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34화 (34/200)

34화 12장. 원펀치 쓰리강냉이

1.

“흉적을 찾아냈다고? 어떤 놈이야?”

“김의방이라는 자입니다.”

“김의방? 처음 듣는 이름이군. 착호군인가? 아니면 체탐인?”

“조선 관군과 연결된 자는 아닌 듯 보입니다.”

“특수부대도 아닌 놈이 월랑부대를 궤멸시켰다고? 미츠무라, 지금 제대로 보고하고 있는 건가?”

4월 23일 토요일, 월랑부대 습격이 발생한 지 2달이 넘은 시간이 지난 후, 송본귀금속 대표에게 고대하던 소식이 들어왔다.

깊은 어둠처럼 깜깜한 상태에서 이제 환한 태양을 보게 된 것. 그러나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

조선의 특수부대와 연계 없이 흉수가 홀로 월랑부대원 27명을 죽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지회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만약 착호군이나 체탐인이라면, 그들의 이목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흠. 상지회에서 나온 정보라면 믿을 만하지. 그자는 어디에 있나?”

“종로에 점포를 임대받고 영업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종로라……. 낮에 처리하기는 어렵겠군.”

“그렇습니다. 이목이 너무 많습니다.”

“흑룡회에 의뢰하고, 산 채로 잡아 오라고 해. 쉽게 죽여 줄 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대표님.”

노리오카 히가시에는 월랑부대 이외에 50명에 달하는 친위대를 보유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월랑부대보다 많다. 하지만 이 병력이 가진 무력이 월랑부대에 한참 못 미쳤다.

자신의 힘으로 흉수를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인식한 노리오카는 흑룡회에게 처리를 의뢰했다.

조선에 침투한 일본 무력 단체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흑룡회. 의뢰 비용이 비싸지만, 흉수를 확실하게 제압할 거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4월 23일 오후 6시, 창수는 박금래와 박만수를 포함해서 만두가게 개업을 준비하던 사람들과 회식을 가졌다.

그리고 1시간 30분에 걸쳐 음식과 간단한 반주를 마신 뒤, 서울로 복귀하려 이동했다.

<이케바 조장님, 표적이 구르마에 올라탔습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동대문을 지나, 장안벌동이 종착지입니다.>

<요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는군. 일이 술술 풀리는데.>

<그렇습니다. 그런데 표적이 중간에 내리면 어떻게 할까요?>

<동대문 이전이면, 꼬리만 놓치지 마. 동대문을 넘어가면, 네가 제압해도 좋다. 단 죽이지는 마라. 고객이 살아 있는 표적을 원하니까.>

창수가 오늘 선택한 이동 경로는 패턴 C로 신설동에서 하차한 후, 수유동으로 가는 증기버스로 갈아타는 거다.

송본귀금속의 의뢰를 받은 흑룡회는 타격 5조를 동원해 창수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조장님, 표적이 숭신방(신설동)에서 내렸습니다. 제가 제압하겠습니다.>

<요시. 실수 없이 하도록.>

타격 5조에서 추적을 담당하는 척후병 쿠키 에이야는 11명의 조원 중에서 3번째로 강한 무력을 가졌다.

그는 별다른 경계 없이 평범하게 이동하는 창수를 보고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상부에서 창수가 월랑부대를 궤멸한 실력자라는 정보를 줬으나, 월랑부대를 하수로 낮잡아 봤기에, 경계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창수를 단독으로 제압해, 흑룡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일 욕심이 가득했다.

- 스스슥!

쿠키 에이야는 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창수의 뒤를 따라가며 살며시 간격을 좁혔다. 투명망토를 가동하고 있어도 소리로 발각될 수 있기에, 최대한 기척을 죽인 것.

그렇게 골목 안으로 한참을 들어가 모퉁이를 3번 돈 지점에서, 공격할 타이밍을 잡았다.

그리고 그때,

- 탕! 탕! 탕!

- 팅! 틱! 틱!

“큭!”

앞서가던 창수가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 마법자루에서 AK-201을 빼낸 뒤, 뒤돌아서 연속 사격을 시작한 것.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쿠키 에이야의 뇌리에 의문이 가득하다. 하지만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없었다.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렸으니까.

거리가 고작 15m였기에 총탄을 피할 수 없었다. 즉사하지 않은 건, 우수한 성능을 가진 방호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두 팔로 머리를 감싼 것도 살아남은 이유.

