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26장. 양안전쟁
6.
“예? 제 능력이 셀든 대통령보다 낫다고요? 그럴 리가 있나요?”
“돈 버는 능력 말이야. 너는 이제 세계 9번째 갑부가 됐어.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길어야 8년이야. 퇴임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강연료 받는 게 수입의 대부분이고.”
‘깜짝이야! 밑천 들통난 줄 알았네!’
창수는 현대 과학기술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보물들을 가지고 있다.
공간 이동 할 수 있는 블링크 마법, 공간 확장과 무게 감소가 적용된 마법자루, 물리공격을 막아 주는 마법방어구, 마법검, 마법화살 등……. 하나라도 정체가 드러나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거다.
창수는 판단력이 뛰어난 김근홍이 무언가 눈친챈 것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돈 이야기를 한 거다. 안심이다.
“제가 세계 9번째 갑부라고요? 이번에 USMC로 얼마를 번 거죠?”
“550억 달러야! 무려 110배 수익을 올렸어!”
“대만 증시에서 벌어들인 것까지 합하면, 수익이 950억 달러군요.”
“풋 옵션 수익만 그렇지. 선물 매도로 얻은 수익 계산하면 1,000억 달러가 넘어. 네 재산이 800억 달러 불어난 거야.”
투자한 비율에 따라 창수는 수익금의 80%를 가진다. 여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재산을 더하면, 90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유하게 된 거다.
2022년 10월 현재, 세계 8번째 부호의 재산이 915억 달러, 9번째 부호의 재산이 890억 달러다.
창수가 9번째 거부가 됐다는 김근홍의 말은 거짓이 아니고, 조만간 8번째로 올라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암브로시아가 꾸준히 돈벌이를 해 주고 있으니까.
“800억 달러를 벌게 된 건 제 능력이라기보다는 선배님의 능력이죠.”
“아니야. 너에게 든든한 종잣돈이 없었다면, 이런 공격적인 투자는 불가능이야. 게다가 중요한 포인트에 네가 한 조언도 큰 역할을 했어. 나 혼자 매매했다면, 작은 수익을 얻고 끝났을 거야.”
“제가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선배님도 200억 달러 이상 재산을 가지게 된 것 아닌가요?”
“커커커. 맞아. 나도 89위 부자가 됐지! 그리고 한국에서 너 다음으로 내가 두 번째 부자다!”
재산이 상승한 비율을 보면 창수보가 김근홍이 앞선다.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만든 종잣돈 10억 달러가 20배 수익을 가져다준 것.
10억 달러가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을 매매해 받은 수수료와 암브로시아로 얻은 수익인 걸 고려하면, 김근홍이 일군 막대한 재산의 근본이 창수라고 할 수 있다.
창수와 김근홍은 서로를 도우며 세계적인 부호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선배님, 언론사에 나온 부자 순위는 의미 없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숨겨진 부자가 더 많다면서요?”
“커험……. 그야 그렇지. 그래도 세상에 알려진 순위에 들어간다는 게 기분은 좋잖아. 35살에 만든 성취야. 그리고 현금 동원력을 따지면, 너도 만만치 않아.”
경제 전문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세계 부자 랭킹은, 주식과 공개된 부동산 같은 드러난 재산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이아몬드, 금, 현금, 채권, 차명 주식, 숨겨진 부동산 등을 계산하면 1조 달러 이상을 가진 대부호도 존재한다.
금융 전문가인 김근홍은 숨겨진 대부호들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창수를 세계 9위 갑부라 추켜세운 이유는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로 일군 재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창수의 재산 900억 달러 대부분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다. 대부호도 창수와 같은 현금 동원 능력은 없다.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걱정되는 것이 있네요.”
“걱정? 무슨 걱정? 대만과 USMC 관련된 건 하나도 남김없이 정리했어. 거래 자금 회수도 우회 경로를 통해 처리했고. 설마 나를 못 믿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요? 다만, 금액이 예상보다 커져서 추적당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1,000억 달러 손실을 보고 월가 큰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까요.”
“흠……. 일리 있는 말이군.”
작은 수로에 고래가 지나가면, 행적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김근홍이 조세회피처 5곳과 중국을 이용해 자신을 숨겼다고 하지만, 1,000억 달러가 이동하면서 진면목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김근홍은 창수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우리 행적이 드러난다는 가정하에 대비해야 합니다.”
“아예 잠적하자는 거야?”
“그것도 생각해 봐야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창수가 평행우주를 오간 뒤 달라진 건, 뒷마무리가 확실하고, 돌발적인 위험을 처리할 능력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건 목숨을 건 위험을 극복하면서 쌓인 경험치.
창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것에 마냥 기뻐하지 않고, 다가올 위협에 대비했다.
7.
베이징 시간 12월 1일 오전 5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에 시쩌뚱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였다.
베이징 북서쪽 시산국립공원 지하 2km 아래에 위치한 장소. 여기에는 100만 명이 생활할 수 있는 물도 존재한다.
설령,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공격한다고 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기에, ‘지도부를 위한 핵 벙커’라 불리는 곳이다.
- 슈아악!
- 촤악!
