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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73화 (173/200)

173화 48장. 대청소

7.

관시엔이 11명을 처단하고 12번째 목표로 사사키 재단 전투대장 데나와 야키야스를 노리자, 전투에 참여하지 않던 자가 나섰다.

드디어 밥값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나 보다.

- 챙! 챙! 챙!

- 파앙! 카앙! 파앙!

사사키 재단이 고용한 자의 무공이 놀랍다. 초절정 고수 관시엔의 검을 간단히 저지한 뒤 공세로 나서며, 뒤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관시엔은 힘에서 밀리지만, 당황하지 않고 견실하게 상대방의 공세를 막았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수다운 모습.

둘의 검이 쉴 새 없이 충돌했다. 그리고 충돌 소리가 강한 파공음을 내며,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상대방이 초절정급 경지에 오른 검호가 분명하다.

하지만 내공이 없는 일본 무사가 어떻게 초절정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츠네, 저놈 누구지?>

<정확한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사키 재단이 고용한 명나라 고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인이 아니야?>

<사사키 재단이 으슥쾰 호수에서 흑룡회와 강대국 특작 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무림 고수들을 고용했습니다. 최근 병력 일부가 조선으로 이동했는데, 저자가 거기에 섞여 있던 것 같습니다.>

<초절정 고수를 영입한 거군. 사사키 재단 수완이 만만치 않아.>

<돈으로 무력을 사는 데 능한 자들입니다. 주군이 아니었다면, 관 선생을 영입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사키 재단이 전투 집단 흑룡회와 벌였던 전투에서 밀리지 않은 건, 막대한 금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전력을 마법물품과 마법스크롤로 메우고, 급전이 필요한 무림 고수에게 거액을 지급한 뒤 고용했다. 지금 관시엔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 주는 용병도 그중의 한 명이다.

그리고 흑룡회와 벌였던 전투가 강압으로 중단되면서, 여유가 생긴 사사키 재단이 조선으로 초절정 경지에 오른 고수를 파견한 거다. 일본 군부의 노림수가 일정 부분 먹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대로 저놈이 날뛰게 놔두면, 작전이 어그러져. 협공해야겠어.>

<맞습니다.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현재 관시엔은 7갑자 420년 공력을 보유하고 있다. 초절정의 벽을 넘고도 60년 공력을 더 쌓은 강자다.

그런데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칫 관시엔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싸움에 개입하는 것이 초절정 고수에게 모욕일 수 있으나, 관시엔이 죽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선택이다. 지금은 명예를 위해 싸우는 비무가 아니라 전투를 벌이는 거니까.

<다섯을 센 뒤에 동시에 마법화살을 먹인다. 5, 4, 3, 2…….>

창수는 근접전이 아니라 원거리 공격으로 관시엔을 도우려 했다. 창수와 츠네가 절정 무사이기는 하지만, 초절정 고수의 싸움에 합세해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반면, 최근 훈련에서 볼트23이 발사한 연습화살을 관시엔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창수와 츠네가 동시에 마법화살을 발사하면, 상대방이 버텨 내기 어려울 거다.

창수는 정확한 공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잠깐 멈춰!>

<예!? 주군, 무슨 일이신지요?>

<저놈 몸에서 나오는 기운을 알겠어. 관 선생이 상대할 방법이 있어.>

북명신공은 단전에 마나의 바다를 만든 뒤, 외부의 마나를 흡수하는 내공심법이다. 익히기 어렵고 초반 성장이 더디지만, 내공이 1갑자에 이르면, 자다가도 내공이 쌓이고 숨만 쉬어도 내공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런 특성 때문에 북명신공은 외부 마나 상태에 대해 어떤 심법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창수의 내공은 3갑자 절정을 넘어 200년 내공에 도달했다. 처음에 확신이 가지 않았으나, 집중하고 살핀 후 이름 모를 고수가 관시엔을 압도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관 선생, 설백검을 사용하시오. 저자의 내공에 화기가 섞여 있소.>

- 슈욱!

