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34장. 만우절 농담이 실현되면
3.
4월 3일 오전 9시에 캐나다 연방 정부 조사단이 앨버타로 이동했다. 캐나다 총리 로랑 부이용의 압박이 현실화된 것.
이 소식을 접한 앨버타주 총리 마이클 쿠루니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창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준비한 카드를 점검했다.
그리고 4시간이 지났을 때,
[버닝스톤! 오백세건강이 개발한 탄소 흡수 연료!]
만우절에 올린 영상 조회 수가 2억을 돌파한 뒤 영상 설명란에 링크가 올라왔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30분 길이의 영상이 나오고, 너튜브 오백세건강 계정이 나왔다.
- 오백세건강!? 암브로시아를 만든 곳 말하는 거야!?
- 맞아! 암브로시아를 만든 곳에서 신물질을 개발한 거야!
- 워~ 워~ 오백세건강에 외계인 있는 거 아니야?
- 그럴지도 몰라. 암브로시아만 해도 해독이 불가능한 대박 아이템인데, 그것보다 더 대박이 연타석으로 나왔어.
- 오백세건강 주식 어디에 상장된 거야? 집 팔아서라도 사야 해!
30분 길이 영상에는 신물질의 이름이 버닝스톤이라는 것과 이 물질이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물론, 이 영상도 조작일 수 있다. 하지만 영상 설명란에 전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10개 연구 기관을 나열하면서, 버닝스톤을 보내 검증을 의뢰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것이 거짓일 경우 오백세건강이 받을 타격을 생각하면, 버닝스톤 연소 과정에서 탄소 흡수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소수는 버닝스톤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압도적인 다수가 오백세건강의 발표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일부는 오백세건강에 입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일부는 상장되지도 않은 주식을 사겠다고 나섰다.
* * *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AAB 월드 뉴스입니다. 오늘은 만우절에 선풍적인 관심을 받았던 신물질에 관한 소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파커 기자, 나와 주세요.]
[안녕하세요. 에너지 전문 기자 에이론 파커입니다.]
버닝스톤 영상이 공개된 뒤 24시간이 지난 후, AAB에서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에이론 파커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비롯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 분야에 20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기자다.
[파커 기자, 오늘 오백세건강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했는데요. 연소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물질이 ‘버닝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실존한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건가요?]
[저도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학자들 상당수도 충격으로 여기더군요. 버닝스톤이 실존하는 것인지 검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해합니다. 뉴스 팀에서도 다수의 학자와 접촉했지만, 확답을 해 주는 분이 없었습니다.]
- 뭐지? 만담하냐? 지금?
- 그러게 말이야. 궁금증이 풀리나 했는데, 고구마 먹이고 지랄이야!
- 어그로 오지게 끄네. 모르겠으면 방송하지 말든가.
- 공영방송 AAB 실력이 겨우 이 정도냐? 시청료가 아깝다.
현재 상황에서 버닝스톤에 관해 속 시원하게 의견을 낼 과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여기서 버닝스톤이 진짜라고 말했다가 가짜로 드러나면, 학자로서의 경력이 끝장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버닝스톤을 가짜라고 말하는 건 암브로시아를 판매하는 오백세건강과 정면 대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학자로서 올바른 자세이며, 올바른 처신이기도 하다.
베테랑 기자 에이론 파커와 AAB가 자문을 얻지 못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비난을 쏟아 냈다.
이건 시청자들이 에이런 파커와 AAB를 그만큼 신뢰하고 있었다는 반증일 터.
[난관에 부딪혔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진실을 원하니까요.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돌파구가 무엇입니까?]
[오백세건강에서 버닝스톤 검증을 의뢰한 10개 기관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가 머무는 곳에서 멀지 않은 옌스 연구소에서 취재에 응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옌스 연구소에서 버닝스톤 분석을 마친 건가요?]
[그것에 대해서 옌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슈툼프 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박사님, 부탁드립니다.]
- 옌스 연구소라면 믿을 만하지!
- 맞아! 유럽 최고 에너지 연구소잖아!
- ㅋㅋㅋ 파커 저놈 빌드업 오지네!
- 그러게 말이야. 짬밥이 올라가니 잔머리가 늘었어.
옌스 연구소는 EU를 대표하는 에너지 연구소로 미국 국립 에너지 기술 연구소와 함께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다. 옌스 연구소에서 답을 내놓는다면, 버닝스톤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 거다.
시청자들은 결정적인 한 방을 숨겨 놓은 에이론 파커를 힐난했다. 하지만 이건 비판이 아니라, 방송을 아는 노련한 기자의 영업력을 칭찬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미하엘 슈툼프입니다. 우리 연구소가 버닝스톤을 전달 받은 건 어제 오후였습니다. 그 뒤로 내부 논의를 거쳐, 곧바로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버닝스톤이 연소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만우절 농담이 사실이었다는 건가요?]
[그렇게 봐야 합니다. 우리 연구진이 실험한 장면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 사르륵!
[실험하는 방식과 이산화탄소 수치가 영상과 거의 비슷하군요.]
[만우절 영상에 나온 실험 장면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측정 방법이고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 이야! 오백세건강이 장외 홈런 쳤구만!
