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60화 (160/200)

160화 45장. 영약이 필요해

3.

- 뭐야!? 어디서 공격한 거야!?

- 북동쪽에서 무언가가 날아왔어!

- 마법인가!? 어떻게 한 방에 무장 차량을 부숴 버리지!?

마적단이 경악에 빠졌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무장 차량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완파됐기 때문이다.

무장 차량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귀물로, 쿠라트 마적단이 적은 인원으로 인근 지역을 장악한 원동력이었다.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에 순식간에 파괴될 거라 생각도 못 했다.

- 5서클 마법은 돼야 무장 차량을 단번에 부술 수 있어!

- 빌어먹을! 마법사가 왜 우리를 공격해!?

- 마탑 수송대가 온 것 아닐까?

- 설마!? 그런 이야기 없었어!

4서클 마법 한 방으로는 무장 차량을 파괴하지 못한다. 최소 4방은 정통으로 타격해야 부술 수 있다.

만약 무장 차량을 파괴한 것이 마법공격이라면, 적이 5서클 마법사이거나, 5서클 마법을 담은 마법스크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5서클 마법이 마탑 수송대에 의해 사용됐을 가능성이다.

아무리 쿠라트 마적단이 강하다고 해도, 마탑과 충돌해서 생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호들갑 떨지 마라! 적은 마법사가 아니다!”

“두목, 그러면 무엇이 공격한 겁니까?”

“강력한 위력을 가진 포탄을 사용한 거다! 마나 반응이 전혀 없었어!”

“불가능합니다! 우리 무장 차량 장갑은 최신식입니다! 한 방으로 파괴할 포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멍청한 놈!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어! 적은 강한 화약 무기를 가지고 있다! 뒈지기 싫으면, 모두 마나 방패를 사용해!”

수하들이 공포에 빠진 것과 다르게 두목 쿠라트는 침착했다. 그리고 무장 차량을 파괴한 것이 마법이 아니라 포탄이라고 말했다. 마나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기에 단정적으로 말한 것.

또한, 사고의 연장선으로 기습한 적이 다른 화약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수하들에게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화약 무기에 마나를 온전히 담는 기술은 없다. 물리공격을 완벽하게 막는 마나 방패를 활용하면, 화약 무기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두렵지 않다.

- 탕! 탕!

- 틱! 틱!

쿠라트의 예상이 맞았다. 적이 발사한 총탄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으나, 마나 방패에 맞고 힘없이 떨어졌다.

두목의 지시가 제대로 먹히자, 공포에 빠졌던 마적들의 사기가 조금 회복됐다.

- 탕! 탕!

- 팍! 팍!

“쿠악!”

“으아악!”

하지만 쿠라트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있다. 동북쪽뿐만 아니라, 180도 반대 방향 남서쪽에서도 총탄이 날아온 것.

마적들은 북동쪽 공격에 대비하려고 마나 방패로 벽을 세웠다. 후방 남서쪽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 여기에서 총탄이 날아오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협공당하고 있다! 원형 방진을 만들어! 어서!”

- 사사삭!

- 틱! 틱! 틱!

이번에는 쿠라트의 빠른 판단이 주효했다. 비록 마적 5명이 총탄에 맞아 쓰러졌으나, 나머지 마적들이 신속하게 마나 방패로 원형 방어진을 만들어 총탄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츠네, 마적단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 있는 듯하다. 소총 대신 볼트23을 사용해.>

<알겠습니다! 주군!>

마적단 무장 차량을 박살 낸 건 창수였다. 투명망토를 작동하고 마적단 후방으로 이동한 뒤, RPG-7을 발사한 것.

창수가 사용한 최신형 RPG-7 탄두는 800mm 장갑을 뚫을 수 있다. 장갑 두께가 150mm에 불과한 무장 차량이 견뎌 낼 리 없다.

