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23장. 판을 키우다
7.
- 암브로시아? 1kg에 100달러나 한다는 비정제 원당 말하는 거야?
- 맞아. 뉴욕에서 열리는 웬만한 파티에 가면, 요새 전부 암브로시아가 들어간 음식이 나와.
- 이런 맛이면, 100달러가 아깝지 않은데.
- 당연하지, kg에 1,000달러라고 해도 바가지가 아니야.
암브로시아의 진미를 알고 있던 5명은 나머지 골수팬들에게 그들의 경험담을 들려 줬다.
다소 과장이 섞인 무용담 형식이지만, 암브로시아의 맛이 워낙 뛰어나기에,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졌다.
처음 간단히 배만 채우고 사격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골수팬들의 뇌리에 볼트22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암브로시아가 채워지는 상황.
“의원님, 암브로시아를 처음 맛보시는 건가요?”
“암브로시아가 들어간 아이스티를 마시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암브로시아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렇군요. 경험해 보니 어떤가요?”
“맛은 좋습니다.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그런데 양을 너무 많이 사용한 것 아닐까요? 단맛이 너무 진하군요.”
미국 상원 의원은 본격적인 암브로시아 음식을 처음 먹는다고 말하면서, 맛에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완전히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건 아니다.
헤드 테이블에서 같이 식사하던 창수는 산체스가 암브로시아 초보자라는 걸 바로 알아봤다.
흔한 음식에서 차원이 다른 맛이 나올 때, 사람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도가 높아서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용량은 정상입니다.”
“당도가 높다고요? 어느 정도인가요?”
“설탕을 100으로 봤을 때, 203입니다. 두 배가 조금 넘는 거죠.”
“암브로시아가 몸에 해로운 과당 종류인가요? 이거 문제가 많은데요.”
당도 174를 가진 과당은 단당류의 하나로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혈당 지수 68로 설탕보다 낮아, 한때 당뇨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감미료였다.
그러나 과당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평판이 180도 바뀌게 됐다.
과당은 먹을 때 포만감이 늦게 느껴져 과식을 유발한다. 인슐린 분비를 저하시키고, 간에서 대사를 거쳐 지방으로 축적된다.
또한 혈관을 막는 나쁜 콜레스테롤 LDL의 수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이런 과당의 부작용은 영양 과잉 상태에서 대량으로 과당을 먹을 때 발생한다.
과일에는 해로운 과당보다 무기물과 항산화물 같은 이로운 성분이 많기에, 적당량을 소비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산체스는 암브로시아를 농축 과당의 하나로 여기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암브로시아는 과당 종류가 아닙니다. 최종당화산물(AGEs)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포도당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1% 미만입니다.”
최종당화산물은 ‘당 독소’라 불리는 물질로 단백질, 헤모글로빈, 콜라겐과 같은 인체 구성 요소에 부착돼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체내에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고 당뇨증을 유발하며, 피부를 파괴해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의학계가 주목하는 빌런이다.
과당은 포도당보다 10배 많은 최종당화산물을 만들고, 암브로시아는 포도당보다 100배 낮은 최종당화산물을 만들어 낸다.
암브로시아가 만드는 최종당화산물은 과당에 비해 1,000배 낮은 거다.
“그러면 암브로시아가 올리고당과 유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하지만 올리고당은 가장 높은 당도가 60에 불과합니다.”
“올리고당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한 것이 암브로시아입니다. 당도가 3배 이상 높고, 칼로리가 낮으면서 비타민 B 소모도 적습니다. 폴리코사놀이 다량 함유된 것은 덤이고요.”
감미료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주목받은 것은 올리고당이다. 100g당 239칼로리를 가진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열량이 낮으면서 체내 흡수가 느려 혈관계 질환과 당뇨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다.
더구나 장내 유익한 세균의 먹이가 되기에 프로바이오틱스의 하나로 널리 사용된다.
올리고당의 단점은 설탕 당도의 60%에 불과해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대사 과정 중 비타민 B군 사용을 촉진해 결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암브로시아는 올리고당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표님의 말대로라면, 암브로시아는 정말 신의 감미료라고 불릴 만하군요.”
“판매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많은 소비자께서 감사와 격려를 보내 주고 있습니다.”
“허허. 암브로시아의 열렬한 팬이시군요. 판매회사에서나 알 수 있는 내용을 알고 계시네요.”
창수가 암브로시아의 정점을 자세히 설명했으나, 산체스는 여전히 못마땅한 자세를 보였다.
창수에게 노골적으로 암브로시아 칭송을 중단하라는 사인을 보낼 정도.
“맞습니다. 저는 암브로시아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리고 판매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죠.”
“예!? 대표님이 암브로시아 판매자라고요!?”
“그렇습니다. 조만간 월래스에 암브로시아 사업부를 열고 미국과 캐나다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
정치인 산체스가 정색하며 말문을 닫았다.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
- 월래스가 암브로시아 북미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 대표님 말대로라면 그런 거지.
- 그렇게만 되면 대박이지. 월래스에 돈 만드는 기계가 들어온 거니까.
헤드 테이블과 다른 테이블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옆 테이블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거리.
