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18화 (118/200)

118화 35장. 줄을 서시오

1.

[인도를 말하는 거구만!]

[맞습니다. 인도와 협상해서 조력을 받는다면, 안정적인 조세 회피처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해야 미국의 무력 개입을 제대로 저지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가까운 영국은 제외하는 것이 현명하다. 프랑스 역시 믿을 만한 곳이 못 된다.

공산권 국가의 경우 미국의 공격을 막는 데 수월하나, 신뢰할 상대가 아니다. 순식간에 보디가드에서 강도로 돌변하는 ‘공산당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남은 선택지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정도고 최적지는 인도다.

[인도에 암브로시아 공장을 세워 달라는 요청이 여러 번 있었어. 그걸로 딜 해 볼까?]

동남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전반에 걸쳐 암브로시아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김근홍은 여러 국가에서 갑 중의 갑으로 통한다.

최근 동남아시아에 암브로시아 공장 15개를 추가로 만들자, 자국에 공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중의 한 국가가 인도. 인도 대사가 수시로 김근홍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있고, 심지어 상공부 장관이 직접 태국으로 날아올 정도다.

[암브로시아만으로 인도 총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겁니다. 버닝스톤도 카드로 활용하세요.]

[앨버타하고 텍사스 이외 다른 곳에 버닝스톤 생산 공장을 세워도 되는 거야?]

[앨버타와 텍사스에 공장 2개씩 설립하는 것이 계약 조건입니다. 캐나다와 미국만 아니라면, 다른 국가에 생산 공장을 세워도 괜찮습니다.]

버닝스톤의 방패막이로 앨버타와 텍사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올인 하지 않았다. 세상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제3의 길을 열어 둔 것.

그렇다고 창수의 구상이 앨버타와 텍사스를 기만하는 건 아니다. 당분간 공장 2개를 돌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케이! 버닝스톤이 있다면 해 볼 만하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암브로시아와 버닝스톤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거머쥔 김근홍. 그의 협상 능력을 생각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으리라.

창수는 김근홍에게 인도와의 협상을 맡기고, 다음 계획에 집중했다.

* * *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미래를 준비하는 창수와 다르게 패배에 휩싸인 백악관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신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텍사스가 버닝스톤을 삼키는 걸 낌새도 못 차렸다는 게 말이 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앉아 있는 참모와 장관들을 보던 셀든이 호통을 쳤다.

세계 최고 정보망을 가진 정보기관과 행정부 각 부처가 앨버타와 텍사스의 파격적인 합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에 분노한 것.

“대통령 각하,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파리에서 협상 중인 호튼 장관이 성과를 내면 국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탈세범 놈들이 이 판에 우리에게 협조할 거라고 보는 거요?”

“협조하지 않으면 델타포스를 투입해야 합니다.”

“다 죽이자는 거요?”

“몇 명을 본보기로 처단하고 살짝 위협을 가하면, 말귀를 알아먹을 거라 봅니다.”

“음……. 그럴듯하군…….”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이 셀든의 위세에 눌려 숨을 죽였으나, 단 한 명 예외가 있었다. 국방부 장관 제럴드 파커가 호기롭게 나선 것.

그는 특수부대를 동원해서라도 안도라를 장악한 뒤 버닝스톤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든은 제럴드 파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앨버타와 텍사스가 버닝스톤 생산과 연구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소유권을 가지면,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

“소용없는 일입니다. 버닝스톤을 확보하는 건 이미 늦었다고 봅니다.”

“맥두걸 국장!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4성 장군 출신 제럴드 파커는 2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에 걸걸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 타인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한 인물.

대통령이 자기 의견을 존중하는데, 감히 CIA 국장 따위가(?) 면전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자,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CIA 국장의 권력은 국방장관 못지않았으나, 911 테러 이후 달라졌다. 위상이 추락해, 이제는 국가 정보장 휘하 16개 정보기관의 하나로 전락했다.

평상시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것이 CIA 국장의 현실.

“파커 장관, 오늘 CIA 국장을 배석시킨 건 정보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오. 반대 의견이 있다고 윽박지르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 끄덕!

제럴드 파커를 진정시킨 건 셀든이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방장관을 침묵시킨 뒤, CIA 국장에게 어서 의견을 말해 보라고 사인을 보냈다.

“우리 요원의 첩보에 따르면, 안도라에 머물던 오백세건강 관계자 전원이 철수했다고 합니다.”

“그건 언제 파악한 정보요?”

“조금 전입니다. 대통령 각하께 즉시 보고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금 보고드리는 겁니다.”

“흠……. 성가신 일이군. 하지만 몸만 빠져나간다고 안도라와의 관계가 정리되는 건 아니지 않소?”

“이미 관계를 청산해 거점이 될 근거를 없앴다고 합니다. 자금도 모두 빼내 간 것으로 보입니다.”

“…….”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오백세건강이 안도라와 관계를 청산했다면, 파리에서 진행 중인 협상도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 특수부대도 모두 소용없는 일이다.

셀든은 CIA 국장의 충격적인 보고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백세건강이 안도라와 결별했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적을 둬야 합니다. 그곳을 추적해 타격해야 합니다.”

