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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88화 (188/200)

188화 52장.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꿈꾸는가?

4.

야닉을 죽이려고 작정했던 A급 변이체의 머리 깊숙이 화살이 박히더니, 불꽃이 타올랐다. 뇌를 파괴하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 대는 보스급 몬스터.

마법화살. 창수가 주변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다가 야닉이 위기에 처하자, 도움을 주려고 나선 거다.

만약, 산업 안드로이드들이 A급 변이체를 사냥했다면, 굳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을 터.

- 꽉!

- 쑤욱!

- 키에에엑!

하지만 A급 변이체는 B급 변이체와 다르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고통을 무릅쓰고 머리에 박힌 마법화살을 빼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원흉을 찾기 시작했다.

- 희번덕!

- 파바박!

- 스슥! 희번덕!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노려봤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공장 밖으로 뛰쳐나가 주위를 살펴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존재하는 건 귀찮은 날파리처럼 달라붙는 산업 안드로이드 무리뿐.

체내에 마나를 축적하고 있는 A급 변이체는, 반경 500m 안에 있는 생명체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다. 상대가 투명 상태에 있어도 마찬가지.

재처리 공장 상황실에 야닉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곧장 공격하려 한 건 이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창수는 마법화살을 발사한 뒤, 500m 밖으로 이동한 것일까?

- 쒜에엑!

아니다. 창수는 A급 변이체로부터 100m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마법화살을 날렸다.

창수가 보스급 몬스터의 날카로운 감각을 피한 것은 북명신공 덕분이다. 인체에서 나오는 미세한 마나까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기에, 이목을 피할 수 있었다.

- 탁!

- 픽!

A급 변이체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놨다. 900km/h 속도로 날아오는 마법화살을 오른손으로 쳐 내 방향을 바꿔 버린 것. 완전히 틀지 못해 왼쪽 뺨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대미지를 준 건 아니다.

- 파바박!

- 휘익! 휘익!

방어에 성공한 A급 변이체가 역공에 들어갔다. 양팔을 휘두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뛰어갔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 촤락!

- 스아악!

한참을 달려도 손에 걸리는 게 없자, 보스급 몬스터가 공격 방법을 바꿔, 땅바닥을 몸으로 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엄청난 놈이군. 블링크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당할 뻔했어.’

창수는 A급 변이체가 반격해 올 거라 예상하고, 화살을 발사한 즉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도 완전히 피하지 못해, 철퇴 같은 오른손에 가격당할 위기에 몰렸다. 마나가 담긴 주먹이 창수의 머리를 때리려는 순간,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창수가 블링크 마법을 얻지 못했다면, 여기서 불귀의 객이 됐을 거다.

‘관 선생보다 강한 놈이 분명해. 정면 승부는 미친 짓이야.’

관시엔은 초절정 초입을 넘어 7갑자 420년 내공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전투를 치러, 화살과 암기에 대한 대응도 뛰어나다. 하지만 볼트23에서 발사한 시험용 화살을 막아 내지 못했다.

반면, A급 변이체는 실전에서 마법화살을 막아 냈다. 게다가 7m에 달하는 육중한 몸체에 걸맞지 않게 창수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상대하다가 죽임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용히 자리를 벗어난 뒤 도주할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까?

- 슉!

“돌쇠야! 저놈을 제거해!”

창수가 선택한 건 골렘 투입. 전설급 미궁에서 라스트 보스 역할을 맡았던 돌쇠는 초절정 무사를 상대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 업그레이드로 전투력이 5배 상승한 상황.

창수는 돌쇠가 A급 변이체와 능히 겨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쿠워워워!

- 쿵쾅! 쿵쾅!

창수의 명령을 받은 돌쇠가 폭력성을 담은 발걸음으로 보스급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A급 변이체는 자신의 무릎 정도에 불과한 작은 키를 가진 물체가 시건방진 자세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양팔을 머리 위로 높이 올렸다.

동시에 내려쳐서 박살 낼 요량.

- 슈욱!

- 척!

강철보다 단단한 A급 변이체의 팔이 해머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자, 위험을 느낀 돌쇠가 양팔을 들어 X 자 형태로 만들며, 방어에 나섰다.

순간 흘러나오는 몬스터의 비웃음. 건방진 놈이 예상한 대로 겸손해졌다. 마음이 흡족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이유가 없다.

기형적인 몸매를 가진 땅딸보를 단번에 찌부러뜨리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리라.

- 콰쾅!

- 키에에엑!

하지만 A급 변이체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만만하게 봤던 돌쇠는 멀쩡했고, 대신 자신의 팔이 움푹 들어가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만들었다.

A급 변이체의 공격이 무서운 건, 체내에 마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수강으로 만든 철퇴에 마나를 담아 내려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반면, 돌쇠의 몸체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며 청강석에서 그래핀으로 교체됐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을 형성하고, 그것이 모여 평면 시트를 만든 슈퍼 물질. 인장강도가 130GPa로 다이아몬드보다 2배 높다.

돌쇠의 몸은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게다가 돌쇠의 몸에도 마나가 흐르고 있다. 중급 마나석 7개로 이루어진 마나회로가 전신에 마나를 공급하고 있는 거다.

A급 변이체가 돌쇠를 특이한 안드로이드로 낮잡아 보고, 대충 공격하다가 뜨거운 맛을 보고 있다.

- 쿠워워워!

- 획! 획!

- 쾅! 쾅!

승기를 잡은 돌쇠가 통짜 그래핀으로 구성된 양팔을 휘두르며 거칠게 밀어붙였다.

