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38화 (38/188)

# 38

주식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숲과 나무를 모두 봐야만 했다.

태범은 가장 먼저 숲을 보기로 시작했다.

세계 금융 시장, 미국의 금리, 국내의 경제 정책 등 큰 그림을 먼저 보는 것이다.

‘미국이 요즘 자신감이 넘치나 보네.’

오늘 미국 연방 준비 제도에서 금리를 0.25%를 인상시켰다.

그리고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를 낙관하며 이뤄진 금리 인상으로 보였다.

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와 노동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현 정권이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 뻔했다.

해외 자본을 붙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그 수준에 맞춰야 하니 말이다.

‘가계 빚이 간당간당하네.’

국내 가계 빚 증가 속도는 세계2위 수준이었다.

대학생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가 됐고 사회인은 자기 집 마련하자고 대출을 끼고 있고 자영업자도 빚을 내 가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질 소득은 오를 생각을 안 하고 금리만 오르니 그만큼 가계 빚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이와 반대로 금리 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은행이었다.

금리가 인상되면 예대마진(은행의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는 틈을 타 예금 이자에 비해 대출 이자를 올리면 은행은 수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금리 상승은 은행의 순수 이자 마진(NIM)을 상승시킬 거라 기대했고 태범의 분석 결과 금리 인상날인 오늘을 이후로 약 3일 정도는 주가가 오를 거라 예상했다.

민주 은행은 금융 업종 중 대장주로 뽑혔으니 이곳에 가장 큰 영향이 있을 거라 믿었다.

태범은 민주 은행 20주(116만 원) 매수했다.

‘오!’

고민 끝에 내린 태범의 첫 주식 매수였다.

자신의 계좌 창에 민주 은행 20주가 적혀있고 이를 보자니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첫 투자인 만큼 성공적인 투자가 되길 바랐다.

태범은 첫 종목을 구입 한 뒤 또다시 다른 주식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태범아 오늘은 고시반 안 나가니?”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뭔가를 부치고 있었는지 손에는 뒤집개를 든 채 태범의 방으로 들어왔다.

태범이 아침부터 시작해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니 어머니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었다.

태범은 아침 눈을 뜨자마자 주식 계좌를 만들고 지금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주식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씻는 것도 잊고 배고픈 것도 잊은 채 컴퓨터 앞을 지키고 있었다.

“태범아?”

“어? 어, 왜?”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온 인기척도 느낄 새 없이 태범은 모니터 화면에 빠져있었다.

이제야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주식 창을 열어보는 사람들이 마음이 이해가 갔다.

“아직도 주식하고 있는 거야?”

“응, 처음이라 알아가야 할 게 많아서.”

“주식 그것도 잘못하면 중독된다더라. 그러니까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알았어.”

“주식 중독이 알코올 중독되는 거고 알코올 중독이 담배 중독되는 거야. 네 삼촌을 봐라.”

“응, 알았어,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오늘따라 어머니의 참견이 심했다. 아마도 외삼촌이 일으킨 그때 그 사건은 꽤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나와서 밥 먹어.”

태범은 잠시 식사를 위해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밥을 먹는 와중에도 태범의 시선은 스마트 폰에 꽂혀있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금융뉴스를 살피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태범은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가상 화폐 거래를 해볼까?’

경제뉴스 페이지를 보면 한 페이지에 2개 이상은 꼭 가상 화폐 뉴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태범은 주변 친구들이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는 걸 보고는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모니터 속에서 눈에 자꾸 맴도는 것이 자신에게 투자해달라며 아우성치는 것만 같았다.

‘너무 위험해.’

태범은 잠시 가상 화폐 거래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금세 생각을 바꿨다.

어떤 가치나 정보에 의해 형성된 가격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사람 심리가 작용하여 형성된 가격이었기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고 변동성이 너무 커 위험성이 있었다.

투자라는 것은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것에 하는 거지만 현재 가상 화폐 단기적으로 보면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고 있었다.

물론 ‘화폐’라는 단어는 붙었긴 하나 실제 화폐와 다르게 이를 가지고 슈퍼에서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용 용도로서의 가치보다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가격을 구성하고 있었다.

물론 미래에 정말 대체 화폐로 가상 화폐가 사용될 수 있다면 그때는 그 자체로서 가치가 생기는 것이지만,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너무도 먼 미래였다.

가상 화폐는 어쩌면 과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과 비슷한 꼴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튤립은 그저 언젠가 시들어 없어질 사용가치는 그저 심미적인 가치밖에 없는 많은 꽃 중 하나였다.

하지만 투기 광풍이 열면서 튤립가격은 한 달 만에 50배나 오르고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저 돈을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마음이 쌓여 거품을 만들었었다.

물론 주체의 형질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가상 화폐와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투기 과열로 가격이 가치 이상의 가격을 형성한 했다는 점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완전 눈치싸움이잖아.’

태범은 턱을 괴며 가상 화폐 거래소에 있는 시세판을 바라봤다.

시세 그래프는 마치 물결이 일 듯 하루에도 여러 번 출렁이고 있었다.

‘차라리 이걸 이용해 주식을 해볼까?’

태범은 가상 화폐가 아닌, 가상 화폐의 영향을 받고 있는 테마주를 건들기로 했다.