“이미 텍사스에 거점을 마련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텍사스를…….”

“지금 내전 일으키자는 거요?”

미국은 50개 주가 모여 만든 연방국이며, ‘중립적인 연방 제도’를 가지고 있다. 주 정부가 연방 정부를 무시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중앙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 대표적인 예가 군사 활동이다. 주 정부가 승인하기 전에 중앙정부는 해당 주에 병력을 투입할 수 없다.

만약, 셀든 대통령이 주지사 조쉬 윌리암슨의 허가 없이 특수부대를 텍사스에 투입하면, 공화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건 물론이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셀든을 비토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여론을 일으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텍사스도 미합중국의 영토요. 이미 우리 땅에 버닝스톤이 들어왔는데,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국민이 동의할 거라 보는 거요?”

“그거야…….”

“후……. 우리가 졌소.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요.”

셀든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최연소로 상원 의원에 당선된 뒤, 36년간 권력을 유지해 미국 정치 상층부에 제대로 알 박기 한 관록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정치적 투쟁에서 승리와 패배를 경험했기에, 분노를 삭이고 냉철하게 현실과 대면했다.

“각하의 판단이 옳습니다. 텍사스에서 버닝스톤을 생산한다면 우리가 가진 본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셀든이 패배를 인정하자, 에너지부 장관 래이톤 팔머가 나섰다.

미국 에너지 관련 산업 규모는 2조 2,000억 달러, 그중에서 텍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인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버닝스톤을 확보했다고 해도 텍사스가 생산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컸다. 텍사스가 자체적으로 버닝스톤 생산 권리를 확보한 상황에서 연방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좋소. 팔머 장관은 텍사스와 협력해서, 미합중국에 버닝스톤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힘쓰시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포드 실장은 호튼 장관에게 연락해 모든 협상을 중단하고 귀국하라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미국이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대국 반열에 오른 것은, 실용적인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배가 뻔한 상황에서 반자이 돌격을 벌여 자살하는 걸 미덕으로 아는 일본과 격이 다른 상황 대처 능력이 오늘의 미국을 만든 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버닝스톤 쟁탈전에서 패배한 것을 직시한 셀든은 쓸데없는 분쟁을 중단하고 실리를 선택했다.

2.

- 위이잉!

“무리 없이 가동되는군요. 오백세건강의 기술력이 놀랍습니다. 2주 만에 만들어진 공장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2023년 4월 24일 월요일, 텍사스에 버닝스톤을 생산하는 정식 공장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건 애초 예상한 건축 기간의 3주에서 4주를 대폭 단축한 것이다. 텍사스 주지사 조쉬 윌리암슨은 날림 공사의 우려를 불식하고 정상 가동되는 버닝스톤 생산 라인을 보며 오백세건강을 극찬했다.

“텍사스주에서 준비를 잘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준비가 부실했다면 한 달 이상 시간이 지체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김창수 대표님,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시, 로드리고의 조언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창수에게 조쉬 윌리암슨을 소개한 인물은 플로리다 상원 의원 로드리고 산체스다. 공화당의 촉망받는 차세대 지도자 반열에 드는 두 사람은 미래 대권을 노리는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서로 돕는 돈독한 친분을 가지고 있다.

볼트22 마니아에서 어느덧 암브로시아 광팬이 된 로드리고 산체스. 그는 자신이 창수와 협력하면서 플로리다에서 정치적 입지를 쌓아 가고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며, 버닝스톤을 잡으라고 조언했다.

텍사스 주지사는 친우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걸 진하게 느끼고 있다.

“산체스 의원님은 1년 뒤에 플로리다에도 생산 공장이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더군요.”

“욕심이 많은 친구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겠죠. 그나저나 생각보다 공기가 맑습니다. 정말 버닝스톤 생산과정에서도 탄소를 흡수하는 건가요?”

버닝스톤 생산과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앨버타주 총리를 포함해서 소수에 불과하다.

버닝스톤에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을 줄이기 위해, 창수가 일부러 정보를 제한했기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물론, 텍사스와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창수는 조쉬 윌리암슨에게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과정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확신하지 못했다.

“여기 이산화탄소 측정기가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지요.”

- 슥!

“헉! 이산화탄소 농도가 274ppm입니다! 이거 정상인가요?”

“예. 제대로 된 수치가 맞습니다. 버닝스톤 생산 시설이 가동되는 동안 계속해서 그 수치를 유지할 겁니다.”

“정말 놀랍군요! 그리고 이제야 알겠습니다! 탄소 배출이 가장 심한 베이타운에 공장을 건설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군요!”

조쉬 윌리암슨이 선호한 공장 위치는 주도 오스틴 인근이었다. 자기 집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야 수시로 방문하고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창수는 휴스턴 인근 정유 공장 밀집지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해야 석탄과 황토 수입이 원활하고, 완성된 버닝스톤을 판매하기 유리하다는 것이 이유.

당시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전문가인 창수의 말을 따랐던 조쉬 윌리암슨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고, 창수의 의도를 알게 됐다.

“1공장 가동 이후 텍사스 전체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면, 최적의 2공장 위치가 나올 거라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창수 대표님만 믿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