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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02화 (102/200)

102화 29장. 류큐 해전

7.

“전대장님, 전투함 모두 집결했습니다.”

“요시! 동남쪽으로 진군하라!”

1월 8일 오전 5시 50분, 3전대 소속 전투함 4척이 기함 이치마루 인근으로 모였다.

전대장 호케츠 타마후미는 보고 받은 즉시 진격 명령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신 상단의 무력에 가졌던 두려움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이 전투함 4척으로 증가하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신 상단을 궤멸해 전투함 3척을 잃은 실책을 만회해야 한다. 그래야 치욕과 할복을 면할 수 있다.

“전대장님, 일출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요? 아무래도 야인들은 야간 전투에 특화된 능력을 갖춘 듯합니다.”

부관과 3전대 지휘부 참모들은 바보가 아니다. 침몰한 시마즈 전투함 3척이 보내온 교신을 정밀 분석한 뒤, 아이신 상단이 어둠 속에서 자유자재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적의 강점이 사라지는 일출 이후에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참모들은 전대장에게 작전 지연을 건의했다.

“아니야! 조금만 지나면 어둠이 가신다! 우리 전대가 야인 놈들 꼬리를 잡을 때는 대낮이 될 거야!”

“그래도 신중을 기…….”

“시끄러워! 더 이상의 반론은 항명으로 간주하겠다! 어서 진군해!”

“알겠습니다, 전대장님.”

참모진은 어디까지나 조언하는 존재. 특히, 시마즈의 경우 지휘관의 명령이 절대적이어서, 확신하고 지시 내리면 거부할 수 없다.

부관과 참모진은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호케츠 타마후미의 지휘를 따라야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 쾅!

- 콰쾅!

- 휘청!

“무슨 일이야!?”

“적… 적의 기습입니다! 기관실이 당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야인 놈들 화물선이 지금 어떻게 여기로 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화물선이라고 해도 전투함보다 빠를 수 없다.

게다가 아이신 상단 증기화물선은 흩어졌던 시마즈 전투함보다 더 먼 거리에 있었다. 전투함이 집결한 시간에 맞춰 화물선이 이치마루 인근으로 이동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호케츠 타마후미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공포와 분노를 느끼며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응해야 합니다!”

“칙쇼! 쳐 죽일 야인 놈들! 도대체 어느 방향에 있는 거야!?”

“동쪽입니다!”

“함수를 우현으로 돌려! 야인 놈들이 위치한 곳을 향해 포격을 실시한다! 그리고 다른 전투함에도 연락해서 지원 포격 하라고 지시해!”

“하이!”

이치마루의 기관실이 폭파됐으나, 아직 관성으로 전진하고 있어 느리나마 선회할 수 있다.

호케츠 타마후미는 좌현에 배치된 대포 12문으로 기습한 적에 반격하라 지시하고, 동시에 휘하 시마즈 전투함 3척에도 포격 명령을 내렸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지만, 방향을 알기에 물량 공세로 화망을 만들 요량.

- 쾅! 쾅! 쾅!

- 풍덩! 풍덩! 풍덩!

그러나 깜깜이 포격은 요행수를 바라는 도박에 불과했다. 시마즈 3전대가 포탄 48발을 일시에 발사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저 허공으로 날아간 포탄이 바닷속으로 들어갔을 뿐.

“재장전 실시!”

그렇다고 해도 시마즈 3전대는 포격을 멈출 수 없었다. 달리 대체할 대안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고, 포탄을 쏘는 동안에 불안감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

‘학습 효과가 전혀 없는 놈들이군. 그러면 나야 땡큐지.’

이치마루를 공격한 건 아이신 상단의 증기화물선이 아니라 창수였다. 시속 35km로 이동할 수 있는 고무보트를 타고 빠르게 이동한 뒤 단독 전투를 벌인 것이다. 사용 무기는 RPG-7.

창수는 시마즈 전투함들이 동쪽으로 포탄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재빨리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로또 당첨급 행운이 있다고 해도 비어 있는 해상에 포탄을 발사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마즈 3전대가 허탕을 친 건 예정된 일이다.

그리고 이런 헛손질은 조금 전 침몰한 시마즈 전투함 3척이 보여 준 모습과 판박이다.

창수는 앞선 전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는 시마즈 3전대의 대응 능력을 한심하다고 평가했다.

‘이쯤이 좋겠군. 한 방 먹어라!’

- 슝!

그리고 RPG-7을 들어 두 번째 탄두를 발사했다.

- 쾅!

- 콰쾅!

<여기는 아야나미! 여기는 아야나미! 본 함 기관실이 포격당했습니다!>

<뭐라고!? 어디에서 날아온 포탄인가?>

<동쪽에서 날아온 포탄입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창수가 겨냥한 목표는 3전대 기함 이치마루가 아니라, 500m 후방에 있는 아야나미였다.

전대장 호케츠 타마후미를 비롯해 지휘부 참모들은 적이 화력을 한곳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이론으로 배우고 실전에서 익힌 해전 매뉴얼과 완전히 달라 어안이 벙벙한 상황.

평행우주 너머 이곳에서도 순발력이 약하고 매뉴얼에 의존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 쾅!

- 콰쾅!

“칙쇼! 간악한 야인 놈들이 기관실만 노리는 거야!”

호케츠 타마후미가 창수의 작전을 알아차린 건, 3번째 전투함 기관실이 폭파된 직후다.

“적이 고속 소형정을 타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도 대응해야 합니다!”

“기동 타격대를 모두 출동시켜! 어서!”

3전대에서 전장 파악 능력이 가장 뛰어난 부관이 창수의 정체를 일부나마 파악해 냈다.

