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72화 (172/200)

172화 48장. 대청소

5.

<츠네, 종각 쪽에서 30명이 접근하고 있다.>

<사사키 재단 병력일 겁니다. 대사관 병력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창수와 츠네는 각각 정찰 드론 4대를 활용해 백호대 거점 인근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수가 살펴보던 지역에 투명망토를 가동한 30명이 나타났다.

츠네는 이 인원이 합류하기 전에 대사관 병력 50명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아. 숫자가 늘어나면, 처리하는데 거치적거리지. 작전대로 공격을 시작하자.>

사사키 재단 병력의 이동속도로 미루어 예측하면, 이곳까지 도달하는 데 7~8분이 걸린다. 그동안 일본 대사관 병력을 가능한 한 많이 처단하는 것이 전체적인 전투에 유리하다.

창수는 츠네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곧바로 마법자루에서 볼트23을 꺼냈다.

- 쉐에엑!

- 팍!

- 지지직!

“크악!”

창수가 발사한 마법화살이 일본 대사관 병력 한 명을 단숨에 처단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츠네도 마법화살을 발사해 다른 한 명을 처치했다.

아무런 대비도 없었던 대사관 병력 두 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참사관님! 백호대에게 위치가 발각됐습니다!”

“사사키 재단은 어디쯤인가!?”

“종각을 막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후퇴해서 그쪽 병력과 합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격 기회를 놓치게 돼! 무사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 임무야!”

“어차피 기습은 불가능합니다! 병력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백호대 놈들이 무사들을 빼돌리면 어떻게 할 거야!?”

기습 공격 당한 대사관 병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위치를 알 수 없는 적에게 공격받는 상황에선 후퇴하고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전술에 맞는 행동이다.

그러나 후방으로 빠질 경우, 백호대 병력이 감금 중인 일본 무사 10명을 처단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최고 상급자 코다테 쇼마가 후퇴를 꺼린 반면, 2인자 사무관 후카미조 코지는 강하게 후퇴를 종용했다.

- 쉐에엑! 쉐에엑!

- 팍! 팍!

- 지지직! 지지직!

“으악!”

“크악!”

일본 참사관과 사무관이 이견을 보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창수와 츠네는 8초에 한 번씩 마법화살을 발사해, 대사관 병력을 야금야금 줄이고 있었다.

- 휙! 획!

대사관 병력도 멍청하지는 않다. 마법화살을 발사하는 적이 자신들처럼 투명망토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감지기를 사용해 화살이 날아온 인근을 수색했다.

그러나 창수와 츠네를 발견할 수 없었다. 투명망토 감지기 탐색 거리가 100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창수와 츠네는 약 120m 거리에서 공격하고 있다. 게다가 한자리에 계속 머무는 것이 아니다. 마법화살을 발사한 뒤 볼트23이 재장전하는 6초 동안 사격 장소를 옮기고 있다.

일부 탐지기가 고성능을 발휘해 탐지 거리가 늘었으나, 커버할 수 있는 탐지 공간이 지름 5m에 불과하다. 창수와 츠네의 위치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반면, 창수와 츠네는 정찰 드론이 보내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 대사관 병력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전장 전투 상황 정보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어쨌든 후퇴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전멸당합니다!”

“칙쇼! 왜 일이 자꾸 꼬이는 거야!?”

코다테 쇼마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대기한다던 흑룡회 병력은 보이지 않고, 위치가 발각돼 역으로 공격받는 상황에 마음속을 다스리지 못한 것.

게다가 여기서 물러서면, 작전이 실패할 거라는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알았다. 모두 후퇴하라!”

그러나 더 버틸 수 없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벌써 병력 10명을 잃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대에게 대책 없이 원거리 공격을 허용하면, 사무관이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설령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허무하게 죽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 사사삭!

- 스스슥!

일본 대사관 병력이 백호대 거점을 공격해 보지도 못하고, 막대한 손해만 입고 후퇴했다. 그리고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입장에서 사냥당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됐다.

