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91화 (91/200)

91화 27장. 훈훈한 겨울

2.

<사람을 너무 많이 쓰문 안 될 것 같아서라. 포도시 199명으로 맹글었지라.>

일손이 부족하다. 매출이 늘어 가는 속도에 만두 생산량을 맞추려고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포 3개를 운영하는 데 199명이라는 인원도 적은 건 아니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박만수는 직원 수를 늘리는 데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매출의 3할까지는 인건비를 사용해도 됩니다. 필요한 만큼 직원을 늘리세요.>

<증말 그라도 될까요?>

<만두 만드는 재료 원가가 판매가의 3할입니다. 매출이 적을 때는 점포 임대료가 부담이지만, 이제 3곳 모두 1할이 안 됩니다. 인건비 3할을 사용해도 충분히 이익이 남습니다.>

본점 임대료는 월 2만 환(2,000만 원), 종로3가 분점 1만 2,000환, 동대문 분점 1만 환이다.

본점 매출액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9.5%, 종로3가 8.5%, 동대문 7.7%다. 전체 매출에서 임대료는 8.7%.

매출액이 적다면, 임대료 압박으로 인건비 늘리는 데 부담이 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고로코롬하면 증말 편하게 되겄죠. 잉. 그란디……. 아짐이…….>

<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설명할 거니까요.>

광주 휘발유라는 별칭답게 거칠 것 없이 살아온 박만수지만, 항렬 높은 인척이자 직장 상사인 박금래에게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작은 사업만 해 온 박금래는 직원 추가 고용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199명으로 늘린 것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창수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박만수 독단으로 직원을 채용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창수가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지라. 아니지라. 사장님께서 힘써 주신 거 생각하믄 암시랑 안 하죠. 북촌에 오는 게 뭐 대단한 일이것어라?”

창수는 박만수를 통해 박금래와 만날 장소를 전달했다. 한양 북부에 위치한 고즈넉한 음식점 특실.

이 지역은 창수를 감시하는 서포도청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다.

박금래는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본점을 빠져나와 북촌까지 이동했다. 그만큼 창수를 면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11월 매출이 예상보다 높더군요. 직원을 더 고용해도 될 듯합니다.”

“시방 다들 바쁜지라. 장사도 쏠쏠히 잘되니 당장은 사람을 더 쓰는 거이 좋은디, 뒷감당이 걱정이지라. 갑자기 장사가 안되믄 우짜죠?”

“만두의 품질과 가격을 생각하면, 판매 성장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몇 배 더 증가할 수 있죠. 중요한 건 지금 확장세를 죽이지 않고 최대한 치고 올라가는 겁니다.”

“참말로 그리 될까요?”

“그럼요. 저를 믿으세요. 그리고 만약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고용된 직원은 제가 모두 책임질 겁니다.”

만두 판매 증가 추이가 암브로시아 못지않게 가파르다. 공급만 충분히 해 준다면, 월 150만 환 판매도 꿈이 아닐 터.

판매가 부진해 직원 월급 못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만두 사업을 시작한 두 가지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청계천 판자촌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설령 만두가게가 파산하는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창수가 고용을 승계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할 거다.

“사장님 말씀 정말 고맙구만요. 그라고 죄송하네요. 간이 작아서 일을 벌이는 게 겁나 부러서요.”

“그런 걱정 마시고, 만두 품질 유지와 위생 관리에 전념하세요. 나머지는 저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그라지요. 지는 사장님만 믿는당께요.”

창수의 제안으로 만두가게를 시작한 뒤, 박금래는 꿈에서나 그리던 큰돈을 벌고 있다.

11월에 들어온 수입만 9만 환. 시장에서 혼자 만두가게를 운영하던 때보다 100배 이상 소득이 늘었다. 당장 만두가게를 접는다 해도 박금래가 손해 볼 게 없다.

박금래는 직원 수를 늘리는 것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창수의 말을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제가 받을 배당금 중에서 절반을 직원들 연말 보너스로 지급하세요. 나머지 절반은 반장님에게 주시면 됩니다.”

“그라믄 사장님에게 남는 게 없는 거신디…….”

“같은 돈이라도 한 사람이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쓰는 것이 더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만두가게 이외에도 돈벌이가 많습니다.”

“흐미…….”

창수는 돈벌이를 위해 만두가게를 연 것이 아니다.

월랑부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청계천 판자촌 주민과 박금래에게 보답하고자 벌인 사업이다. 만두가게에서 번 돈을 아낌없이 그들에게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자조지종을 모르는 박금래의 눈에는 창수가 성인군자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3.

- 딸랑!

“어머! 어서 오세요! 김창수 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2022년 12월 13일, 창수는 평행우주 금나라 펑창에 도착했다. 숙소를 잡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휼기아귀금속.

5개월 만에 만난 천옥금이 창수를 기쁘게 맞이한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매장이 많이 바뀌었네요. 취급 품목을 확장한 건가요?”

“호호호! 마법물품 판매 등급이 올랐거든요! 이제 일반등급을 판매할 수 있어요!”

“축하합니다! 드디어 소원을 이루셨네요!”

“이게 다 김창수 님 덕분이에요! 고순도 은을 많이 가져오시고, 마법물품을 많이 사 주셔서 승급할 수 있었어요!”

평행우주 금나라에 마법물품을 생산하는 마탑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마법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탑과 직접 접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왕족과 소수의 대귀족이 마탑과 직접 거래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휼기아귀금속 같은 판매 대행점에서 마법물품을 구매해야 한다.

마법물품에는 [하급, 일반등급, 중급, 상급, 최상급] 5단계가 있다. 그동안 휼기아귀금속은 하급 마법물품만 판매할 수 있었다.

