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주는 스캐너-6화 (6/188)

# 6

2장 폰 노이만

스캔이 진행되는 듯 소리가 기계에서 소리가 들릴 때 맞춰 태범은 스캔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눈으로 쏟아지는 강한 빛.

태범은 눈을 찡그리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스캔이 실패되었습니다.]

[스캔은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합니다.]

태범은 자신의 실수에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며 탄식했다

“아 맞다. 하루에 한 번이랬지.”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발표를 포기할 뻔하다가 능력을 얻고 성공적인 발표 그리고 하연이와의 다툼까지 이 모든 게 하루에 일어났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일어났다.

긴 하루를 보낸 태범은 잠깐 시간을 착각하고 있던 것이다.

‘하,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네.’

항상 시간이 가지 않고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태범에게 오늘만큼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원했다. 시계의 시간은 아직도 6시를 가리키고 있다.

내일이 되려면 아직도 6시간이 남았다. 태범은 기대에 들떠 시간을 계속 확인 해보지만 1분 1초가 마치 하루처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태범은 시계를 보다가 참지 못하고 결국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시계만 바라보다가는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태범은 SNS를 켜 재미난 글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 대학교 발표 복수남.]

‘이게 뭐지?’

오늘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었다. 제목만 봐도 자신을 말하는 글인 것 같아 글을 클릭해 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 태범이 했던 발표의 마지막 장면을 말하는 글이었다.

└이제 과제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돼!

└그래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헐. 이걸 실제로 써먹는 사람이 있네. ㅋㅋㅋ

└이거 우리 수업에서 있었던 일임. 이때 엄청 웃었음.

└조별 과제 잔혹사…….

글의 반응은 각양각색 하지만 대부분 태범을 옹호하는 글이었고 과제를 무임승차 하려던 하연이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물론 실명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은 대충 눈치를 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와 다시 생각하니 간땡이가 부었던 것 같기도 하고 태범은 그저 사람들의 반응이 웃기기만 했다.

그렇게 SNS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태범은 더 이상 재밌는 글이 없자 폰을 놓고 천장을 바라보며 별의 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축구선수 ‘메시’를 스캔하면 왼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엄청난 돌파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인가 야구선수 ‘커쇼’를 스캔하면 빠른 속도의 슬라이더와 커브를 마음껏 구사하게 되는 것일까 혹시 원빈을 스캔 하면 내 얼굴이 조각이 될까?

태범은 각가지 인물의 능력에 대해 궁금함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상상과 기대감으로 내일을 기다린 끝에 결국 시계의 바늘은 12시를 가리켰다.

‘드디어!’

태범은 기다렸다는 듯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폰 노이만의 사진을 스캔했다.

스캐너에서 빛이 발산하며 모니터에는 능력 창이 나타났다.

[스캔할 능력을 선택해주세요]

[폰 노이만 능력]

-암기력(0%)

-암산능력(0%)

-수리 이해력(0%)

-언어 이해력(0%)

“와!”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탐날만한 최고의 능력이다.

태범은 마우스의 커서를 능력이 적힌 단어 위를 오가며 갈등에 있었다,

‘어떤 능력을 선택할까?’

회계학과라면 가장 중요한 건 수리능력이다. 돈을 관리하는 학문이니 숫자와는 뗄 수 없는 관계. 하지만 이를 선택하기에는 다른 능력들도 너무 탐난다.

‘암기력…….’

천재를 생각하면 흔히 암기에 뛰어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실 대부분의 공부라는 건 두뇌 속에 정보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인데 암기력이 좋을수록 노력 대비 효과가 좋게 된다.

“그래…… 암기력 좋지.”

결국 태범에게 가장 끌린 암기력을 클릭했다. 그리고 나타난 또 다른 창.

[스캔 진행 중인 작업이 있습니다.]

[스캔이 100% 진행되어야 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스캔할 시 기존 진행 중인 스캔을 취소됩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확인/취소)]

순간 태범은 마우스에서 손을 떼며 멈칫했다.

“뭐? 취소라고?”

아마도 기존 능력이 스캔 중에 있다면, 새로운 인물의 능력을 스캔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태범은 이 스캐너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은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15%), 언변(20%), 그렇다면 100%를 채우기 이전에 다른 인물을 스캔하면 기존의 얻은 능력은 다 사라진다는 의미인가?’

이대로 확인 버튼을 누르기에는 망설여졌다. 어제 발표로 이뤄낸 그 성공의 맛은 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설마, 모두 사라지겠어?’

취소를 누르자니, 모니터 속 암기력이라는 저 세 글자가 매혹적인 춤을 추며 자신을 유혹하는 것만 같다.

이미 자신감이라는 게 무슨 느낌인지 느꼈고, 설마 다른 인물의 능력을 새로 스캔한다고 해서 모든 자신감이 사라질까?

[확인.]

결국 태범은 암기력이라는 능력에 유혹을 못 이기고 확인 버튼을 눌러버렸다.

[자신감(15%) 스캔을 취소했습니다.]

[언변(20%) 스캔을 취소했습니다.]

.

[암기력을 스캔하겠습니다.]

[스캔이 1% 진행되었습니다.]

.

.

[스캔이 10% 진행되었습니다.]

스캔은 10%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타난 태범의 능력 창.

[강태범 님의 소유 능력]

[폰 노이만]

-암기력(10%)

‘헉.’

태범이의 능력을 알리는 창에는 정말 기존의 능력은 모두 사라진 채 폰 노이만의 새로운 능력만이 나타났다.

‘정말 사라진 건가?’

태범은 정말 기존의 능력이 사라진 건지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다. 방구석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는 지금 상황에 자신감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MBS 9시 뉴스 앵커 강태범입니다.”

“오늘은 마법과 같은 스캐너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들 보시다시피 원하는 인물의 사진을 이 곳에 넣으면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무지막지한 스캐너입니다.”

“부럽지 않나요? 한번 확인해볼까요?”

태범은 그냥 뇌를 거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언변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태범이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에 정말로 언변능력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기분 탓인 것 같기도 하고 기존 능력의 존재에 대해 확인을 하자니 애매했다.

‘그래, 지금 중요 한건 이게 아니지.’

한동안 스티브잡스의 능력을 확인하던 태범은 기존 능력에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능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태범은 암기력을 확인하기위해 책꽂이에 꽂혀있는 토익 단어책을 꺼냈다.

토익점수 600점대인 태범에게는 아직 외워야할 영어단어가 많이 존재 했고, 얻은 능력을 확인해볼 겸 단어를 외워볼 셈이었다.

“cluster 무리, 집단, collateral 담보, confiscate 압수하다, locale 현장…….”

태범은 어려운 단어가 있는 ‘900점 완성 단어’ 페이지를 펴고 단어를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페이지의 60개의 단어를 모두 본 뒤,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 첫 번째 단어부터 손으로 가리며 단어의 뜻을 내뱉기 시작했다.

“오!”

단어의 뜻을 떠올리던 태범은 그대로 감탄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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