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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17화 (117/200)

117화 34장. 만우절 농담이 실현되면

7.

뜬금없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10분 뒤에 텍사스 주지사 조쉬 윌리암슨과 앨버타주 총리 마이클 쿠루니가 면담한다는 것.

“윌리암슨 그 승냥이 같은 자가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에너지 관련 특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뭐요!? 에너지!? 설마 버닝스톤에 대가리를 들이미는 건 아니겠지!?”

미국 텍사스주는 한국 면적의 7배 넓이에 인구 3,000만 명을 가지고 있다. 경제 규모가 캐나다 전체와 비슷한 1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셀든이 텍사스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건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이고, 독립성이 다른 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본래 멕시코의 일부였던 텍사스에서는 미국 출신 농민이 중심이 돼 독립 전쟁을 벌여 1836년 텍사스 공화국을 만들었다.

1845년 미합중국 연방에 가입하면서 독립국 지위를 잃었지만, 한때 독립국이었다는 인식과 자부심이 있다.

게다가 석유, 천연가스, 농업, IT 산업이 골고루 발전해 있어 외부와 단절해도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버닝스톤이 추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쿠루니 주 총리와 손잡는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꺼림칙합니다.”

“윌리암슨과 쿠루니가 만나는 걸 왜 이제 보고하는 거요? 우리 정보기관은 장님에 귀머거리요? 어째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화상으로 협약을 맺는다고 합니다. 텍사스의 움직임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빌어먹을 텍사스 놈들! 잔머리를 굴린 거구만!”

한 방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가벼운 잽이 아니라, 관자놀이로 날아든 묵직한 훅이다.

조쉬 윌리암슨과 마이클 쿠루니 둘 중의 한 명이라도 대면 회담을 위해 이동했다면,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미국 정보기관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코로나 창궐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언택트 기술을 활용해 감시의 눈을 따돌렸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슨 대책이 있다는 거요?”

“중계회선을 끊으면 화상 대면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하……. 무슨 구실로 중계회선을 끊는다는 거지?”

“텍사스가 캐나다와 손잡고 버닝스톤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미합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반역 행위입니다.”

“포드 실장, 공화당이 나를 탄핵하기 바라는 거요?”

“무슨 말씀인지…….”

“윌리암슨과 쿠루니가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소. 게다가 우리는 아직 버닝스톤을 손에 넣지 못한 상태요. 우리 것이 아닌 것에 대해 텍사스 주지사와 앨버타주 총리가 논의하는 걸 강제로 막는다면, 공화당이 손 놓고 구경만 할 것 같소?”

일이 교묘하게 꼬이고 있다. 만약, 캐나다 보수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셀든은 비서실장의 조언을 받아들였을 거다.

그러나 로랑 부이용이 정치적인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무리한 행동을 강행하는 데 드는 부담이 심하다.

더구나 캐나다 보수당과 다르게 미국 야당 공화당은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도 50석을 확보해, 민주당과 동수를 이루고 있다. 상원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의 의결권으로 민주당이 가까스로 주도권을 가진 상황.

만약, 셀든이 확실한 근거 없이 텍사스 주지사의 화상 회동을 방해한다면, 공화당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파리 회담이 빨리 끝나야 하는 거군요.”

“그렇소. 버닝스톤을 우리 손에 넣는 것이 우선이오. 파리에 가 있는 협상 팀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안도라 탈세범 놈들을 쥐어짜라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시간과 타이밍의 싸움이다. 재무장관 트레비스 호튼이 안도라를 움직이는 유럽 큰손들과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봐야 한다.

그래야 버닝스톤의 권리를 손아귀에 넣은 뒤 텍사스 주지사를 궁지에 몰 수 있다. 그 전에 텍사스와 앨버타가 어떤 합의를 한다면, 전체적인 구도가 어그러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셀든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 가지 협상 결과를 기다렸다.

* * *

[윌리암슨 주지사님, 세계 에너지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에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오늘 쿠루니 주 총리님과 저의 만남이 인류 전체를 위한 위대한 전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워싱턴 시간 오전 11시, 텍사스 시간 오전 10시, 예정대로 화상 대담에 참석한 앨버타주 총리와 텍사스 주지사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그들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너튜브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두 명 모두 정치인이기에 그들을 홍보할 기회를 살리려고 다소 오버해서 멘트를 날렸다.

- 헐! 쟤네들 뭐 하는 거야? 코미디 하나? 지금?

- 요새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니, 직업을 바꿨나 봐.

- 적당히 하지. 너희가 무슨 메시아라도 된 것처럼 나대냐?

민심이 요동쳤다. 정치인의 잔머리를 숱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염증 반응을 보인 것.

그들은 앨버타주 총리와 텍사스 주지사가 정치질을 적당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바랐다. 시간은 소중한 것이니까.

[어험.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리 앨버타주는 캘거리 인근 4km² 면적을 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그 운영권을 텍사스주에 맡길 것을 제안합니다.]

[텍사스주는 앨버타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동시에 오스틴 인근 4km² 면적을 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그 운영권을 앨버타주에 일임할 것을 확약합니다.]

- 사사삭!

- 스슥!

