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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70화 (170/200)

170화 48장. 대청소

2.

후지나가 토쿠켄이 일본도를 뽑아 들고 츠네를 공격했다. 야규노리 검술의 대가답게 군더더기 없는 궤적이다. 우상에서 좌하로 내려가는 검에 츠네가 치명상을 입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츠네는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사다. 내공을 모르는 상대에게 당할 리 없다. 게다가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증가한 상태.

츠네가 빠르게 좌측으로 이동했다. 칼집에서 검을 꺼내면서 그대로 공격을 이어 갔고, 단숨에 후지나가 토쿠켄의 목을 잘라 버렸다.

- 툭!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경악에 빠진 하야시 개스케.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분명히 자신의 부하가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별 볼 일 없이 구색만 맞춘 것으로 보였던 호위 무사 정도는 1합에 벨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야규노리 검술의 실력자가 무명 호위 무사의 1합을 받아 내지 못하고 절명한 것이다.

- 타닥!

- 척!

하야시 개스케가 인지 부조화에 빠져 정신 줄을 놓은 순간을 창수가 놓치지 않았다. 단숨에 마법검을 낚아채고, 역으로 일본 공사의 목에 겨눴다.

“멍청한 놈아!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여기 왔을 것 같아!?”

“지… 진정하십시오! 2억 7,000만 환을 지불하겠습니다!”

“허허. 얼빠진 놈이구만! 이제 와서 돈으로 해결하자고!?”

“3억 환 드리겠습니다!”

“이거 말로는 안 되는 놈이구만!”

- 퍽! 퍽! 퍽!

“크악!”

전세가 바뀌자, 강자에게 굴종하는 일본 특유의 비열함이 나타났다. 하야시 개스케가 창수에게 존댓말 하며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

그러나 일본 공사는 이미 흉심을 드러냈다. 여기서 멈추자는 건 창수를 여전히 만만하게 보는 어리석은 망언이다.

창수는 단호하게 거래를 거부한 뒤,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하야시 개스케를 두들겨 팼다.

“호위병! 뭐 하는 거야!? 어서 이 조센징 강도들을 막아! 어서!”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일본 고위급 외교관이면서 동시에 현역 장군이 조선인에게 매 맞는 것이 창피하기는 하지만,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외부에 배치된 호위 10명을 불렀다.

“소용없는 짓이다, 멍청한 놈아.”

“무… 무슨 소리냐!?”

“내가 조금 전에 호법이 있다고 했지. 내 호법이 네놈이 끌고 온 똘마니들을 모두 제압했다.”

“저놈이 호법이 아니고, 다른 놈이 더 있었던 거냐!?”

하야시 개스케는 츠네를 호법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판단 착오. 내실에서 마법검 감정이 진행되는 동안, 초절정 경지에 오른 관시엔이 안가 곳곳에 배치된 일본 무사들을 제압했다.

하야시 개스케와 측근들이 마법검에 빠져 욕심을 부리는 데 집중하느라 내실 밖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북명신공을 익힌 창수는 관시엔의 활약을 파악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너같이 음흉한 놈을 상대하는 데 두 명으로 되겠냐? 인원이 한 명 더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한 명이 10명을 제압해!? 그자들은…….”

“왜 말을 하다가 끊지? 그놈들이 경복궁 담을 넘다가 도주했다는 걸 말하려는 거냐?”

“…….”

외부에 배치했던 10명은 일본 육군본부 직속 무사들이다. 개개인이 절정 무사를 상대할 수 있고, 협공으로 6서클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조선으로 파견된 핵심 전력.

하야시 개스케는 창수가 말한 호법이 아무리 강해도, 무사 10명을 제압할 수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창수의 대답은 일본 공사에게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줬다. 단순히 마법검 거래에 불만을 품은 것이 아니라, 일본 무사들이 역모에 관여했다는 걸 알고 공격한 거다.

하야시 개스케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 * *

창수는 하야시 개스케와 일당을 제압한 뒤, 자백마법 스크롤을 사용해 정보를 뽑아냈다.

짐작한 대로 일본 정부가 훈련도감 역모를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수는 모든 정보를 기록해 정리한 뒤, 백호대에 일본인 12명과 함께 넘겼다.

“젊은 손님, 정말 고맙소. 덕분에 왜놈들의 간악한 수작을 밝혀낼 수 있었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조선의 내부를 흔들기 위해 계속해서 공작을 벌일 겁니다.”

“맞는 말이오. 그냥 물러갈 놈들이 아니지. 왜놈들과 협력한 자들을 철저히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하오.”

창수가 전해 준 정보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친일파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장두호는 이번 기회에 조선에서 암약하는 친일 세력을 일망타진할 계획이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 공사를 처단해야 한다는 거요?”

“처형은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하야시 개스케가 저지른 죄상을 각국에 알려, 일본 정부와 군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다. 외국 외교관이 조선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선 법률로 처벌할 수 없고 국외로 추방하는 것이 고작이다.

매우 불합리한 조치지만, 조선의 외교관도 타국에서 같은 대우를 받기에 불평등한 것이라 하기는 어렵다.

일본 공사 하야시 개스케가 모반에 깊숙이 관여했으나, 조선이 임의로 처형한다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역적질을 사주한 놈을 그냥 놔들 수 없는 것 아니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기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면서 하야시 개스케를 가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대사관의 조선 내 활동을 제한하고 감시를 붙이면, 일본의 공작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좋은 방안이오. 웃전에 그대로 보고하리다.”

