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58화 (58/200)

58화 19장. 먹는 장사가 최고다

5.

“플러이, 암브로시아라고 들어 봤어?”

“당연히 들어 봤죠. 새로 나온 비정제 원당이잖아요.”

“단맛이 그렇게 고급지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그럼요. 단맛이 강하면서도, 풍미가 아주 깊어요.”

“꼭 먹어 본 것처럼 말하는군.”

암브로시아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지 7일째, 태국 하이소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확산됐다.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VIP 바에서도 마찬가지. 부유층 손님 상당수가 암브로시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먹어 봤죠. 우리 바에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오! 그래! 역시! 플러이는 대단해!”

“호호호. 칭찬 감사합니다. 암브로시아로 만든 아이스티 한잔 드실래요?”

“좋지! 얼마나 대단한지 맛을 보자고!”

- 꿀꺽!

“캬! 정말 맛이 기가 막히네!”

창수는 플러이처럼 안면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이 운영하는 업소에 암브로시아를 무료로 제공했다.

손님들이 암브로시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보려는 목적.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설탕을 포함해서 기존 감미료에서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맛이 나왔기 때문이다.

“맛만 좋은 게 아니에요. 폴리코사놀이 사탕수수보다 20배 많이 들어 있고, 혈당 지수가 21이에요. 완전히 건강식품이죠.”

“폴리코사놀! 혈당 지수! 그 정도면 건강식품이 아니고 약으로 써도 되겠는데! 이거 어디서 살 수 있어?”

“태국에는 암브로시아 파는 곳이 없을 거예요.”

“플러이는 어디서 구한 건데?”

“단골손님이 주신 거예요.”

“그래? 그 손님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

“아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우리 바는 손님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지킨다고요.”

“그러지 말고 힌트 좀 줘.”

창수가 기대하지 않은 효과도 나타났다.

바이럴 마케팅. 입소문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처럼 상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등장한 거다.

매력 있는 홍보물을 만들어 SNS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고객에게 상품을 홍보하는 건 이제 보편화돼 있다.

물론, 일부에서 파워 블로거와 인터넷 유명인을 대가를 주고 섭외해, 억지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악용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마케팅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심하면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암브로시아는 입소문 확산에 창수가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맛과 건강 모든 면을 갖춘 암브로시아를 접해 본 사람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 발생적 바이럴 마케팅이 급격한 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 * *

“창수야, 물건 좀 풀자.”

“커험. 선배님, 암브로시아가 무슨 마약인가요? 푼다는 말이 좀 그러네요.”

“마약이지! 합법적인 마약! 암브로시아 한번 맛본 사람은 끊을 수가 없잖아!”

바이럴 마케팅 폭풍의 중심에 선 인물은 김근홍이었다.

태국 상류층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김근홍에게 암브로시아를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원흉은 암브로시아 성분 분석을 3차례나 실시한 검증 기관. 연구원은 물론이고 소장이 암브로시아의 존재와 효능을 태국 정부 고위층과 상류층에 알리고 다녔다.

처음 호기심으로 맛만 보려던 유력자들이, 암브로시아 중독(?)에 빠져 대량으로 소비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거다.

“무료로 주는 건 더 이상 안 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참에 태국에서 먼저 론칭하는 게 어떨까?”

“태국 구매력으로 가능할까요?”

태국 1인당 GDP는 7,500달러에 불과하다. 33,000달러인 한국과 비교해 경제력이 22.7%에 머무는 상황.

창수는 태국 구매력으로 암브로시아를 소비하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태국은 빈부 격차가 큰 국가야. 연간 소득 1억 원이 넘는 가구가 25만이고, 인구로는 100만 명 정도야.”

“100만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자는 거군요.”

“그렇지.”

“음……. 저는 암브로시아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고 싶습니다.”

창수가 태국에서 사업을 벌였으나, 주 대상은 해외 관광객이었다. 잘나가는 여행사 대표였음에도 태국 주류 인사와 엮이는 걸 피하고 다녔다.

하이소(High Society)라는 계급으로 불리는 그들의 행태를 고깝게 봤기 때문이다.

암브로시아도 마찬가지. 창수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한 감미료를 태국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시작을 부유층으로 잡자는 거지. 프리미엄 제품을 부유층에게 비싸게 팔고, 성분이 유사한 보급형을 적당한 가격에 파는 방법을 사용하자는 거야.”

“투 트랙 전략으로 가자는 건가요?”

“바로 그거야.”

“그러면 프리미엄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요?”

암브로시아를 만드는 마법진에 옵션이 붙어 있다. 약간만 조정해도 프리미엄급 암브로시아를 만들 수 있다. 생산량이 15% 줄기는 하지만.

창수는 제품에 차별을 두자는 김근홍의 방안이 일리 있다 여기고 받아들이려 했다.

“kg당 100달러면 될 거야.”

“예!? 그렇게 비싸게 판다고요!?”

“명품 가방 제조 원가 알지?”

“제휴해 봐서 알죠. 200달러가 안 되던데요.”

“그게 얼마에 팔리냐?”

“5,000달러 이상이 많죠. 선배님 계획은 암브로시아도 명품 전략을 사용하자는 건가요?”

“맞아. 가격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보니까, 태국 부유층에게 프리미엄 103달러가 가장 적합하다고 나왔어.”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가성비를 최고로 따져. 보급형으로 19달러가 최적이야.”

“kg당 2만 원에 팔면 적당한 거군요. 좋습니다. 가격은 선배님 말대로 하죠.”

김근홍은 영국 명문 대학에서 금융 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전공이 금융이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가장 높은 적중률을 보이는 경제 시뮬레이션 모델에 자기 경험을 첨가해, 이상적인 판매 가격을 도출해 냈다.

