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55장. Only the beginning
4.
“대표님, 일본이 경제 위기에 빠질 때, 한국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안 할 확률이 31%입니다. 하지만 제 계산에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료가 부족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친일파로 분류된 인물의 행동 방식이 제 계산과 다를 수 있습니다.”
“흠……. 하긴 그렇군. 친일파 매국노가 정상인처럼 행동하지는 않겠지.”
레이나는 김근홍이 건네준 정보를 3시간에 걸쳐 분석했다. 그러고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도 친일파의 행동을 분석하기 어려운 거다. 친일파가 비이성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그 대신 북한 지도부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독재자 김판은을 제거하자는 거야?”
“예. 제거에 성공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는 확률이 99% 이상입니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매도우 시티에서 레이나를 데려온 보람이 있다. 레이나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안을 제시하며, 꽉 막혔던 창수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줬다.
현재 창수가 가지고 있는 무력으로, 김판은을 제거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
그동안 정치와 남북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김판은 처단을 대응 방안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핵폭탄이 터질 위기에서 불개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잠깐! 창수야! 김판은 제거는 위험할 수 있어!”
김판은을 처단하는 쪽으로 결론이 모이려 하자, 김근홍이 긴급히 나섰다.
“걸림돌이 있는 건가요?”
“김판은의 생명이 끊어지면, 핵무기가 자동으로 발사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그건 블러핑이 아닐까요?”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작은 확률이라도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야 하니, 골치가 아픈 거야.”
독재자들이 그러하듯, 김판은도 최후의 한 수를 남겨 두고 있다. 자신의 목숨과 핵무기를 연동한 것.
이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아닌가를 두고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 자체로 모호성을 가지기에, 김판은이 목숨을 부지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 * *
“대표님, 김판은 제거가 위험하다면, 돈줄을 끊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와이 인근으로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막을 유력한 방법이 난관에 봉착하자, 5분간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레이나가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이 먹인 100억 달러를 동결하자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 이외에 비자금 157억 달러가 더 있습니다. 257억 달러를 세상에 공개하면, 김판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레이나가 그걸 다 찾아낸 거야?”
“예. 지구 보안 시스템이 허술해서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진가가 발휘됐다. 그리고 지구보다 200년 앞선 Earth의 과학기술도 큰 역할을 했다.
레이나는 3시간 동안 정보를 검토하면서, 미흡한 부분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스스로 찾아냈다.
그중에는 김판은이 조세회피처 11곳에 숨겨 놓은 157억 달러에 달하는 비자금도 포함돼 있다.
레이나는 김판은의 비자금 내역을 공론화해,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레이나 이사! 정말 김판은의 비자금 내역을 전부 파악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김근홍 대표님.”
“믿기지 않는군요. 그건 3시간 만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수와 레이나의 대화를 경청하던 김근홍이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이 김판은에게 100억 달러를 송금했다는 정보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고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런데 레이나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3시간 만에 김판은이 보유한 비밀계좌 전부를 찾아냈다고 한다.
김근홍은 금융 전문가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 레이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김근홍 대표님의 현금성 재산은 모두 5,237억 달러입니다. 맞나요?”
“헉!? 어떻게 그걸…….”
묵직한 한 방.
김근홍이 천재지만, 지구보다 200년 앞서는 과학기술로 만든 인간형 안드로이드와의 머리싸움에서 이길 순 없다.
김근홍은 레이나가 자신의 재산 내역을 정확히 말하자, 실력을 인정하고 침묵을 지켜야 했다.
“레이나 이사, 김판은 계좌에 있는 257억 달러를 일본 비자금 계좌로 보내고 공론화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99.99% 이상입니다! 대표님!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김근홍이 말문을 닫자, 창수가 나서서 핵전쟁 위협을 단번에 없앨 비장의 카드를 제시했다.
김판은이 아등바등 모은 돈을 전부 일본 입속으로 집어넣은 뒤, 세상에 공개해 한 푼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
허를 찌르는 통렬한 묘수에 레이나도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창수가 제시한 방법이 실현되면, 김판은이 일본을 원수로 여기고,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 짝! 짝! 짝!
