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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54화 (54/200)

54화 18장. 뜻밖의 횡재

2.

창수는 미궁 탐험을 통해 금은보화, 몬스터 부산물, 마법자루 업그레이드, 그리고 블링크 마법을 얻었다.

이 정도 성과면 초대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저 녀석을 마법자루 안에 넣으면 되는 건가요?”

“대표님이 먼저 소유권을 확보하셔야 합니다. 마나핵이 있는 가슴에 손바닥을 대시면 됩니다.”

미궁 마스터와 해어진 창수는 일행을 이끌고 아홉 번째 함정으로 이동했다.

창수가 챙기려는 건 골렘. 비록 미로에 갇혀 열 번째 함정을 지키는 임무에 실패했으나,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방어력을 가진 전투 병기다.

- 척!

- 위이잉!

“이제 됐습니다. 마법자루에 집어넣으세요.”

골렘을 소유하는 건 예상보다 쉬웠다. 미리 미궁 마스터에게 이야기를 해,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스터는 골렘을 달라는 창수의 말에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응했다. ‘무엇이든 가져가라’라는 말을 지킨 것.

- 슥!

“묵직한 놈이네요”

“청강석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최소 800관은 나갈 겁니다.”

업그레이드된 마법자루에 골렘을 집어넣으니, 수납공간의 1/3을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3,000kg에 달하는 무게가 전해졌다.

마법자루가 무게를 1/100로 줄여 주기에, 창수가 느끼는 무게는 30kg에 불과했으나, 예상을 넘는 중량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골렘 몸통은 무쇠만큼 단단한 청강석으로 만들어졌다. 무거운 건 당연한 일.

“무게만큼 성능도 좋겠죠. 그럼 다음 함정으로 이동하죠.”

창수가 챙긴 건 골렘만이 아니었다. 버리고 왔던 몬스터 부산물을 알뜰히 쓸어 담았다.

특히 확보에 집중한 건 와이번 부산물이다.

“와이번 날개뼈와 정강이뼈는 어디에 쓰는 건가요?”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날개뼈로 활을 만들면, 탄성이 좋아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정강이뼈는 방어구를 만드는 데 제격이죠. 그리고 남은 뼛조각으로 화살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뼈를 자를 방법이 있는 건가요?”

“여기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마법장비를 사용하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성형할 수 있습니다.”

와이번의 날개뼈와 정강이뼈는 강철 합금보다 인장강도가 10배 이상 높고 경도도 높다. 게다가 마나에 친화력을 가지고 있어, 마법을 새겨 넣을 때 효율도 뛰어나다.

중급 이상 마법무기와 마법방어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특수 재료.

그런데도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길이가 2m를 넘어 마법자루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마법자루를 업그레이드한 상황에서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귀물이다.

‘날개뼈로 볼트22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괴물이 나올 것 같은데.’

우수한 무기로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로 무기를 더 강화한다. 성장의 황금 루트. 이 맛에 사냥하는 거다.

창수는 몬스터 사냥의 희열을 느끼며,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는 것을 확신했다.

* * *

와이번 부산물을 꼼꼼하게 챙긴 창수는 홉고블린과 스켈레톤을 거쳐 블랙 오크를 처단한 세 번째 함정으로 이동했다.

“졸개 블랙 오크 가죽도 쓸 만한가요?”

“전사 가죽보다 약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마법처리를 하면, 일반 블랙 오크 가죽으로 뛰어난 방어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겠군요.”

세 번째 함정은 전리품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다. 마법자루에 여유 공간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 블랙 오크 가죽을 버리고 갈 이유가 없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업. 창수 일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가죽 확보를 시작했다.

<이거 헛발질 아니야? 이런 황량한 호수에 미궁이 있을라고?>

<그거야 모르지. 그리고 우리는 상부의 지시를 따르면 돼. 이 정도면 편한 임무야.>

<사카야, 적당히 해라. 네가 충성한다고 상부에서 알아줄 것 같아?>

<충성하는 게 아니고 상황이 그렇다는 거야. 지금 흑룡회와 전투하는 병력을 생각해 봐.>

<크흠. 빌어먹을 흑룡회 놈들! 크리스털을 탈취해서 난장판이야!>

창수 일행이 블랙 오크 가죽을 한창 벗기고 있을 때, 인간 도청 장치 사카야 시게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사키 재단이 으슥쾰 호수 인근에 미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파견한 것이다.

“저놈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죠?”

“미궁 안인 걸 고려하면, 10리 안쪽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카야 시게오의 몸에 집어넣은 아티팩트는 40km까지 음성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궁은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하는 곳.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고사누는 사사키 재단의 병력이 미궁 인근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작업을 중단하고 나가죠. 저놈들이 미궁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나가시죠.”

창수 일행이 확보한 블랙 오크 가죽은 30장에 불과하다. 만약 미궁에서 나가면, 재정비가 끝날 때까지 미궁은 열리지 않는다. 남아 있는 가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사사키 재단 병력이 미궁 입구를 확인하기 전에 빠져나가야, 탐험 흔적을 지울 수 있다.

블랙 오크 가죽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욕심을 버려야 할 때.

창수가 결단을 내리자, 고사누와 츠네가 군말 없이 따르며 미궁 입구로 빠르게 이동했다.

- 스릉!

- 텅!

“마나 유지기를 집어넣을 공간이 부족하군요.”

“이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창수 일행이 미궁에서 나오자, 미궁 문이 굳게 닫혔다. 이제 사사키 재단이 미궁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터.

그러나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 있다. 탐험 준비 과정부터 애를 먹이던 마나 유지기가 그것.

