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78화 (78/200)

78화 24장. 걸려든 사냥감을 놓칠 수 없지

4.

“류큐(오키나와)를 공략하자는 말씀인가요?”

“류큐에는 양키 놈들 기지가 있지 않은가? 그놈들과 전면전은 당분간 피해야 해.”

“그렇다면 어디를…….”

“대만성을 탈환하는 거야. 그러면 돼지 놈들 주둥이를 틀어막을 수 있어.”

대만은 중국이 주장하는 미수복지(?) 중 핵심. 시쩌뚱의 구상대로 대만 점령에 성공하면, 상무위원을 포함해 누구도 독재 완성을 막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대만은 오랜 세월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원주민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중국 역사에 편입하는 데 무리가 있다.

대만이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625년 네덜란드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한 이후.

네덜란드는 대만 인근 푸젠성 주민을 모집해 농장 인부로 투입했다. 그 후 명나라 유신이었던 정성공이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대만을 차지한 뒤 ‘반청복명’의 근거지로 삼았다.

21년 뒤 대만은 청나라에 정복됐고,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게 지배권이 넘어갔다.

50년간 진행된 일본 식민지 시대는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종식됐다.

그리고 이어서 벌어진 중국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개석이 국민당 패잔병을 규합해 대만으로 도피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대만성 수복은 시기상조입니다. 아직 우리 전력이 완전하지 못합니다. 미국이 개입하기 전에 대만성을 평정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게다가 대만성 주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대만의 인구 구성은 원주민 2%, 네덜란드 지배 이후 이주한 본성인 70%, 객가인 15%, 그리고 장개석과 같이 이주한 외성인 13%다.

이런 이유로 대만인은 중국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정체성을 보인다. 대만에 거주하는 사람 중 62.6%가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여기고, 단 2%만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장슈보는 현재 시점에서 대만 침공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깟 개돼지 놈들 여론이 뭐가 중요해?”

“대만성 주민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

“화근을 안 남기면 될 일 아닌가?”

“예? 점령이 아니라 불모지대로 만들자는 말씀인가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 중국인이기를 거부하는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어. 거치적거리는 것들 모두 처리하면 그만이야. 개돼지를 개돼지답게 다루면, 양키 놈들이 개입하기 전에 대만성을 점령할 수 있어.”

중국은 대만을 삼키기 위해 경제적 예속화를 추진했고,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살포해, 대만 주요 인사를 포섭했다.

군 장성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 대만의 실상.

중국은 해군력 강화가 완성되는 2027년을 기점으로 대만을 사실상 접수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홍콩 민주화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발로 대만인의 반중 감정이 높아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

시쩌뚱은 대만인을 포용하는 정책을 버리고, 무력으로 제압한 뒤 강경책을 사용하는 공포정치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총서기님의 말씀을 이해하겠습니다. 일본이 공격용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 오히려 대만성 공략을 어렵게 만드는 거군요.”

“맞아. 일본 놈들 개수작이 명확한데도 응징하지 않으면, 이곳저곳에서 들고 일어날 거야. 류커창 패거리가 기뻐 날뛸 건 뻔한 일이고.”

일본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을 빌미로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건 누가 봐도 억지다.

지금도 일본보다 대만에 더 공격적인 자세를 가진 시쩌뚱의 행보에 의구심을 가진 공산당 원로와 간부가 적지 않다.

만약, 일본의 거짓이 증명된 상황에서 대만을 먼저 침공한다면, 시쩌뚱의 권위와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이 갈 수 있다.

국가주석 3연임은 고사하고, 확보한 총서기 자리도 보존하지 못하고 실각할 위기에 몰릴 터.

“대만성 공략 가능성을 상무위원들에게 알리셨습니까?”

“아니. 일절 이야기를 안 했어. 낌새도 모를 거야.”

“그러면 자문 그룹에서 새 나간 걸까요?”

“두루뭉술한 구상은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는 건 자네가 처음일세.”

“둘 다 아니라면, 국가안전부에서 과잉 충성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쩌뚱이 대만 침공과 같은 중대 사안에 관해 논의할 측근은 한정돼 있다. 상무위원 중에 3명, 개인 책사 3명, 그리고 장슈보를 더해 7명 정도가 고작이다.

7명으로부터 정보가 새 나간 것이 아니라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에서 공작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상무위원을 제외하고 일본의 공격용 미사일 개발 증거를 보유한 곳이 국가안전부이기 때문이다.

“잔머리 굴리는 쑨레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국가안전부에서 보안 등급 되는 놈들 사정 봐주지 말고 모두 철저히 조사해.”

중국 국가안전부는 미국 CIA와 영국 MI6와 견줄 수 있는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내부에는 성급 행정구역에 국가안전청을 두고, 시급 행정구역에 국가안전국을 운영해 촘촘한 정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권력기관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시쩌뚱에게는 정적을 제거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도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손봐야 한다.

“알겠습니다, 총서기님. 그리고 대만성 공략에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어서 말해 봐.”

“명분을 쌓기 위해서 먼저…….”

독재를 추구하는 정권에서 권력의 크기는 공식 서열과 직급이 아니라, ‘일인자와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중앙판공청 주임 장슈보는 시쩌뚱이 자신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인다는 걸 알아차리고 기쁘게 명령을 받아들였다.