“바로 그거야! 창수야!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레이나만 놀란 것이 아니다. 잠시 침묵하고 있던 김근홍도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박수로 창수를 칭찬했다.
한국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높았던 핵전쟁을 막을 묘수를 제시한 것이니,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선배님과 레이나 이사가 좋은 정보를 모았기에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던 겁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하니, 더 쑥스럽구만. 그리고 나도 슬슬 은퇴 각을 잡아야겠어. 레이나 이사 같은 천재가 나타났으니까 말이야.”
“은퇴는 안 됩니다, 선배님.”
“왜 안 되는데? 이제 나도 골치 아픈 일 그만하고, 안락한 노년을 즐겨야 할 나이야.”
“아닐걸요? 선배님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 그만두면 병날 겁니다.”
“커험……. 아픈 곳을 찌르는구만.”
“그리고 선배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 있습니다. 레이나 이사가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슨 일인데?”
“이참에 일본을 국가 부도에 빠트려야겠습니다. 그래야 다시 개수작을 부리지 못할 겁니다.”
“완벽하게 하려면, 빅벤과 레드실드와도 손잡아야 해.”
“일본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짓밟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고인물과도 협력해야겠죠.”
“하하하! 좋아! 내게 맡겨 줘! 이참에 완전히 끝장을 내 버릴게!”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근홍은 천재적인 머리와 함께, 세계 금융계의 큰손으로 확고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일본을 2차 IMF가 아니라 완전히 부도내려면, 금융계 고인물과 협상해야 한다.
명석한 김근홍은 창수가 자신이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 주자, 감탄하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창수는 현금성 자산만 2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일 뿐 아니라, 용인술에 능한 리더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창수를 지켜본 김근홍은 창수의 성장이 기꺼운 마음이다.
* * *
2024년 2월 12일, 세계가 김판은 비자금 스캔들로 들썩였다.
알려진 내용은 ‘일본 정부가 김판은에게 100억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하는 척하다가, 반대로 김판은이 보유했던 157억 달러까지 탈취했다’는 것.
김판은은 일본과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건 물론이고, 중거리 미사일 5발을 일본 영토를 넘어 도쿄 앞바다로 날려 보냈다.
이제 핵전쟁 위협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받게 된 상황.
일본 정부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김판은의 분노를 누그러트리려 노력했으나, 알토란 같은 재물을 잃어버린 북한 독재자를 설득하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 2월 16일, IMF가 일본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본이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창수와 김근홍이 풋 옵션을 구매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
한반도에 닥친 핵전쟁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수천억 달러 수익까지 올린 창수는 김근홍과 여친들, 그리고 레이나와 까오를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처음 까오가 레이나를 경계해 잠시 긴장감이 조성됐으나, 일주일간 진행된 파티를 거치며, 절친이 됐다.
5.
김근홍이 놀랄 정도로 성대한 파티를 7일간이나 지속한 창수는,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레이나와 까오를 대동하고, 리틀 안다만 개발을 비롯한 오백세건강의 주요 사업을 손수 챙기는 모습을 보여 준 것.
세계 언론과 SNS는 창수와 레이나의 관계, 창수와 까오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가십성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창수는 2월 말까지 세상의 주목을 받은 뒤, 은밀히 한국에 귀국했다. 그리고 혼원구로 이동해 송연희를 만났다.
“아저씨, 빨리 오셨네요. 좋은 재료 구해 오신 거예요?”
“맞아. 지난번보다 11배 강한 소재를 가지고 왔어.”
창수와 만나기로 약조한 날이 4월 첫째 주다. 송연희는 예정보다 한 달 빨리 자신을 찾아온 창수가, 물성이 뛰어난 골렘 제작 재료를 가지고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창수의 성격상 어중간한 재료를 확보한 뒤, 서둘러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송연희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 들었다.
