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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69화 (69/200)

69화 22장. 성동격서

5.

우시다 제작소 경비 시스템이 철통처럼 견고하지만, 마법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창수는 벌새 드론을 투입해 경비병과 레이저 감지기가 없는 장소를 찾은 뒤,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공장 담을 넘어갔다.

‘밤에도 근무하는 사람이 많군. 위에서 쪼아 대는 건가?’

일본 공장은 대부분 야간에 필수 인력만 남겨 두고 조용하다. 밤샘 작업을 할 만큼 역동적인 곳이 드무니까.

그런데도 매출이 변변치 않은 우시다 제작소 내부는 야간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가득했다. 이것은 경영자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들을 푸시 하고 있는 증거이리라.

사람이 많다는 건 창수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창수는 투명망토를 가동하고 우시다 제작소 곳곳을 탐색했다.

‘일반 직원 출입 금지 구역이라……. 바로 저거군!’

우시다 제작소에는 대형 건물이 3동 있었다. 각 건물은 입구에 경비병이 있고, 출입증을 제시해야 통과할 수 있다.

창수는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건물 3곳에 모두 침투한 뒤 건물의 용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3번째 건물에서 유난히 출입 통제가 철저한 곳을 발견했다.

저곳에 우시다 제작소의 핵심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이 분명하다.

- 척!

- 지이잉!

- 스르릉!

일반 직원 출입 금지 구역에는 경비병이 없었다. 경비병도 접근해서는 안 되는 높은 보안 등급을 가진 것.

대신 입구에는 지문 인식기와 홍채 인식기가 있었다. 인가된 직원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

창수는 첨단 출입 장치를 통과하는 직원들을 흥미로운 얼굴로 지켜봤다. 아마도 중요한 비밀을 간직한 국가기관과 기업 연구소에도 유사한 장치가 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방비하고 첨단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틈이 없는 건 아니다.

창수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침입자에게는 무용지물.

‘블링크!’

- 슥!

창수는 보안 설계자들과 과학자들을 비웃듯 간단한 시동어 하나로 출입 통제 지역에 진입했다.

“나카토 박사, 엔진 개발 진척이 어느 정도요?”

“고체 연료 로켓은 90%, 스크램제트 엔진은 85%가량입니다, 소장님.”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요? 적성국들이 이미 개발을 마쳤거나 마무리 단계라는 걸 모르는 거요?”

창수는 출입 통제 구역에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인물의 뒤를 따라가다가, 연구소장이라는 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우시다 제작소는 상업용 선박 엔진을 제작하는 공장이 아니라, 일본 공격용 미사일 개발을 전담하는 비밀 연구소였다.

소장 오노자와 소스케는 엔진 개발팀을 이끄는 나카토 코지를 심하게 질책했다. 막대한 연구 자금을 퍼붓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건이 다릅니다. 우리가 공격 무기 개발에 제한이 있다는 걸 잊으신 겁니까?”

“이제는 눈치 볼 필요 없는 것 아니오!? 한국과 중국이 미친 듯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데, 우리만 미적거린다는 게 말이 되는 거요!?”

“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래서 공격 무기 보유를 금하는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UN의 ‘적국 조항’을 적용받는 국가입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낙하산의 문제가 이거다. 오노자와 소스케가 소장이라고 하지만, 일본 정부가 꽂아 넣은 비전문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의 핵심이었던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는 불온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UN 회원국이 선전포고 없이 선제공격할 수 있다.

일본의 공격용 미사일 개발이 국외에 알려질 경우, 한국, 중국, 러시아가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UN의 제재를 받지 않는 거다.

“그건 UN 총회 결의로 사문화된 조항이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받지 못해 아직도 유효한 조항입니다. 제발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현실을 파악하기 바랍니다!”

UN 적국 조항을 없애기 위해 일본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살포하며 로비를 벌였다. 그리고 1995년 UN 총회에서 삭제 결의를 받았으나, 2022년 지금까지 UN의 핵심인 상임이사국 5개국으로부터 승인받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추축국을 물리친 연합국이 오늘날의 UN 상임이사국이다. 이들이 적에게 채운 안전장치를 쉽게 풀어 줄까?

“흠……. 그러면 우리는 항상 뒤쳐져야 한다는 거요? 너무 비참하구만…….”

“자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밑에서 결정적인 무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무기? 그런 게 있소?”

“우리 팀에서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을 비밀리에 개발 중입니다.”

“그건 꿈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것 아니오?”

“5년 전 러시아 과학자로부터 기초 기술을 받고, 히든 프로젝트로 연구해 왔습니다. 이제 프로토타입 최종 시험만 남아 있죠.”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은 연료와 산소의 혼합물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데토네이션파를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엔진이다.

압축기와 터빈이 필요 없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며, 자체적으로 아음속에서 마하 10까지 올릴 수 있어, 음속 5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에 적합한 엔진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가장 앞선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나카토 코지가 그걸 빼 왔다고 말하고 있다.

“잠깐만! 혹시 지금 테스트장에 설치한 것이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이오?”

“맞습니다. 오늘 제가 소장님을 찾아뵌 건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 실험 때문입니다.”

“왜 일찍 말하지 않았소!?”

“이전에 알렸으면, 내각에 보고됐을 겁니다. 그리고 세상에 알려졌겠죠.”

“커험……. 내각의 애국심을 못 믿는다는 거요?”

