 되려니 했지만 문제점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럼 그 취약점 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존 스미스 교수가 손짓을 하며 태범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태범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취약점은 크게 두 가지 발견됐습니다.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보안 토큰을 이용하면 단말기 공격이 가능하고 코딩 방식에 문제가 있어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태범은 취약점과 기술적인 문제 그리고 우려 사항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고 누구도 빠짐없이 모두가 태범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단말기까지 셧다운 시킬 수 있다는 말이죠?”

“네, 단순히 앱 서버를 넘어서 사용자의 스마트 폰까지 다운시키고 리셋 해야 될 상황까지 올 수 있죠. 만약 정말로 악용이 일어나면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질답이 오가고 태범이 심각한 이야기를 내놓을수록 다들 표정이 굳어져 갔다.

자칫하다가는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말아먹게 생겼으니 말이다.

태범의 말을 유심히 듣던 존 스미스 교수는 입을 열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렇게 말로 할 게 아니라 직접 보여주면 어떻습니까? 취약점에 대한 공격을 한 번 시뮬레이션 해보죠.”

“네, 차라리 그게 확실할 것 같네요.”

이론적 설명보다는 100번 하는 것보다 직접 일어나는 걸 눈으로 한 번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태범은 존 스미스 교수의 말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태범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취약점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한 치에 망설임과 고민도 없이 태범은 빠른 속도로 코딩 언어를 읽고, 작성하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일련의 논리와 계산이 필요하기에 사실상 망설임 없이 빠른 속도로 코딩 언어를 작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태범의 손은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 오…….”

존 스미스 교수도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태범의 작업을 유심히 지켜봤다.

“자 여기 보세요.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태범은 모두의 주목을 다시 한번 환기 시킨 후 모니터에 뜬 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3명의 경영진을 포함해 테스트 인원의 개인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이름, 별명, 전화 번호, 이메일 등 앱을 이용하기 위해 작성한 개인 정보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어!”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가장 놀란 것은 마크 하인버그였다. 그렇게 완벽성을 자부하던 그였기 때문에 이번에 나타난 취약점은 그에게 있어서 놀랄 일이었다.

“보시는 데로 이대로 서비스했다가는 해커들에게 정보를 털리는 건 금방이에요.”

“어우야. 우리 큰일 날 뻔했다.”

옆에서 보던 앤드류가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허허.”

99.99%의 완벽성을 지녔다며 그렇게 자신감 있던 하인버그의 모습을 사라지고 본인도 어이가 없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어내고 있었다.

이들을 보고는 존 스미스 교수가 안타까워하며 물었다.

“그러면 서비스를 늦춰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 아무래도 취약점을 수정하고 확인을 하려면 시간이…….”

마크 하인버그가 교수의 질문에 대답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범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보이더니 말을 끼어들었다.

“아니요! 취약점을 보완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이미 제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태범의 말에 또 다시 모든 이들의 주목을 샀다.

시간이 걸릴 거라며 말하던 하인버그는 목덜미를 만지며 당황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보안 방안을 알고 있거든요. 취약점 공격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생각해보니 알 것 같더라고요.”

“태범 씨, 그러면 서비스 날짜 안 늦춰도 되는 거야?”

캐서린은 태범 옆에 찰싹 붙더니,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굳이 늦출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금방 해결되는 문제지?”

“그렇긴 한데 앞으로 일은 모르는 거니까. 보안 엔지니어 한 명 정도는 상식적으로 고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스낵 피쳐는 아직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스타트 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람을 고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왕 투자자인 학교 측에서 사람들이 나왔기에 태범은 혹시나 스낵 피쳐에 도움이 될까, 이 사실을 한 번 더 환기시켰다.

스낵 피쳐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는 태범의 모습을 본 존 스미스 교수는 태범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그쪽 분 직업이 회계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코딩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회계사가 수학을 잘한다는 건 그렇다 치고 프로그래밍까지 하고 있으니 존 스미스 교수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네, 한국에서 회계사로 활동하고는 있는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쪽 분야에 공부 좀 했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직업 삼아 일하는 사람보다 뛰어나 보이는데요. 난생 코딩을 그렇게 빨리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저는 그저 컴퓨터랑 대화를 나눴을 뿐입니다.”

