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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35화 (35/200)

35화 12장. 원펀치 쓰리강냉이

2.

흑룡회 타격 5조 1분대가 정밀 수색을 시작해 10m 전진한 시점에서, 총탄이 날아왔다.

총알은 투명망토 감지기를 사용하던 1분대원의 머리를 정확히 타격했고, 1분대원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즉사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

“기습이다! 모두 몸을 숨겨!”

이케바 토미오가 흥분한 상태지만,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1분대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감지기를 첫 번째 목표로 삼은 심계, 역으로 투명망토를 탐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천잠사 방호복을 한 방에 무력화 시키는 화력, 자신이 노린 표적이 감당하기 버거운 강자라는 걸 단번에 알게 됐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이케바 토미오가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 타다닥!

조장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1분대원들이 빠르게 엄폐물을 찾아 이동했다. 그들도 상대하는 적이 강하다는 걸 알아차린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근에 몸을 숨길 장소가 없었다. 담장이 높고 지붕은 기와로 덮여 있었다.

닌자 훈련을 받지 않았기에, 적당한 엄폐물이 나올 때까지 무조건 앞으로 달릴 수밖에 없다.

- 탕! 탕! 탕!

- 팍! 팅! 팍!

“컥!”

“우악!”

그들이 엄폐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10발이 넘는 총탄이 날아와 7발이 적중했다.

그리고 2명이 추가로 쓰러졌다. 5명 중 3명의 전투력이 무력화된 상황.

‘훈련을 잘 받은 놈들이군. 저곳에서 두 놈이나 탈출했어.’

1분대를 기습한 건 창수였다. 그리고 순수한 의미로 감탄했다. 자신이 같은 처지라면,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 것.

‘일단 확인 사살 하자. 나머지 두 놈은 천천히 처리해도 돼.’

쓰러진 1분대원 3명은 모두 창수의 시야에 노출돼 있고, 거리도 100m 이내에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적의 전력을 줄이는 것이 전술의 기본. 창수는 기본기를 생각하며 총구를 다시 들었다.

- 탕! 탕! 탕!

- 팍! 팍! 팍!

이번에는 백발백중. 창수가 발사한 총탄이 정확히 쓰러진 1분대원 3명의 머리를 타격했다.

짧은 거리에 조준경까지 있는데, 못 맞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다.

<츠네! 1분대가 매복에 걸렸다! 즉시! 엄호하라!>

<규정상 불가합니다, 조장님.>

<칙쇼! 이놈! 타격 5조 동료를 버리려는 거냐!?>

<표적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월등히 강합니다. 10명이 모여 작전을 해도 승산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장님은 제 충고를 무시하고 무모한 작전을 벌였습니다. 저는 부조장으로서 규정을 따라 수습을 해야 합니다.>

<규정!? 네놈이 언제부터 규정을 따랐다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는 거냐!?>

<말이 심하시군요.>

<말이 심해!? 나를 밀어내려는 더러운 심보를 가지고도 네놈의 입에서 심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냐!?>

<모두 조장님이 자초한 일입니다. 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창수가 확인 사살을 진행하는 동안, 흑룡회 타격 5조장 이케바 토미오가 부조장에게 지원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대답은 단호한 거절.

이케바 토미오가 악을 써 봤으나, 이미 후퇴하기로 결심을 굳힌 츠네 타다카게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남은 건 초라하고 비참한 현실뿐. 궁지에 몰린 조장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코무라, 네 상태는 어떤가?”

“어깨에 한 방 맞았지만, 조금 뻐근한 정도입니다. 전투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조장님은 어떻습니까?”

“나는 무릎에 맞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코무라 너는 즉시 전장을 이탈해서 본부로 복귀하라.”

“조장님,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아니야. 둘이 빠져나가려다가 다 죽어. 너는 반드시 살아 나가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

“그 말씀은 츠네 부조장의 추태를 상부에 보고하라는 건가요?”

“그렇다. 그 더러운 놈은 죗값을 치러야 해. 그리고 표적의 무력이 송본귀금속에서 말한 것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걸 알려야 한다. 타격 1조를 동원해도 제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해. 이건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조장님. 무운을 빌겠습니다.”

“요시! 여기는 걱정 말고 즉시 떠나라!”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죽을 수 없다.

옥쇄를 각오한 이케바 토미오는 마지막 남은 진정한 부하 코무라 큐사로에게 뒷일을 맡겼다.

충성심이 강한 코무라 큐사로는 어떻게 해서든 이케바 토미오를 살리려 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 사사삭!

코무라 큐사로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첫 번째 코너만 돌아가면, 탈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 탕! 탕! 탕!

- 탁! 틱! 탁!

하지만 창수는 쉽게 탈출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도주하는 코무라 큐사로에게 사격을 가한 것.

“이놈! 네 상대는 나다!”

- 탕!

- 슉! 슉!

위기에 빠진 코무라 큐사로를 구하기 위해 이케바 토미오가 나섰다. 창수가 위치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총탄을 발사한 뒤, 가지고 있는 암기를 연속해서 던졌다.

투명망토를 착용한 창수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공격이라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했으나, 코무라 큐사로가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줬다.

“우하하하! 어떠냐! 오니 놈아! 네놈의 정체가 여기서 모두 드러나게 된 거야!”

일종의 정신 승리이리라.

