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64화 (164/200)

164화 46장. 이건 꼭 사야 해

4.

특급 연공실 중앙에 사과 크기만 한 붉은색 구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열기가 나오고 있었다.

“관 선생, 저게 뭐요? 훈훈한 기운이 넘치고 있소.”

“열원입니다. 온천의 심부와 연결된 것 같습니다.”

“저것으로 천년설삼의 냉기를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저벅! 저벅!

- 척!

“어떻소?”

“대단한 극양지체입니다. 천년설삼뿐만 아니라, 진설삼의 냉기도 제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준비한 태양옥균보다 효능이 좋은 거요?”

“물론입니다. 태양옥균을 월등히 넘고, 천년화리 내단보다 좋습니다.”

천년설삼의 냉기를 중화하기 위해 창수가 구매한 영약이 태양옥균이다. 화산의 화구 인근에서 자라 응축한 열기를 담은 이끼로 kg당 은자 10만 냥에 거래되는 귀물이다.

하지만 빙탑 특급 연공실 중앙에 자리 잡은 극양지체와 비교하면, 용광로와 모닥불 수준의 격차가 난다.

붉은색 구체 극양지체의 표면 온도는 높지 않지만,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설원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하다.

심지어 빙탑 천년설삼과 비견되는 불의 마탑 천년화리에서 추출한 내단보다 화기가 강하다.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구려.”

“모두 대인의 홍복입니다. 빙탑에 큰 양보를 하지 않았다면, 이곳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하하. 그냥 적당히 이윤을 챙기려 한 것인데, 생각지 못한 선물이 돌아왔소.”

액체헬륨의 원가는 kg당 40만 원에 불과하다. 저렴한 투자로 천문학적인 이득을 올렸기에, 빙탑에 관대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창수의 관대함이 빙탑의 보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했다.

“주군, 연공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빙탑에서 연공실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 바로 시작하자. 뜻하지 않은 행운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거니까.”

창수는 천년설삼 77뿌리와 진설삼 10뿌리를 확보했고, 극양지체가 있는 연공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창수의 내공이 증가한 건 전무한 상태. 이제 확보한 재료를 흡수해 50년 내공에 막힌 한계를 돌파할 때가 왔다.

- 척!

- 스으윽!

창수는 상의를 탈의한 뒤, 붉은색 구체에 등을 붙였다. 그리고 천년설삼을 복용한 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천년설삼 한기가 장난이 아니구나! 극양지체가 없었다면, 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나 태반을 흘려 버렸을 거야!’

천년설삼은 은은한 향기와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1.5kg으로 작지 않은 크기지만, 삼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공도 처음에는 청량한 느낌으로, 흡수가 순조로울 거라 안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5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창수의 전신과 모든 경맥에 칼바람 같은 한기가 몰아닥친 것이다.

만약, 등 독맥을 통해 강한 화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천년설삼의 차가운 마나를 그냥 배출할 뻔했다.

한기 완화를 대비하지 않으면, 천년설삼의 효험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빙탑 주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 스윽!

‘신묘하군. 화기가 한기와 섞이고 있어.’

극양지체가 마나를 전해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천년설삼이 가진 차가운 마나를 부드럽게 풀어 주면서, 창수의 몸에 마나가 흡수되는 것을 도왔다.

단순히 한기를 막아 주는 것을 넘는 효과.

극양지체 덕분에 고비를 넘긴 창수는 2시간에 걸친 연공으로 천년설삼에 응축된 마나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었다.

“주군! 4년 공력이 증가했습니다!”

“하하하! 예상보다 2배 효과가 좋은 거군! 대단한 연공장이야!”

창수가 운공을 마치자마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츠네가 마나를 측정했다. 그리고 내공 4년이 쌓였다는 걸 알렸다.

창수가 익힌 북명신공은 다른 내공과 비교해 단약과 영약으로 흡수하는 마나 효과가 1/10에 불과하다.

천년설삼 한 뿌리로 창수가 얻을 공력을 2년 내외로 예측했는데, 2배 효과가 나온 것이다.

츠네는 예상을 능가하는 주군의 성취에 기뻐했고, 창수는 환호로 화답했다.

“극양지체가 대인과 상성이 맞는 것 같습니다.”

“관 선생이 바로 보셨소. 극양지체의 화기를 냉기에 섞으니, 단전에 마나가 빠르게 쌓였소.”

“운공을 계속하십시오. 이제 천년설삼 두 뿌리만 더 흡수해도 1갑자 내공을 가지게 될 겁니다.”

“알겠소. 당장 시작하리다.”

흐름이 왔을 때 놓치면 안 된다. 경험이 풍부한 관시엔은 창수가 내공을 쌓는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연공을 지속하도록 조언했다.

창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연공이 수월하기에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바로 천년설삼을 추가로 복용하고 운공에 들어갔다.

“감축 드립니다! 대인! 1갑자 내공을 돌파하셨습니다!”

그리고 4시간 후, 창수가 넘기 어려운 벽으로 여기던 1갑자 내공을 뛰어넘었다.

이건 창수의 돈과 배포 그리고 행운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 * *

창수가 천년설삼 3뿌리를 먹고 1갑자 내공을 돌파한 뒤, 츠네가 바통을 이어받아 연공을 시작했다.

츠네는 천년설삼 1뿌리로 가볍게 1갑자 내공에 도달했다. 단철심법의 마나 효율이 그만큼 높은 것.

이후 창수는 수면 시간을 줄여 가며 연공에 몰두했고, 천년설삼 35뿌리를 추가로 복용한 뒤 160년 내공을 이루게 됐다.

