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90화 (190/200)

190화 53장. 변이체 웨이브

1.

- 위이잉!

- 콸콸콸!

‘이만하면 되겠군.’

마커스가 레이나를 수리하고 다양한 물품을 제작하는 동안 창수는 콜로라도강 지류에서 물을 퍼 올렸다.

창수가 보유한 마법자루에 남은 공간은 70m². 한 번에 물 70톤을 담을 수 있다. 바이크를 타고 하루 3번 왕복하면, 210톤에 달하는 물을 확보하게 된다.

물 210톤은 매도우 시티에서 630만 실링의 가치가 있고, 암시장에 팔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420만 실링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한국 돈 48억 원을 버는 쏠쏠한 작업이다. 물론 창수가 보유한 천문학적인 재산과 비교하면, 소소한 잔돈에 불과하지만, 매도우 시티에서 뒤탈 없이 자금을 만드는 최선의 길이다.

- 부우웅!

‘잠깐. 풀이 자라는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우기라서 그런가?’

물 70톤을 마법자루에 넣은 후, 매도우 시티로 돌아가는 창수의 눈에 위화감이 들어왔다.

물 확보에 나선 지 5일째, 처음에는 지류 인근에서만 자라던 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네바다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100mm에 불과하다. 비가 1월과 2월에 집중해서 내린다고 하지만, 풀이 자랄 정도로 풍족한 건 아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주위를 정찰해야겠어.’

- 쉬이잉!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창수는 지류 인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이크를 멈추고 정찰 드론 4대를 마법자루에서 꺼낸 뒤, 콜로라도강 지류 상류와 인근으로 날려 보냈다.

재처리 공장에서 확보한 첨단 부품으로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한 정찰 드론이 500km/h 속도로 날아가 지류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 예상치 못한 풍경이 전송됐다.

‘뭐야? 이거? 완전히 초원 지대잖아? 그리고 B급 변이체 놈들이 왜 이리 많아?’

콜로라도강 지류 동쪽은 더 이상 사막이 아니었다. 비록 큰 나무는 없지만, 높이 2m가 넘는 풀들이 들판을 빽빽이 채웠고, 생명이 넘쳐 보였다.

그 안에 변이체가 서식하는 건 당연한 일. 그리고 신장 4m에 달하는 B급 변이체가 다수 발견됐다.

창수는 이 광경을 꼼꼼히 영상으로 기록한 뒤, 매도우 시티로 돌아갔다.

* * *

매도우 시티에 도착한 창수는 네트워크에 접속해 지류 동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련된 작은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짙은 의혹을 품은 창수가 마커스에게 영상을 보여 줬지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

애쉬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는 고령의 시아버지가 영상에 나타난 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척!

“어르신, 이 영상을 봐 주십시오.”

“허허……. 이것 참! 큰일이구려!”

애쉬의 생각이 맞았다. 영상을 본 제라드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 동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변이체 웨이브가 시작된 거요. 하루걸러 한 번씩 비가 내려 수풀이 자라고, 변이체가 늘어나고 있소. 숫자가 임계점을 넘으면, 물밀듯이 여기로 몰려올 거요.”

“경험이 있으십니까?”

“그렇소. 70년 전에 변이체가 몰려와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었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 믿었었는데, 착각이었소.”

제라드의 나이 83세. 13살 나이에 몬스터 웨이브로 전 가족을 잃고, 혈혈단신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왔다.

가진 것이 없기에, 서민 거주 지역에서도 밑바닥에 속하는 빈민가를 전전했으나, 결혼해 가정도 꾸밀 수 있었다.

7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4년 후 아들이 죽었지만, 손자 디온과 며느리 애쉬가 있어 위안으로 삼고 있다.

이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면, 다시 한번 끔찍한 비극이 시작될 터. 제라드의 얼굴에 암담함이 가득하다.

“보통 일이 아니군요. 중앙사무국에 알려야겠습니다.”

“소용없는 일이오. 중앙사무국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거요.”

“음……. 그렇군요.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왜 대응을 안 하는 겁니까?”

매도우 시티에 비행정이 존재한다. 비행정을 사용해 지류 동쪽을 정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수는 제라드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위기를 모른 척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방법이 없기 때문이오. 매도우 시티의 모든 병력을 동원해도 불어난 변이체를 상대할 수 없소.”

“그렇다면, 방어라도 강화해야죠.”

“강화하고 있을 거요. 1차 저지선이 팜 지역이요.”

“서민 거주 지역을 버린다는 건가요?”

“그렇소. 변이체들이 외벽을 뚫고 몰려오면, 팜 지역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닫힐 거요.”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겁니까!? 미친 짓이군요!”

“70년 전에 메이커 지역까지 변이체가 침입했었소. 중앙사무국은 코어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요.”

“네트워크에 변이체 웨이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유가 그것입니까?”

“아마도 그럴 거요.”

잔혹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매도우 시티 병력이 몬스터 웨이브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최선의 방안은 성벽 방어전을 펼치는 것. 그리고 차선책이 시가전을 벌이는 것이다.