“애국심이 과해서 문제죠. 작은 성과만 있어도, 침소봉대해서 과시용으로 써먹었을 겁니다.”

뜬구름 잡는 오노자와 소스케와 다르게, 엔진 연구 책임자 나카토 코지는 수년간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웠다.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을 것까지 계산해서, 프로토타입이 완성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한 것이다.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에 대해서 누가 알고 있소?”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연구원은 모두 5명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저만 알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보안에 신경 썼구려. 그러면 데이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소.”

- 슥!

“이 USB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엔진 시험이 끝난 뒤에 소장님께 드리겠습니다.”

“백업이 없는 게 위험하지 않소?”

“백업을 만들수록 보안이 취약해집니다. 외부에 유출되는 것보다 완전히 파기되는 것이 안전합니다.”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 개발에 관련된 연구원은 모두 21명이다. 그중 15명은 자신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나머지 5명도 부분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다.

나카토 코지가 배신하지 않는 한,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 연구의 비밀은 안전하다.

“USB 당장 주시오! 기밀금고에 보관해야 하니까!”

“당분간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내일 오전에 실험할 거 아니오? 비밀이 새 나갈 시간이 어디 있소? 잔말 말고 매뉴얼에 따르시오. 규정을 어기면 당신이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소.”

“음……. 알겠습니다.”

연구소에는 엄격한 보안 처리 매뉴얼이 있다.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 연구뿐만 아니라, 중요한 연구는 소장실에 위치한 기밀금고에 보관해야 한다.

나카토 코지는 USB를 달라는 소장의 지시에 잠시 주저했으나,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펄스 데토네이션 엔진을 소장에게 알릴 때부터 정해진 일이기도 하다.

- 척!

- 지이잉!

- 틱! 틱! 틱!

- 철컥!

기밀금고에는 4가지 보안 장치가 있었다. 지문 인식기, 홍채 인식기, 비밀번호, 그리고 열쇠.

4가지 과정을 빠르게 처리한 오노자와 소스케가 기밀금고 문을 열었다.

금고 안에는 각종 서류, 증서, USB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 퓩!

“컥!”

그리고 USB를 기밀금고 안에 넣으려는 순간, 창수가 오노자와 소스케에게 소음 권총을 발사했다.

허공에서 날아온 총알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일. 머리에 총알이 박힌 비밀 연구소 소장은 작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절명했다.

“소장님! 무슨…….”

- 퍽!

“큭!”

갑작스러운 변고에 나카토 코지는 경악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창수가 간단히 제압한 것.

- 척! 척! 척!

창수는 기밀금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마법자루에 집어넣었다. 오노자와 소스케의 시체도 시체낭에 넣은 뒤 마법자루 안에 수납했다.

- 슥!

- 푹!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과 도청 기능을 가진 아티팩트를 나카토 코지의 뒤통수에 집어넣었다.

“공격용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모든 백업 데이터를 가지고 오고, 남은 서류는 분쇄 후 소각하도록.”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창수는 마인드 컨트롤을 이용해, 비밀 연구소가 보유한 공격용 미사일 연구 결과를 빼돌렸다. 그리고 서류로 남은 자료도 모두 파기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연구소의 기밀이 일반 직원 출입 통제 구역에 집중돼 있고, 나카토 코지가 2인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수는 나카토 코지가 정상적인 연구를 못 하도록 만들고, 타인의 연구도 방해하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걸었다.

지금 타격을 주는 것을 넘어, 미래에도 타격을 가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 * *

11월 3일 오전 8시, 하네다 공항. 출국 심사를 맡은 담당관이 창수를 의아해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일본에 하루도 안 머물고 가시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출국 심사는 ‘출국자의 얼굴이 여권 사진과 동일한가?’를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다. 그러나 출국 심사관은 창수를 붙잡고 빨리 떠나는 이유를 물었다.

일본에 입국한 지 13시간 만에 출국하는 것이 수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 외교관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중역이 가끔 이러는 경우가 있지만, 창수 같은 관광객이 만 하루도 안 돼 출국하는 건 처음 경험한다.

“예. 홍콩에 계시는 할머니가 갑자기 위독하시다고 해서요.”

“저런. 안타까운 일이군요. 조모님께서 쾌차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유가 확실하다. 할머니가 위독한데 외국에서 관광을 즐길 수 없을 테니.

[하네다 공항을 떠나 홍콩 국제공항으로 가실 분들은 11번 게이트로 오시기 바랍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30분 정도 지나자, 홍콩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군. 그러면 불꽃놀이를 제때 볼 수 있겠어.’

창수가 탑승할 여객기는 오전 8시 45분에 일본을 떠나 오후 1시 45분에 홍콩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늘 도쿄 일출 시간은 오전 6시 5분. 이미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 무슨 불꽃놀이를 한다는 말인가?

홍콩에 가서도 마찬가지. 한낮에 불꽃놀이는 가당치 않다.

만약 창수의 속마음을 누군가가 들었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거다.

[승객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 주십시오. 곧 이륙합니다.]

오전 8시 44분, 창수가 탑승한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이륙을 시작했다.

- 위이이잉!

- 슈웅!

엔진이 굉음을 내며 여객기를 앞으로 밀자, 양력을 받은 육중한 몸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때가 오전 8시 44분 59초.

그리고 1초 후.

- 번쩍!

비행기에서 7시 방향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서 섬광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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