미궁 입구 인근에 설치된 마나 유지기는 3m에 달하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마법자루에 집어넣을 수 없는 크기.

무게가 50kg에 불과하기에 가지고 왔을 때처럼 직접 운반할 수 있으나, 거치적거리다가 사사키 재단 병력에게 발각될 수 있다.

“주군, 분해해서 마법자루에 넣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야. 당장 쓸 일 없으니 분해해도 상관없겠지.”

츠네가 고민을 해결할 방안을 말했다. 마나 유지기를 3등분으로 잘라서 일반 마법자루에 집어넣자는 것.

예비로 준비한 마법자루는 모두 8개. 마나 유지기를 집어넣을 공간이 충분하다. 그리고 중량 증가가 5kg에 불과해, 수송하는 데 어려움도 없다.

창수는 츠네가 묘안을 생각했다 여기고 받아들이려 했다.

“대표님, 마나 유지기를 재조립하려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얼마 정도 드나요?”

“구매하는 비용의 절반은 들 겁니다.”

마나 유지기는 한화 2,000억 원 가치를 가진 귀하신 몸이다. 3등분하면, 1,000억 원이 날아갈 상황.

고사누는 비용을 거론하며, 츠네의 제안에 딴죽을 걸었다. 마법물품을 소중히 여기는 마법사다운 행동이다.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합니다. 사사키 재단에서 마나 유지기의 존재를 알게 되면, 우리 행적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분해는 제가 하죠.”

고사누가 꽉 막힌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상황 판단을 못 하는 바보는 아니다.

창수가 우려하는 것을 인지한 고사누는 스스로 나서 마나 유지기를 분해했다.

* * *

<사카야! 멈춰! 네 옆에 이상한 흔적이 있어!>

<이상한 흔적?>

마나 유지기를 분해한 뒤 마법자루에 넣었으나,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마나 유지기를 감추기 위해 츠네가 설치한 은폐물이 남은 것.

츠네가 최대한 빠르게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사사키 재단 병력이 미궁 입구에 근접했기에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이건 흑룡회에서 은폐에 사용하는 방법이야! 이 근처에 무언가를 설치했던 것이 분명해!>

<칙쇼! 그놈들이 선수를 친 거군! 조장님께 보고해야 해!>

<맞아! 병력 불러 모아서 이 근처를 정밀 검색해야 돼!>

사카야 시게오는 남은 흔적이 흑룡회가 만든 거라고 확신했다. 츠네가 사용한 은폐 방법이 흑룡회에서 닌자 교육을 받은 자들의 것과 동일하니, 그렇게 생각한 것.

사카야 시게오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고, 으슥쾰 호수 인근에 파견된 사사키 재단 인원을 흔적이 발견된 곳으로 불러들였다.

<확실합니다! 이건 미궁 입구입니다!>

<지금 흑룡회 병력이 안에 들어가 있는 거요?>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궁을 열고 탐험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고위급 마법사가 동행하면, 닫고 탐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사키 재단에 소속된 미궁 전문가가 은폐 흔적 인근에 위치한 미궁 입구를 발견했다.

교묘하게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입구를 단번에 파악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그는 창수 일행이 미궁 탐험을 마쳤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미궁 전문가는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로 상황을 설명했다. 만약 섣부른 추론을 말했다가 일이 틀어지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가 가지는 특유의 매뉴얼 신봉과 책임 회피 문화가 미궁 전문가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조장님! 본부에 연락해야 합니다!>

<당연하지! 그리고 인근에 파견된 모든 병력에게 연락해서, 이 일대를 봉쇄해야 해!>

소극적인 자세는 조장도 마찬가지.

그는 미궁 입구를 발견한 것만으로 정찰조가 밥값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성과면 누구도 정찰조를 비난하지 못할 터.

사사키 재단 정찰조장은 뿌듯한 마음을 가지며, 다음 일을 상부에 넘겼다.

* * *

“꾸역꾸역 모여드는구만. 사사키 재단 병력이 저렇게 많았나?”

창수 일행은 사카야 시게오가 나누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며, 알타이 산맥 쪽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헐레벌떡 달려오는 사사키 재단 병력과 마주쳤으나, 정찰 드론과 투명망토를 활용해, 아무런 충돌 없이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마법자루에서 골렘을 빼낸 뒤, 사사키 재단 병력을 처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지금 사사키 재단을 공격하는 건 흑룡회를 돕는 일.

“사사키 재단이 숨은 전력을 모두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봐야 헛일인데, 멍청한 놈들.”

“저들이 멍청한 것이 아니라, 주군의 전략이 신출귀몰한 겁니다.”

“하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 아무튼 저놈들이 죽기 살기로 싸워서 양패구상 하면 좋겠군,”

“그리될 겁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흑룡회를 가장하고 송본귀금속 비밀금고를 털 때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와 무력단체는 창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협력한 츠네는 창수가 그린 그림이 척척 맞아 들어 가는 것에 감탄했다.

“이쪽으로 사사키 재단 병력이 몰리면, 흑룡회 놈들도 달려올 거야. 사인샨드가 아니라 후레 방향으로 이동해야 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충돌 가능성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합니다.”

창수는 알타이 산맥 너머에 개조 화물차를 주차해 놨다.

금나라로 복귀하는 길에 사사키 재단 병력과 조우할 확률이 높지 않다. 그러나 미궁의 존재가 흑룡회에 알려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꿀물에 꼬이는 벌레처럼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창수는 으슥쾰 호수 인근에서 사사키 재단과 흑룡회가 피 터지는 살육전을 벌이기 바라며, 울란바토르 방향으로 이동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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