- 창!

설백검은 빙탑에서 구매한 마법검. 성능이 중급 플러스에서 상급 마이너스 수준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명검이다.

위기 상황에서 창수의 조언을 들은 관시엔은 재빨리 마법자루에서 설백검을 빼내 상대방의 검을 막았다.

- 슈악!

- 휘청!

창수의 말이 맞았다. 관시엔을 파고들던 상대방의 마나가 힘을 잃고, 오히려 설백검에서 나오는 한기에 밀려 버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마나의 변화에 당황하며 용병 고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 챙! 챙! 챙!

- 파앙! 카앙! 파앙!

이제 전세가 역전됐다. 관시엔이 휘두르는 설백검이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궁지로 몰아넣은 것.

비슷한 경지에 오른 고수라도, 상성에 따라 승패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 *

<츠네, 나머지 떨거지는 우리가 돌입해서 처단하자.>

<알겠습니다, 주군.>

사사키 재단의 히든카드를 본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마법화살을 낭비할 필요 없이, 검으로 직접 처리하면 될 일.

창수가 마법검을 빼 들고 일본 병력을 향해 달려가면서 츠네에게 협공을 지시했다.

츠네가 볼트23으로 원거리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절정 무사 혼자보다 두 명이 공격할 때 효율이 월등히 좋다.

- 사악! 슈욱!

- 쫙! 써걱!

- 화르르! 후르륵!

“크악!”

“우아악!”

아다만티움 합금 방패로 만든 방어벽을 가볍게 뛰어넘은 창수. 일본 병력 정중앙에 난입해 화염 속성 마법이 각인된 작열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창수가 검술에 능한 건 아니다. 평행우주를 넘나든 이후 서양 검술을 익혔고, 츠네와 대련하면서 검술 기초를 닦은 정도.

능천곡에서 무공을 구매하고 관시엔을 영입한 뒤 본격적으로 검술을 배운 초보자다. 그러나 200년 내공과 작열검의 조합은 어설픈 검술의 문제점을 덮고도 남았다.

창수의 검이 지나갈 때마다, 적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본 병력이 뛰어난 물리방어력을 가진 천잠사 전투복을 착용했으나, 작열검 앞에서 그냥 얇은 천 조각에 불과했다.

- 스악!

“컥!”

뒤늦게 달려온 츠네도 마법검을 들고 죽음의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33명이던 대사관 병력과 사사키 재단 병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악귀 같은 놈! 죽어라!”

- 쓔슝!

남은 인원이 5명으로 줄었을 때, 사사키 재단 전투대장이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중급 마법이 걸려 있는 날카로운 창.

20m 이내에서 발사하면, 아무리 반응이 빠른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도 90도 각도 안에 적이 있다면, 자동으로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창수가 착용한 투명망토, 천잠사 전투복, 마법방어구 조합이 강력한 방어 조합이지만, 이 아티팩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생명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위기.

- 블링크!

- 슉!

하지만 창수는 공간을 이동하는 블링크 마법을 보유하고 있다. 마법창이 몸에 닿기 직전, 15m를 순식간에 이동해 데나와 야키야스가 날린 회심의 일격을 간단히 피해 버렸다.

- 촥!

“크악!”

그리고 곧바로 반격에 나선 창수가 단칼에 사사키 재단 전투대장을 처단했다.

“주군, 흑룡회 타격대 4개 조가 보신각 쪽에 나타났습니다.”

“불나방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군.”

“조금 귀찮지만, 차라리 잘됐습니다. 각개격파 하는 거니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저놈들을 제거하면, 흑룡회에 병력이 얼마나 남는 거지?”

“감찰반, 정찰대 그리고 하위 타격대 4개 조가 남습니다.”

“전력이 꽤 남네.”

“숫자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생각하면, 전력이 2할도 남지 않을 겁니다. 하위 타격대 44명은 훈련병에 가깝습니다.”

