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58화 (158/200)

158화 44장. 돈으로 무공을 사다

5.

창수의 단전에 15년 내공이 쌓여 있다. 무공에 입문한 사람이 이 수준이 되려면, 정파 계열은 5년, 사파 계열은 3년이 걸린다.

창수는 이걸 단 5일 만에 이뤘다. 물론, 창수가 무공 천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블링크 마법을 장시간 사용했기에, 36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전을 만들고 마나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수련 기간을 양생단 46알로 커버했다. 기연과 돈의 힘으로 해낸 거다.

문제는 단약을 통해 속성으로 이룬 경지라서 불안정하다는 것. 마치 어린아이 손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쥐여 준 것과 같은 형국이다.

절정 무사 관시엔은 창수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운기조식을 가르쳤다. 체내에서 마나를 순환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자력으로 내공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 선생, 단전의 마나가 회음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려고 했소. 왜 그런 일이 발생한 거요?”

“그것이 북명신공의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내공심법은 단전의 마나를 회음혈로 내려보낸 뒤 미려혈을 거쳐 독맥을 타고 백회혈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명신공은 단전에서 임맥을 타고 단중혈을 거쳐 백회혈까지 올라갑니다.”

임맥은 인체 앞면에 있는 혈맥이고, 독맥은 인체 뒷면에 자리 잡은 혈맥이다.

내공 수련에서 시작과 끝의 역할을 담당하는 단전은 배꼽 아래에 있고, 회음혈은 항문 바로 위에 있다. 단전과 회음혈은 임맥에 속한다. 미려혈은 꼬리뼈 끝 부분을 말하며, 독맥에 속한다.

단전 > 회음혈 > 미려혈을 거쳐 등에 있는 독맥을 타고 머리 위 백회혈까지 마나를 이동시키는 것이 운기조식의 기본이다.

그러나 북명신공은 단전의 마나를 그대로 위로 올려 임맥(앞면)을 타고 백회혈까지 이동시킨다. 일반적이 운기와 정반대 방향.

“그렇다면 나는 북명신공 방법으로 운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지금은 불가합니다. 북명신공 방법으로 운기하면, 소주천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이유가 뭐요? 정수리로 올라간 마나를 독맥으로 내려보내면 되지 않소?”

“그게 어렵습니다. 마나를 백회혈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걸 달성하면 소주천을 해낸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백회혈에서 임맥으로 마나를 내려보내는 것보다 독맥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10배는 어렵습니다.”

소주천은 임맥(앞면)과 독맥(뒷면)으로 마나를 순환해 내력을 고밀도로 압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소주천은 단전 > 회음혈 > 미려혈> 백회혈 > 전중혈 > 단전 순서로 마나를 순환한다.

독맥에서 올라온 마나가 정수리 백회혈에서 흐름이 막혀 있다가 아래 임맥으로 흐르게 되면, 임독양맥이 불완전하나마 연결돼 소주천 완성으로 이어진다. 이 경지에 오른 무인을 일류 무사라 부른다.

그리고 임독양맥이 온전한 형태로 타통 하면 생사현관이 열리는 화경에 진입하게 된다. 소주천을 이루지 못한 무인은 만년 이류 무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북명신공의 문제점은 무공 고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주천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 북명신공을 혼자 깨우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구려.”

“그렇습니다. 북명신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내가 괜히 북명신공을 선택한 것 아니오?”

“익히기 쉽지 않은 내공심법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소주천을 해내고 내공이 1갑자에 이르게 되면,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을 통해 마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단점 이상으로 강점이 큽니다. 대인께 가장 알맞은 내공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관시엔은 북명신공이 창수에게 버거운 내공심법이라 여겼다. 하지만 창수가 수련을 위해 아낌없이 자금을 쓴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익히기 까다롭고 비효율적인 북명신공의 고비를 금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거다. 어쩌면 북명신공을 대성할 인물이 창수일지도 모른다.

“관 선생 말을 들으니, 힘이 나는구려. 하지만 마나를 회음혈로 보내는 것도 어려운데, 소주천을 언제 이룰지 까마득하오.”

“다른 생각 말고 회음혈에 집중하십시오. 북명신공의 특성상 회음혈만 뚫으면, 백회혈까지 단번에 통할 수 있습니다.”

“알겠소. 그리하리다.”

능천곡 외당 일성대주 관시엔은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창수와 같은 무공 초보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깨우친 상태.

그리고 절정 무사임에도 초절정 못지않은 무공 지식을 가지고 있다. 북명신공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올바른 길을 알기 쉽게 일러 주는 관시엔이 있어 창수에게 다행이다.

- 찌지직!

창수는 관시엔의 조언에 따라, 마나를 단전에서 회음혈로 내려보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을 무렵, 마나의 흐름을 막는 두꺼운 벽에 균열이 생기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 팍!

- 화악!

창수는 벽을 허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단전의 마나를 최대한 짜내 회음혈로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벽이 무너지며 마나가 회음혈을 지나 꼬리뼈 미려혈로 이동했다.

- 팍!

애먹이던 회음혈과 다르게 미려혈은 단번에 뚫렸다. 관시엔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 그리고 미려혈을 통과한 마나가 독맥을 타고 빠르게 위로 상승했다.

- 텅!

“큭!”

독맥에 위치한 혈들을 신속히 통과한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과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거침없이 올라온 마나가 정수리 백회혈을 강하게 치자, 창수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백회혈은 인체에서 충격에 가장 취약한 지점 중 하나다. 마나에 의한 충격도 다르지 않다. 창수는 쇠몽둥이로 정수리를 가격당한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유사한 경험이 없는 창수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 게다가 초보자가 제어하기 어려운 양의 마나가 백회혈에 모이게 됐다.

“대인!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됩니다! 운기에 집중하십시오!”

