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91화 (191/200)

191화 53장. 변이체 웨이브

3.

- 터벅! 터벅!

- 털썩!

- 아얏!

“엄마! 나 무릎 다쳤어!”

“어서 일어나! 빨리 걸어가야 해!”

“엄마! 나 아프단 말이야!”

“지금 아픈 거 따질 때가 아니야! 저 문을 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어! 어서 일어나!”

서민 거주 지역과 팜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 인근에서 7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길바닥에 넘어졌다.

아이의 오른쪽 무릎에서 피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만만치 않은 상처가 난 듯하다. 아이가 엄마에게 돌봐 달라고 칭얼거리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엄마의 태도는 단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팜 지역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쓰러진 아이를 다그쳤다.

“우아앙! 나 정말 아프단 말아야!”

“얘가 왜 이래!? 마이키! 너 정말 혼나고 싶어!”

“우아앙!”

아픈데 엄마에게 꾸지람까지 들으니, 서러움에 복받친 마이키가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가 다시 다그쳤지만,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여보! 빨간 가방 버리고, 마이키를 안고 가요!”

“여기에 당신이 아끼는 옷이 들어 있잖아. 이걸 버리겠다는 거야?”

“옷이야 다시 사면 되죠! 마이키를 놓고 갈 수는 없잖아요! 늦기 전에 메이커까지 가야 한다고요!”

참다 못한 엄마가 결단을 내렸다. 아끼던 옷을 버리고 아이를 선택한 것.

아이 아빠는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고, 양손에 큼직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중에서 오른손에 든 가방을 버리라고 한 것.

지구처럼 바닥에서 밀고 다닐 수 있는 캐리어가 있다면, 마이키를 그 위에 올려 놓고 가겠지만, 바퀴가 없는 매도우 시티의 가방은 등에 지거나 들고 가야 한다.

아빠는 툴툴거리면서도, 엄마의 말에 따랐다. 지금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 옷이 아깝다고 하나, 아들과 비교할 수 없다.

- 응차!

- 터벅! 터벅!

여전히 마이키는 아팠지만, 아빠의 품에 안기니 마음이 진정됐다. 이렇게 마이키 가족은 약간의 소란을 피운 뒤, 팜 지역으로 넘어갔다.

- 쯔쯔쯔! 헛소문이 아이 잡겠군!

- 그러게 말이야. 변이체 웨이브는 무슨 얼어 죽을 변이체 웨이브야?

- 남의 일 신경 쓰지 마. 변이체가 몰려온다는 헛소문이 한두 번이야?

- 하긴 우기만 되면, 매년 퍼졌던 소문이지. 항상 낚이는 멍청이들이 있는 거고.

아이 엄마가 다친 마이키를 돌보지 않고, 가방마저 버리고 가는 모습을 지켜본 상인들이, 한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몇 시간 전부터 서민 거주 지역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변이체 웨이브가 곧 시작되니,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서민 거주 지역을 탈출해야 한다는 내용.

상인들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나도는 소문이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그래도 이번 소문은 이상하지 않아? 너무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어.

- 하긴 그래.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돈푼깨나 있어 보여.

- 이거 정말 변이체가 몰려오는 것 아니야?

- 설마 그럴 리가?

서민 거주 지역과 팜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는 모두 24개. 소문이 난 후로 출입문 하나를 거쳐 팜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만 족히 만 명은 넘어 보였다.

한 시간 전에는 넓이 14m에 달하는 통로가 사람으로 꽉 들어찬 때도 있었다.

다른 출입문도 이곳과 상황이 비슷하다면, 24만 명이 넘는 인구가 단시간에 서민 거주 지역에서 빠져나간 거다.

그리고 짐꾼을 고용해 짐을 나르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상인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무언가 싸한 느낌을 받게 됐다.

-저벅! 저벅!

- 저 사람들. 마타 패밀리 아니야?

- 정말이네! 엉덩이 무겁기로 소문난 조직이 움직이고 있어!

- 이거 우리도 피난해야 하는 것 아닐까?