화들짝 놀란 몬스터가 몸을 돌려 도주하려 했으나, 스피드에서도 돌쇠가 앞서기에, 벗어날 수 없었다.

산업 안드로이드 무리가 공격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대미지가 보스급 몬스터의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저놈이 왜 저리 빌빌거리지?’

돌쇠가 승기를 잡은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북명신공으로 마나량을 파악한 창수는 A급 변이체가 돌쇠보다 월등히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나가 높은 보스급 몬스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군! 마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거야!’

A급 변이체와 돌쇠는 모두 몸 전체에 마나가 골고루 퍼져 있다. 총 마나량은 A급 변이체가 많지만, 7m에 달하는 키와 거대한 몸집으로, 단위 체적당 마나량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A급 변이체와 돌쇠가 충돌하는 지점에선 서로 마나량이 비슷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월등히 강한 몸체를 가진 돌쇠의 공격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거다.

- 쾅! 쾅!

- 휘청!

- 털퍼덕!

돌쇠에게 하반신을 연이어 가격당한 A급 변이체가 쌓인 대미지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도 연이은 매에는 장사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돌쇠의 승리가 확정적인가?

‘이런! 저놈의 마나가 상체로 몰리고 있어!’

전화위복. A급 변이체가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자, 상반신에 힘을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마나도 증가했다.

쓰러진 덕분에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

- 쾅!

- 콰쾅!

- 휘청!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싸움이 접전을 이루게 됐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A급 변이체의 우세로 돌아서게 됐다.

마나가 잔뜩 담긴 몬스터의 주먹을 맞은 돌쇠의 몸이 휘청거린다.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이 점점 능숙해지고 있어. 이대로는 위험해.’

A급 변이체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 불리한 상황이 갑자기 유리해진 걸 알게 되자, 원인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먹에 마나를 집중하는 방법을 서서히 익혀 가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돌쇠의 패배가 확실한 상황.

- 쒜에엑!

돌쇠가 위험에 처하자, 창수가 나섰다. 볼트23을 사용해 화살을 발사한 것.

돌쇠와 전투를 벌이느라 신경을 집중한 A급 변이체는, 900km/h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지 못했다.

- 팍!

- 끼에에엑! 끼에에엑!

창수가 발사한 화살이 A급 변이체의 등에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처참한 비명이 보스급 몬스터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마나의 악몽이라고 하더니. 슈베린 효과가 확실하군.’

창수가 발사한 화살촉엔 마나의 흐름을 꼬이게 만드는 마나독이 발려 있었다. 슈베린. 마적단이 마법사 고사누를 암습할 때 사용한 물질로, 같은 무게 황금보다 100배 비싼 귀물이다.

슈베린은 일반인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체에 고순도 마나를 담고 있는 마법사와 무사에게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마법사에게 치명적인데, 그 이유는 한번 체내에 들어가면,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내공심법을 익힌 무사의 경우, 비교적 단시간에 슈베린의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A급 변이체는 마법사가 아니지만, 슈베린을 해소할 내공심법을 모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 쾅! 쾅! 쾅!

- 빠각! 팍! 빠각!

- 끼에에에엑!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누워 몸부림치는 보스급 몬스터에게 돌쇠가 무지막지한 공격을 가했다. 마치 애먹인 것에 분풀이하려는 모습.

돌쇠의 주먹이 한번 날아갈 때마다, A급 변이체의 생명력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3분을 버티지 못하고, 절명하고 말았다.

* * *

- 촥!

- 스윽!

돌쇠가 A급 변이체를 처단하자, 창수가 사체로 이동해 가슴을 가르고 무언가를 빼냈다.

적출하는 모습이 매우 신중하다. 마치 심마니가 깊은 산속에서 산삼을 발견하고,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위 땅을 파는 모습.

그사이 1km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이나가 다가왔다.

“대표님, 그것이 무엇인가요?”

“마나석이야.”

“자연의 에너지가 담겨 있는 건가요?”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게 아니야. 마나를 흡수하고 정제하는 역할도 해.”

“가치가 높겠네요.”

“당연하지. 이거 구매하려면, 최소 87억 실링을 줘야 해.”

창수가 보스급 몬스터 가슴에서 빼낸 건 상급 마나석이었다. 가치가 개당 한국 돈 10조 원에 달하는 보물 중의 보물로, 천문학적인 거금을 주고도 구매하기가 극히 어렵다.

창수는 물론이고 송연희도 구할 수 없어서, 돌쇠 마나회로에 중급 마나석을 장착할 정도.

A급 변이체가 위험한 몬스터라는 걸 파악하고도, 창수가 공격을 멈추지 않은 이유가 상급 마나석에 있다.

“정말 고가로군요. A급 변이체 전체 가격하고 비슷해요.”

“A급 변이체가 그렇게 비싸?”

“처음 사냥한 A급 변이체는 50억 실링에 팔렸어요. 두 번째는 100억 실링에 팔렸죠. 흥정만 잘하면, 150억 실링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저 별 볼 일 없는 껍데기가 비싼 이유가 뭐지?”

“해양도시에서 A급 변이체는 전설이에요. 신체 모든 부분을 사용해 가공품을 만들면, 300억 실링 이상의 가치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해양도시에서 사냥한 A급 변이체는 이전까지 2마리에 불과하다. 사냥한 사체는 정밀 검사를 거친 뒤, 부위별로 나뉘어 판매됐다.

가격은 평균적으로 g당 500실링이다. 금보다 5배 높은 가격.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레이나는 희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하하! 이거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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