- 척!

- 스으윽!

창수가 위험에 빠지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관시엔이 나섰다. 오른손 바닥으로 창수의 백회혈을 덮은 뒤, 마나를 안정시키려 했다.

- 찌리릿!

- 스으윽!

예상보다 맹렬한 마나의 움직임에 안정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관시엔은 7년 전에 절정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 오른손 바닥에 공력을 집중하자, 날뛰던 창수의 마나가 진정하기 시작했다.

- 스윽!

창수는 관시엔의 도움을 받으며 마나를 계속해서 이동시켰다. 이렇게 10분이 지나고.

“후우! 마나를 단전에 갈무리했소!”

“감축드립니다. 대인께서 소주천에 성공하신 겁니다.”

“응? 벌써 말이오? 너무 쉽게 소주천이 된 것 아니오?”

“아닙니다. 방금 매우 위험한 상황을 넘긴 겁니다. 대인의 백회혈에서 마나가 요동쳐서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습니다.”

“관 선생이 도와준 것 알고 있소. 내가 궁금한 건 소주천이 된 방법이오. 최소 30년 공력이 있어야 소주천이 된다고 했잖소?”

“상황이 공교로웠습니다. 대인의 백회혈에 일시적으로 대량의 마나가 몰리면서, 그 일부가 임맥으로 내려갔습니다. 미약하지만, 임맥과 독맥이 이어진 겁니다.”

“오! 화가 복이 된 거구려!”

“그렇습니다.”

“관 선생! 감사하오! 덕분에 위기도 넘기고, 소주천도 이룰 수 있었소!”

“과찬이십니다. 호위 무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창수는 무공을 얻는 대가로 능천곡에 150만 냥을 지불했다. 그리고 관시엔에게 따로 150만 냥을 지급했다. 15년간 경호원 겸 수행원으로 고용한 것.

창수가 거금을 사용한 건, 북명신공을 잘 아는 인물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창수의 결정이 옳았다. 만약 혼자 무공을 수련했거나, 북명신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의 조력을 받았다면, 자칫 패인이 될 수 있었다.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지만, 돈을 써야 할 때는 과감하게 지출하는 창수의 소비성향이 빛을 발휘한 거다.

“그건 그거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요. 내가 크게 한턱내겠소.”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선 운기를 10회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임맥과 독맥의 연결이 단단하게 유지됩니다.”

관시엔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으나, 지킬 건 지키는 사람이다. 고용주가 포상으로 잔치를 열어 준다면, 두말 안 하고 받아도 무방하지만, 창수의 무공 발전에 중요한 순간이기에 추가 운기를 종용했다.

“하하하. 내가 너무 좋아서 성급했군. 알겠소, 그리하리다.”

창수는 관시엔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여러모로 훈훈한 분위기다.

* * *

창수가 소주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인접한 연공실에서 수련하던 츠네에게 곧바로 알려졌다.

“주군! 감축드립니다! 소주천을 이룬 건 정말 대단한 성취입니다!”

“너도 조만간 될 거야.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고.”

“부러워할 리가 있습니까? 주군께서 성장하신다면, 저는 성취를 얻지 못해도 만족합니다!”

츠네가 익힌 단철심법은 단약과 수련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양생단 4개를 먹자 15년 공력을 가지게 됐고, 운기조식을 배운 뒤 빠르게 내력을 쌓아 가고 있다.

그것이 2일 전. 츠네는 자신이 이룬 성취에 기뻐하면서도, 주군인 창수보다 앞선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창수가 무공을 배운 지 5일 만에 소주천에 성공한 것은 츠네 자신이 소주천에 성공한 것보다 더 기쁜 일이다.

츠네는 ‘부러움’을 언급한 창수의 말을 단호히 부정했다.

“농담이다, 농담. 정색하기는. 그건 그렇고, 네 공력이 지금 어느 정도지?”

“방금 측정해 보니, 25년 정도입니다. 관 선생의 말대로 양생단으로 내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생단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높은 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만능이 아니다. 츠네는 운기조식을 시작한 뒤, 양생단 2차분을 복용했다.

총 10개를 추가로 먹었고, 6개를 먹을 때부터 효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걸 느끼다가, 10번째 양생단을 삼킨 뒤,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성능이 좋은 단약을 먹어야 하는 거군. 준비해 놓은 것 있어?”

“청성파 운초단 60개가 2일 안에 도착할 겁니다. 소림사 소환단 40개는 3일 후에 받을 수 있습니다.”

“소림사에서 대환단은 안 판다고 하는 거야?”

“예. 돈으로 거래가 안 된다고 합니다. 소림사 제자 중에서 초절정에 오른 고수에게만 지급되는 거라고 합니다. 소림사에 큰 도움을 준 인물 이외에 외부로 나간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개당 은화 400냥에 매매되는 양생단보다 더 높은 효능을 가진 단약은 개당 5,000냥에 거래된다.

대표적인 것이 양생단을 만든 청성파에서 제조하는 운초단과 무림 최고 세력 소림사에서 만든 소환단이다. 이외에도 수십 종류에 달하는 단약이 있으나. 가격 대비 효과가 낮다.

단약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츠네는 운초단과 소환단을 미리 주문했다. 2~3일만 지나면, 다시 내공 수위를 대폭 증대할 수 있다.

그러나 창수는 만족하지 못했다. 운초단과 소환단으로 쌓을 수 있는 한계가 50년 내공이기 때문이다.

창수가 원하는 1갑자 60년 내공을 얻기 위해 소림사 대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환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 선생, 소림사 대환단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 단약이 있소?”

“무당파 태허단과 아미파 태청단 그리고 개방의 취구단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은자를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있소?”

“두 가지는 불가합니다. 소림사와 같은 이유를 대고 팔지 않을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