“동이 트기 전까지 흑룡회를 박살 낼 수 있겠군.”

“충분합니다. 사실 지금 다가오는 병력만 제거해도, 흑룡회 조선 지부가 와해된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창수와 츠네가 일본 병력 33명을 처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는다.

정리를 마친 창수와 츠네가 정찰 드론 확인에 들어갔고, 츠네가 운용하는 드론에 흑룡회 2차 병력이 포착됐다.

모친이 흑룡회 조직원이고, 흑룡회 타격대 정식대원으로 11년을 보낸 츠네는 후속 병력의 정체와 함의를 단번에 알아봤다.

흑룡회가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모든 타격대원을 끌고 온 거다. 45명을 제거하면, 흑룡회 지부에 남는 전력은 정찰대 5명과 감찰반 10명,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타격대 4개 조는 창수 일행에게 아무런 위협을 줄 수 없다.

창수와 츠네는 방어에만 집중하지 않고, 오늘 밤 안으로 흑룡회 조선 지부를 끝장낼 예정이다.

“좋아. 그러면 저자부터 처리하자.”

“그리하시죠. 단 한 방으로 끝을 내겠습니다.”

오늘 백호대 거점을 노리고 투입된 흑룡회, 일본 대사관, 사사키 재단 병력은 한 명만 남기고 모두 사망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관시엔과 싸우고 있다. 츠네는 이름 모를 초절정 고수를 제거하고, 완벽한 상태로 흑룡회 2차 병력을 상대하려 했다.

“아니야. 죽일 필요는 없어.”

“예? 살려 주실 건가요?”

“그래. 심성이 나쁘지 않은 자인데, 죽이는 건 과한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싸우는 걸 잘 지켜봐. 최대한 민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

“아! 그렇군요!”

초정절과 초절정의 정면 대결이다. 마나가 담긴 두 사람의 검은 모든 것을 잘라 버리는 절단기와 다를 바 없다.

북촌 입구가 비교적 넓은 공지이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들이 횡액을 당할 수 있다.

창수는 비록 적이지만,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엉뚱한 사람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는 이름 모를 무사에게 호감을 느꼈다.

“내가 오른쪽 다리를 겨냥할 거니까, 너는 왼쪽을 노려.”

“알겠습니다, 주군.”

“5, 4, 3, 2, 1.”

- 쉐에엑! 쒜에엑!

창수와 츠네가 시간을 맞춰 동시에 마법화살을 발사했다.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다가오자 용병 고수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설백검을 휘두르는 관시엔의 공격을 막아 내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일반 화살보다 수십 배 위력이 강해 보이는 화살 2발을 막을 방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사삭!

- 휙! 팍!

- 지잉!

“킄!”

초절정 경지에 오른 실력자답게 반응과 회피 동작이 빨랐다. 그러나 900km/h 속도로 날아가는 마법화살을 모두 피할 수 없었다.

츠네가 발사한 화살은 간신히 피했으나, 창수가 발사한 마법화살에 오른발을 맞았다. 그리고 냉기가 퍼지면서, 순간적으로 마나 운용에 문제가 생겼다.

- 척!

“저항하지 마시오! 낌새를 보이면, 당신 목숨은 없는 거니까!”

관시엔은 창수가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숨에 용병 고수를 제압했다. 무인으로서 자신의 힘으로 강적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고용된 호위 무사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신속하게 대처했다.

“나를 살려 주겠다는 거요?”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대인께서 판단할 일이오. 당신 재주가 아까워서 하는 말인데, 대인께 최대한 예의를 차리기 바라오.”

관시엔은 창수로부터 용병 고수의 양발에 활을 쏠 거라는 말과 그자를 죽이지 말라는 지시를 들었다.

그동안 지켜본 창수의 성격으로 미루어, 자비를 베풀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용병 고수의 생사 여부는 어디까지나 창수의 판단에 달려 있다.

관시엔은 창수가 다가오기 전에, 이름 모를 고수에게 생존 확률을 높이는 조언을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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