정치인들이 장시간 뜸 들이기에 들어갈 거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토론은커녕 의견 교환도 없이, 전격적으로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전자 서명에 들어가 버렸다.

조금 전까지 마이클 쿠루니와 조쉬 윌리암슨을 비판하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명을 확인했습니다. 다음 안건으로 앨버타주는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 조성될 에너지 특구를 향후 50년간 오백세건강에 임대하려 합니다. 텍사스주에서는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그리고 텍사스주는 앨버타 캘거리 인근에 조성될 에너지 특구를 향후 50년간 오백세건강에 임대하려 합니다. 앨버타주에서는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이제 오백세건강은 앨버타주와 텍사스주의 합의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한 버닝스톤 근거지를 가지게 될 겁니다.]

[주 총리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또한 텍사스주와 앨버타주에 버닝스톤 제조 공장이 건설될 겁니다. 오백세건강이 인류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 사사삭!

- 스슥!

급행열차처럼 달리는 두 사람의 행보는 에너지 특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캘거리와 오스틴에 조성될 에너지 특구를 오백세건강에 장기 임대하고, 앨버타주와 텍사스주에 버닝스톤 제조 공장을 세운다고 합의했다.

이 내용은 MOU처럼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공식 계약서에 명시된 뒤 서명 절차를 거쳤다. 곧바로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 앨버타와 텍사스가 버닝스톤을 보호하는 거군! 메시아 노릇 할 만하네!

- 맞아! 욕해서 미안해요! 주 총리님! 주지사님! 알라브~

- 캐나다하고 미국만 노났네!

- 아니야! 노난 건 앨버타하고 텍사스야! 버닝스톤 생산하면, 경제가 엄청 좋아질 거야!

- 엌! 따지고 보니 그렇게 되네!

일반 대중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버닝스톤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확실하게 알게 됐다. 버닝스톤이 외부에 휘둘리지 않게 도와줄 든든한 동업자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 * *

[창수야!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단번에 골칫거리를 해소할 줄 몰랐어!]

앨버트주 총리와 텍사스 주지사가 펼친 멋들어진 쇼를 마친 뒤, PD 역할을 담당한 창수에게 조력자가 축하의 말을 보냈다.

김근홍은 버닝스톤의 권리를 미국에 넘기려는 유럽 큰손들의 움직임을 4일간 막아 냈지만, 창수가 계획한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창수는 난관을 극복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선배님 도움이 컸습니다. 시간을 벌지 못했으면, 꼼짝없이 미국에 당할 뻔했습니다.]

[50억 달러를 썼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 그나저나 안도라는 완전히 버릴 셈이야? 오백세건강 인력 모두 철수한 것 같던데.]

[예. 모든 인력 완전히 철수하고, 자금도 모두 뺐습니다.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는 곳이니까요.]

[커커커. 잘 생각했다. 나도 이번에 안도라 떨거지들 상대하고 학을 뗐어, 완전 양아치도 이런 생양아치 새끼들이 없더만.]

[한탕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니, 눈이 돌아간 거죠. 조만간 자기들이 소탐대실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베팅으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으나, 안도라의 배신을 그냥 넘길 수 없다.

미국이 사용한 당근과 채찍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간 측면도 있지만, 안도라를 믿고 찾아온 고객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자세는 응징받아 마땅하다.

창수는 안도라를 버닝스톤 거점으로 삼으려던 계획을 완전히 파기했다. 이것만으로 안도라가 받은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터.

이에 더해 창수는 안도라의 추악한 행동을 널리 알려, 금융계에서 고립시킬 생각이다.

[창수야, 이참에 자유 지대 하나 만드는 게 어떨까?]

[태국에 조세 피난처를 만들자는 말씀인가요?]

[꼭 태국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같은 여러 나라에 만들 수 있어.]

김근홍이 50억 달러를 살포하면서 느낀 것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조세 회피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창수와 자신이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진 고래급 거부로 성장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국가 권력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

김근홍은 암브로시아 제조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면서 형성한 동남아시아 국가 고위급 네트워크를 사용해, 새로운 조세 회피처를 만들려 했다.

[선배님 생각에 동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조세 회피처를 만든다고 해도 지켜 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거라 보는 거냐?]

[제가 안도라를 버닝스톤 근거지로 택했던 것은, 프랑스와 스페인에 척지면서까지 미국이 군사 개입은 못 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근거지가 약소국가나 다른 조세 회피처였다면, 미국은 협상이 아니라 특공대를 투입했을 겁니다.]

창수는 미국 특공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가 연합해서 덤벼도 모두 전멸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군사적 안정을 우선하는 건,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창수가 가진 능력과 무기는 적을 살상하는 데 최적화돼 있지만, 아군을 방어하는 데 취약점을 보인다.

[커험……. 하긴 그렇군. 동남아 국가 역량으로 미국 특공대를 막아 내기 역부족이지.]

[조세 회피처가 안전하려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여야 합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도 피해야 합니다. 언제 정책을 바꿀지 모르니까요.]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공산주의가 아닌 국가라……. 그리고 미국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나라여야 하겠지. 그러면… 아하! 거기를 말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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