- 그러게 말이야. 이번은 헛소문이라도, 한번 믿어 봐야 할 것 같아.

- 맞아. 하루 장사 안 한다고, 굶어 죽는 것 아니잖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상인들의 눈앞에 300여 명이 등과 양손에 짐을 잔뜩 지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평소 찾아볼 수 없는 트레일러를 10대나 동원했다.

마타 패밀리. 동문 인근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조직으로, 정상적인 사업부터 마약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뿌리내리고, 문어발식 사업을 하고 있다.

마타 패밀리의 별명은 불독으로, 한번 점찍은 적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자기 영역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이런 마타 패밀리가 대규모 이동을 한다는 것은,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 지이잉! 지이잉!

- 젠장! 소문이 진짜인가 봐! 출입문이 닫히고 있어!

- 덧문까지 닫히고 있어! 우리도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 서둘러! 시간이 7분밖에 남지 않았어!

마타 패밀리가 이동한 지 5분이 되지 않아, 서민 거주 지역과 팜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출입문은 가로 7m, 세로 15m, 두께 1m에 달하는 거대한 합금판 2개로 구성돼 있다. 평소에는 열려 있고, 3개월에 한 번씩 문을 닫고 여는 성능 시험을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덧문은 가로 14m, 세로 15m, 두께 1m에 달한다. 덧문은 1년에 한 번 시험한다.

그러나 두 문이 동시에 닫히는 광경을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이것이 말하는 건 명확하다. 변이체가 몰려온다는 소문이 사실이다.

상인들이 점포를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갔다.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는 시간은 7분, 그 안에 가족을 데리고 서민 거주 지역에서 탈출해야 한다.

- 쿵!

- 웨에엥! 웨에엥!

7분 뒤 출입문과 덧문이 완전히 닫히자, 이제야 요란한 사이렌이 서민 거주 지역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

[매도우 시티 시민 여러분. 비상사태가 발생해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5만 마리가 넘는 변이체 무리가 우리의 터전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앙사무국과 보안군은 여러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모두 침착함을 유지하고, 보안군과 협력해 싸워야 합니다. 보안군에게 비협조적이거나 지시를 어기면, 배반자로 간주해 즉결 처분될 수 있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서민 거주 지역 전역에 동일한 내용이 방송됐다.

제법 정중한 표현을 사용했으나, 그 내용은 변이체와 전투에서 고기 방패가 되라는 내용이었다.

서민 거주 지역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이제야 변이체 웨이브가 헛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 쾅! 쾅! 쾅!

- 열어 주세요! 문 좀 열어 주세요!

- 제발 아이라도 보내 주세요!

- 살려 주세요! 저는 메이커 주민이라고요!

화들짝 놀란 주민이 출입문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덧문까지 닫힌 상태. 아무리 문을 두들기고 애걸복걸해 봐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 젠장! 우리를 버리다니! 저주받을 놈들!

- 아니야. 변이체가 몰려온다는 소문은 이미 퍼졌어. 무시한 우리가 잘못이야.

- 아무리 그래도 중앙사무국에서 경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 대피하는 사람 막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푼 거라 생각하겠지.

일부는 자신을 사지에 버린 중앙사무국을 비난했고, 일부는 사전에 몬스터 웨이브 정보를 들었음에도 믿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 그들은 꼼짝없이 서민 거주 지역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다.

4.

- 쿠에엑!

- 쾅!

- 파삭!

서민 거주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된 지 12분 후, 첫 번째 변이체 무리가 매도우 시티 동쪽 외벽에 도착했다.

동쪽 성문은 1m 두께의 문과 덧문 두 개로 3중 방어가 돼 있고, 주위도 강화 시멘트로 만들어져, 변이체의 공격을 버텨 냈다.

하지만 성문에서 50m만 벗어나도 방어가 취약하다. 변이체가 휘두른 주먹에 성벽이 버티지 못한 채 부서져 내렸다.

- 푸슝! 푸슝!

- 파르르! 푸르르!

- 키에엑!