평행우주 너머 조선은 80만㎢에 달하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29만㎢에 불과한 일본보다 월등히 큰 대국이고, 군사력에서도 확연히 앞선다.

조선 내부가 안정되면 일본이 획책하는 침공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현시점에서 일본이 조선에서 공작을 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전쟁을 저지하는 최선의 길이다.

장두호는 창수가 말하는 요지를 깨닫고 탄복했다.

3.

11월 2일 밤 11시, 흑룡회 조선 지부장 이바라키 아키오와 타격대장 카리베 테루스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지부장님, 의금부에 하야시 공사가 구금돼 있습니다.”

“외교관을 구금했다는 건 조선 왕실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요?”

“그렇게 봐야 합니다. 왕실 마법사가 자백마법을 사용했다면, 버티지 못하고 모든 내용을 발설했을 겁니다.”

이바라키 아키오는 오후 6시에 일본 공사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하야시 개스케가 나타나지 않자,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기며 일본 대사관으로 연락해 항의했다.

그러나 대사관에서 돌아온 답은 그들도 일본 공사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

흑룡회 지부장은 직감적으로 사달이 났다는 걸 알아차리고, 병력을 풀어 하야시 개스케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알아낸 결과는 놀랍게도 일본 공사와 보좌관이 의금부에 갇혀 있다는 것.

이건 훈련도감이 일으킨 역모 사건에 하야시 개스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외교관 구금이 불가능할 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군. 그런데 이상하오. 하야시 공사는 육본에서 파견한 무사 10명의 호위를 받으며 외출했다고 하오. 조선 의금부에서 어떻게 무사 10명을 따돌린 거요?”

“아마도 백호대가 개입한 것 같습니다.”

“백호대가 무사들을 제압했다는 거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무사들의 종적이 묘연합니다.”

“흠……. 백호대의 전력이 그렇게 강하다니…….”

“작년부터 알 수 없는 자금줄이 생기더니, 전력이 급격히 강화됐습니다. 우리도 경계해야 합니다.”

창수가 공급한 99.99% 고순도 은이 만성적인 재정난에 허덕이던 백호대를 기사회생시켰다.

백호대는 고순도 은을 마탑과 마법 공방에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권을 챙겼다. 그리고 벌어들인 자금을 고스란히 전력 강화에 투입했다.

2년 전만 해도 의욕만 앞서고 왕실에 손을 벌리던 애물단지가, 왕실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무사 10명을 제압한 건 관시엔이지만, 흑룡회는 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백호대의 전력에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백호대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하오. 그놈들이 우리를 노릴 가능성이 높소.”

“지부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분위기가 너무 흉흉합니다.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본부에 의견을 상신할 테니, 답을 기다려 봅시다.”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흑룡회는 일본 침략의 선봉장으로 뜻있는 조선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조선 조정에 좌의정 손훈기와 같은 친일파들이 득세했기에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역모 실패 이후 조선에서 친일파가 몰락하고, 반일 감정이 치솟고 있다. 게다가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백호대의 무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조선에 머물다가 어떤 참혹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흑룡회 조선 지부는 탈출을 모색해야 했다.

* * *

“주군, 흑룡회 병력이 지부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밤 11시 30분, 필동정미소로 가장한 흑룡회 조선 지부 거점에서 일단의 병력이 작전을 시작했다. 백호대 거점을 감시하려는 병력.

정찰 드론으로 필동정미소를 지켜보던 츠네는 돌발적인 움직임을 감지하고 즉시 창수에게 보고했다.

“누가 나가는 거야?”

“타격 2조와 타격 3조로 보입니다. 총 인원 22명입니다.”

“타격 1조만 제거하면, 일이 수월해지겠군.”

“그렇습니다. 흑룡회 조선 지부 핵심 전력 중에서 2/3가 제외된 겁니다.”

흑룡회 조선 지부에는 10개의 타격대가 있다. 각각 11명이 정원이고, 타격 1조와 2조 그리고 3조가 정예 병력이다.

타격 4조, 5조, 6조가 일반적인 임무를 담당하고, 나머지 4개 조는 예비 병력 양성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숫자는 22명에 불과하지만, 타격 2조와 3조가 필동정미소에 없다는 건, 흑룡회 지부 전력이 대폭 저하됐다는 걸 의미한다.

“타격 2조와 타격 3조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계속 감시해. 혹시 함정일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격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공격 시간은 예정대로 새벽 3시야. 하지만 저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지켜보자고.”

창수 일행은 3일 새벽에 흑룡회 한국 지부를 공격할 계획이다. 흑룡회 주요 전력이 빠져나간다는 건 바람직하지만, 자칫 협공당할 가능성도 있다.

창수는 흑룡회 병력 22명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작전 개시 여부를 판단하려 했다.

“주군, 흑룡회 병력이 백호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놈들이 백호대의 비밀 거점을 알아낸 거야?”

“그렇습니다. 경복궁 인근에 있는 거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타격 2조와 3조가 투명망토를 가동하고 이동했으나, 첨단 적외선 감지 장비를 갖춘 정찰 드론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츠네는 정찰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보고, 흑룡회 병력의 목표가 백호대 거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츠네, 작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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