“당신을 보면 꼭 제 제자 중 한 명이 생각나네요. 캐림 베르토프라고 천재 해커라고 불리던 놈이 있었죠.”

캐림 베르토프.

어렸을 때 독학으로 시작해 런던 대 컴퓨터 공학을 나와 다국적 포털 사이트인 야호(Yaho)를 해킹한 천재 해커였다고 한다.

그는 해킹을 통해 개인 정보를 습득하고 그를 통해 수익을 얻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고 하는 데 결말은 좋지 않았다.

결국 미국 FBI의 체포 1순위에 들다가 도피 끝에 당국에 붙잡혀 현재는 형을 살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모습이 태범에게서 보인다는 것이다.

감방에 간 인물을 본인에게 비교하니 좀 찝찝하기는 하나, 천재 해커라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수정을 해드리죠.”

“아무리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안에 그게 가능합니까?

하인버그는 반신반의해 하고 있었다.

“네, 가능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태범은 입에서 ‘조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들은 다시 한번 태범에게 주목했다.

“네? 무슨 조건 말이죠?”

“저한테 주기로 한 주식 0.3%에서 0.2% 더해 0.5%로 주시죠. 그러면 서비스 기간에 차질가지 않도록 해결해드리죠.”

태범은 이제 대놓고 주식을 요구했다.

어쩌면 정 없고 냉정해 보일 수 있었다. 여자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한데 저렇게 대놓고 조건을 달고 요구하니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그저 즐기자는 마음에 가까웠다.

하지만 태범이 스낵 피쳐의 프로그램을 검토하면서 느낀 게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처음에는 그저 젊은 사람의 패기 정도로 시작하는 창업인 줄 만 알았다. 젊었을 때 한 번쯤 시도해보는 그런…….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스낵 피쳐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태범의 예리한 기업 분석력과 시장 통찰력은 스낵 피쳐의 찬란한 미래를 보여줬다.

마치 SNS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페이드북(Fadebook)의 시작을 보는 듯 했다.

물론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스캐너가 준 능력들이 스낵 피쳐를 놓치지 말라며 지시를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는 곳 태범 안에 들어있는 천재적 인물들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실래요? 제 제안 받아드리겠습니까?”

“잠시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하인버그는 나머지 동업자 두 명을 데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뭔가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아주 짧았다, 몇 마디를 나눴는지 금세 고개를 돌리고는 하인버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약속한 데로 제가 소유한 스낵 피쳐 주식 0.3% 태범 씨 에게 드리는 거로 하겠습니다.”

하인버그는 순순히 본인의 실수를 인정했다. 완벽할 것 같았던 스낵 피쳐의 보안은 결국 태범의 예리한 눈에 뚫리고 말았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이 보관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번에 취약점은 수정해주시면 0.2% 더 드리겠습니다. 물론 저희도 옆에서 같이 도와드리고요.”

“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내기에 이어 또 다른 거래가 성사됐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교수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개입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이곳의 주인인 3명의 학생들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존 스미스 교수는 태범과 3명의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가 무었을 의미하는지 태범은 짐작할 수 있었다.

* * *

태범은 한국에 가기 바로 전까지 스낵 피쳐 사무실에서 취약점을 보완하는데 힘을 썼다.

“자기야. 영국에 와서 무리하는 건 아니지? 나중에 또 코피 흘렸다고 뭐라 하지 마.”

“안 그럴 테니, 걱정하지 마. 이정도야 한국에서 일했던 거에 비하면 이 정도면 약과지!”

“도대체 나 없는 동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결국 영국에까지 와서 일을 하긴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태범은 스낵 피쳐의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했고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으며 보안을 구축하는 데 노력했다.

그리고 한국에 가기 전 태범이 말한 대로 취약점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이들과 헤어지는 날 이별파티에서 난 세 명의 친구로부터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여기에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하며 일해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주변에서 안 된다고 포기하라며 재촉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전 무조건 된다는 마인드로 밀어붙였어요.”

마크 하인버그부터 앤드류 그리고 태범의 여자 친구 캐서린까지 세 명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존감이 강하고 본인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

이들은 뭔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과 자신감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강했고, 태범은 이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

세명의 친구가 보여 준 열정은 태범이 앞으로의 길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스낵 피쳐의 0.5% 주식까지 이 주식의 미래가치는 오직 이들의 열정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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