성벽이 공격받자, 30m 위에 배치된 보안군이 플라즈마 총을 발사하며, 저지에 나섰다.

강력한 위력을 가진 플라즈마 탄에 맞은 변이체 1/3이 즉사하고, 나머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매도우 시티도 나름대로 충실히 몬스터 웨이브에 대비한 것.

그러나 변이체의 숫자는 보안군보다 월등히 많았고, 중상당한 변이체도 바닥을 박박 기면서, 성벽을 공격했다.

- 쾅!

- 와르르!

치열한 공방이 30분 정도 흐른 뒤, 동문에서 남쪽으로 700m 떨어진 지점 성벽에 구멍이 났다.

- 팍! 팍!

- 후드득! 투드득!

구멍 주위로 변이체들이 모여들고, 성벽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연습이라도 했던 것처럼 협력하며, 성벽을 부수는 모습이 살벌하다.

- 슝!

- 빠앙!

- 츠츠즉!

- 키에에엑!

성벽이 뚫릴 위기에 몰리자, 보안군이 플라즈마 폭탄을 발사했다. 고가 무기로, 엄청난 에너지를 응축해 살상 반경이 30m에 달한다.

플라즈마 폭풍에 휩싸인 변이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위력이 강하기에 살상 반경 안에 있던 변이체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일부도 거동할 수 없게 됐다.

확실히 돈값을 한다.

<스펜서 대대장, 변이체 공격은 어떤가?>

<간신히 1차 공격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무기가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폭탄을 보급해 주십시오.>

<뭐라고!? 벌써 플라즈마 폭탄을 다 쓰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성벽에 구멍이 뚫려서 그만…….>

<젠장! 어쩔 수 없군! 여단 본부에 남은 것을 보내 주겠다!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도록!>

<감사합니다! 여단장님!>

90분이 넘는 치열한 공방 끝에 간신히 변이체를 물리쳤다. 무공 훈장을 받아 마땅한 전공이지만, 여단장 허슬리는 2대대장 스펜서를 강하게 질책했다.

1여단이 보유한 플라즈마 폭탄은 한정돼 있다. 각 대대에 처음 지급된 물량으로 3차 웨이브까지는 버텨야 한다.

휘하 7개 대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2대대에 플라즈마 폭탄을 몰아주면, 전체 작전이 어그러질 수 있다.

그래도 성벽에 구멍이 뚫렸다고 하니 지원을 해야 한다. 여단장으로서는 짜증이 날 만하다.

스펜서도 그것을 알기에, 상관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 * *

- 타다닥!

- 우르르!

약 30분에 걸친 짧은 휴식이 지나고, 2차 변이체 공격이 시작됐다. 몬스터 규모가 1차보다 배는 늘어난 상황.

- 꿀꺽!

달려오는 변이체를 바라보던 2대대장 스펜서의 목구멍을 긴장이 가득 담긴 침이 넘었다.

어쩌면 이번 공격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저절로 몸이 반응한 것.

“어! 저놈들이 노리는 게 우리가 아니야!?”

“그렇습니다! 대대장님! 1대대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젠장! 영악한 놈들!”

동문을 기준으로 남쪽 1km를 2대대가 방어한다. 그리고 북쪽 1km를 1대대가 방어한다.

그런데 변이체들이 성벽에 구멍 난 2대대 관할 지역이 아니라, 1대대 관할 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다.

현재 1여단이 여분으로 보유한 플라즈마 폭탄이 모두 2대대에 집중돼 있다. 변이체 무리가 1대대 관할 지역을 집중 공격하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스펜서는 변이체가 보안군에 스파이를 심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슉!

- 쿠워워워!

동문 북쪽 500m 지점에 무언가 나타나더니 괴성을 질러 댔다.

변이체와 유사하지만, 그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포효였다.

- 쿵쾅! 쿵쾅!

뒤뚱거리는 발걸음이 무언가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변이체보다 빨랐고, 묵직한 중량감을 보였다.

- 휘익!

- 쾅!

- 우당탕!

- 키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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