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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32화 (132/200)

132화 39장. 일본의 숨통을 조르다

1.

2023년 5월 10일, 태국 방센비치 저택에서 창수와 김근홍이 만났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결국, 리틀 안다만을 받아 냈군요.”

“커커커. 좋은 물건 제값 받는 건 당연한 거지.”

“그것도 있지만, 협상 능력이 뛰어난 거죠. 양해 각서까지 진행할 줄은 몰랐습니다. 애초에 의향서만 받아도 첫걸음으로는 괜찮다고 봤거든요.”

5월 9일 인도 정부와 협상을 벌인 김근홍이 흡족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면적 707km²에 달하는 리틀 안다만을 확보한 것.

오백세건강이 반대급부로 인도에 제공할 건, 암브로시아 공장 3개와 버닝스톤 생산 공장 2개 건설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생산할 버닝스톤 중 연간 5,000만 톤을 인도에 우선 공급하는 것.

창수는 의향서(LOI) 정도에 머물 거라 예상했던 협상이, 양해 각서(MOU)까지 진행된 것에 기꺼워했다.

“양해 각서도 보통 양해 각서가 아니야. 핵심 사안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데다가, 당장 다음 달부터 공사를 진행해도 되는 거니까.”

“본 계약과 다름없군요. 인도 정부가 급하게 나온 이유가 뭔가요?”

인도 정부는 오백세건강에 서울보다 넓은 면적의 운영권을 줬다. 인도 사법권과 행정력이 통하지 않은 지역이기에, 사실상 영토 할양이다.

민감한 내용을 담은 공식 계약은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수준 높은 합의문이 양해 각서.

일반적으로 양해 각서는 위반해도 법적인 처벌을 받거나 배상금을 물지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약속 이행에 합의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김근홍이 인도와 맺은 양해 각서가 이런 종류.

창수는 인도가 이례적인 양해 각서에 합의한 이유가 궁금했다.

“따지고 보면, 네가 한 일이야.”

“예? 제가 한 일이라고요?”

“한국에 버닝스톤 4,000만 톤을 공급한다고 계약한 게 인도에 나비효과를 일으킨 거야. 버닝스톤 몸값이 더 올라가기 전에 계약 내용을 확정하고 싶은 거지.”

“나비효과라……. 이산화탄소 초과 배출 산업을 유지하는 걸 말하는 건가요?”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네가 한국에 생산 공장 건설을 안 했다는 거야. 게다가 중국이 너와 접촉하려고 애쓴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다급해진 거지.”

버닝스톤 한국 공급 계약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처음 맺은 대량 공급 계약이기 때문이다.

각국 전문가와 언론이 앞다퉈 분석에 들어갔고, 버닝스톤이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예상을 웃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버닝스톤의 가치가 한 단계 도약한 상태. 그리고 오백세건강이 한국에 버닝스톤 공장 건설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인도 정보부에 포착됐다.

이건 오백세건강이 버닝스톤을 보물로 여기고, 제값을 받을 거라는 사인으로 여겨졌다.

설상가상,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등……. 수많은 국가가 창수를 만나려고 아우성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다른 국가에서 오백세건강에 리틀 안다만을 할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제안을 내놓는다면, 인도가 다 잡았던 버닝스톤을 놓칠 수 있는 상황.

위기를 느낀 인도 총리 몬디가 협상 팀에게 본 계약에 버금가는 양해 각서를 맺고, 버닝스톤 생산 공장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근홍의 말대로 창수가 만든 나비효과가 리틀 안다만을 손에 넣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시설물 건설은 준비한 대로 진행하면 되겠죠?”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걱정 안 해도 돼. 고인물 놈들이 문제였는데, 지금 서로 치고받고 난리가 아니니, 한숨 돌린 거고.”

“빅벤과 레드실드 전력이 만만치 않더군요. 우리 방어 병력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듯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아. 좋은 방법이 있을까?”

“미래 보병 체계라고 들어 보셨죠?”

“강화 외골격하고 나노 슈트 착용하는 거 말하는 거야?”

