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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84화 (184/200)

184화 51장. 업그레이드는 이렇게

5.

창수가 특수 변이체를 우회해 30분 정도 이동했을 때, 정찰 드론이 보내온 영상에 11명이 나타났다.

남자 1명과 여자 10명. 모두 아머, 플라즈마 검, 플라즈마 총으로 중무장한 상태. 그들이 특수 변이체를 에워싼 뒤 공격을 시작했다.

특이한 건, 변이체를 포위한 건 여자 10명이고, 남자로 보이는 한 명이 뒤로 빠져서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자는 모두 연예인급 미모를 가지고 있다.

- 쿠워워워!

- 휘릭!

신장 4m,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특수 변이체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을 둘러싼 적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일반 변이체의 공격이 바위를 부술 정도라는 걸 고려하면, 특수 변이체의 공격이 얼마나 강할지 예상할 수 있으리라.

- 쾅!

- 투쾅!

- 대굴! 대굴!

특수 변이체에게 공격받은 전투병이 양손을 들어 막아 보았지만, 강력한 힘을 해소하지 못하고, 10m를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뭐지!? 저걸 맞고도 안 죽어!?’

이동을 잠시 중단하고 정찰 드론으로 전투 장면을 지켜본 창수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상대로 특수 변이체의 공격은 강력했다. 일반 변이체 수백 마리를 처단한 경험으로 미루어 평가할 때, 최소 10배는 강한 위력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건, 특수 변이체에게 공격받은 전투병이 죽거나 중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력한 주먹을 맞고 요란하게 바닥에 굴렀음에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즉시 일어나 포위망에 합류했다.

‘저 공격을 받아 내다니……. 아머 방어력이 얼마라는 거야?’

특수 변이체의 공격에 멀쩡한 전투병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연이어 가격당한 전투병들도 큰 대미지를 보이지 않고 전투에 복귀했다.

창수는 Earth의 과학기술이 지구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특수 변이체의 괴력을 막아 내는 전투병과 아머의 방어력에 위화감을 느꼈다.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촬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뭐 하는 거야!? 고작 B급 변이체를 잡지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시미언 님, 저 변이체에 플라즈마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후퇴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전투병을 이끄는 시미언이라는 남자는 특수 변이체를 제압하지 못하는 병력에게 역정을 냈다. 간단히 끝내야 할 일을 한 시간이 넘도록 하지 못한다고 여기며 타박한 것.

그러나 전투병에게도 고충이 있다. 주력 무기 플라즈마 검과 총이 특수 변이체에게 통하지 않기에, 제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시미언은 눈앞에 보이는 변이체를 B급이라고 평가하지만, 선임 전투병은 상대가 B급 이상의 능력을 갖춘 변이체라 여기며, 퇴각을 조언했다.

“오늘 안으로 실험실에 B급 변이체를 납품해야 해! 그렇지 못하면 파산이야! 어떻게 해서든 저놈을 잡아!”

“다른 무기도 통하지 않습니다. 남은 건 육탄전입니다. 자칫하면, 병력 상당수를 잃을 수 있습니다.”

시미언도 지금 상대하는 변이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퇴각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수 변이체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

선임 전투병은 시미언의 명령이 무리하다는 걸 알렸다. 전투병에게 일반 검과 둔기도 있으나, 모두 타격을 주지 못했다.

가능한 공격은 전투병들이 모두 달려들어 힘으로 제압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가 날 것은 자명한 일.

“육탄전이라도 벌여! 그게 너희 전투 안드로이드의 책무니까!”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분명히 후회하실 겁니다.”

“건방지게 나대지 말고! 당장! 내 명령에 따라!”

전투병은 인간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나, 흉측한 변이체를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완력을 가진 전투 안드로이드.

그렇다 해도 일반 변이체와 격이 다른 전투력을 가진 B급 변이체와 육탄전을 벌이는 건 무모한 짓이다.

시미언은 B급 변이체를 육탄전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투 안드로이드 상당수를 잃을 거라는 선임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무리한 명령을 강요한 것은 보험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B급 변이체를 확보하지 못해 막대한 위약금을 물고 파산하는 것보다, 전투 안드로이트를 희생해서 목표를 달성한 뒤, 피해 보험금을 받으면 이익이라고 판단한 거다.

지능이 높은 선임 안드로이드는 시미언의 탐욕을 알아차렸으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 쿠워워워!

- 쑥!

- 뿌드득!

시미언의 지시에 따라 전투 안드로이드들이 특수 변이체에 달려들어 사지를 붙잡았다.

하지만 괴력을 가진 변이체는 힘으로 안드로이드들을 떨쳐 내고, 잔혹하게 공격을 시작했다. 팔과 다리, 심지어 목을 뽑아 전투력을 약화하고 기능을 정지시킨 것이다.

안드로이드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속절없이 파괴되는 자매들을 보며 슬픈 얼굴을 보였다.

주인 잘못 만나 개죽음당하는 것이 이것이리라.

“R5T001! R5T002! 저놈을 저지해! 나머지는 퇴각한다!”

전투 안드로이드 수가 넷으로 줄어들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시미언이 결단을 내렸다. 선임 안드로이드와 부선임 안드로이드를 방패막이 삼아 도주를 시도한 것.

추잡하고 비열한 명령이지만, R5T001과 R5T002는 주인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 휘릭!

- 꽉!

선임이 특수 변이체의 등 뒤로 돌아가 목을 잡고 늘어지는 사이, 부선임이 변이체의 오른발을 부여잡고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상태를 몇 분만 유지해도 시미언이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을 터.