작전 상황판 중앙에 배치된 대형화면에 중국군을 태운 상륙장갑차 ZBD-05와 경전차 ZTD-05 부대가 해수를 가르며 전진하는 장면이 나왔다.
“탈환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상륙은 언제 시작되는 건가?”
“진먼섬은 20분, 마쭈열도는 7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서기님!”
“대만성 반란군 놈들의 저항은 어떨 것 같나? 진먼섬에 땅굴 파고 지하 요새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말이야.”
“벙커 버스터를 사용해 주요 지하 거점을 파괴했습니다! 반란군이 저항해 봐야 미미할 겁니다!”
“하오! 하오! 단번에 점령해!”
“명에 따르겠습니다!”
상륙작전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참모장 닝카이는 시쩌뚱에게 손쉬운 점령을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 100m를 뚫을 수 있는 고성능 벙커 버스터를 사용해 지하에 위치한 대만군의 주요 거점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미군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탈환 작전을 방해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대만성을 향해 이동하는 미군 항공모함 전단은 모두 4개입니다. 그중에서 지금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1개뿐입니다. 여기에 더해,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해함대와 북해함대가 총력으로 막을 겁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총리님.”
흥분과 기대에 찬 시쩌뚱과 다르게 정치 라이벌 류커창의 심기가 좋지 않다. 진먼섬과 마쭈열도를 중국군이 점령하면, 시쩌뚱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을 것이 분명하니까.
이런 류커창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닝카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승리를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입니다. 잘못하면, 애써 점령한 섬들을 다시 내놔야 할지도 모릅니다.”
“류커창 총리!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요! 여차하면, 사로잡은 반란군 놈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면 되니까!”
류커창이 자꾸 시비를 걸자, 시쩌뚱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이대로 방치하면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총서기님, 반란군도 동포입니다. 죽음으로 내몬다는 건 너무 가혹한 발상입니다.”
“반역자를 처형하는 건 당연한 일이오! 우리 손에 피 안 묻히고 양키들이 죽이게 한다는데 뭐가 문제요!?”
“커험…….”
류커창은 어떻게 해서든지 논쟁거리를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확고한 의지를 가진 시쩌뚱의 박력에 밀리고 말았다.
- 슈우웅!
- 척!
“드디어! 상륙이 시작됐습니다!”
“하오! 하오! 이대로 밀어붙여!”
중국군의 융단폭격과 벙커 버스터 사용이 효과를 본 것일까?
중국군 상륙장갑차부대와 경전차부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진먼섬에 상륙해 본격적인 점령 작전에 돌입했다.
적이 존재하는 섬을 침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륙작전을 하는 듯한 분위기.
이 광경을 대형화면으로 지켜보던 시쩌뚱이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류커창의 얼굴은 흑색으로 변해 갔다.
* * *
베이징 시간 오전 5시 35분, 미국 국무장관 볼링튼이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웨이첸에게 긴급 전화를 걸어왔다.
<중국이 진정으로 미합중국과 전쟁하기를 원하는 건가요?>
<전쟁을 원하다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중국은 미합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만에 상륙작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도발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군요. 대만성은 중국의 일부입니다. 중국 일부를 무단 점거한 반란군이 테러를 일으켰기에 진압하는 것인데, 왜 미국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뻔한 말 반복. 웨이첸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중국이 주장하는 명분(?)을 반복했다.
이건 볼링튼의 경고를 개무시한다는 의미.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중국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겁니다!>
<아! 그래요? 핵무기라도 사용할 건가요?>
<중국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만을 짓밟는다면, 핵무기 사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우리 중국이 핵 보복을 못 할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말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발사한 핵미사일을 모두 막아 낼 수 있다고 자신해서 하는 말인가요?>
<그건 알아서 판단하십시오. 중요한 건 미합중국이 중국의 대만 점령을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핵무기 사용 위협 공방이 180도 바뀌었다. 이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들먹이는 상황. 그리고 미국의 위협은 월등히 현실적이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은 260개에 머물던 핵탄두를 350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7,000개에 달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에게 더 불리한 것은,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국의 핵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40년에 걸친 연구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볼링튼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것은 중국의 보복 핵공격을 모두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리라.
<미국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중국인 수억 명을 죽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테러를 저지른 반란군을 돕기 위해, 무고한 중국인 수억 명을 살해한 미국을 어떤 국가가 믿고 따를 거라 생각하나요? 아니, 다른 국가를 따지기 전에 양식 있는 미국인을 납득시키기도 어려울 겁니다.>
<흥! 그런 싸구려 신파는 통하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대단하군요. 그러면 망설이지 말고, 핵무기를 사용해 보시죠.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
볼링튼이 할 수 있는 최강의 압박을 가했으나, 웨이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명분의 힘.
웨이첸은 대만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양안전쟁이기에 중국이 반격할 권리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미국이 위협한다고 굴복할 수 없는 일.
게다가 세계 대부분 국가도 대만이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명분이 빈약한 상황.
결국, 볼링튼은 별다른 성과 없이 통화를 마쳐야 했다.
[속보, 중국군 진먼현과 마쭈열도 침공.]
그리고 볼링튼과 웨이첸의 통화가 끝난 지 10분 후, 대만 주요 방송국과 언론에서, 중국의 침공을 알리는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