“예, 그겁니다. 레드실드가 미래 보병 체계를 거의 완성했습니다. 헬멧이 미흡한데 그것마저 완성됐다면, 공격 팀이 이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인도의 사법과 행정에서 벗어난다는 건, 동시에 인도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게릴라성 공격에 취약하다.

확보한 영토를 지킬 강력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 창수는 레드실드가 사용한 미래 보병 체계가 강병을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손과 머리 부분을 개선하고, 방염 기능과 방탄 기능을 강화하면, 현존 최강의 부대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창수와 김근홍은 병력 확충과 미래 보병 체계 도입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2.

“선배님, 이거 좀 봐 주십시오.”

- 척! 척! 척!

“어! 이거 일본 국채 아니야?”

“예. 빅벤과 레드실드 거점에서 확보한 겁니다.”

병력 강화 방안에 관해 논의를 마친 창수는 일본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을 김근홍 앞에 내놨다. 시티 고인물들 금고를 털어 확보한 재물 중에서 선별한 것.

“5조 엔이군. 한국 돈으로 50조 원 정도야.”

“현금화가 가능할까요?”

“가능은 한데, 건질 수 있는 게 10%도 안 될거야.”

“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군요.”

“그렇지. 무기명채권이면 손해 안 보고 현금화할 수 있어. 하지만 이런 기명채권은 몇 번 세탁을 거쳐야 해. 게다가 빅벤하고 레드실드가 가지고 있던 거라 세탁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거야.”

채권 표면에 채권자의 이름이 기재된 것을 기명채권이라 부른다. 이걸 제3자가 유통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되게 만들려면 비용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 더구나 채권자가 세계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고인물들이다.

“위험 노출을 생각하면, 현금화 안 하는 게 좋겠군요.”

“맞아. 5조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빅벤과 레드실드가 네 정체를 알게 될 위험을 생각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푼돈이야.”

소탐대실을 피해야 한다. 5조 원은 암브로시아와 버닝스톤 판매로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다.

반면, 기명채권을 현금화하다가 빅벤과 레드실드를 공격한 당사자가 창수라는 것이 드러나면, 고인물 연합에 집중 공격당할 수 있다.

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오백세건강 관계자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마저 있다. 5조 원을 포기하고, 빅벤과 레드실드가 소모전을 유지하도록 놔두는 것이 백배 남는 장사.

“이거 애물단지네요. 그냥 태워 버릴까요?”

한화 50조 원에 달하는 거금이지만, 현금화도 안 되고 이자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태를 불편하게 여긴 창수는,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아니야. 너에게 애물단지지만, 누군가에게는 보물일 수 있어.”

“이걸 활용할 방법이 있나요?”

“일본 건축 토목 시장이 연간 800조 원 규모야. 그중에서 가장 돈 되는 것이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지. 그런데 상당수의 관급 공사에서 국채를 보증 담보로 잡는 경우가 있어.”

“굉장히 후진적인 시스템이군요.”

“일본이 그렇지 뭐. 관행이라는 관성이 있고, 공무원의 보신주의가 판치는 곳이니까. 아무튼 일본 건설 회사가 이걸 빌려 가면, 공사 수주 따는 데 요긴하게 써먹을 거야.”

“일본 건설 회사에 파는 게 아니고 빌려주는 건가요?”

“이걸 팔면, 기명채권이라 등록기관에서 절차를 거쳐야 해. 빌려주는 건 등록 절차가 필요 없지.”

김근홍이 제시한 대안은 일본 건설 회사에 일본 국채를 임대하는 것이다.

기명채권은 매매할 때, 채권 양도란에 배서하고 등록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수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다.

반면, 임대는 배서가 필요 없고, 등록기관에 신고 안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임대로 큰돈을 벌기 어렵지 않을까요?”

“맞아. 일본 국채 5조 엔을 모두 빌려줘도, 연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000억 엔 남짓이야. 암브로시아 한 달 수익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지.”