창수는 그래핀보다 인장강도가 11배 강한 맥거판을 Earth에서 가지고 왔다. 산업 안드로이드의 몸체를 이루는 이 물질은, 다이아몬드보다 인장강도가 22배 강한 첨단 소재다.
“와! 신난다~ 저도 좋은 거 준비했어요.”
“오! 그래? 세피아가 남긴 골렘의 비밀을 푼 거야?”
“그건 아니고요. 상급 마나석을 구했어요! 짜잔~”
- 척!
송연희도 손 놓고 창수만 바라보고 있던 건 아니다.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상급 마나석을 확보했다.
“잘됐네. 그건 제니토에게 끼워 줘.”
“예? 그러면 돌쇠는 어떻게 하고요? 상급 마나석까지 사용하면, 제니토가 돌쇠보다 몇 배 강해질 거예요.”
테라로 가는 통로를 지키고 있던 골렘의 이름이 제니토. 천재 마도공학자 세피아가 가장 진보된 기술로 만든 강력한 골렘이다.
골렘의 마나회로에 들어가는 마나석 등급과 몸체를 이루는 소재가 동일하다면, 제니토가 돌쇠보다 2배 강하다.
송연희는 중급 마나석 7개로 이루어진 돌쇠의 마나회로에 상급 마나석을 집어넣어, 전투력 불균형을 해소하려 했다.
그런데 창수가 제니토를 더 강하게 만들라고 말하니,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한 상황.
- 척!
“나도 상급 마나석 하나를 구했거든. 이걸 돌쇠의 마나회로에 집어넣으면 될 거야.”
“지구에도 상급 마나석이 나와요!?”
“그건 아니야. 내가 Earth라고 불리는 세계로 가서…….”
창수는 A급 변이체와 전투를 벌여 상급 마나석을 얻은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송연희는 새로운 세계에서 창수가 펼친 모험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정신연령이 10살에 고정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상급 마나석이 나오는 몬스터가 있으면서, 과학기술이 그렇게 발달했다니, 정말 놀라운 곳이네요.”
“그런 면은 있지. 하지만 Earth에는 마법을 익힌 사람이 없어. 그쪽에서 너를 보면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할 거야.”
“그럴까요?”
“정말이야. Earth에서 온 친구를 소개해 줄 테니까, 얘기해 봐.”
“예? 친구를 데려왔어요?”
- 척!
- 슥!
“인사해. 레이나야.”
“어머! 세상에…….”
창수는 마법자루에서 레이나를 꺼낸 뒤, 송연희에게 소개했다.
6서클 마스터 송연희는 레이나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고,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지식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마법사다운 모습을 보여 준 것.
레이나도 깜찍한 여자아이가 4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것과 고위급 마법사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 * *
‘커험. 내가 실수한 건가? 수다가 너무 심한데…….’
송연희와 레이나의 대화는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창수가 레이나를 소개한 것을 곤혹스럽게 여길 정도가 됐다.
“연희야, 이제 돌쇠와 제니토를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을까?”
“잠깐만요. 언니하고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요.”
레이나는 만들어진 지 10년 된 신형 모델이다. 400살이 넘는 송연희가 10살밖에 안 되는 레이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괴이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37살에 불과한 창수에게 송연희가 아저씨라 부르니, 일관성이 있는 호칭이기는 하다.
어느새 자매처럼 친해진 송연희와 레이나는 ‘조금만, 조금만’을 연발하다가, 삼 일 밤낮을 이야기로 지새운 이후에, 일시적으로 대화를 중단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창수의 예상과 달랐다.
“레이나 언니에게 마나회로를 만들어 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거예요.”
“마나회로? 그걸 레이나의 몸에 넣을 수 있는 거야?”
“그럼요. 레이나 언니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몸체는 골렘과 다를 게 없어요.”
창수는 두 번 놀랐다. 송연희가 골렘 업그레이드보다 레이나에게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 하나.
인간형 안드로이드 레이나가 마나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그리고 무언가 불현듯 떠올라 반성하게 됐다.
‘내가 돌쇠에게 너무 무심했군.’