- 정말 그래! 암브로시아보다 더 센 거야! 세상 돈 다 긁어모을 것 같아!
- 부럽다! 부러워! 나는 언제 저런 대박을 잡아 보나?
- 돈이 문제가 아니야! 지구를 위협하는 온난화를 막을 신물질이야!
- 캬! 바로 그거지! 지구온난화여, 안녕!
유럽 최고 권위를 가진 에너지 연구소에서 버닝스톤이 실존한다는 걸 확인하자, 시청자들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닝스톤의 경제적 가치가 암브로시아를 아득히 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닝스톤의 가치는 경제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저지한다면, 전 세계적인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버닝스톤은 대단한 신물질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리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건가요?]
[연구를 더 진행해야 정확한 답이 나오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건 버닝스톤이 타고 남은 재가 석회석의 일종이라는 것입니다.]
[플랑크톤과 미생물이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석회암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가지는 건가요?]
[그렇게 봐야 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버닝스톤은 생물의 도움이 아니라, 연소 과정을 통해 석회석을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생물이 외골격을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이 탄산칼슘(석회암)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조개껍질이 탄산칼슘이다. 그 이외에 산호와 플랑크톤과 같은 해양 생물이 해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탄산칼슘을 만든다. 석회암은 대부분 외골격을 가진 해양 생물의 사체가 뭉쳐서 굳어진 것이다.
석회암은 캄브리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급격히 낮췄다. 그리고 지금도 바다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석유와 석탄에 이산화탄소가 다량 포함돼 있지만, 석회암과 비교하면 소량에 불과하다.
[명확한 설명 감사합니다, 박사님. 끝으로 전하실 말씀 있으면 해 주십시오.]
[세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신물질을 검증하게 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모쪼록 오백세건강이 버닝스톤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옌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마하엘 슈툼프는 버닝스톤이 가진 인류사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청자들이 다시 한번 들썩인 건 자연스러운 일. 그리고 그들은 인류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4.
“팔머 장관, 국립 에너지 기술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어떻소?”
미국 시간 4월 5일 오전 9시, 백악관 회의에서 셀든 대통령이 에너지부 장관 래이톤 팔머에게 버닝스톤 실험 결과를 물었다. 국립 에너지 기술 연구소가 에너지부 산하기관이기에.
“다른 연구 기관과 유사합니다. 버닝스톤이 연소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AAB에서 옌스 연구소의 검증 결과가 공표된 뒤, 울프 네트워크와 CMM에서도 다른 검증 기관과 연결해 버닝스톤이 진짜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립 에너지 기술 연구소라고 결과가 달라질 리 없다.
“라일리 정보장, 오백세건강이 실험한 장소가 어디요?”
“안도라입니다.”
“접근이 쉽지 않은 장소구만. 그러면 버닝스톤이 캐나다와 전혀 관련이 없는 기술로 개발됐다는 거요?”
안도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카탈로니아 사이에 있는 면적 468km²의 작은 입헌군주국이다. 독립된 국가이지만, 프랑스 대통령과 가톨릭 우르헬 교구 주교가 공동 영주인 특이한 정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안도라는 세금이 형식상으로만 존재하는 곳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다.
만우절에 올라온 영상은 캐나다 앨버타 자원 평가 연구소가 아니라, 안도라에 있는 오백세건강 소유 연구소에서 실험한 것.
유럽 국가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에 미국 정부가 쉽사리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 쾅!
“당신들 도대체 뭐 하고 있던 거요!? 우리 미합중국의 정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요!?”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오백세건강의 상술이 예상 이상으로 악랄해 사전에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악랄할 게 뭐가 있소?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거지.”
“…….”
국가 정보장 트리스탄 라일리는 CIA를 비롯해 미국 정보기관 16개를 통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 CIA 국장이 독점하던 대통령에 대한 정보 보고도 도맡아 한다.
그러나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큰 법. 셀든 대통령은 버닝스톤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트리스탄 라일리를 강하게 질책했다.
“대통령 각하, 프랑스와 담판을 짓는 것이 어떨까요?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마카롱 그자가 쉽게 우리 요구를 들어줄 것 같소?”
“우리게 히든카드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걸로 버닝스톤을 넘겨줄까?”
“마카롱 대통령의 최대 지지자는 중년 이상 여성입니다. 19세 모델과의 스캔들이 터지면, 지지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겁니다.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정보장 트리스탄 라일리가 참교육을 당한 직후, 셀든 대통령의 최측근 데이븐 포드 비서실장이 나섰다.
프랑스 대통령 마카롱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활용해 담판을 짓자고 조언한 것.
마카롱의 부인은 24살 연상이다. 15세 고등학생 시절 만난 유부녀 교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됐다.
개인 사생활에 관대한 프랑스 사회지만, 고교생과 교사의 관계라는 것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마카롱은 이례적인 부부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사랑으로 모든 걸 감내하겠다고 말하며 난관을 극복하고,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만약, 19세 모델과 잠자리를 가진 것이 들통나면, 정치생명에 파멸적인 타격이 갈 것이 분명하다.
셀든은 최측근의 조언이 일리 있다 생각하고 승인하려 했다.
“대통령 각하, 마카롱과 담판을 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