코무라 큐사로가 위기를 벗어나자, 이케바 토미오가 광소를 터트리며 기뻐했다. 마치 자신이 승자라도 된 듯한 자세를 보인 것.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구상이 성공했으니 기쁘기도 하겠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이케바 토미오가 창수에게 철저하게 패배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쯔쯔쯔. 한심한 놈. 무능력 때문에 부하에게 버림받고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르겠군.”

“그……. 그걸 어떻게…….”

“네놈들이 사용하는 마법물품을 다른 사람이 사용 못 하리라 생각한 거냐?”

“야비한 놈! 쿠키의 통신구로 엿들었구나!”

“야비하다고? 중무장한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 한 사람 기습하려고 한 건 아주 용감한 거구나?”

“…….”

창수는 흑룡회 타격 5조 척후병 쿠키 에이야를 처단한 뒤 다수의 마법물품을 탈취했다.

일부는 사전에 사용법을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오늘 처음 본 것도 있다. 다행히 마법통신구는 금나라에서 사용해 본 경험이 있기에, 즉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이케바 토미오는 통신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창수에게 제공했다.

경악한 이케바 토미오가 발작 반응을 보였으나, 창수의 날카로운 팩트폭격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 말이야, 코무라라고 했나?”

“코……. 코무라까지…….”

“곁에서 너희들 떠드는 소리 다 들었거든. 극본은 개판인데, 억지로 관객 눈물 짜려는 3류 신파극이 가관이더군.”

“닥쳐라! 이놈! 우리 사무라이의 충정을 모욕하지 마라!”

“사무라이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범죄나 일삼는 놈들이. 하긴 사무라이 자체가 범죄자 집단이가는 하지.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가 왜 코무라를 놔줬느냐? 하는 거지.”

“설마! 함정을 판 것이냐?”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 하지만 이걸 알아 둬. 네가 오늘 저지른 실수 중 가장 최악이, 코무라를 탈출시킨 거라는 걸 말이야.”

작은 승리마저도 용납하지 않는 것인가?

이케바 토미오는 창수가 코무라 큐사로를 놓친 것에 분노해서, 자신과 입씨름 벌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만약 창수에게 코무라 큐사로를 추격할 동료가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 척!

<츠네! 코무라…….>

최악의 가능성이 떠오른 이케바 토미오는 부조장에게 코무라 큐사로를 제지하라고 지시하려 했다.

만약 제지하지 못하면,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리려 한 것.

- 탕! 탕! 탕!

- 팍! 팍! 팍!

“크아악!”

이케바 토미오의 행동은 사적인 원한을 버리고 조직을 살리려는 충정에 의한 것이나, 창수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창수가 발사한 총탄이 무방비로 노출된 이케바 토미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고, 흑룡회 타격 5조장은 7발을 버티지 못하고 절명했다.

‘너무 멀어지기 전에 추격을 시작해야겠군.’

- 척!

이케바 토미오를 처단한 창수는 마법자루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보디 백(시체낭)을 꺼내 이케바 토미오를 집어넣은 뒤, 마법자루에 수납했다.

‘이곳을 다시 사용하기 어렵겠지? 킬 존 만드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군. 빨리 정리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자.’

창수는 조선 한양에서 자신을 노리는 세력이 많다는 걸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추적을 따돌리는 동시에 적에게 타격을 가할 소위 ‘킬 존’을 3군데 만들었다.

철조망과 지뢰를 설치한 것은 아니지만, 추격자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와 효과적으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한 장소를 준비했다.

흑룡회 타격 5조를 비교적 수월하게 물리친 것에 킬 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불문가지.

창수는 킬 존의 효용성을 높이 평가하고, 다수의 킬 존을 추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이곳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 * *

“카리베 대장님! 타격 5조에 배신자가 발생했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코무라!”

“송본귀금속에서 의뢰한 표적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 조가 숭신방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타격 5조 1분대원 코무라 큐사로는 무사히 흑룡회 거점으로 돌아와 타격대를 총괄하는 카리베 테루스미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타격조가 작전을 마친 후 타격대장에게 결과를 보고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면담은 즉시 성사됐다.

보고자가 조장이 아니라 일개 대원에 불과하다는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카리베 테루스미의 귀에 들린 자초지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 쾅!

“츠네! 그놈이 미친 모양이구나! 감히 조장의 명령을 거역하고, 조원을 배신해?”

“그렇습니다! 그자는 우리 흑룡회의 이름에 먹칠한 자입니다.”

“알았다. 그놈은 내가 처리하마. 그런데 김의방이라는 놈이 사용한 소총 화력이 그토록 강하단 말이냐?”

“상상을 초월할 위력이었습니다. 중급 전투복을 입었는데도, 총알에 맞은 고통이 뼛속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송본귀금속이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 분명합니다.”

“흠……. 중급 전투복으로 방어가 안 되는 소총이라……. 이거 쉽게 볼 일이 아니군.”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케바 조장은 타격 1조가 나서도 김의방을 제압하기 어려울 거라 말했습니다.”

타격 5조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는 카리베 테루스미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진 소총의 존재는 차원이 다른 문제. 흑룡회 조선 지부뿐만 아니라, 일본에 위치한 본부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다.

“수고 많았다, 코무라. 모든 것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휴식을 취하라.”

“하이!”

평소 대원들을 들들 볶으며 늑대 같은 성정을 보인 카리베 테루스미가 칭찬을 다 한다. 이건 보고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코무라 큐사로는 자신이 이케바 토미오의 결연한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기꺼워했다.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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