집중 포격을 뚫고 시마즈 3전대 전투함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고속정이라고 판단한 것.

호케츠 타마후미는 부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3전대가 보유한 기동타격대 8개 조를 긴급히 투입했다.

- 쾅!

- 콰쾅!

그러나 대응이 너무 늦었다.

창수는 시마즈의 고속정이 전투함에서 내려지는 사이 4번째 전투함의 기관실을 파괴해 버렸다.

‘내가 할 일은 다 끝났군. 그럼 돌아가 볼까.’

- 위이잉!

- 슈우욱!

가벼운 새벽 운동 후 귀가. 창수는 시마즈 전투함 4척의 기관실을 모두 파괴한 뒤, 가뿐한 발걸음을 돌려 아이신 상단으로 이동했다.

* * *

“김창수 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영웅에 걸맞은 활약이었습니다!”

아이신 1호선으로 돌아온 창수를 타무가 격하게 맞이했다. 츠네가 운용하는 고정익 드론을 통해 활약상을 지켜보고 감격한 것.

사실 아이신 상단은 대포 30문을 장착한 전투함 한 척도 상대하기 버거운 미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밤샘 전투로 전투함 3척을 침몰시키고 4척을 이동하지 못하게 만든 건 꿈에서나 그릴 수 있는 성과. 그리고 성취 대부분이 창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타무의 반응은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수고랄 것이 있나요? 타무 님에게 애초에 약속한 것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저도 처음부터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승을 거두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전열함을 포함한 해적의 발호를 두려워해 상행을 주저하던 타무에게 창수가 보여 준 것이 고정익 드론과 RPG-7이었다.

반경 100km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고정익 드론을 사용해 강력한 전력을 가진 적함을 피한다. 피할 수 없는 상대는 야간에 RPG-7을 사용해 처리한다.

창수는 타무에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상행을 권유했다. 창수를 믿은 타무는 아이신 가문에서 입지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증기화물선 3척을 동원해 사탕수수 운송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창수의 약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이행됐다.

“아직 노른자위가 남아있습니다.”

“그렇죠! 전투에 참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마즈 함대를 확실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드시죠!”

“좋습니다. 저는 정찰에 주력하겠습니다.”

시마즈 전투함 4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지만,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 시간적 여유를 주면 기관실을 복구할 가능성도 있다.

타무는 증기화물선 3척을 동원해 시마즈 3전대에 결정타를 가할 계획이다.

오전 7시, 어스름하게 아침이 밝아 오는 상황에서 어둠이 가져다준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타무는 두렵지 않았다.

* * *

“전대장님! 후방에 야인 화물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파괴된 기관실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던 3전대 기함 이치마루의 후방에 증기화물선 아이신 1호가 등장했다.

“기관실은 어떻게 됐나!?”

“수리가 절반 정도 진행 중입니다!”

“수리를 멈추고! 즉시 가동해!”

“지금 무리하게 가동하면, 자칫 재생할 수 없게 됩니다!”

“빠가야로! 지금 나중이 문제인가!? 비열한 야인 놈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함수를 돌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야! 알아들어!?”

“알겠습니다! 전대장님!”

이치마루는 대포 30문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6문이 전방에 배치돼 있고, 좌우 측면에 12문씩 놓여 있다.

후방에 배치된 대포가 단 하나도 없는 상황.

호케츠 타마후미는 아이신 상단이 무엇을 노리고 후방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기관실 폭파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치마루를 사각에서 공격하려는 거다.

수리 도중 기관실을 운용하면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주요 시설이 완전히 망가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고려할 시기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동력을 부활시켜 이치마루가 반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시켜야 한다.

- 칙칙칙! 칙!

- 삐이이익!

이치마루의 동력원은 증기. 석탄의 4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가진 황탄을 사용해 물을 가열한 뒤, 그 증기로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기관실이 RPG-7에 직격당하면서, 무쇠로 만든 증기기관 일부가 깨져 나갔다는 것.

임시로 용접했으나, 전대장의 불호령으로 성급하게 가동하는 바람에 증기가 새어 나오고 있다.

“기관장님! 이 이상의 압력은 위험합니다!”

“이 정도로는 기관을 움직일 수 없어! 출력을 더 올려야 해!”

“폭발합니다! 더는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어! 기관을 가동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끝장나는 거야!”

이치마루의 기관장은 동력을 발생해 함수를 돌리지 못하면, 아이신 상단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함수를 회전할 정도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 무리인 걸 알지만, 도박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 삐이이익!

- 빵!

- 쒜에에엑!

“크아악!”

“쿠아악!”

그러나 서둘러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 과도하게 증기 압력을 높이자, 땜질한 부분이 터지면서 뜨거운 증기가 쏟아져 나왔다.

다시 한번 아비규환 상태에 빠진 기관실 내부.

“전대장님! 증기기관이 폭발했습니다! 함수를 돌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빌어먹을! 되는 일이 없구만! 함수에 배치된 대포를 함미로 이동시켜!

“하이!”

이것 역시 무리한 명령. 함미에 배치된 대포는 고정식이다. 게다가 화물선과 비교해 크기가 작은 전투함에서 전방에 배치된 대포를 후방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관은 군말 없이 호케츠 타마후미의 지시를 따랐다. 현시점에서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 드르륵!

- 드르륵!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이 동원돼 대포 6문을 함미로 이동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매우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포 6문이 함미에 도달해 임시로 고정되고, 장전을 시작할 무렵.

- 슝! 슝! 슝!

시마즈 3전대 기함 이치마루를 향해 무언가가 맹렬하게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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