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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24화 (124/200)

124화 36장. 런던의 고인물

5.

코디악 베어가 등장했다. 네발 높이 1.5m, 두 발로 서면 4m, 몸무게 800kg에 이르는 거대한 짐승이 갑자기 나타나 창수를 공격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빅벤이 경비용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건가?

‘정말 드루이드가 있구만! 만만치 않은 놈들이야!’

창수는 자신을 공격한 짐승의 실체를 바로 알아봤다. 코디악 베어는 드루이드의 소환수다.

사인드파고 센터장 휴 개리건은 자신이 드루이드라고 말했다. 드루이드는 고대 켈트족의 정신적 지주로 사제, 마법사, 법관, 의사 역할을 담당했다. 주요 이능은 동물 소환과 동물 변신 그리고 자연계 마법 사용.

휴 개리건은 화산, 태풍, 지진을 일으키는 능력을 보유했다. 그런데도 창수에게 쉽게 제압당한 건 근접전에 취약한 이능이기 때문이다.

지금 창수를 상대하는 드루이드는 근접전에 강한 소환 계열 드루이드가 분명하다. 그리고 투명망토를 가동한 창수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도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코디악 베어의 발톱이 마법방어구를 일부 무력화했다는 점. 창수가 빠르게 회피하지 않았다면, 큰 타격을 당했을 거다.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능력을 강화한 창수에게 최악의 위기가 닥쳤다.

- 퓽! 퓽! 퓽!

강적을 만났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창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소음 권총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긴 경험이 침착하고 신속한 반응의 원동력이다.

- 푹! 푹! 푹!

소음 권총에서 날아간 총알이 코디악 베어의 가슴과 앞발에 깊숙이 박혔다. 물리공격이 통하기는 하는가 보다.

“카오오!”

- 휘익!

- 대굴! 대굴!

하지만 큰 타격은 없는 것 같다. 총탄에 맞은 뒤 곧바로 앞발을 휘두르는 모습이 흉흉하다.

인근 기둥 쪽으로 몸을 날려 코디악 베어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는 창수.

- 텅!

- 투득!

창수가 기둥 뒤로 몸을 피하자 코디악 베어의 커다란 앞발이 연신 콘크리트 기둥을 타격했다.

기둥은 단번에 부서지지 않았으나, 금이 가고 작은 조각들이 떨어졌다.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져나가야 하나?’

지하 5층으로 출입하는 유일한 수단은 엘리베이터다. 창수는 엘리베이터를 지키는 경비병 2명을 제거하고 탈출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 위이잉!

창수의 생각을 적이 알아차린 것일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타다닥!

- 후다닥!

그리고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창수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한 드루이드가 전 병력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리라.

‘흠! 아주 작정을 했구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용담호혈에 빠진 상황이지만,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창수는 달려드는 적을 보며 속으로 코웃음 쳤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슥!

- 척!

“모든 적을 말살하라! 너의 첫 번째 상대는 저 곰이다!”

마법자루에서 육중한 물체를 꺼낸 창수가 살벌한 공격 지시를 내렸다. 코디악 베어를 비롯해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든 적을 제거하라는 것.

“쿠워워워!”

키 2.2m를 가진 물체가 창수의 명령을 알아들은 듯, 우렁찬 굉음으로 화답했다.

무시무시한 포효. 몸무게 10톤에 달하는 아프리카 코끼리가 내지르는 것보다 더 강렬한 소음에 지하 5층이 웅웅 울렸다.

- 벌떡!

“카오오!”

강적이 등장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일까?

코디악 베어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뒷발로 딛고 일어서 4m에 달하는 거대한 몸을 그대로 드러낸 것. 높이 4.5m에 달하는 지하 5층을 거의 가로막은 몸 자체가 위협적이다.

- 휘익!

- 쾅!

“꾸에엑!”

그러나 창수의 명령을 받은 물체는 코디악 베어의 위용을 무시하고,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묵직한 주먹이 빠르게 날아가 코디악 베어의 배를 가격하자,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 골렘이다! 모두 조심해!

창수를 향해 달려오던 경비병이 코디악 베어에게 참교육을 하는 물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렇다, 골렘이다. 창수가 마법자루에서 빼낸 비장의 무기는 상급 미궁 마지막 방을 지키던 보스였다.

- 휘릭!

- 텅!

- 빠각!

“키에엑!”

코디악 베어가 사력을 다해 반격했으나, 무쇠만큼 단단한 청강석으로 만들어진 몸체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역공당하고 연신 비명만 지르는 상황.

사실 게임이 안 된다. 코디악 베어가 본래 능력보다 강화된 소환수라고 하지만, 골렘은 평행우주 너머 세상에서 ‘전설의 3대 미궁’ 중 하나를 지키던 최종 보스다.

짐승 따위가 넘볼 대상이 아닌 거다.

“크윽!”

골렘의 가공할 핵 주먹을 견디지 못한 코디악 베어는 4방을 가격당한 뒤, 생명력을 다하고 역소환됐다.

그러자 소환수와 생명이 연결된 드루이드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

‘저기 은신해 있었군! 드디어 잡았다, 이놈!’

골렘을 전투에 투입한 창수는 투명망토 탐지기를 사용해 숨어 있는 드루이드를 찾아내려 했다. 행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지하 5층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벌새 드론도 날려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은신하는 방법이 달라 효과가 없는 것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드루이드의 신음 소리와 순간적인 흔들림은 창수에게 황금 같은 기회로 다가왔다.

- 퓩! 퓩! 퓩!

- 팅! 팅! 팍!

“크악!”

창수는 드루이드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연속해서 총탄 5발을 발사했고, 그중 2발이 적중했다.