창수는 태국 부유층에 책정한 가격이 너무 높다고 봤으나, 김근홍의 설명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6.

2022년 9월 1일 목요일, 창수는 프리미엄 제품 ‘암브로시아 플러스’를 공식 론칭하고, 화려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암브로시아를 홍보할 뮤즈는 VIP 바에서 만난 까오.

“대표님, 저 떨고 있는 거죠?”

까오가 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배우고,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으나, ‘로소(Low Society)’라 불리는 서민 가정 출신이다.

태국은 계급의식이 매우 강한 곳이다. 한국이라면 한참 콧대가 높을 까오는 행사장에 모여든 부유층을 보고 주눅이 들어 버렸다.

“아니야. 지금 최고야.”

“정말요?”

“자신감을 가지고 평소처럼 편안하게 행동하면 돼. 하이소라고 해 봐야 누구도 까오와 비교가 안 되니까.”

까오는 행사에 참여한 여인 중 가장 아름답고 고고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창수가 직접 지명한 암브로시아의 뮤즈. 위축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 후우!

“이제 무대로 나갈까요?”

“그래. 나가서 확실하게 보여 주는 거야.”

창수의 격려가 힘이 된 것일까?

까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오늘의 전쟁터 무대로 걸어 나갔다.

- 슥!

“안녕하세요, 귀빈 여러분. 저는 암브로시아의 홍보 대표 까오입니다.”

- 뭐야? 저 여자, 조연으로 나온 2류 배우잖아.

- 그것도 2년 전 얘기지. 요새는 방송에 얼굴도 못 내미는 3류야.

- 멤버십 클럽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저런 여자를 홍보 모델로 내세우다니, 무슨 생각이지?

태국 상류사회는 매우 폐쇄적이다. 하이소 출신 배우도 있는데 서민 출신 까오를 뮤즈로 썼다는 것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소곤소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대놓고 말해서 까오의 귀에 다 들렸다.

다시 한번 까오가 의기소침해지는 순간.

- 짝! 짝! 짝!

“자, 집중하시죠!”

까오가 궁지에 몰리자, 창수가 무대에 직접 등장해 분위기를 다잡았다.

“여러분, 암브로시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 웅성! 웅성!

의기소침한 까오와 다르게 창수가 도발적으로 나오자, 대놓고 까오를 비난하던 태국 상류층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암브로시아는 신들이 먹던 음식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먹어도 불멸을 얻을 수 있다는 신비한 음식이죠.”

- 꿀꺽!

창수의 자신감 넘치고 박력 있는 목소리에 연회장은 급격히 조용해져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오백세건강이 만든 암브로시아는 설탕은 물론이고, 기존 비정제 원당이 가지지 못한 맛과 건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보이는 암브로시아 플러스는 폴리코사놀과 단맛을 10% 강화한 명품 중의 명품입니다.”

- 척!

- 트르륵!

“암브로시아의 뮤즈가 여러분에게 암브로시아 플러스의 참맛을 알려 줄 겁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십시오.”

창수가 신호를 보내자, 무대에 음식을 담은 테이블이 3개가 들어왔다.

테이블에는 샐러드드레싱, 요거트, 아이스티, 빵,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20가지가 넘는 식품들이 놓여 있었다.

까오의 역할은 행사장에 참석한 부유층에게 암브로시아 플러스가 들어간 음식들을 소개하고 맛 평가를 듣는 것이다.

“요거트 맛이 어떠세요?”

“정말 맛있어요! 이런 맛 처음이에요!”

요거트 감미료로 암브로시아 플러스를 사용하니 차원이 다른 식품이 됐다. 까오 앞에서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던 상류층 중년 여성의 태도가 달라졌다.

까오는 살짝 웃는 얼굴로 화답하고, 중년 여성이 바라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해 줬다.

- 우르르!

그리고 까오에게 몰려와 줄을 서기 시작하는 부유층 참석자들.

암브로시아는 뿌리 깊은 태국의 계급의식마저 무너트리는 파괴력을 보였다.

* * *

창수의 강단 있는 행동 덕분에 암브로시아 플러스 공식 론칭 행사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주문한 암브로시아 플러스 물량이 715kg. 한 번 행사에 7,865만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창수와 까오를 비롯해 행사를 준비한 스텝 모두가 기념행사의 성과에 만족했다. 단 한 사람 김근홍을 제외하고.

“창수야, 우리가 오늘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선배님은 아니죠. 제가 선을 넘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태국 사람은 자존심이 강해. 오늘 일을 모른 척해도, 조만간 반격이 들어올 거야.”

김근홍이 태국 상류층의 건방진 자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창수에게 조언하는 것은 사업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산 거점을 옮기면 되죠.”

“커커커. 배짱이 좋구나. 하긴 암브로시아를 만드는 기술은 너에게만 있는 거고, 사탕수수야 태국 아니더라도 구할 수 있으니, 네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거지.”

태국에서 원활하게 사업하기 위해, 창수가 태국 상류층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믿었던 김근홍. 그는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단번에 알게 됐다.

창수가 가진 힘은 태국 상류층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저는 칼자루를 잡고 휘두를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태국인 까오가 아닌 한국인 김창수가 연 것입니다. 행사의 핵심을 담당하는 뮤즈를 대하는 시건방진 행동을 그냥 보고 넘길 수는 없는 거죠.”

“그래 네 말에 일리가 있구나. 시시비비를 따지면, 까오를 대놓고 비방한 자들이 먼저 선을 넘은 거지.”

김근홍은 확실히 알게 됐다. 조언할 대상은 창수가 아니라, 태국 상류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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