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62화 (62/200)

62화 21장. 응징의 시간

1.

‘음……. 내가 직접 손을 써야 하는 걸까?’

강희만과 타니와 유우시를 통해 친일 매국노 명단을 대량 확보했다.

평행우주 너머 조선이라면, 망설임 없이 부역자를 처단했을 거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의 수도 서울. 사법절차와 재판을 거치지 않고 매국노를 처단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갈등이 생긴다.

작은 범죄에도 연관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창수의 딜레마.

‘한국 사회가 너무 썩었어. 매국노들의 정체를 공론화해 봐야,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거야.’

부역자 명단을 정리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친일 매국노가 사법 시스템 전반에 수두룩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역자 단죄가 어렵다. 게다가 사법 시스템을 견제할 정치와 언론에도 친일 매국노들이 널려 있다.

자칫 의협심만 믿고 나섰다가 역공당하기 십상.

‘저놈들을 이대로 놔두면 내가 위험해. 어차피 벌어진 일. 여기서 멈출 수 없어.’

이미 사사키 재단과 관련된 2명을 처단했다. 여기서 도덕과 사법절차를 따지는 건 위선에 불과하다.

그리고 친일 매국노를 방치하면, 암브로시아 판매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더 안 좋은 건, 오백세건강과 창수가 친일 매국노들의 표적에 올랐다는 것.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상황에서 망설임은 사치에 불과하다.

* * *

“당신 누구야!? 언론인을 납치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언론인? 사사키 재단 한국 지부 회원 허정철, 일본에 붙어먹은 매국노가 언론인이라고 나불거리는 건가?”

“사사키 재단은 합법적인 단체야! 회원이 된 것이 왜 매국노라는 거지!? 당장 사과해!”

“사사키 재단의 돈줄이 일본 경륜과 경정이지. 거기서 나온 돈 50%를 간부 놈들이 조직적으로 가로채고 있는데 합법적인 단체라고? 합법적인 도둑놈 단체라고 해야 옳겠지.”

“헛소리! 사사키 재단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 사사키 재단이 도둑질한 돈 15억 원을 날름 받아먹은 놈이 모욕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 그걸 어떻게…….”

허정철은 4대 일간지에 속하는 정양일보의 부장으로 소위 ‘데스크’라 불리는 언론 권력이다.

일반적으로 신문사는 편집국장 휘하에, 경제부, 정치부와 같은 9개에서 12개에 달하는 부서를 배치한다.

허정철은 경제부를 담당하며, 후배 기자들의 취재 방향을 설정하고, 작성된 기사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허정철이 특정 기사를 비토 하면, 편집국장이 주관하는 데스크 회의에 기사가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지면 할당이 없고, 기사가 사장된다는 걸 의미한다.

허정철은 한국 경제 관련 분야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

이런 자가 사사키 재단으로부터 15억 원에 달하는 돈을 수수했다는 건 한국의 국익을 갉아먹는 통탄할 일이다.

“멍청한 놈. 사사키 재단이 너에게 15억 원 줄 때 아무런 장치를 마련 안 하고 그냥 하사했을 거라 생각했냐?”

“선생님! 오해하신 겁니다! 사사키 재단에서 받은 돈은 순수하게 연구용입니다! 제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양일보 경제부장의 처지가 처량하다.

금품 수수 사실이 들통난 허정철은 창수에게 존댓말을 올리며, 애걸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용? 참 가지가지 하고 자빠졌네! 네 여친 자동차 사 주고 명품 가방 사 준 것이 연구용이냐?”

“…….”

“개수작 부리지 마! 네놈이 저지른 비위 행각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창수는 사사키 재단 경제협력단장 타니와 유우시에게 자백마법을 사용한 뒤, 숨겨 놓은 USB 위치를 알아냈다.

USB 안에는 친일 매국노들의 사생활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음흉한 일본인답게 부역자들을 믿지 않고, 뒤통수칠 준비를 하고 있던 것.

허정철이 받은 15억 원 중 8억 원 이상이 여자와 유흥에 들어갔다. 부인에게 10만 원짜리 선물을 줄 때도 부들부들하던 자가 불륜 상대에게 2억 원을 들여 외제 승용차를 사 준 것은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 순간은 자신이 재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으리라.

“저에게 원하는 것이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 저를 이렇게 궁지에 모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군! 하긴 잔머리를 잘 굴리니 친일 매국노로 선발됐겠지.”

“…….”

허정철은 상황 판단이 빠른 자다. 창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자존심을 버리고 적극적인 협조를 자청했다.

창수는 허정철의 비굴한 자세를 대놓고 비웃었다. 그러나 허정철은 아무런 반발도 하지 못했다.

친일 부역자 허정철의 뇌리에 창수가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 툭!

“여기 적혀 있는 거, 네 기자 수첩에 그대로 받아써.”

“하지만 내용이 조금…….”

“쓰라면 쓰지, 말이 많아! 너도 똑같이 매장해 줄까?”

창수가 제시한 내용은 친일 매국노들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비리를 조목조목 나열한 것이다.

만약 이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다면, 한국 사회에 커다란 폭풍이 불 것이 분명하다.

허정철은 대형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약점을 쥐고 있는 창수는 반발을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

목줄이 잡힌 부역자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창수의 지시를 따르는 수밖에.

2.