매도우 시티는 외벽부터 코어 방향으로 폭 500m, 면적 14.91km² 지역으로 변이체를 끌어들여, 처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술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100만 명이 넘는 생명을 사지에 몰아넣는 악랄한 작전이다.

만약, 이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 서민 거주 지역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 척!

“어르신, 디온을 데리고 메이커 지역으로 가십시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제가 머무는 호텔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고맙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변이체가 얼마나 몰려오든지 다 처리할 수 있습니다.”

A급 변이체를 사냥한 창수에게 몬스터 웨이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지킨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창수는 제라드와 디온을 마일로 호텔로 대피시켰다.

2.

“마커스 이사님, 변이체 웨이브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예!? 변이체 웨이브요?”

“제라드 어르신께서 70년 전에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초원이 생기고 변이체가 넘쳐나면, 매도우 시티로 몰려온다고 합니다.”

“크… 큰일이군요!”

제라드와 디온을 메이커 지역으로 보낸 창수는, 곧바로 마커스를 만나 임박한 위기를 알렸다.

외부에서 물 수거 작업을 여러 번 했던 마커스는 변이체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창수가 정찰 드론을 통해 확보한 영상에 끔찍한 정도로 많은 변이체가 보였다. 그것들이 매도우 시티로 몰려오면, 어떻게 막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티 당국이 팜 지역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막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를 미끼로 이용하려는 거군요!”

“가능한 한 빠르게 이 사실을 서민 거주 지역 전체에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습니다.”

“암시장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이 영상을 증거로 첨부하면, 사실이라는 걸 알 겁니다!”

“애쉬 이사님에게 맡기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암시장에서 물품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 또한 거래되는 주요 상품 중의 하나.

그렇다고 아무 정보나 무작정 유통되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확인 절차를 거쳐, 신빙성의 유무로 가격이 달라진다.

단순히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다는 말만으로 큰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여기에 창수가 확보한 영상을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창수는 마커스가 제안한 방법이 합리적이라 여기며, 암시장 거래를 전담하고 있는 애쉬에게 소문 확산 임무를 맡겼다.

* * *

“레이나, 변이체 웨이브가 시작되면, 여기는 어떻게 막아야 할까?”

“외벽과 붙은 1층과 2층 벽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골목과 연결된 벽을 강화하고, 3층에서 다가오는 변이체를 공격하면 연구실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서민 거주 지역 주민을 대피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오백세건강 연구소를 지키는 것이다.

이곳은 매도우 시티 동문에서 500m 정도 북쪽에 있다. 외벽과 붙어 있는 최외곽 지역으로 변이체 공격을 받을 것이 확실한 곳이다.

레이나는 폐기물 재처리 공장에서 구매한 고급 소재로 취약한 벽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방안이야. 산업 안드로이드들을 동원해 작업을 시작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창고를 지키는 경비병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전투에 활용하려는 거야?”

“예. A급 변이체와 대등하게 싸웠습니다. 변이체 웨이브에도 견딜 거라 생각합니다.”

“독이 묻은 연장도 가져와야겠군.”

“인간과 접촉할 염려가 있지만, 지금은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창수와 레이나는 산업 안드로이드 무리가 A급 변이체를 사지에 몬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비록 A급 변이체가 광폭화에 들어가면서 무력화됐으나, 그 전에 보여 준 전투력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창수와 레이나는 야닉과 정식 계약을 맺은 이후, 산업 안드로이드가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이유를 탐구했다.

그리고 심플하고 단단한 몸체와 맹독이 발린 공구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리신이 청산가리보다 1,000배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0.001g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기에 공구 활용을 포기했다.

창수가 매도우 시티로 산업 안드로이드 10대를 가져온 이유는, 지급할 마법무기가 10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나는 몬스터 웨이브에 대항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창수는 레이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리신이 발린 공구를 사용할 안드로이드는 창수, 마커스, 애쉬와 함께 전투를 치를 거다.

창수는 이미 독을 막을 방어구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폐기물 공장에 리신의 독성을 막을 수 있는 작업복이 있다.

마커스와 애쉬에게 작업복을 구해 주면, 중독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 터.

여전히 위험이 남아 있으나, 안드로이드를 전투에 투입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월등히 앞선다.

* * *

- 위이잉!

레이나에게 벽 보강 작업을 맡긴 창수는 바이크를 타고 1,200km 떨어진 폐기물 재처리 공장으로 이동했다.

언제 변이체 웨이브가 시작될지 모르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였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해서, 바이크를 자동 운행 모드로 놓고, 빵과 육포를 먹을 정도.

- 휭!

대륙 서부 전체가 우기에 접어들었기에, 여기저기서 변이체들이 창궐하고 있다. 창수는 변이체와 충돌하지 않고, 무시하며 그냥 지나갔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니까.

- 꾸에에엑!

- 타다닥!

창수가 곁을 스쳐 지나가자, 분노한 변이체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왔다. 그러나 헛된 움직임.

변이체의 이동속도는 40km/h에서 50km/h다. 100km/h 속도로 지형과 관계없이 전진하는 바이크를 따라잡을 수 없다.

창수가 이렇게 300km를 이동했을 때, 정찰 드론에 특이한 영상이 잡혔다.

‘이런! 벌써 시작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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