<저쪽에 똘똘한 놈이 있나 보군. 제법인데.>

<사무관급에 유능한 자가 2명 있습니다. 오늘 그중의 한 명이 투입된 것 같습니다.>

일본인의 특징은 궁지에 몰렸을 때,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옥쇄를 선택하는 극단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반자이 돌격(バンザイ突撃, 반자이 도쓰게키)를 일삼다가 연합군에게 두고두고 조롱받은 일본군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창수는 마법화살에 공격당한 대사관 병력이 피해를 무릅쓰고 돌격할 거라 예측했다. 그리고 예상 이동로에 관시엔을 배치했다. 초절정 고수를 활용해 단숨에 끝장낼 요량.

하지만 대사관 병력은 함정에 걸려들지 않고 후퇴를 선택했다. 창수는 처단해야 할 적이지만, 상대방의 발 빠른 대처를 높이 평가했다.

<어설픈 작전은 안 통하겠군.>

<그렇게 봐야 합니다.>

<좋아. 추적하면서 하나씩 제거하자.>

<알겠습니다, 주군.>

대사관 병력은 창수와 츠네가 보유한 볼트23 공격에 대항할 방안이 없다. 더구나 정찰 드론으로 정확한 위치까지 드러난 상황.

장비가 앞서는데 어설픈 작전을 구사할 필요 없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

- 쉐에엑!

- 팍!

“쿠악!”

창수와 츠네는 대사관 병력의 꼬리를 잡고 조금씩 피해를 확대했다.

6.

“모두 방패 뒤로 대피해! 어서!”

- 타다닥!

창수와 츠네가 발사한 마법화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대사관 병력이 북촌 입구에서 간신히 대책을 찾았다.

사사키 재단 병력이 세운 방패 뒤로 몸을 숨기는 것.

- 쉐에엑!

- 투퉁!

“정말 단단한 방패요! 우리가 가진 방패로 막아도 아무런 소용 없었는데, 덕분에 살았소!”

“마법통신으로 말씀드렸듯이,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만든 방패입니다. 원거리 공격을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안심해도 됩니다.”

아다만티움은 물리방어와 마법방어가 탁월한 희귀금속이다. 순수 아다만티움으로 방패를 만들면, 화경 고수, 소드마스터, 7서클 마법사의 공격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고가이기에 순수 아다만티움은 주로 공격 무기에 사용한다. 사사키 재단이 보유한 방패는 아다만티움을 1% 함유한 합금 방패다.

너무 함량이 적어 무늬만 아다만티움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합금 방패로 물리공격을 모두 막을 수 있고, 마법공격도 6서클까지 방어할 수 있다.

평행우주 너머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방패 중 하나.

“역시, 사사키 재단의 자금력은 대단하구려. 합금이라지만, 가격이 엄청난 건데 말이오.”

“작전 성공을 위해 이 정도 투자는 해야죠. 그런데 화살 위력이 대단합니다. 일반 화살보다 수십 배는 강한 것 같습니다.”

“말도 마시오! 저 악마 같은 화살에 우리 병력이 다 녹아 버렸소!”

일본 대사관 병력은 볼트23에서 날아온 마법화살을 막기 위해, 소총탄 방어용 일반 방패는 물론이고, 방어마법이 각인된 방패도 사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절망적. 모든 방패가 종잇장처럼 뚫리면서, 북촌 입구로 도주하는 짧은 시간 동안 25명이 추가로 살해당했다. 이제 남은 병력은 15명뿐.

사사키 재단처럼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참사관님, 흑룡회 병력은 어떻게 됐나요?”

“백호대 거점을 감시한다더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소. 뭐 하자는 수작인지 모르겠소.”

“저 화살에 당했을 겁니다.”

“흠……. 듣고 보니 그렇구려. 웬만큼 튼튼한 방패가 아니면, 저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거요.”

