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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94화 (194/200)

194화 54장. 무명 영웅의 서사시

2.

빈민가에 형성된 미로는 일반 변이체가 이동하기 버거울 정도로 비좁은 지역이 2/3를 차지한다. 신장 4m에 달하는 B급 변이체가 움직이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

4대대 병력은 중급 몬스터가 미로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쾅! 쾅!

- 후드득!

그러나 중급 몬스터에게는 힘이 있었다. 벽과 건물을 가리지 않고 부수며 미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

B급 변이체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천천히 빈민가 내부로 진입했다.

- 푸슝! 푸슝!

- 츠악! 츠악!

4대대 병력이 30m 높이에 있는 전술 기동로에서 B급 변이체에게 집중 사격을 가했다. 워낙 천천히 움직이기에 빗나가는 일 없이 백발백중.

하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

- 플라즈마 총이 통하지 않아!

- 성벽 밖에서 통하지 않았는데, 여기라고 통할 리 없잖아!

-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일반 변이체를 킬 존에서 몰아 죽이며 회복했던 자신감이 단번에 사라졌다. 강화 플라즈마탄을 동시에 수십 발 발사해도 B급 변이체를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라즈마 폭탄을 전부 사용한 4대대 병력이 중급 몬스터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 와르르!

- 쿠당탕!

“크아악!”

“우아악!”

일부 용맹한 4대대 병력이 최대한 근접해 플라즈마 총을 발사했으나, 결과는 비극이었다.

B급 변이체의 공격으로 전술 기동로를 떠받치는 건물이 붕괴하면서, 30m 아래로 추락한 것. 추락한 5명 중 3명이 즉사했고, 나머지 2명도 중급 몬스터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 덥석!

- 획!

- 파팍!

“크악!”

지능이 뛰어난 B급 변이체는 30m 높이에서 공격하는 4대대 병력에 응징할 방법을 알아냈다.

건물 잔해를 집어서 던지는 것.

처음 몇 번은 너무 어설퍼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으나, 곧바로 명중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10회가 넘어가자, 80% 이상 명중률을 보였다.

게다가 던지는 잔해의 크기가 최저 수박만 하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

4대대 병력은 전술 기동로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몸을 숨겨야 했다. B급 변이체의 파괴 행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쾅!

- 와르르!

- 우르르! 파바박!

B급 변이체가 100m에 달하는 빈민가 미로를 뚫어 내자, 그 통로를 통해 일반 변이체가 서민 거주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 꺄악! 변이체가 몰려오고 있어요!

- 보안군이 지켜 준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 지켜 주기는 개뿔! 보안군 놈들이 우리를 변이체 먹이로 남겨 둔 거야!

- 흑흑흑! 이제 어떻게 해요!?

팜 지역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오는 변이체를 보고 패닉에 빠졌다.

도망칠 곳이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비명만 지르는 상황.

게다가 매도우 시티 당국이 서민 거주 지역 주민을 변이체 전진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변이체는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달려든 뒤, 살점을 뜯어먹는다. 보안군은 그 시간을 이용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할 기회를 잡는 것이다.

이것이 시가지 방어전의 잔혹한 진실.

서민 거주 지역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생존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혼란에도 침착함을 유지한 소수가 있었다.

- 도망가야 해! 어서! 여기에 있으면, 다 죽어!

- 어디로 도망가요!? 팜 지역으로 가는 문이 막혔다고요!

- 동문 쪽으로 가야 해! 거기는 변이체를 막았어!

- 정말이에요!?

- 네트워크에서 계속 안내가 나오고 있어! 어서 움직여야 해!

- 하지만 정보가 틀릴 수 있잖아요!

- 설령 틀린 정보라 해도, 여기서 변이체 먹이가 되는 것보다는 백번 나아!

- 그… 그렇기는 하죠!

아는 것이 힘이다. 살기 위해 정보를 뒤지던 주민 한 명이 네트워크에 올라온 안내문을 보게 됐다. 동문 인근을 방어하는 보안군이 변이체를 성공적으로 퇴치했다는 내용.

창수와 돌쇠가 버티고 있는 1대대 관할 지역을 중심으로 2대대와 3대대 관할 지역이 변이체 공격을 막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 타다닥!

- 우르르!

정보를 전달한 주민이 일행을 이끌고 동문 방향으로 달려가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동문 쪽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가 네트워크에 거짓 정보를 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맥없이 있다가 변이체에게 먹히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해 보고 죽는 것이 낫지 않은가?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이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사람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동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3.

<대표님, 동문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정보를 올린 것이 효과를 보고 있군.>

<그렇습니다. 애쉬 이사님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창수는 오백세건강 연구실에 남아 있는 인원과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창수가 변이체 처리 상황을 레이나에게 알리면, 레이나는 그 정보를 마커스와 애쉬에게 전달한 뒤, 피드백 한다.

애쉬는 창수와 돌쇠의 활약으로 연구소 인근이 안전해졌다는 걸 파악하고, 그 내용을 서민 거주 지역에 남은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말했다.

창수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애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애쉬의 정보 전달이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대표님,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고? 보안군이 주민 이동을 가로막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사람들을 쫓아 변이체들이 동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B급 변이체 3마리도 있습니다.>

<플라즈마 폭탄이 다 떨어졌을 거고, 보안군 힘으로 B급 변이체를 막기 어렵겠군.>

연구소에도 정찰 드론이 있다. 평소 매도우 시티 당국의 감시망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서민 거주 지역 내부에서는 정찰 드론 사용을 자제했지만, 변이체 웨이브가 시작된 이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레이나는 정찰 드론이 보내온 영상을 바탕으로 현재 시가지 내부 상황을 창수에게 알려 줬다.