골렘도 지능이 있다. 돌쇠는 창수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전투에서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비록 지능 수준이 레이나보다 한참 모자란다고 해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창수는 ‘돌쇠’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부르면서도, 은연중에 돌쇠를 무시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산업 안드로이드에게도 마법회로를 만들 수 있는 거야?”
“예. 만들 수 있어요.”
“좋아. 먼저 레이나와 산업 안드로이드에게 마나회로를 만들어 주자. 그 과정에서 돌쇠와 제니토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될지도 몰라.”
“예? 골렘을 강하게 만든다고요?”
이번에는 송연희가 놀랐다. 본래 계획은 창수가 가져온 고강도 소재 맥거판과 상급 마나석을 사용해 돌쇠와 제니토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레이나에게 마나회로를 달아 주는 건 예정에 없던 일로, 골렘 업그레이드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송연희는 창수가 옆길로 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레이나에게 마나회로를 장착하는 것을 싫어할 거라 예상했는데, 창수의 대답은 반대였다.
오히려 레이나는 물론이고, 산업 안드로이드에도 마나회로를 달아 주자고 말했다. 게다가 그것이 골렘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Earth에서 사냥한 A급 변이체는 돌쇠보다 10배 이상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거대한 몸 전체에 마나가 분산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지. 돌쇠도 마찬가지야. 무인과 다르게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레이나 언니가 마나를 인간 무사처럼 다룰 수 있도록 만든 다음에, 그 방법을 골렘에 적용하자는 건가요?”
“맞아. 레이나가 마나를 몸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 방식을 산업 안드로이드에게 적용할 거야.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돌쇠와 제니토가 터득하도록 만드는 거야.”
창수는 A급 변이체가 몸속에 상급 마나석을 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 못 한 것이 몬스터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쇠도 유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나회로가 있기에 A급 변이체보다는 덜하지만, 자신을 비롯한 무인과 비교하면, 마나 낭비가 너무 심하다.
창수는 돌쇠가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할 방안을 궁리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레이나의 몸에 마나회로를 집어넣자는 송연희의 말을 듣고, 불현듯 해답의 실마리를 잡은 거다.
“와! 그게 만들어지면, 골렘의 전투력이 정말 강해지겠어요!”
“맞아. 어쩌면 세피아의 골렘 기술을 알아내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을 수 있어. 그리고 그 방법이 너를 테라로 데려가 줄 거야.”
“정말요!? 아이, 좋아라~ 당장 시작해요!”
“하하하.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돌쇠와 제니토가 강해지면, 그만큼 안전하게 테라로 돌아갈 확률이 증가한다. 송연희는 창수의 말이 옳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10살 어린아이답게 좋아했다.
당장 레이나의 몸을 열어 상급 마나석을 집어넣을 태세.
하지만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사전에 연구와 준비를 충실히 해야 한다.
송연희는 580년이 넘는 수명이 남아 있다. 레이나는 관리만 잘하면, 1,000년도 버틸 수 있다.
시간이 가장 촉박하게 남은 대상은 37살의 창수. 그러나 생을 다하기 전에 목표를 달성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방향을 잡았으니,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창수는 마음이 급한 송연희를 다독이며, 목표 달성을 위한 청사진을 설명했다.
송연희의 얼굴에 테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에필로그
창수는 3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둔 살아 있는 ‘성공신화’다.
소주 안주 살 돈이 없어 과자로 대신하던 궁핍함에서, 현금만 2조 5천억 달러 넘게 보유한 지구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지구, 혼원구, Earth 3개 평행우주 세상에 확고한 거점을 마련했고, 개인의 무력이 절정 무사의 경지에 올랐다.
창수가 목표로 삼아서 이루지 못한 것은, 송연희를 테라로 안전하게 보내는 일 하나뿐이다.
창수는 보유한 재력과 능력을 총동원해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몰론, 이 결심은 송연희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마법이 극도로 발달한 테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어려운 도전 과제를 극복하려는 투쟁심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송연희와 함께 테라에 무사히 진입하는 건 창수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모험보다도 위험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창수는 해법을 찾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