단번에 마적단의 주력 무기를 파괴한 창수는 AK-201과 철갑탄을 사용해, 마적단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어서 츠네가 남서쪽에서 협공을 가해 5명을 제거했다.

하지만 마적단 두목 쿠라트의 빠른 대응으로 공격이 막힌 상태. 창수는 철갑탄으로 더 이상 타격을 줄 수 없다 판단하고, 마법화살 공격을 시도했다.

- 쉐에엑!

- 챙!

- 팍!

- 치지직!

“쿠아아악!”

볼트23은 와이번의 뼈로 활대를 만들고, 홉고블린 힘줄로 활시위를 만든 명품이다. 운동에너지 2,187J로 조금 전 사용한 AK-201보다 400J 이상 강하다.

총탄보다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가진 마법화살이 마나 방패를 종잇장처럼 여기며 뚫었고, 전진을 계속해 마적단 몸속 깊숙이 박혔다.

2,000J이 넘는 운동에너지와 화살에 담긴 전격마법에 당한 마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마나 방패로 만든 원형 방어진이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마적단이 의지할 것이 없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 쉐에엑! 쉐에엑!

- 팍! 팍!

마법화살이 연이어 발사됐다. 볼트23이 무서운 건 강력한 위력과 더불어 뛰어난 연사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석궁 형태의 무기는 활보다 위력이 강하지만, 재장전에 1분 이상 걸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볼트23은 8초에 1발을 발사할 수 있다. 한 명이 숙련된 석궁병 8~10명 몫을 해낼 수 있는 거다.

창수와 츠네는 볼트23의 장점을 활용해, 양쪽에서 연달아 마법화살을 발사했다. 마적들은 상대방의 병력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 갔다.

- 슈욱!

- 파바박!

마적 숫자가 10명으로 줄었을 때, 쿠라트가 창수를 향해 아이스볼트 마법을 시전했다. 날아오는 마법화살을 관찰하고 정신을 집중해, 투명한 상태의 창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낸 것이다.

창수와 쿠라트의 거리는 약 100m, 일반적인 마법사의 공격 사거리가 70m 안팎이라는 걸 고려하면, 마적단 두목의 능력이 특출함을 알 수 있다.

‘위험해!’

창수는 투명망토뿐만 아니라, 마법방어구와 천잠사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방어에 사기급이라고 불릴 만한 세팅. 하지만 본능적으로 쿠라트의 공격이 치명적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 블링크!

- 슉!

- 팍! 팍! 팍!

창수는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순식간에 15m 후방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창수가 있던 곳 반경 3m에 아이스볼트가 무더기로 떨어졌다.

빠른 판단으로 블링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이스볼트에 직격당해 큰 부상을 당했을 거다. 머리가 쭈뼛해지고, 가슴이 철렁한다.

- 쉐에엑!

그러나 당하고만 있을 창수가 아니다. 즉시 마법화살을 발사해 응징에 나섰다.

볼트23에서 발사된 마법화살은 주인의 분노를 담은 듯,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쿠라트의 머리를 향해 파고들었다.

- 슉!

- 팍!

‘미친! 토벽을 방패로 써!?’

쿠라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마법화살이 코앞으로 날아오자, 토벽을 일으켜 화살의 앞길을 막았다. 2,187J에 달하는 운동에너지를 가졌지만, 화살이 토벽을 뚫지 못했다.

만약 사용한 마법이 매직실드였다면, 마법화살을 온전히 막아 내기 어려웠을 거다. 토벽을 만들어 화살 전체를 삼키듯 막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인근 지역을 평정한 마적 두목다운 능숙한 대처.

- 타다닥!

움직여야 한다. 마법을 사용하는 적에게 타깃팅당하면 끝장난다. 창수는 투명망토를 가동한 채 지그재그 방식으로 이동했다.

쿠라트가 정신을 집중해 창수의 위치를 찾았으나, 교묘한 움직임 때문에 정확한 좌표를 찍지 못했다. 마법공격이 어려운 상황.