태범은 포털 사이트에 가상 화폐를 검색하여 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정부가 가상 화폐를 강하게 규제한다고?’

정부가 가상 화폐를 원칙적 금지시키고 예외적 허용한다는 규제 시안으로 내놓은 상황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은 많이 위축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태범 생각에는 처음부터 이런 강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가장 먼저 가상 화폐에 이용되는 기술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미래에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기에 자칫하면 기술 개발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가상 화폐 시장에 국내에서 강한 규제를 걸어버리면 국내 가상 화폐 시장에 큰 손실이 날 수 있고 이는 곧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규제를 한다면 세계가 담합을 해서 한다든지 해야지 개별 국가에서 강한 규제는 쉬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정부의 규제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것.’

태범의 주관적인 생각이었지만 자신만의 투자 정보를 하나 만든 셈이었다.

다음은 비트코인과 관련해 테마주를 찾아볼 차례였다.

[굿 평가 정보, 솔루션 테크놀로지.]

굿 평가 정보에서는 자회사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설 예정에 있었다. 분명 생각보다 약한 정부의 규제가 발표되면 주식은 오를 게 분명했다.

솔루션 테크놀로지는 유명 가상 화폐 거래소의 지분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또 다른 비트 코인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었다.

태범은 굿 평가 정보에 200주(106만 원) 그리고 솔루션 테크놀로지에 800주(128만 원)을 매입했다.

오늘 주식에 들어간 총 매수액은 대략 350만 원이었다.

학생인 태범에게 작은 액수는 아니었고 확실히 큰 도전이긴 했다. 어머니가 알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하니 혹시 물어보면 뒤에 0을 하나 빼고 말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이렇게 주식 투자를 마무리했다.

사실 350만 원이란 돈은 함부로 투자하기 어려운 큰돈이었지만 스캐너가 준 능력 덕에 자신감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었다.

워렌버핏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내재되 있을 거라 믿고 과감히 한 것이었다.

* * *

“야! 강태범!”

신호등 건너편에서 태범의 친구 희준이 손을 흔들며 이름을 외쳤다.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으니,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게 태범과 친구들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호등을 건너도 좋습니다. 띠리리~ 띠리리.]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알림음과 함께 신호등 불이 파란불로 바뀌자 태범은 친구들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둘 다 오랜만이네.”

태범은 불알친구 이희준, 김현수와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희준은 초중고대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구고, 현수는 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였다.

그리고 셋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으로 맺혀진 인연이었다.

“왜? 희준이랑은 자주 안 봐? 너네 같은 학교잖아.”

현수는 태범과 희준이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음에도 오랜만에 본다고 하니 현수는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태범과 희준이 마지막으로 만난 게 캐서린을 만나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아. 이 새끼가 요즘 바쁘잖아.”

희준은 태범의 어깨를 툭 치며 모든 탓을 태범에게 돌렸다.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갑자기 생긴 능력으로 인해서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그 덕에 친구 만나는 시간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요즘 공부한다고 하더니 설마 친구 버리는 건 아니겠지?”

“너희가 쓰레기냐? 버리게.”

현수의 장난 섞인 말에 태범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의리는 지키겠다는 게 태범의 생각이었다.

태범과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났으니 고기를 굽자며 삼겹살 가게로 향했다.

“현수야, 오늘은 네가 쏘는 거지? 너 가상 화폐로 돈 좀 땄다며.”

희준은 현수 앞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서 과거 이야기를 꺼내고 있어. 나 이번에 꼴아서 결국 손해 봤다고.”

“아 진짜? 저번까지만 해도 땄다고 자랑 하더만.”

“네가 뭘 모르네. 쯧쯧. 그게 금방 땄다가도 꼴고 그러는 거야.”

희준은 해맑게 가상 화폐 이야기를 꺼냈다가 현수에게 무시만 당해버렸다.

얼마 전 비트 코인 폭등으로 현수는 한몫 챙기는 줄만 알았지만 매도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손해 보고 말았다.

희준은 현수의 마음을 긁은 셈이었다.

“뭐야? 현수. 너 가상 화폐 투자 하냐?”

태범은 현수를 보며 말했다.

“왜? 너도 해?”

“아니, 난 안하는데. 요즘 주변에서 많이 하더라.”

태범의 질문을 시작으로 현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자신이 100만 원으로 150만 딴 이야기부터 고등학생한테 속아 돈을 잃었던 이야기 등 가상 화폐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친구가 신나서 가상 화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확실히 가상 화폐 시장이 과열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예전 수익 인증한 거 보여줄게.”

현수는 과거 수익을 인증해 준다며 스마트 폰을 꺼내 자신이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야,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고기나 먹자.”

희준은 현수의 이야기가 지루한지 밥이나 먹자며 고기를 구웠다.

“어? 뭐야.”

하지만 현수는 희준의 말을 무시하고 한참 동안 스마트폰을 보더니 갑자기 외마디 탄성과 함께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뭔데?”

현수의 반응에 태범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수 스마트 폰으로 향해 이동했다.

태범에게 보이는 건 가상 화폐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었다.

“야 줘봐.”

태범은 현수의 폰을 뺏어 글을 읽기 시작했다.

‘어! 이거 내 생각대로 됐는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모두 읽은 태범은 자신이 매수한 가상화폐 테마주가 오를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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