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12장. 원펀치 쓰리강냉이
5.
- 타다닥!
위치가 발각된 츠네 타다카게가 암습을 중단하고 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2명 이상의 협공을 버텨 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투명망토 감지기가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은 지름 5m 남짓. 츠네 타다카게가 뛰어가자, 순식간에 탐지 범위를 벗어났다.
- 휘익! 휘익!
“저기 있다! 놓치지 마라!”
4조장은 빠르게 감지기를 움직여 뛰어가는 츠네 타다카게의 위치를 파악해 냈다. 그리고 조원들에게 추격을 지시했다.
- 투다닥!
- 파바박!
오늘 타격 4조에 내려진 명령은 타격 5조 부조장 츠네 타다카게를 처형하는 것. 만약 도주를 허용하면, 타격 4조에 엄한 처벌이 내려질 거다.
4조원들은 목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오! 저놈! 머리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가네!’
하지만 타격 4조원과 맞서는 상대는 츠네 타다카게만이 아니었다. 창수라는 강적이 존재했다.
창수는 초반에 기습 총격으로 2명을 쓰러트린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타격 4조원을 공격하고 있다.
츠네 타다카게는 창수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공격 패턴을 알아보고, 창수가 위치한 곳으로 달려간 거다.
이건 창수의 시야로 타격 4조원이 노출됐다는 걸 의미한다.
- 탕! 탕! 탕!
- 팍! 팅! 팍!
“컥!”
“크아악!”
창수는 AK-201을 사용해 무방비로 달려오는 타격 4조원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타격 4조원이 전투에 능한 베테랑이라고 하지만, 예상치 않은 공격을 피하는 능력자는 아니다.
2명은 멋모르고 달려오다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졌고, 1명은 우왕좌왕하다가 총탄에 맞았으며, 1명은 뒤돌아 도주하다가 피격당했다.
- 푹! 푸욱!
그리고 쓰러진 4명을 츠네 타다카게가 수리검으로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호시노! 후퇴해! 어서!”
창수와 츠네 타다카게가 손발을 맞추며 타격 4조원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4조장. 그는 맞서 싸울 용기를 잃고, 살아남은 4조원에게 퇴각을 지시했다.
이렇게 강한 상대인 줄 알았다면, 기습받은 초기에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을 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퇴를 결정한 건 올바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 탕! 탕!
- 팍! 팍!
그러나 창수가 발사한 총탄은 4조장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 * *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의방 님.”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나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는 걸 보니.”
“조선에서 흑룡회 대원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뿐이니까요.”
“칭찬은 고맙군. 그런데 내가 당신을 구한 건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야.”
“어떤 정보든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여기를 벗어나시죠. 조만간 흑룡회 병력이 몰려올 겁니다.”
흑룡회를 원망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목숨을 구해 준 창수에 대한 고마움일까?
츠네 타다카게는 창수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창수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으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흑룡회 타격 4조 11명 전원의 숨통을 최종적으로 끊은 것이 츠네 타다카게이기 때문이다.
창수는 마법자루에 죽은 타격 4조원의 마법물품과 장비를 챙기고, 약수동 방향으로 이동했다.
“번거로운 일을 거들어 줘서 고맙소.”
“흑룡회의 장비는 성능이 우수하고 가치가 높습니다. 확보하는 것이 당연하죠.”
“협조를 잘해 주면, 합당한 보상을 주겠소.”
단시간에 10명의 물품을 확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츠네 타다카게가 돕지 않았다면, 절반 이상을 챙기지 못했을 거다.
은원이 분명한 창수는 츠네 타다카게에 대한 대우를 높이며 보상까지 주려 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김의방 님은 저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으니까요.”
“알겠소. 그러면 궁금한 점을 물어보겠소. 내 정보가 어떻게 흑룡회에까지 흘러가게 된 거요?”
“송본귀금속에서 김의방 님 생포를 의뢰하며 정보를 넘긴 겁니다.”
“그건 알고 있소. 내가 궁금한 건 송본귀금속이 내 정보를 어떤 루트를 통해서 얻었냐? 하는 것이오.”
“그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송본귀금속이 비밀로 했으니까요. 하지만 집이는 데가 있습니다.”
“무엇이오?”
“송본귀금속이 빈번히 사용하는 정보단체가 상지회입니다. 기원과 대형 음식점을 다수 운영하고 있죠. 아마도 그곳에서 김의방 님에 대한 정보를 얻은 듯합니다.”
츠네 타다카게는 흑룡회 부조장답게 날카로운 식견을 보여 줬다. 좌포도종사관 박시우를 집어낸 것은 아니나, 기생을 통해서 유출됐다는 걸 정확히 유추해 낸 것.
“송본귀금속과 연결된 조선 관리가 흘렸을 가능성은 어떻소?”
“가능성은 있지만, 높지 않습니다. 현재 김의방 님에 대한 정보는 고위층에서 유출을 금하고 있습니다.”
‘흠……. 고위 관리 중에 나를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혹시 영감님과 관련된 인물인가?’
창수는 츠네 타다카게의 말이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세력이 대광금은방 장두호와 연관됐다고 판단했다.
전직 체탐인으로 구성된 인의방도 있으나, 그쪽의 비호를 받을 정도로 친분이 깊지 않다.
“앞으로 흑룡회가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저를 추적하려고 눈에 불을 켤 겁니다.”
“그야 당연하겠지. 그러면 나는 어떻소?”
“김의방 님을 추적하는 건 당분간 멈출 겁니다. 작전이 실패하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중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당분간 송본귀금속만 상대하면 된다는 거요?”