요새 권한이 커져 목이 뻣뻣해진 국가안전부를 참교육할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쾌재를 부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기분이 고양된 장슈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시쩌뚱이 빠진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5.

[중국, 일본에 엄중 경고! 불법 미사일 개발 용납 못 해!]

[중국 탄도미사일 1,000발이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해군 상하이와 센카쿠 방면으로 집결 중.]

11월 28일 월요일, 중국이 선전포고에 준하는 강경한 어조로 일본을 질타했다.

전범국 일본의 공격용 미사일 개발이 유엔헌장에 명시된 적국 조항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전쟁 준비에 돌입한 것.

AAB와 DMM 같은 글로벌 네크워크 뉴스가 베이징 시간 오전 9시에 발표된 내용을 긴급 속보로 전 세계에 알렸다.

- 중국이 잠잠한 듯 보이더니, 세게 나오는데.

- 주말에는 일 안 하고 쉬었나 보지.

- 엌! 그런 건가? 전쟁 나도 주말은 챙겨 먹는 거야?

중국의 각오가 비장해 보였으나,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고 냉소적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성명서 하나 내놓지 못한 중국의 굼뜬 움직임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것.

‘중국 북해함대가 남하하고, 남해함대가 대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무기를 구매하고, 두바이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던 창수는 대형 TV를 통해 중국의 움직임을 알게 됐다.

주위 환승객들이 중국을 비웃었으나, 창수는 달랐다.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것.

‘3개 함대가 모이면, 구축함만 수십 척이야.’

중국 해군은 북해, 동해, 남해 3개 함대로 구성돼 있다.

칭다오와 다롄에 기지를 둔 북해함대는 구축함 13척과 호위함 11척, 총 24척의 전투함을 가지고 있다.

남해함대는 광둥성과 하이난성에 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구축함 11척과 호위함 10척, 총 전투함 21척이다.

동해함대가 구축함 13척과 호위함 11척을 보유했다는 걸 고려하면, 대만 인근으로 69척에 달하는 중국 전투함이 몰리고 있는 거다.

‘일본 함대를 전멸시킬 생각인가? 아니면 양동작전?’

일본 해상자위대는 헬기 항모 4척, 구축함 40척, 호위함 6척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주력은 소위 ‘88함대’라고 불리는 4개 호위대군 32척이다. 88함대는 전투함 8척에 헬기 8대로 구성돼 있어 붙여진 별칭.

일본이 중국과 해전을 벌인다 해도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1개 호위대군을 남겨야 한다.

즉, 중국 전투함 69척이 일본 전투함 24척을 상대하는 거다.

창수는 중국이 집결시키는 전력이 일본을 상대하기에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이 전투함을 집결시키고 미사일을 겨냥한 상황에서 일본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일단은 작전 성공이지.’

헤인체 하우어에게 정보를 건넨 건 창수였다.

제보자 신분을 교란하기 위해 유럽을 돌아다니며 거짓 흔적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네덜란드에 잠입해 헤인체 하우저에게 일본 공격용 미사일 개발 문건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으나, 중국과 일본의 대결이 성사됐다.

중국이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현재로서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

창수는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이벤트를 기다렸다.

* * *

창수가 두바이 공항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무렵, 중국의 움직임을 파악한 일본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공격당할 처지에 놓였으니 당연한 반응이리라.

총리 후지다 카즈아키는 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각료 회의를 열었다.

“슌오크 장관! 이야기가 다르지 않소!?”

“면목 없습니다, 총리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일본 총리가 외무장관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거두절미하고 상대방을 힐난하는 건 후지다 카즈아키에게 매우 이례적인 일.

이건 대놓고 상대방을 모욕한 거다. 그런데 모욕당한 슌오크 코키는 반발하지 않고 오히려 사죄를 청했다.

“면목 없다는 소리 말고! 어찌 된 일인지 말하시오!”

“보고드린 대로, 어제 오후 왕밍 부장과 통화해 원만한 문제 해결에 합의했습니다.”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소! 중국이 미친 짓을 한 뒤에 다시 왕밍과 통화는 해 본 거요?”

“예. 곧바로 통화했습니다. 그런데 왕밍 부장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뭐요!? 중국 외교부장(외무장관)이 선전포고와 군사 행위를 모른다고!?”

후지다 카즈아키가 분노한 것은 슌오크 코키가 거짓 보고 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슌오크 코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장 왕밍과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황당한 일은 왕밍이 중국의 강경 대응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저도 어이가 없어서 재차 물었지만, 왕밍 부장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통화를 중단했습니다.”

“왕밍이 연기한 것 아니오?”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왕밍이 실각했다는 거요?”

“아직은 속단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왕밍 부장이 배제된 것이 확실하다고 봅니다.”

왕밍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석사 학위를 일본 대학에서 받고, 주일 대사를 역임한 골수 친일파다.

중국과 일본이 겉으로 으르렁거리면서도, 큰 충돌 없이 지내 온 것에 왕밍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후지다 카즈아키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왕밍이 공격용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믿었던 왕밍의 숙청이 가시화된 상황.

일본 총리와 외무장관은 물론이고, 대책 회의에 참석한 각료 모두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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