창수의 작전과 투명망토가 유의미한 역할을 한 거다.

‘까다로운 상대군. 돌쇠를 가져왔으면 상대하기 수월했을 건데 말이야.’

창수는 회피하면서, 틈틈이 마법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원거리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이 뛰어난 쿠라트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골렘이 아쉽다. 상급 미궁에서 얻은 골렘 돌쇠는 현재 녹색마탑에서 고사누가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빅벤 사인드파고 센터를 공격하면서 알게 된 취약점을 개선하는 작업.

만약 돌쇠를 가지고 왔다면, 전투에 투입해 쿠라트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거다.

<츠네, 마적 놈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계속해서 시간을 끌 거니까, 너는 잔챙이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 협공해. 앞뒤로 공격하면, 저놈이라도 견디지 못할 거야.>

<알겠습니다, 주군.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골렘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창수는 현시점에서 쿠라트를 상대할 최상의 작전을 생각해 냈다.

창수와 츠네가 반대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해, 쿠라트의 방어에 사각을 만드는 것.

이제 남아 있는 마적단 수하는 6명. 츠네는 마적 6명을 가능한 한 빠르게 정리하고 창수를 돕기 위해,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 버프를 받은 츠네가 6명을 정리한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주군! 마적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좋아! 다섯까지 세고 동시에 공격한다! 5, 4, 3, 2, 1!>

- 쉐에엑!

- 쉐에엑!

동시에 공격해야 적이 대비하기 어렵다. 창수는 시간을 맞춰 츠네와 동시에 마법화살을 발사했다.

쿠라트는 반대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마법화살을 인식하고, 창백한 얼굴이 됐다. 대처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것.

- 슈욱!

- 팍!

- 푹!

창수가 발사한 마법화살을 토벽으로 막았으나, 츠네의 공격은 막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몸에 마나를 집중해 충격을 줄여 보려 했으나, 강력한 운동에너지와 마법화살의 관통력을 저지할 수 없었다.

마법화살이 왼쪽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창수의 예상대로 협공을 가하자 쿠라트의 방어가 파탄 난 거다.

“크윽!”

마적단 두목의 입에서 고통과 낭패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약 8초 후 창수와 츠네가 2차 협공을 시작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거다.

쿠라트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

- 스르륵!

<츠네! 마적 놈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은신 마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가까이 접근해서 탐색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마! 음흉한 놈이라 어떤 계략을 준비했을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주군!>

볼트23 재장전이 끝나고 사격을 시작하려고 할 때, 쿠라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창수와 츠네는 최첨단 야시 장비와 적외선 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두 사람의 감시를 동시에 피한 건 쿠라트가 마법을 사용했다는 걸 의미한다.

마적 두목이 위기 상황에서 노련한 대응을 한 거다. 그렇다고 완벽한 대응은 아니다. 창수와 츠네가 탐색 마법이 새겨진 마법스크롤을 가지고 있으니까.

문제는 탐색 범위. 5서클 유저 고사누가 만든 마법스크롤이기에 탐색 마법은 4서클이다. 탐색 반경이 70m에 머문다.

쿠라트가 시야에서 사라진 지점과 창수의 거리는 약 120m, 츠네는 110m. 둘 다 적지 않은 거리를 쿠라트 쪽으로 접근해야 탐지할 수 있다.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 이동속도가 증가한 츠네가 가까이 접근해 탐색 마법스크롤을 사용하는 것이 창수가 나서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쿠라트에게 접근하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창수는 츠네에게 신중한 이동을 지시했다.

- 사사삭!

츠네가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동 방식은 직진이 아니라 창수가 했던 것처럼 지그재그 방식. 혹시 모를 마법 공격에 대비한 거다.

- 츠으윽!

<츠네! 어서 피해! 마적 놈이 범위 마법을 사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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