일본 국채를 빌려주고 받는 수수료는 연간 4% 남짓이다. 제로 금리를 이어 오는 일본에서 연간 4%는 수익성이 제법 높은 거래지만, 매월 암브로시아에서 30억 달러 순이익이 난다는 걸 생각하면, 매력적인 돈벌이라 말하기 어렵다.

“일본 국채를 임대하면서 다른 기회를 보자는 건가요?”

“빙고. 그리고 국채를 그냥 빌려주는 게 아니라, 손을 좀 봐야 해.”

“손을 본다면, 금액을 바꾸자는 건가요? 그거 바로 들통나지 않을까요?”

“금액이 아니라, 이름을 티 나지 않도록 살짝 바꾸는 거야. 그러면 국채를 임대한 회사에서 못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아. 설령 알아차리고 이상하게 여긴다 해도, 일련번호를 확인한 뒤에 모른 척 넘어가겠지.”

“그래도 공사 수주에 사용하려면, 국채를 발주처에 맡겨야 하잖아요. 일본 공무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무능하면서 쓸데없이 꼼꼼한 자들이니까요.”

“커커커. 일본 공무원의 특성을 잘 알고 있구만. 바로 그거야. 일본 공무원들이 살짝 바꾼 국채를 보고 눈이 돌아가겠지. 그리고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전전긍긍할 게 뻔해. 바로 그때, 변조된 일본 국채가 5조 엔이나 유통된다는 폭로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일본 증권시장이 발칵 뒤집히겠……. 아하! 풋 옵션으로 한탕 하자는 거군요!”

“바로 그거야! 일본 국채를 휴지로 만들고, 주가가 폭락하면 3,000억 달러 이상 벌 수 있어! 게다가 IMF 사태 때 일본에게 당한 것에 대한 복수도 겸하는 거야!”

금융 전문가답게 안목이 날카롭다. 김근홍은 유통하기 어려운 일본 국채를 보자마자, 일본 금융시장을 무너뜨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김근홍의 말대로 한화 50조 원에 달하는 국채가 위조 논란에 빠지면, 일본 국채 전체의 신뢰도가 급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어서 주식시장이 폭락을 면하기 어렵게 되고, 고점 대비 20%만 하락해도, 대만과 뉴욕 증권시장에서 올린 수익의 3배를 얻을 수 있다.

“IMF 때 일본 자금이 우리를 공격했죠.”

“공격 정도가 아니야. IMF 사태를 불러온 원흉이지. 1997년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휘청거렸어도 한국 경제는 버틸 만했어. 그런데 일본 놈들이 단기 외채를 일시에 빼는 바람에 해외 자금 전체가 썰물 빠지듯 나가면서 IMF 사태가 온 거야.”

“아! 그래서 일본 놈들이 지금도 자기네 자금 빼면 한국이 망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거군요.”

“싸가지 없는 놈들이지. 한국을 암습해서 위기에 빠트려 놓고, 그걸 자랑이라고 하고 자빠졌으니. 그리고 일본 놈들보다 더 한심한 것들이 IMF 사태가 어떻게 난지도 모르고, 일본에 고개 숙여야 한다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는 놈들이야.”

98년 IMF 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 번째 원인은 1995년 1996년 1997년 3년간 통합 무역 적자가 400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외 채무가 늘어났고, 이자가 싼 단기 채무를 선호하면서,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

세 번째 이유는 당시 한국 정권이 OECD 가입 이후 보여 주기식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 보유고를 고갈시켰다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암습할 수 있었던 건,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한국이 무역 흑자와 경상 흑자를 지속하고, 외환 보유고가 단기 채무의 3배가 넘는 상황에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하여, 한국이 다시 IMF 사태를 맞을 일은 없다.

그런데도 일본과 일본 추종 세력이 자금 회수 운운하는 건, 세상물정 모르는 허풍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

“선배님, 이참에 일본을 아예 끝장내 버리죠!”

“응? 폭삭 망하게 만들자고?”

- 척!

“이걸 활용하면 끝장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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