창수는 탄창을 갈아 끼운 뒤 피 흘리며 쓰러진 드루이드를 확인 사살 했다.

한편, 코디악 베어를 처단한 골렘은 경비병들에게 달려들어 말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경비병들이 용감하게 응전했으나, 물리방어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마법방어력과 원소저항력을 가진 골렘을 상대하기 역부족이었다.

- 중화기를 가지고 와! 소총과 화염방사기로는 골렘을 저지할 수 없어!

- 쳐 죽일! 레드실드 놈들! 저런 괴물을 끌고 오다니! 정말 간악한 놈들입니다!

- 비겁한 레드실드 쥐새끼들이 골렘 말고 내세울 게 뭐겠어!?

사인드파고 센터 지하 5층에 배치된 병력은 영국 SAS와 미국 델타포스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진 인간 병기다.

누구와 싸워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골렘이 휘두른 주먹에 동료들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살해당하자, 대적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참담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 책임을 레드실드에게 떠넘겼다.

‘레드실드? 국제 금융계의 큰손이 골렘을 보유하고 있다고?’

예상치 못한 내용을 알게 됐다. 시티에 알 박기 한 고인물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레드실드가 골렘을 운용한다는 것.

레드실드는 1조 달러가 넘는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 금융계의 거물이며,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실질적 소유자다.

1700년대에 영세한 고물상과 환전을 업으로 삼았던 레드실드는, 1865년 벌어진 워털루 전투에서 정보 조작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어, 일약 유럽을 주무르는 큰손이 됐다.

전투에서 영국군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고 허위 소문을 퍼트려 영국 국채를 휴지 조각으로 만든 뒤, 그걸 대량 매집한 것.

레드실드는 이 수법을 통해 2억 5,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50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다.

이 자금을 이용해 레드실드는 부와 영향력을 넓혔고, ‘레드실드가 돈줄을 막으면 전쟁을 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움직여 이스라엘을 건국한 1등 공신이 레드실드다.

* * *

- 위이잉!

- 척!

- 스르륵!

골렘이 지하 5층 병력을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박살 내는 상황에서, 옥상으로 올라갔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 타다닥!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인원은 모두 10명. 문이 열리자마자 빠르게 밖으로 튀어나오며 공격 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그들이 받은 훈련의 강도와 개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파바박!

- 쾅!

“크억!”

“우아악!”

그러나 골렘의 움직임은 옥상에서 내려온 병력보다 월등히 빨랐다. 뒤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시속 6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다가와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

골렘의 주먹에 가격당한 일부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고, 일부는 볼링공에 맞은 핀처럼 널브러져 나가떨어졌다.

“이 괴물! 죽어라!”

- 타타탕! 타타탕!

- 팅! 팅! 팅!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한 두 명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골렘을 향해 소총을 발사했으나,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 꽈악!

“꺼억!”

어느새 다가온 골렘이 오른손과 왼손으로 두 명의 목을 잡은 뒤 가볍게 숨통을 끊어 버렸다.

이렇게 옥상에서 증원 나온 병력 10명은 채 2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완파됐다. 이 광경을 목격한 지하 5층 병력은 다시 한번 패닉에 빠졌다. 골렘의 다음 목표가 자신들이라는 걸 알기에.

물론, 그들이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조준 사격으로 골렘을 공격하고 있으며, 장갑차를 뚫을 수 있는 대물 저격총을 발사하고 있다. 하지만 뼛속까지 들어오는 공포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 스르륵!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행을 벌인 골렘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위로 올라가려 한 것.

- 막아! 골렘이 도주하는 걸 막아야 해!

- 저놈이 갑자기 왜 도망가는 거죠?

- 안지오 20이 위력을 발휘한 거야! 화력만 충분하면 골렘을 처치할 수 있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의 사자가 눈앞에서 사라지려 하자, 공포가 옅어지면서 허세가 돌아왔다.

20mm 대물 저격총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착각. 그리고 더 강한 무기가 있었다면, 골렘도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

-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재블린 발사해! 후폭풍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야!

- 후폭풍이 문제가 아닙니다! 재블린이 터지면 엘리베이터 칸 전체가 무너집니다!

- 젠장! 지하라 너무 불리해!

지하 5층 병력은 대물 저격총 이외에도 강력한 위력을 가진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좁은 지역에서 사용하기 부적합하다는 것. 사거리 4.7km에 달하는 미사일이 고작 30m 거리를 날아가서 제대로 폭발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폭발하다가 유일한 통로가 막힐 수 있다.

경비대는 대물 저격총을 발사하며,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는 걸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띵!

- 지하 2층이다! 골렘이 지하 2층에서 내렸다! 거기에 병력이 얼마나 배치돼 있지?

- 두 명뿐입니다!

- 교활한 놈! 우리 배치를 꿰뚫고 있던 거야! 어서 주차장 출입구로 이동해!

위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지상이 아니라, 지하 2층에서 멈췄다. 1층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병력이 자신들을 농락하는 골렘의 움직임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1층에는 재블린 미사일뿐만 아니라, AT4 로켓 발사기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AT4는 유효사거리 300m로 근접해서 사용할 수 있고, 균질 압연 장갑 400mm를 뚫을 수 있다. 최적의 무기로 골렘을 파괴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상황.

게다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2층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병력 2명만 배치됐다. 이 전력으로 골렘을 막는 건 불가능한 일.

지휘관은 분통을 터트리며, 1층 로비 병력 20명을 지하 1층으로 이동시켰다.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검문에 불응하면 무조건 발포한다!”

빠른 판단이 주효했다. 지하 1층 주차장 출입구를 막는 동안, 차량은 단 한 대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제 입구를 지키면서 골렘을 상대하면 될 일. 지휘관은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약 10분이 지난 뒤,

- 쾅!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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