창수는 보안군에게 B급 변이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동문 방어가 뚫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까지 B급 변이체가 몰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복귀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야. 나는 북문까지 올라가면서 변이체를 정리해야 해. 이쪽 피난민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

레이나는 창수가 연구소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창수는 서민 거주 지역에 진입한 변이체를 처단하는 중이다.

창수와 돌쇠의 활약 덕분에 보안군이 1대대와 3대대 관할 지역을 향해 몰려온 변이체를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3대대 위쪽에 위치한 5대대 지역은 변이체를 막아 내지 못하고 빈민가 안으로 후퇴해야 했다.

창수는 5대대 지역에서 빈민가 미로를 파괴하며 안으로 파고드는 B급 변이체 두 마리를 돌쇠와 함께 제거했다.

이어서 5대대보다 위에 있는 7대대 지역을 파고드는 B급 변이체 2마리를 추가로 처단한 뒤, 서민 거주 지역으로 완전히 진입해 변이체 학살에 나서고 있다.

창수가 변이체를 제거한 아래쪽으로 안전지대가 형성됐고,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지금 창수가 자리를 비우면, 많은 사람이 죽임당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동문 쪽이 뚫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맞아. 그래서 말인데, 레이나 혼자서 B급 변이체를 상대할 수 있어?>

<저 혼자서 B급 변이체를 처치할 확률은 42.7%입니다.>

마커스의 도움으로 몸체를 수리하고 정상적인 전투력을 회복한 레이나는 창수가 지급한 마법검을 보유하고 있다.

마나 방어를 뚫을 수 있는 마법검의 위력을 파악한 레이나는 B급 변이체와 1:1 대결을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B급 변이체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 상황.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일 때,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산업 안드로이드의 도움을 받으면 어때?>

<둘의 도움을 받으면, 방어할 확률이 99% 이상입니다. 하지만 처단할 확률은 67.2%입니다.>

산업 안드로이드의 단단한 몸체는 광폭화하기 전 A급 변이체의 공격도 버텨 냈다. B급 변이체의 공격을 충분히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기에, B급 변이체 사냥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다섯을 데리고 싸우면 처치할 확률이 얼마나 올라가?>

<97% 이상입니다.>

<좋아. 안드로이드 다섯을 이끌고 동문 쪽으로 이동하면서 변이체 놈들을 처리해.>

<그렇게 되면, 연구소 경비가 약화됩니다.>

<위에서 내가 막고, 동문 쪽에서 레이나가 막으면, B급 변이체가 연구소로 가는 걸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즉시, 동문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다. 10명이 한 팀을 이루는 소규모 전투에 익숙한 레이나는 전장을 전체적으로 보는 판단력이 부족했다.

창수가 북문 방향으로 변이체를 처단하며 이동하고, 레이나가 동문을 지키면, 연구소에 B급 변이체가 도달할 리 없다.

레이나는 창수의 판단이 옳다는 걸 바로 깨닫고, 지시를 수행했다.

* * *

산업 안드로이드 5대를 이끌고 연구소를 나온 레이나는 변이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동문 인근에서 변이체와 처음 만나게 됐다.

- 촥!

- 써걱!

- 지지직!

- 키에엑!

너무 쉽다. 창수가 준 마법검을 휘두르자 변이체의 몸이 종잇장처럼 잘리면서, 비명을 지르며 즉사했다.

레이나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월등히 뛰어난 마법검의 공격력에 두뇌 회로가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나가 보유한 무기는 일반 마법검이 아니다. 전격 속성을 가진 것으로, 성능이 중급 플러스에서 상급 마이너스 수준이다. ‘벽력검’이라는 이름까지 붙은 네임드 무기.

창수가 보유한 작열검과 관시엔이 보유한 설백검과 같은 등급의 마법검으로, 마법이 발달한 혼원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명검이다.

일반 변이체가 벽력검의 공격력을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 획! 획!

- 키에엑! 키에엑!

벽력검이 명품이라는 걸 파악한 레이나가 평소 익혔던 검술을 사용해, 변이체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플라즈마 검을 주 무기로 사용했기에, 비슷한 공격 유형을 보이는 벽력검을 다루는 데 거침이 없다.

변이체를 제거하는 속도가 창수의 40% 수준.

- 저 사람 뭐지!? 변이체를 쓸어버리고 있어!?

- 스텔스 모드에 들어갔던 사람일까?

- 아니야, 그 사람은 북문 쪽으로 이동한다고 했어. 그리고 변이체를 처리하는 속도가 절반 이하야.

- 그러면 누구야?

- 나도 모르지. 하지만 변이체를 잘 잡아 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

창수가 변이체 무리를 학살하는 과정을 지켜본 동문 병력 일부가 레이나를 창수라고 착각했다.

현재 레이나는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전신 아머를 착용하고 있다. 고급 전신 아머에 스텔스 기능이 있기에,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눈썰미가 좋고, 정보력이 빠른 사람은 창수가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레이나의 정체가 어떻든 지금처럼 막아 주면, 서민 거주 지역으로 침입한 변이체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 쿠에에엑! 쿠에에엑!

- 쿵쾅! 쿵쾅!

하지만 낙관적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B급 변이체 2마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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