가장 아래 단계지만, 마탑에서 엄격히 심사하기에, 누구나 판매 대행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나라 5대 도시 중 하나인 펑창에 판매 대행점은 7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휼기아귀금속이 승급하면서 일반등급 마법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2번째 점포가 됐다.

천옥금이 뛸 듯이 기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고순도 은값을 후하게 쳐주시니 이곳을 찾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행수님은 등급이 오른 것 알고 있나요?”

“그럼요. 저번 달 말에 상행 오셔서 축하 잔치도 벌였어요.”

창수 덕분에 돈방석에 오른 수혜자 중의 한 명이 안주상단 천진우. 창수가 확보해 준 안전한 이동로를 따라 부지런히 홍삼 밀무역을 실행해, 11월까지 5년 치 수익을 올렸다.

충분히 성과를 올렸다고 판단한 천진우는 12월, 1월, 2월 3개월간 상행을 중지하고 휴식에 들어갔다.

창수는 상행에 동참하기 위해 안주상단을 방문했으나, 자초지종을 듣고 혼자 펑창에 와야 했다.

물론, 3일간 융숭하게 대접받아 섭섭함은 없다.

“행수님 말씀이 압록강 물이 얼면, 경쟁 상단들이 우후죽순 상행을 시작해 홍삼 가격이 떨어질 거라 하더군요.”

“맞아요. 조선에서 나룻배를 심하게 단속해서 상단들이 상행을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펑창 홍삼 가격이 높았는데, 압록강 물이 얼면 상행이 많아지고, 홍삼 가격이 떨어질 거예요.”

천진우가 홍삼 밀무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은, 조선 국경 경비병 눈을 피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압록강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압록강이 얼게 되면, 이 이점이 사라진다.

“송본귀금속에서 걸었던 현상금이 없어진 것 아닌가요?”

“그건 없어졌죠. 현상금 건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노리오카와 연결된 조선 고위 관리들이 문제예요. 고인의 유지를 받든다고 국경 경비를 강화했어요.”

“허……. 미친놈들이네요.”

정체 모를 도적(창수)이 조선을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5억 환(5,000억 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내걸었던 송본귀금속 대표 노리오카 히가시에가 살해당했다.

정확히 누가 죽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이견만 분분하다. 혹자는 사사키 재단이 미궁 열쇠와 크리스털을 잃어버린 책임을 물어 처형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심각한 갈등을 일으켰던 흑룡회에서 암살했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창수가 노리오카 히가시에의 입을 막으려고 처단했다는 루머를 퍼트리기도 한다.

문제는 노리오카 히가시에와 호형호제하던 조선의 실력자들이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국경 경비를 강화한 것.

창수는 조선 고위 관리들의 썩어 빠진 자세에 어이가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죠. 여러 상단에서 이를 갈고 있어요. 뭐. 덕분에 안주상단은 큰돈을 번 거지만요.”

“상단들과 연결된 고위 관리는 없는 건가요?”

“있기는 하죠. 하지만 후시가 떳떳한 일은 아니라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요. 상단들이 돈은 돈대로 쓰고 상행은 어렵고, 속이 말이 아니에요.”

홍삼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국산을 최고로 친다. 평행우주 조선에서도 뛰어난 품질을 가진 홍삼이 외국에서 돈 벌어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삼 밀무역은 사실상 조선 조정에서 뒷문을 열어 준 거래라 할 수 있다. 금나라와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아 불법으로 취급받을 뿐이다.

그런데도 상단들이 친일파 관리들의 횡포에 정면대응 못 하는 이유는 조선 사회가 가진 경직성에서 찾을 수 있다.

“으슥쾰 호수에서 벌어진 싸움은 어떤가요? 조금 진정됐나요?”

“아니요. 지금도 전투가 한창이에요.”

“사사키 재단과 흑룡회가 총력전을 벌이나 보죠?”

“그렇죠. 그리고 일본 세력뿐만 아니고 명, 러시아, 오스만, 무굴, 원, 사파비(이란)까지 끼어들어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어요. 벌써 사망자만 3,000명이 넘어요.”

“소문대로 거기에 3대 미궁이 있는 건가요?”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브리튼하고 프랑스에서도 특작부대를 파견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요.”

‘헐! 갈수록 태산이구만, 이러다가 세계대전 나는 거 아니야?’

창수가 뿌려 놓은 떡밥이 핵폭탄급이었다. 주변의 강국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국가들과 멀리 떨어진 강대국들도 한 입 물려고 꼬여 들고 있다.

으슥쾰에 파견된 인원들은 모두 각 국가와 세력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정예 병력이다. 3,000명 사망은 일반 병력 30만 명을 잃은 것보다 전력에서 더 큰 손실.

세계대전급 충돌은 이미 벌어진지도 모른다.

‘일본 놈들 처리하는 걸 늦출 수밖에 없겠어. 여기서 내가 나서면 그놈들을 돕는 것밖에 안 돼.’

선양에서 고사누를 만나 암브로시아 마법진을 받은 뒤, 츠네와 함께 한양으로 돌아가, 흑룡회와 사사키 재단을 처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천옥금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송본귀금속 배후 세력 사사키 재단과 흑룡회가 사생결단을 보이고, 다른 국가 특작부대와 충돌하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본 세력의 본진이 극심한 피해를 입으면, 조선에 파견된 병력의 힘도 약화할 것은 자명한 일.

최적의 공격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이래저래 한동안 세상이 소란하겠군요.”

“반대로 펑창은 한가한 편이에요.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으슥쾰 호수로 몰려가니까요. 그래서 걱정이기도 하고요.”

“예? 걱정한다고요? 조용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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