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01화 (101/200)

101화 29장. 류큐 해전

6.

- 쾅!

- 콰콰쾅!

- 휘청!

“무슨 일이야!?”

“우현이 피격당했습니다!”

시마즈 전투함 토쿠마루가 우측으로 회전해 남동 방향으로 응사 준비에 들어갈 때, 갑자기 독특한 파열음이 나더니 선체가 휘청거렸다.

“우현!? 우리가 포위당했다는 거야!?”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칙쇼! 간악한 야인 놈들! 전속력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어서!”

“하이!”

토쿠마루 우측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건 적함이 북서쪽에서 공격했다는 걸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적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였다는 것.

오카야 유키토는 육중한 몸체를 가진 증기화물선의 매복에 걸렸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달빛 없는 밤이라 하더라도 대포를 30문이나 장착한 전투함이 상선에게 전술적으로 당했다는 건 함장이 무능하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 없이 창피한 일. 하지만 오카야 유키토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포위망 탈출을 지시했다. 비록 전투태세에 문제가 있으나, 전술의 기본기를 숙지하고 있었다.

- 끼익! 키리릭!

“전진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멍하니 있다가 야인 놈들에게 당하고 싶은 거야!?”

토쿠마루가 생존하려면, 1초라도 빨리 포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신 상단 대포가 재장전을 마치고 2차 공격을 해 온다면, 괴멸적인 피해를 볼 건 불문가지.

그러나 시마즈 전투함은 기분 나쁜 기계음을 낼 뿐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오카야 유키토는 다급한 심정으로 부관을 질책했다.

“기관실이 당한 것 같습니다! 동력이 끊어지고, 연락도 안 됩니다!”

“뭐라고!? 기관실 외벽 철갑 두께가 다른 곳의 두 배야! 어떻게 포탄 한 방에 기관실이 파괴돼!?”

토쿠마루는 전체적으로 50mm에 달하는 장갑 두께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얇은 장갑을 가진 갑판에 포탄이 떨어질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만, 포탄 한 방으로 선체 내부가 파괴되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기관실은 전투함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에 100mm에 달하는 두툼한 장갑으로 보호받고 있다.

현존하는 포탄으로 최소 4발이 직격해야 기관실을 파괴할 수 있다. 오카야 유키토는 포탄 단 한 발에 기관실이 파괴됐다는 부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야인이 마법물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빌어먹을! 기관실에 인원 보내서 확인하고! 대포 발사해!”

“알겠습니다! 함장님!”

- 쾅! 쾅! 쾅!

- 첨벙! 첨벙! 첨벙!

포위된 상황에서 기관이 정지됐다. 할 수 있는 건 배치된 대포를 발사하는 것.

하지만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낮에도 해상에서의 포격 명중률은 30% 이하다. 거리는 물론이고 정확한 방향도 알 수 없는 야밤에 발사한 포탄이 적을 타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0%에 수렴한다.

토쿠마루가 발사한 포탄은 모두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함장 오카야 유키토가 두려워하던 상황이 닥쳐왔다.

- 슝! 슝! 슝!

- 쾅! 첨벙! 쾅!

아이신 상단 증기화물선이 2차 공격으로 포탄 8개를 발사하고, 그중 5개가 토쿠마루를 타격한 것.

토쿠마루는 정지해 있고 이미 한 번 발사해 영점을 잡았기에 명중률이 높아졌다.

- 콰쾅! 콰콰쾅!

“크아악!”

“우아악!”

포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자, 한 발 맞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갑판 여기저기가 터지며 불길이 치솟았고, 재장전을 준비하던 포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흠……. 저건 이제 끝났군. 그러면 다음으로 가 볼까.’

- 위이잉!

- 슈우욱!

창수는 불타는 토쿠마루가 회생 불가라 판단하고, 북쪽으로 5km 거리에 있는 두 번째 시마즈 전투함을 향해 이동했다.

이동 수단은 15마력 엔진을 장착한 고무보트. 본래 4명이 탑승하도록 설계됐고, 28km/h 속도로 이동하지만, 창수 홀로 타고 있어 35km/h 속도가 나온다.

저소음 엔진을 사용해 100m 밖에서도 이동을 감지하지 못하는 고무보트가 두 번째 먹잇감을 향해 해면 위를 빠르게 달려갔다.

창수가 이처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정찰 드론이 보내오는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 슝! 슝! 슝!

- 풍덩! 풍덩! 풍덩!

창수가 목표 인근에 도착했을 때, 증기화물선 아이신 2호와 시마즈 전투함이 치열하게(?) 포격을 나누고 있었다.

양측 모두 여러 번 포격을 주고받았으나, 서로 단 한 발도 맞히지 못한 상태.

‘역시, 정보 지연이 문제가 되는군.’

토쿠마루를 공격한 아이신 1호에는 츠네가 탑승하고 있어, 고정익 드론으로 포착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고 있다.

반면, 아이신 2호는 타무를 거쳐서 정보를 전달받기에, 시마즈 전투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적함이 전투함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선회 능력을 발휘하면서, 승기를 잡기 어려운 상황.

만약, 포격전이 낮에 발생했다면, 아이신 2호가 타격을 받고 침몰했을 거다.

‘뭐. 이 정도면 준수한 거지.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한 거니까.’

- 척!

- 슥!

시마즈 전투함의 700m 안으로 접근한 창수는 마법자루에서 발사기를 꺼낸 뒤, 탄두를 장착했다.

RPG-7, ‘알라봉’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대전차 로켓이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독일 판처파우스트와 미국 바주카의 장점을 모아 신형 대전차 로켓을 만들었다. 그것이 RPG-1. 그리고 개량을 거쳐 1961년 RPG-7을 개발해 동구권과 아랍권에 판매했다.

