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33장. 에너지 혁명
5.
높은 열량과 이산화탄소 흡수, 이 두 가지 특성만 가져도 버닝스톤은 암브로시아를 능가하는 대박 아이템이다. 그런데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마이클 쿠루니는 황당함과 기대감을 목소리에 담아 창수에게 물었다.
“향상은 필요 없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특성입니다. 버닝스톤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대량 흡수됩니다.”
“헉! 그 말씀이 정말인가요!?”
“예.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생산 시설을 견학할 수 있을까요!?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초대박 아이템. 마이클 쿠루니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창수에게 생산과정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창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버닝스톤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전기는 사용할 때 유해 물질이나 공해 유발 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 파괴 물질이 대량 발생한다. 일부에서 전기자동차는 친환경 운송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이것.
버닝스톤이 사용될 때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면, 지옥에 가서라도 확보해야 할 슈퍼 에너지원이다.
“시험 생산할 시설을 3일 안에 만들 수 있습니다. 버닝스톤 생산단계에서 탄소 농도를 측정하면,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생산 시설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테스트용이라 크지 않습니다. 200평방미터 정도면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자원 평가 연구소가 있습니다. 부지가 넉넉하니, 그곳에 설치하시죠.”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주 총리 집무처 인근에 에너지 관련 연구소가 존재한다. 그곳은 주 정부 예산이 투입되기에 마이클 쿠루니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앨버타주 총리는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버닝스톤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 * *
“준비됐습니다. 이제 버튼을 누르면 버닝스톤 생산이 시작됩니다.”
“아……. 떨리는데요.”
3월 28일 오전 10시, 자원 평가 연구소에 설치된 소형 생산 시설 앞에 창수와 마이클 쿠루니가 나란히 섰다.
창수는 예고한 대로 3일에 걸쳐 테스트용 시설을 완성했다. 재료가 되는 황토와 석탄 그리고 오일샌드도 정위치에 배치했다.
이제 가동하면 평행우주 너머에서 황탄이라 불리던 버닝스톤이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창수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덤덤한 자세를 보였다. 이미 선양에서 유사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기에 감흥이 덜한 것.
반면, 마이클 쿠루니는 긴장된 표정으로 스타트 버튼을 바라봤다. 자신이 갈망하는 꿈의 에너지가 실존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결하는 기로에 서자 두려움이 엄습한 것.
“카운트를 세겠습니다. 버튼을 함께 누르시죠.”
“알겠습니다.”
본래 계획은 버닝스톤 생산의 첫 시작을 마이클 쿠루니 주도로 하는 것이었으나, 과도하게 긴장하는 바람에 계획을 변경했다.
“10, 9, 8, 7, 6, 5, 4, 3, 2, 1, 스타트!”
카운트를 다 세고 창수가 검지를 스타트 버튼으로 이동하자, 긴장하던 마이클 쿠루니도 엉겁결에 검지를 따라 움직였다.
- 꾹! 꾹!
- 위이잉!
- 스륵! 스륵!
그리고 버닝스톤 생산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혼합 통으로 들어간 재료들이 순조롭게 섞이기 시작한다. 버닝스톤 제조가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자, 정말 제대로 되는 건지 의심마저 드는 상황.
“총리님!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내쉬 박사! 얼마나 줄어든 거요?”
“20ppm이 줄어들었습니다! 예상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생산 시설 인근에는 창수와 마이클 쿠루니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연구원 3명이 대기 변화를 측정했다.
그리고 가동 후 30분이 지났을 때, 연구 책임자 싱클레어 내쉬가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걸 보고했다.
“그러면 지금 탄소 농도가 400ppm 이하라는 거요!?”
“맞습니다! 20년 만에 397ppm이 됐습니다!”
마이클 쿠루니와 싱클레어 내쉬가 감격에 찬 목소리를 냈다.
2023년 기준 앨버타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ppm이다. 2003년 397ppm보다 20ppm 증가한 상황. 그런데 버닝스톤 생산을 시작한 뒤 30분 만에 20년 전 탄소 농도로 돌아갔다.
감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리라.
“탄소 농도는 5시간 후에 최저치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버닝스톤을 만드는 동안 계속해서 그 수준을 유지할 겁니다.”
“이 시설이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거군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생산 시설을 만들면, 공기청정기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당연히 그렇게 돼야죠! 그리고 그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야 합니다!”
쇠가 달구어졌을 때 망치질을 시작해야 한다. 창수는 앨버타주 총리가 격렬하게 흥분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규모 생산 시설 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들게 마련이고, 버닝스톤 생산이 지연될 수 있으니까.
버닝스톤에 가진 작은 의심마저 완전히 태워 버린 마이클 쿠루니는 생산 시설 건설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같으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복잡한 행정적 절차들이, 주 총리에 의해 단번에 통과됐다.
6.
“청장님, 캐나다 앨버타의 대기 상태가 비정상적입니다.”