2022년 10월 1일 오후 3시, 마라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암브로시아 론칭 행사가 열렸다.

“대표님, 전문 모델을 쓰지 않고도 행사가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니까.”

“그래도… 한국말이 서투른 태국인 3명이 행사를 주도한다는 것이…….”

“짜리폰과 라탄은 너보다 한국말 더 잘해. 그리고 까오는 행사 영어에 익숙해.”

“설마요?”

“어허. 지켜보면 안다니까.”

창수가 택한 대안은 까오였다.

태국에서 열리는 행사 상당수는 영어를 사용한다. 구매력 높은 해외 관광객이 다수 있고 태국 지식층에서 영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까오가 하이소를 대상으로 한 행사의 경험은 적지만, 영어로 진행하는 행사에 여러 번 참가한 경험이 있다.

창수가 까오를 암브로시아의 뮤즈로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영어 사용 능력이다.

짜리폰은 태국 국립대 한국어과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라탄은 한국에 유학 중인 대학생이다. 둘 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Ladies and Gentlemen, Welcome to the Ambrosia launch event.”

“귀빈 여러분, 암브로시아 론칭 행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와! 미인이다!

- 암브로시아 메인 모델이래. 한국에서 연예인 해도 될 것 같아.

- 그러게 말이야. 태국에 미인이 많다는 말이 정말이었어. 한국 연예인들 분발 안 하면, 따라잡히겠는데.

- 긴장해야지. 한국 연예인들이 미모가 출중하고 연기력이 좋지만, 한국 버프 받는 것도 사실이야.

행사가 시작되자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까오였다. 한국식 화장을 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의상을 입어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줬다.

한국 주연급 배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

더구나 완벽한 영어 발음이 한국인 대부분에게 친숙했다. 까오의 프로필을 확인하지 않은 참석자들이 그녀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연예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 옆에 있는 사람은 통역인가? 통역치고는 예쁘네.

- 행사 보조인데 한국에 온 유학생이래.

- 엉? 태국인이야, 설마?

- 자. 여기 봐 봐. 태국이라고 쓰여 있잖아.

- 헐……. 정말 태국인이네.

까오 못지않게 주목받은 건 라탄. 행사 스태프 프로필에 태국인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그냥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위화감이 없다.

“어머니, 수정과 맛 좀 보세요.”

- 홀짝!

“어머! 정말 맛있네!”

“그렇죠. 흑설탕하고 차원이 다른 맛이에요.”

“일반 암브로시아 10kg 예약해 줘요.”

“좋은 선택이세요. 일반 암브로시아와 플러스가 큰 차이가 없거든요.”

“호호호. 아가씨 말 참 이쁘게 하네. 그런데 정말 태국 사람이에요?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데.”

“어려서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에게 떼써서 중학교 때부터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유학 생활만 10년째에요.”

“어쩐지 한국말이 자연스럽다 했어. 그런데 남자 친구 있어요? 우리 아들이 31살이고 미리내전자 다니는데.”

“아하하하. 저 남자 친구 있어요.”

“아휴. 아까워라.”

라탄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가정주부에게 인기를 끌었다. 가성비가 좋은 일반 암브로시아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500kg이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This is just plain ice cream. But when you add Ambrosia Plus, it's completely different.”

“이건 평범한 아이스크림입니다. 하지만 암브로시아 플러스를 넣으면 완전히 달라지죠.”

- 척!

- 와! 엄청나네! 뉴욕에서 먹었던 프로즌 오트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맛있습니다!

- 그럴 리가요? 프로즌 오트 아이스크림은 100g에 1,000달러가 넘어요.

- 직접 맛을 보십시오.

- 슥!

-어머! 진짜 더 맛있네요!

라탄과 다르게 까오 주위에는 남자들이 몰렸다. 빼어난 미모에 끌린 것.

까오는 짜리폰의 도움을 받으며 암브로시아 플러스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디저트를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처음 까오의 미모만 바라봤던 행사 참석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명품 감미료의 풍미에 반하게 됐다. 그리고 여자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 1kg 예약할게요.

- 저는 10kg입니다.

-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요?

- 아닙니다. 암브로시아 플러스 한 스푼에 평범한 아이스크림이 명품을 능가하게 됩니다. kg에 100달러는 거저나 다름없습니다.

- 어……. 생각해 보니 그러네. 저도 10kg이요!

가성비는 상대적인 것. 암브로시아 플러스 1kg으로 10,000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면, 100배 효율이 좋은 특급 가성비 제품이 된다.

까오는 간단한 인사와 소개만으로 암브로시아 플러스의 진가를 유감없이 홍보했다. 그녀가 받은 주문은 600kg이 넘는다.

“대표님, 현재까지 암브로시아 예약 527kg, 암브로시아 플러스 637kg입니다.”

“뱌프, 어떠냐? 이 정도면 론칭 행사 성공이지?”

“당연히 성공이죠!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원래는 한국에도 뮤즈를 두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게 됐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3명이면 한국 시장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겁니다.”

사사키 재단과 대유제당이 벌인 치졸한 방해 공작은 까오, 라탄, 짜리폰 태국 여성 3명을 모델로 세운 창수의 결단으로 무력화됐다.

예상 못 하고 뒤통수를 맞아 전전긍긍하던 뱌체슬라프는 행사 성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창수와 오백세건강의 성공을 확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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