RPG-7의 기본형이 500mm 장갑을 뚫을 수 있다. 게다가 발사대와 탄두를 합해 고작 50만 원으로 한 세트를 구매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전차와 장갑차를 격파할 수 있기에, 게릴라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전차 화기가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RPG-7을 개발한 소련이 역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소련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집요하게 괴롭힌 것이 이슬람 반군이 사용한 RPG-7이었다.

RPG-7의 단점은 사정거리 900m, 유효사거리가 500m에 불과하다는 것과 조준이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수가 구입한 RPG-7은 50년이 지난 구형이 아니라 최신형이다. 광학 조준경과 야시 장비 그리고 레이저 거리 측정기가 달려 있어 명중률을 대폭 향상했다.

이에 더해 탄두도 사정거리 1,500m에 유효사거리 750m에 달하고, 관통력은 800mm 장갑을 뚫을 수 있다.

2세대 전차 전면 장갑 정도는 쉽게 관통하고, 3세대 전차 측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뛰어난 파괴력을 가진 것이다.

종잇장(?)처럼 얇은 시마즈 전투함의 장갑이 신형 RPG-7 탄두를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 팡!

- 슈우웅!

- 쾅!

“으아악!”

“끄아아악!”

창수가 발사한 RPG-7 탄두가 시마즈 전투함 기관실을 정확히 타격했다. 100mm 장갑을 가뿐하게 통과한 탄두에서 발생한 열 폭풍이 기관실 내부를 강타하자, 지옥도가 펼쳐졌다.

단 한 방으로 두 번째 시마즈 전투함의 심장이 멈춰 버린 상황.

- 슝! 슝! 슝!

- 쾅! 첨벙! 쾅!

기관실이 파괴된 전투함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관짝에 불과하다. 아이신 2호는 사방으로 포탄을 쏘아 대며 발악하는 적 전투함에 연속해서 포탄을 날렸다.

‘좋아. 그러면 세 번째로 이동.’

피격당한 시마즈 전투함이 어떻게 될 건지, 끝까지 볼 필요 없다. 창수는 고무보트를 몰고 다음 전투함을 향해 달려갔다.

* * *

“전대장님! 토쿠마루를 포함해 3척 모두 침몰했습니다!”

“칙쇼! 야인 놈들이 악랄하다지만! 이토록 지독할 줄이야!”

전투함 3척이 매복에 당했다는 소식이 북서쪽으로 35km 떨어진 3전대 기함 이치마루에 보고됐다.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상황에서도 정보 보고에 충실했다. 하지만 3전대장 호케츠 타마후미는 부하들의 분투를 칭찬할 여유가 없었다. 아이신 상단 전력의 강함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장상선의 전투력이 우리가 예상한 것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아이신 상단의 전력을 겁내는 건 호케츠 타마후미뿐만이 아니었다, 부관을 비롯해 3전대 지휘부 참모 대부분이 퇴각을 조언했다.

“미친 소리 하지 마! 오카야 놈이 방심해서 당한 거야!”

“전대장님, 그건…….”

“닥쳐! 헛소리하지 말고 모든 전투함 불러들여! 4척이 뭉치면 야인 놈들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어!”

두렵지만 내색할 수 없고 전투를 중단할 수도 없다. 아이신 상단을 제압하기는커녕, 전투함 3척을 잃어버리고 복귀하면, 호케츠 타마후미는 끔찍한 고통과 모욕을 받으며 처형당할 것이 분명하니까.

차라리 여기서 싸우다 죽는 것이 낫다.

호케츠 타마후미는 기함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져 있는 전투함들을 불러들여, 아이신 상단과 최후의 전투를 벌이려 했다.

<주군, 시마즈 함대가 뭉치고 있습니다.>

<시마즈 해적 놈들이 제법 머리를 쓰는군.>

츠네가 운용하는 고정익 드론이 서북쪽으로 모이는 시마즈 전투함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창수가 고무보트에서 조종하는 정찰 드론에서 감지하지 못하는 거리를 신형 정찰 자산이 파악해 낸 것.

창수는 3전대의 움직임이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김창수 님, 첫 번째 계획은 어려울 듯하니, 두 번째 계획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타무 역시, 츠네로부터 시마즈 함대의 움직임을 전해 듣고, 전술적 의견을 내놨다.

본래 작전 계획은 두 가지. 하나는 시마즈 전투함이 아이신 상단 쪽으로 이동할 경우, 증기화물선을 모두 이동시켜 야간 전투를 지속하는 것.

다른 작전은 시마즈 함대가 후퇴하거나 제자리에 머물 때, 우회로를 통해 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두 번째 계획대로 흐르고 있다.

<첫 번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예? 하지만 어둠이 사라지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증기화물선 3척으로 시마즈 전투함 3척을 격파한 것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휘한 드론의 정찰 능력과 RPG-7을 이용한 창수의 야간 기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시마즈 함대에 아이신 증기화물선이 다가가는 동안 동이 트면,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20분, 앞으로 3시간 후에 해가 뜬다. 게다가 일출 전에도 어둠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시마즈 전투함이 뭉치는 건 우리를 추격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피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칭량지앤 제도로 이동해 내일 밤을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요?>

<같은 작전을 두 번 연속 사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시마즈에서 지원군을 보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시마즈 함대에서 사쓰마 번에 직통으로 보고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류큐에 있는 시마즈 거점을 통해 보고하는 루트가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창수는 칭량지앤으로 후퇴하는 방안이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듣고 보니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선장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장님들에게 제 말을 전하면 이해할 겁니다.>

창수는 타무에게 시마즈 함대를 상대할 방안을 자세히 설명했다.

증기화물선 선장들이 추가 전투를 꺼릴 거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기에 첫 번째 계획을 강행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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