“맞습니다. 그리고 김의방 님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선택의 폭?”
“그것은…….”
츠네 타다카게를 구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는 흑룡회의 내부사정을 소상히 알려 줬을 뿐만 아니라, 창수가 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 방법을 알려 줬다.
6.
4월 29일 금요일 오후 9시, 송본귀금속 대표 노리오카 히가시에의 저택에서 비서 미츠무라 카츠히라가 월말 결산보고를 올렸다.
송본귀금속은 경제 침략을 위해 조선에서 다수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월 매출액 10억 환(한화 1조 원)으로 조선에서 경제 규모 10위를 가진 조직이다.
평행우주 너머 한국 기업으로 환산하면 연 매출 23위에 해당한다.
4월도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11% 늘어난 견고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다만 문제는 경제 외적인 면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라는 것.
“대표님, 흑룡회의 압박이 선을 넘고 있습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나도 알고 있네. 이미 재단 본부에 상세한 내용을 보고했어. 흑룡회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거야. 당분간 정중동을 유지해야 하네.”
창수가 25일 새벽 츠네 타다카게의 처형을 막은 이후, 흑룡회 조선 지부는 사건의 배후를 송본귀금속으라 여기고, 위협 수위를 한층 올렸다.
송본귀금속은 즉시 비상 체제에 돌입해, 주요 사업장과 거점을 보호했다.
하지만 비상 체제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는 일.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일본의 배후 세력에게 도움을 청했고, 현재 흑룡회 본부와 배후 세력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숨 돌렸다고 판단한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경계 태세를 낮추고 관망 모드에 들어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습니다. 흑룡회 조선 지부가 독단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합니다.”
“미츠무라, 그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해서 어쩌자는 건가? 흑룡회 놈들이 작정하고 나서면, 우리 전력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자네는 모르고 있는 건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우리 힘으로 막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조직의 힘을 빌린다고? 누가 흑룡회와 맞서려 한다는 거지?”
송본귀금속이 경제에 중점을 둔다면, 흑룡회는 무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조선에 침투한 일본 세력 중 흑룡회와 맞설 수 있는 무장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미츠무라 카츠히라가 탁상공론식 조언을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무장 조직이라면 흑룡회와 충돌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이를 갈고 있으니까요.”
“조선 놈들을 동원하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적당히 대금을 지불하면, 재단 본부에서 좋은 소식이 올 때까지 우리를 지켜 줄 겁니다.”
“요시! 아주 좋은 생각이야!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아! 당장 진행하도록!”
조선에서 흑룡회가 대놓고 활개 치지 못하는 것은 견제할 수 있는 무력을 가진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송본귀금속이 뇌물을 먹인 조선 고위 관리를 동원하면, 그 조직의 힘을 빌릴 수 있다.
물론, 조선인으로 구성된 조직이 송본귀금속을 돕는다는 것에 내부 반발이 클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흑룡회라면,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협력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준 미츠무라 카츠히라의 식견을 높이 평가하며, 작전 실행을 허가했다.
“역시 조선인과 손잡고 우리를 배반했구만! 쥐새끼 같은 놈!”
“누……. 누구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리라.
흑룡회의 압박을 벗어날 돌파구를 찾았다고 기뻐하는 순간, 복면인이 난입해서 노리오카 히가시에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경비병! 어디 있나!? 경비병!?”
“빠가야로! 한심한 놈! 경비병 놈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네놈이 부른다고 저승에서 달려올 것 같으냐?”
노리오카 히가시에가 애타게 경비병을 불렀으나, 어떤 반응도 없었다. 다만 이죽거리는 복면인의 목소리만 들릴 뿐.
“흑룡회에서 나오신 분입니까?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단지…….”
- 탕!
- 팍!
미츠무라 카츠히라는 복면인을 흑룡회 대원으로 생각하고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복면인은 아무 말 없이 소총을 발사했고, 이마에 총알을 맞은 미츠무라 카츠히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꼬꾸라지며 절명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잔혹한 살해에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이봐! 노리오카! 흑룡회를 배반한 대가가 무엇인지 잘 봤지?”
“무……. 무슨 말이오!? 우리는 흑룡회를 배신한 적이 없소!”
“칙쇼! 이 버러지 같은 놈! 매맛을 봐야 정신 차리겠구나!”
- 팍! 퍽! 팍!
“우아악! 그만! 그만하세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것이 일본인의 특성.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폭력에 굴복하고 목숨을 애걸하게 됐다.
“긴말은 필요 없다. 금고 문 열어!”
“여기에 금고가 없습니다. 금고라면 회사 집무실…….”
- 탕!
“끄아악!”
“또 거짓말하면, 다음은 네놈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줄 거야! 알겠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노리오카 히가시에가 잔머리로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복면인은 심계가 깊고 잔인했다. 거짓말쟁이의 말을 믿지 않고 왼쪽 어깨에 총탄을 발사해 버린 것.
왼쪽 어깨에서 전해 오는 통증에 기절하기 일보 직전에 다다른 노리오카 히가시에. 복면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도 쌓아 놨군! 다 꺼내!”
- 척! 척!
- 헉! 헉!
왼쪽 어깨에서 흐르는 피의 양이 심상치 않다. 빨리 지혈하고 치료를 해야 할 상황.
하지만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아픈 왼손도 같이 사용해 마법금고 안에 은닉한 물품들을 꺼내야 했다.
“조장님, 특수 마법 잠금 장치가 돼 있는 상자입니다.”
비밀금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바닥으로 끄집어낸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제3자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