사사키 재단 전투대장 데나와 야키야스는 흑룡회 타격 2조와 3조가 볼트23에서 발사한 마법화살에 죽임을 당했을 거라 생각했다.

이건 1/3만 맞고 2/3은 틀린 이야기. 마법화살에 당한 흑룡회 대원이 7명이고 15명이 검에 죽었다.

하지만 흑룡회 병력이 그냥 사라진 것으로 판단한 참사관 코다테 쇼마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 준 거다.

“그런데 여기 있는 병력만으로 감금된 무사들을 구출해야 하는 겁니까? 너무 무모한데요.”

“아니요. 흑룡회에서 추가로 45명을 파견한다고 했소.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와 합류할 수 있을 거요.”

“좋습니다. 일단 방어에 집중하면서 흑룡회 병력을 기다리죠.”

대사관 병력 15명과 사사키 재단 30명을 합해 총 45명으로 백호대 거점 공략은커녕, 백호대 거점으로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동을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방어 전선에 틈이 나올 수밖에 없고, 사상자가 속출할 거다. 백호대 거점에 도착할 때, 전투 가능한 인원이 얼마나 남을지 의문이다.

데나와 야키야스는 흑룡회가 추가로 45명을 파견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흑룡회를 화살받이로 삼아 전진할 요량.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병력을 아끼면서, 눈엣가시 같은 흑룡회 병력을 소모시킬 수 있다.

<방어가 만만치 않군. 어떤 방패를 사용하는 거지?>

<아다만티움 합금 방패로 보입니다. 마법화살로 뚫기 어려울 겁니다.>

<사사키 재단 놈들이 돈지랄 하는군. 어쩔 수 없지, 정신계 마법화살로 바꿔서 공격해.>

<알겠습니다, 주군.>

아다만티움 합금 방패가 우수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명품 장비가 있어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이 떨어지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창수는 사사키 재단 병력이 격에 맞지 않는 고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쉐에액!

- 투퉁!

- 화악!

- 어어!? 여기가 어디야!? 왜 땅이 빙글빙글 돌지!?

- 졸리고 어지러워……. 왜 이러지?

- 히익! 가까이 오지 마! 이 괴물아!?

정신계 마법 컨퓨즈는 적용 범위가 지름 3m다. 슬립 마법은 4m, 공포 마법은 5m에 달한다.

방패로 막을 수 있는 건 직접 타격일 뿐, 범위 마법을 해결할 순 없다.

훈련도감 역도들이 사용한 마법 보호막은 범위 내 정신계 마법도 상당 부분 막아 주지만, 아다만티움 합금 방패는 그런 기능이 없다.

창수는 이 약점을 간파한 뒤, 마법화살을 공격 계열에서 정신 계열로 바꿨다. 그리고 효과는 예상대로 탁월했다. 마법에 대항할 수단이 없는 일본 병력이 대혼란에 빠졌다.

- 슈욱! 솩!

- 쫙! 서걱!

“으악!”

“크악!”

그리고 초절정 고수 관시엔이 대사관 병력과 사사키 재단 병력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난입한 뒤 칼바람을 일으켰다.

방패병과 주위 병력이 정신계 마법으로 혼란에 빠진 상태이기에, 일본 병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신이 온전하고 방어 태세가 단단해도 초절정 무사의 검을 막기는 버겁다. 방어 체계가 붕괴한 상황에서 관시엔을 막는 건 매우 어려운 일. 일본인들은 이렇다 할 반응도 못 해 보고 무기력하게 죽어 갔다.

“당신! 뭐 하고 있는 거요!? 당장 살수를 처단하시오! 돈값을 해야 할 것 아니요!?”

관시엔의 검이 8명을 처단했을 때, 데나와 야키야스가 고개를 우측으로 돌려 누군가에게 전투 참여를 종용했다.

모두 투명망토를 착용하고 있기에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격이지만, 사사키 재단 병력에 검을 다룰 줄 아는 자가 있는 듯 보였다.

“받은 만큼은 할 거니 염려 마시오.”

- 슉!

- 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