“그자들이 아직도 오일샌드를 추출하는 거군요! 도대체 캐나다는 믿을 수가 없어요! 총리는 탄소 중립 한다고 말하면서, 지방 주들은 따로 놀고 있잖아요!”
3월 30일, 대기 관리 팀장 파커 고메즈로부터 보고받은 미국 환경 보호청장 캐서린 니콜스가 맹렬한 자세로 앨버타주를 비방했다.
약속을 어기고 오일샌드 추출을 늘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생각한 것.
“저……. 청장님, 오일샌드가 아니라…….”
“오일샌드가 아니라고요? 그러면 대형 들불이라도 난 건가요?”
“아닙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75ppm에 불과한 지역이 나타났습니다.”
“예!? 무슨 소리예요!? 그게!? 갑자기 앨버타주 전체가 200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거예요!?”
산업 혁명이 본격화되기 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78ppm이었다. 캐서린 니콜스는 앨버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감했다는 보고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앨버타 전체는 아닙니다. 주도 캘거리에 있는 자원 평가 연구소를 중심으로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연구소에서 탄소 저감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캐나다 총리가 탄소 중립을 선언한 이후에 앨버타에 있는 연구소들이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흠…….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닌데요.”
“예? 문제라니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면 지구 전체에게 유익한 일 아닌가요?”
“우리 미합중국이 그 기술을 가질 때 유익한 거죠. 타국이 첨단 기술을 가지는 건 큰 위협이 되는 거예요.”
“…….”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다. 과학자의 풍모를 가지고 있는 대기 관리 팀장과 정치인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환경 보호청장이 다른 생각을 가진 것.
파커 고메즈는 캐나다 총리의 탄소 중립 선언 이후, 경제적으로 위험에 빠진 앨버타가 자구책을 마련한 것에 기꺼운 마음이 앞섰다.
탄소 저감 기술로 앨버타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면서, 동시에 인류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캐서린 니콜스의 판단은 달랐다. 아무리 캐나다가 우방국이지만,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이 아닌 타국이 가졌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앨버타에 감시 장비를 집중하고 자세한 정보를 모으세요. 그리고 우리가 가진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청장님.”
환경 보호청장 캐서린 니콜스는 추가 조사를 지시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특급 정보를 셀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 위해서다.
잘만 되면, 청장이 아니라 장관직으로 이동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 * *
“대표님, 중앙정부에서 탄소 저감 기술에 관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월 31일 오후 4시, 버닝스톤 생산 시설 용지를 물색하고 돌아온 창수에게 심상치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캐나다 총리가 앨버타주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해 온 것.
“탄소 저감 기술을 요구했다고요? 중앙정부에서 아직 버닝스톤의 존재를 모르는 건가요?”
“그런 듯합니다. 연구소 인근을 중심으로 탄소 농도가 떨어진 것을 거론하면서, 중앙정부가 연구 자금을 댔으니, 정보를 공유하라고 강요하더군요. 탄소 저감 기술을 내놓지 않으면 앨버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캐나다 총리 로랑 부이용은 자유당 당수다. 반면, 마이클 쿠루니는 보수당 소속으로 평소에 양측은 협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으르렁거리는 사이.
가뜩이나 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협박과 압박을 받은 마이클 쿠루니는 분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중앙정부에서 어떤 방법으로 탄소 농도를 측정한 거죠? 자원 평가 연구소에서 보고한 건가요? 아니면 다른 연구진이 측정한 건가요?”
“저도 그것이 궁금해서 내쉬 박사에 알아봤습니다만,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소 인근 CCTV를 다 돌려 봐도 다른 연구진이 접근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원거리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한 것인데, 캐나다 중앙정부에 그런 기술이 있는 건가요?”
“라만 라이다 시스템을 사용하면, 원거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상청이나 다른 기관에 라만 라이다가 보급된 적은 없습니다.”
무언가 냄새가 난다. 캐나다 총리가 주 총리를 대놓고 압박할 정도면, 확실한 정보 소스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자원 평가 연구소에서 유출한 것이 아니고, 다른 연구진이 접근한 것도 아니라면, 원거리 측정이 유력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환경 관련 움직임에 민감한 마이클 쿠루니는, 캐나다 정부 부처가 원거리 측정 장치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정보기관에서 비밀리에 장비를 도입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캐나다 정보기관은 환경문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습니다. 미국과 협력…….”
“캐나다 중앙정부가 아니라면, 미국 정부가 알아낸 뒤에 부이용 총리를 움직였을 수 있겠군요.”
“그렇군요! 지금으로서는 미국 정부가 제일 의심스럽습니다!”
미국이라면 원거리 이산화탄소 측정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정보 소스라면, 부이용이 강하게 나오는 것도 설명이 된다.
창수와 마이클 쿠루니는 탄소 저감 기술을 요구하는 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요구를 거절하면 중앙정부가 어떤 보복을 할 수 있나요?”
“재정 지원을 끊을 수 있습니다. 탄소 중립 선언 이후 오일샌드 개발이 어려워져서 중앙정부가 지원을 중단하면, 주 전체 살림이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정면 돌파가 해답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