- 확!

- 우당탕!

특수 변이체의 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목을 조르고 있던 선임의 두 팔을 가볍게 뽑아 버렸다.

선임이 발로 목을 감싸자, 두 발을 부러트린 뒤 저 멀리 내팽개쳤다. 이어서 특수 변이체는 오른발을 붙잡고 늘어지는 부선임의 머리를 뽑아 버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임무 완수에 실패했다.

사실 이건 예정된 것이고, 시간의 문제였다. 안드로이드 전체가 당해 내지 못했던 힘을 둘이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 쿵쾅! 쿵쾅!

R5T001과 R5T002를 처리한 특수 변이체는 곧바로 도주하는 시미언을 추격했다. 자신에게 도전한 무리를 살려 두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쫓아갔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저절로 공포가 만들어진다. 시미언은 안드로이드에게 자신을 업고 뛰라고 지시했다.

“빌어먹을! 어서 저놈을 막아! 어서!”

하지만 너무 늦었다, 선임과 부선임이 결사적으로 막고 있을 때, 안드로이드의 힘을 빌려 도주했다면, 쉽사리 꼬리를 잡히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이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허세가 가득한 시미언은 자신의 발로 갈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특수 변이체의 추격을 벗어나지 못한 시미언은, 나머지 전투 안드로이드 둘에게 저지할 것을 명령했다.

- 쾅!

“끄아아악!”

헛된 몸부림. 성능이 뛰어난 선임과 부선임도 막지 못한 특수 변이체를 안드로이드 둘이 어떻게 막는다는 것인가?

거치적거리는 방해물을 제거한 특수 변이체는, 도주하는 시미언에게 달려가 그대로 주먹을 날려 격살해 버렸다.

* * *

- 쿵!

- 콰직!

특수 변이체는 전투력뿐만 아니라 지능도 높았다. 시미언이 우두머리라는 것을 파악하고 먼저 처단한 뒤, 움직이지 못하는 안드로이드를 확실하게 파괴했다.

철기둥처럼 단단한 발을 유압프레스처럼 사용하며, 쓰러진 전투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분쇄해 버렸다.

단순히 머리만 뽑히면, 전원이 다시 공급될 때, 90%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기억 손실이 있으나, 되살릴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가 완전히 부서지면, 복구하기 매우 어렵다. 안드로이드를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5배 이상 비용이 들고, 기억도 5~10%가량만 남는다.

사실상 안드로이드에게 죽음이라 할 수 있다.

- 투벅! 투벅!

꼼꼼하게 전투 안드로이드들의 머리를 으깬 특수 변이체가 마지막 남은 선임 안드로이드 R5T001을 향해 다가갔다.

- 쿠워워워!

특수 변이체는 R5T001이 자신을 가장 성가시게 한 적이라는 걸 인지한 듯, 머리에 발을 올려놓고,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러 댔다.

이제 오른발에 힘을 주고 눌러 버리면, 자신에게 도전했던 건방진 무리를 완전히 말살하는 거다.

기분이 좋아진 건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아이고 시끄러워! 고막 나가겠네! 이거!”

오른발에 힘을 가해 유압프레스처럼 선임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으깨려는 순간, 특수 변이체를 겨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획!

- 두리번! 두리번!

특수 변이체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낸 대상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상대방이 스텔스 상태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수 변이체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적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스텔스 상태에서 자신을 공격한 적을 상대한 경험을 떠올린 것.

과학기술이 발전한 Earth에는 광학 스텔스 기술은 물론이고, 열 방출을 막아 주는 기술도 있다.

몸을 감춘 적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상대방의 몸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쉐에엑!

특수 변이체가 R5T001에서 20m 정도 벗어났을 때, 허공을 가르며,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왔다.

- 팍!

- 화르륵!

위험을 감지한 특수 변이체가 고개를 젖히며 날아오는 물체를 피하려 했으나, 워낙 속도가 빨라 피하지 못했다.

머리를 정통으로 타격한 화살은 강철처럼 단단한 피부와 뼈를 가볍게 뚫고 뇌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면서, 특수 변이체의 얼굴을 불태웠다.

- 키에에엑!

조금 전 포효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특수 변이체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터져 퍼졌다.

- 허부적! 허부적!

본능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강적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걸 파악한 특수 변이체가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뇌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두 발을 사시나무 떨듯이 움직이고, 두 손으로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허공에 휘저었다.

- 촥!

- 싹뚝!

- 화르르!

특수 변이체의 왼쪽 아킬레스건이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의해 잘려 나갔고, 그 자리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 기우뚱!

- 쿵!

변이체는 기본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뇌가 타격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괴됐다.

특수 변이체의 몸이 기울어지며, 땅바닥에 쓰러지는 건 당연한 일.

- 슈욱!

- 쩍!

- 키에에엑!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특수 변이체의 목을 공격했다.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플라즈마 검도 먹히지 않는 단단한 목을 단번에 1/3이나 잘라 버렸다.

- 슈욱!

- 팍!

- 때구르!

연속해서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 공격에 특수 변이체의 목이 완전히 잘렸다.

선임 전투 안드로이드 R5T001은 이 과경을 지켜보면서, 뇌 회로가 정지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만약 특수 변이체를 처단한 상대방이 스텔스 능력을 갖춘 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특수 변이체의 목을 잘라 버린 무기에 공격당하면 고통이 있을까?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던 R5T001에게 두려움과 번뇌가 퍼지기 시작했다.

“부상이 아주 심해 보이는군.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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