주위에서 창수의 말을 들은 골수팬들이 암브로시아 판매 소식을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이 나온 김에 발표하겠습니다. 월래스에서 암브로시아를 론칭할 예정입니다. 암브로시아 판매로 얻은 수익은 볼트22 개량과 후속 제품 개발, 그리고 직원 복지에 사용될 겁니다. 후원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암브로시아 판매는 비밀이 아니다. 오히려 널리 알릴 일. 사실 오늘 모인 골수팬들은 모리스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인물들이기에 창수가 직접 나서는 자리를 마련한 거다.
창수는 골수팬들에게 암브로시아 판매를 알릴 기회가 왔다 여기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 축하합니다! 앞으로 월래스는 파산 걱정할 일 없겠네요!
- 파산이 문제가 아니야! 월래스 직원들 모두 부자 되는 거라고!
- 어!? 그러네! 대표님! 일자리 늘어나면, 우리 먼저 뽑아 주세요!
월래스를 사랑하는 골수팬들은 암브로시아 판매를 기뻐하며 환호를 보냈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이 점차 구색을 갖추더니,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들어오게 됐다고 여긴 것.
- 짝! 짝! 짝!
“대표님, 대단한 구상입니다. 볼트22 애호가로서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미국인의 한 명으로 가슴이 아파 오는군요.”
“미국 국민이 아니라 사탕수수 농가를 대표하는 마음 아닐까요?”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농민도 미국인입니다.”
초대한 15명 중 14명은 진심으로 암브로시아 판매를 환영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상원 의원 산체스는 예외.
그의 지역구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사탕수수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합주에서 설탕 관련 산업의 영향력은 당락을 좌우할 힘이 있다.
감미료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암브로시아가 미국에 상륙한다면,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 산체스의 처지.
“설탕 남용으로 발생하는 비만과 건강 문제로 미국인이 치르는 비용이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암브로시아는 다수의 미국인에게 건강과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습니다. 암브로시아 판매는 미국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할 겁니다.“
“궤변입니다. 설탕이 건강을 나쁘게 한다는 것은 소수 의견에 불과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설탕 과다 복용 유해성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와 논문은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설탕 산업을 음해하는 세력이 지원한 연구에 불과합니다.”
“아니지요. 설탕업계 지원으로 설탕을 섭취한 쥐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설탕 과다 섭취가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재단에서 연구 지원을 끊어 버렸죠. 그리고 설탕이 방광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그……. 그건…….”
설탕 자체가 유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과다 복용은 인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관한 연구는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천 건이 행해졌다. 설탕에 반대하는 측에서 행한 연구가 다수지만, 설탕업계에서도 반박을 위해 300건 이상 연구를 진행했다.
설탕업계의 지원을 받은 연구 대부분은 설탕과 건강 문제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연구를 진행하다가 자금이 끊겨 포기한 연구진이 설탕 과다 복용의 유해성을 폭로하면서, 설탕업계가 지원한 연구의 정직성에 의심의 눈초리가 모이고 있다.
창수가 이 점을 지적하자, 산체스는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1930년 이후 미국 설탕 업계는 미국 정부의 과보호를 받으며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여파로 액상 과당을 등장시키는 부작용까지 만들었죠.”
“해도 너무하는군요. 이제는 액상 과당이 만드는 문제까지 설탕에 뒤집어씌우는 건가요?”
“미국에서 생산하는 청량음료에 고가의 설탕을 사용할 수 없자, 대안으로 찾은 것이 액상 과당입니다. 액상 과당은 설탕보다 당도가 1.74배 높고 가격도 저렴하죠. 그래서 청량음료에 들어가는 주요 감미료가 됐고, 그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창수는 미국의 설탕 보호법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액상 과당을 등장시켰다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액상 과당은 옥수수를 가수분해해서 만든 것으로, HFCS(High Fructose Corn Syrup)이라 불리기도 한다.
액상 과당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가격이 저렴하고, 당도 174로 설탕보다 진한 단맛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청량음료에 도입된 1980년대에는 설탕보다 건강에 좋은 감미료로 알려져 있었기에, 글로벌 메이저 음료 회사에서 앞을 다투어 채용했다.
청량음료에 ‘기타 과당’이라는 성분이 있다면, 그것이 액상 과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음……. 치밀한 준비를 하셨군요. 월래스를 살린 것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파산할 농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농민들이 파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브로시아와 일반 설탕은 목표 시장이 다르니까요.”
“암브로시아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할 테니, 처음에는 영향이 적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탕 시장 대부분이 암브로시아에게 장악될 겁니다.”
“미국에 암브로시아 제조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서 생산한 사탕수수를 사용하면, 사탕수수 농가에 금전적 피해가 없을 겁니다.”
“현재 가격으로 매입한다는 말인가요!?”
사탕수수 재배 농가에 경제적 불이익이 없다는 말에 산체스의 목소리가 급격히 달라졌다.
“예. 미국 정부에서 보장하는 가격으로 사탕수수를 매입할 겁니다. 그리고 수익금 일부를 사탕수수 농가에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암브로시아 판매를 반대할 이유가 없죠! 절대 찬성입니다!”
“암브로시아는 미국 사탕수수 농가의 소득을 높이면서 미국인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최상의 감미료입니다. 산체스 의원님께서 앞장서 주시면, 미국인 모두에게 유익한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한번 해 보죠!”
문제는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예상 못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 능력.
창수는 강하게 반발하는 산체스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