“대인, 천년설삼으로 올릴 수 있는 내공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실전 부족이 원인인 거요?”

“그렇습니다. 마나를 사용하는 훈련이 미약해 영약으로 받아들이는 마나의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진설삼을 사용해야 하오?”

지금까지 창수가 사용한 천년설삼은 모두 38뿌리, 36번째를 먹을 때부터 마나가 쌓이는 양이 급격히 줄어든 걸 느꼈다.

그리고 이 느낌은 마나 측정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관시엔은 단전에 쌓인 마나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천년설삼의 효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창수도 관시엔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은 듯 진설삼을 거론했다. 180년 내공, 3갑자를 돌파하면 절정 무사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20년 내공을 추가하고 싶은 것이 창수의 심정.

“뭐라고 답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진설삼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진귀한 영약을 낭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구려. 그러면 이건 어떻소. 관 선생이 천년설삼을 실험해 보는 거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실전이 부족해 천년설삼의 효능이 떨어진다면, 실전이 풍부한 관 선생이 복용할 때,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 아니오? 그 차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리라 보오.”

츠네는 천년설삼 7뿌리를 먹고 160년 내공에 도달했다. 창수와 같은 공력. 여기서 천년설삼은 160년 내공이 한계고 실전 경험이 풍부해도 소용없다는 또 다른 가설이 나올 수 있다.

관시엔의 주장과 대치하는 이 가설을 깨려면, 160년 이상 내공을 가지면서, 동시에 마나 사용에 능숙한 인물이 천년설삼을 복용하고, 내공을 증진하는 것을 확인하면 된다.

창수는 실험 최적격자가 관시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한 영약을 제가 소비하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남아 있는 천년설삼이 32뿌리요. 관 선생이 한두 뿌리 먹는다고 문제될 건 없소. 실험을 통해 무공 수련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영약 소비를 줄이는 길이오.”

“알겠습니다. 대인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관시엔은 분수를 아는 인물이다. 창수가 동료로 대우하고 있으나, 은자 150만 냥에 15년간 고용된 처지. 고용주가 확보한 영약을 복용하는 것이 걸맞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창수는 관시엔이 실험적으로 천년설삼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창수의 말이 옳다는 걸 알게 된 관시엔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천년설삼을 복용했다.

- 스스슥!

- 팟!

“관 선생, 중간에 연공을 중단하다니, 무슨 일이오?”

“아닙니다. 천년설삼의 모든 공력을 흡수했습니다.”

“그렇소? 4갑자가 넘어가면 마나 흡수가 빠른 거요?”

“3갑자를 넘어 절정에 오르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천년설삼을 복용한 관시엔이 연공에 들어간 지 90분 만에 눈을 뜨자, 옆에서 지켜보던 창수가 화들짝 놀랐다.

운공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 연공 시간이 30분이나 줄어든 것이라 생각한 것. 그러나 시간 단축은 250년 공력을 가진 관시엔의 능력이었다.

“알겠소. 내공은 어떻소? 늘어난 것 같소?”

“느낌상 내공이 상승한 듯합니다. 정확한 수치를 재 보겠습니다.”

- 척!

“어…….”

관시엔은 천년설삼 복용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내공을 측정했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러시오?”

“내공이 17년 상승했습니다.”

“뭐요!? 1년도 아니고 17년씩이나 상승했다고!? 그러면 관 선생의 말이 맞는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승 폭이 너무 큽니다. 내공이 어느 정도 상승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17년이나 상승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관 선생이 실전 경험이 많기 때문일 거요.”

“아마도 그렇겠군요. 대인, 영약 복용을 잠시 미루고 무공 수련에 집중하십시오. 지금 진설삼을 사용하면, 귀물을 낭비하는 겁니다.”

내공이 1년만 상승해도, ‘실전이 부족해 천년설삼의 효능이 떨어진다’는 관시엔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17년이나 상승했다는 건 관시엔의 주장이 옳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창수와 츠네가 3갑자 공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 실전 경험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관시엔은 진설삼 사용해 대해 어정쩡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꿔,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말했다.

“그건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천년설삼을 더 복용하시오.”

“예? 실험이 끝난 것 아닌가요?”

“관 선생의 말이 맞다는 건 증명됐소. 하나, 절정 무사에게 천년설삼이 단계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 알아볼 필요가 생겼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대인.”

250년 내공이 천년설삼 한 뿌리로 267년 내공이 됐다. 하지만 이건 천년설삼을 추가로 먹을 때 계속해서 17년 내공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내공이 상승할수록 천년설삼의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창수는 관시엔 정도의 실전 경험을 가진 실력자가 천년설삼을 반복 복용할 때, 응축된 마나를 얼마만큼 흡수하는지 알아보려 했다.

관시엔은 창수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으나, 생각을 고쳐먹고 적극적으로 지시를 따랐다.

- 척!

“대인, 더 이상 내공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저의 한계는 여기인 것 같습니다.”

“350년 내공이라? 참으로 공교로운 숫자로군. 조금만 더 가면 초절정인데 말이오.”

250년이었던 관시엔의 공력이 천년설삼 9뿌리를 복용한 뒤 350년 공력까지 상승했다. 10년을 더해 360년 내공 6갑자에 이르면 절정을 넘어 초절정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창수는 천년설삼의 뛰어난 효과를 실감하면서, 동시에 관시엔이 초절정의 문 앞에서 멈춘 것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인의 배려 덕분에 단시간에 100년 공력을 얻었습니다.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관 선생, 인사하기는 아직 이르오.”

“예? 무슨 말씀이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