하지만 AK-201에서 발사한 총탄은 1,700J에 달하는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방호복이 관통된 것은 아니나, 연속해서 가해지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방어구가 아주 쓸 만하군. 마법물품은 아닌 것 같은데, 무엇으로 만든 거지?”

“크으윽. 이놈…….”

탄창 하나 30발을 다 사용한 창수는, 마법자루에서 새로운 탄창을 꺼내며, 쓰러진 쿠키 에이야에게 말을 건넸다.

긴장감이 하나도 없는 너무도 평온한 말투에 쿠키 에이야는 이를 갈아야 했다.

“대답할 마음이 없나 보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 머리를 향해 총알을 날려 주마. 두 팔로 머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자……. 잠깐만! 그만둬!”

창수의 지능적인 협박에 쿠키 에이야가 경기를 일으켰다.

현재 쿠키 에이야는 양 무릎과 갈비뼈에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움직이기는커녕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다.

AK-201의 강력한 위력과 빠른 연사력이 원인. 흑룡회가 대비했던 소총의 능력을 아득히 능가했기에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초반 10발에 투명망토의 핵심 마나회로가 직격당해 부서져 버렸다. 투명화가 풀린 상태에서 믿을 건 방호복뿐이다.

그러나 창수의 협박대로 인체에서 가장 약한 부위인 머리에 총탄이 쏟아지면, 쿠키 에이야가 버텨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 말에 대답해야지. 안 그러면 넌 죽어.”

“천……. 천잠사로 만든 거다.”

“천잠사? 그런 것도 있었군. 좋아. 그러면 다음 질문을 하지. 너, 어디 소속인데 나를 귀찮게 하는 거지?”

“그건 말할 수 없다!”

“그래? 그러면 죽어.”

- 탕! 탕! 탕!

- 틱! 툭! 팍!

“크아악!”

창수는 쿠키 에이야에게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답을 거부하자, 즉시 머리를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쿠키 에이야는 15발을 양손으로 막아 내다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기절했고, 21발째에 절명했다.

살려고 발버둥 쳤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막을 수 없었다.

* * *

<츠네! 쿠키와 연락이 끊겼다! 너는 어때?>

<저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조장님.>

<뭐라고? 설마. 멍청한 놈이 당한 건가?>

신설동에 도착한 흑룡회 타격 5조장 이케바 토미오는 마법통신구로 쿠키 에이야의 보고를 받으려 했으나,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

타격 5조에 지급된 마법통신구는 모두 3개. 그중의 하나를 가지고 있는 부조장 츠네 타다카게를 호출했으나, 그 역시 연락이 끊겼다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작전 경험이 풍부한 이케바 토미오는 척후병 쿠키 에이야가 표적을 제압하는 데 실패하고 역공당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표적에게 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칙쇼! 멍청한 쿠키 놈! 그깟 조선 놈 하나 상대하지 못하고 추태를 부려?>

<조장님, 표적은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아무리 쿠키 군이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무리였을 겁니다.>

<시끄럽다! 쿠키 놈이 남긴 표식을 찾아! 표적이 빠져나가도록 놔둬서는 안 돼!>

흑룡회가 월랑부대와 비교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흑룡회 전투병 1명이 월랑부대원 3명을 상대하기 벅차다.

흑룡회가 표적으로 삼은 창수는 월랑부대원 30명과 단독으로 전투를 벌여, 그중 27명을 처단한 괴물이다.

츠네 타다카게의 말처럼 창수는 경시해서는 안 될 강적. 그러나 자존심이 상한 조장은 부조장의 말을 무시하고, 위험한 작전을 지시했다.

- 슥.

<조장님, 쿠키 군의 표식을 발견했습니다. 정류장에서 동남쪽으로 150m 떨어진 골목 입구입니다.>

<요시! 수색을 시작하라!>

<병력을 모은 뒤 동시에 탐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자칫 각개격파당할 수 있습니다.>

<무슨 헛소리야!? 우리는 최강의 흑룡회야! 1개 분대가 조선 놈 하나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돼!?>

흑룡회 1개 조는 척후병 1명과 2개 분대로 구성돼 있다. 1분대는 조장이, 2분대는 부조장이 지휘하는 구조. 각 분대의 숫자는 동일하게 5명이다.

부조장은 10명이 모인 뒤 수색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이케바 토미오는 5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며, 즉각 수색을 지시했다.

병력이 모두 모이는 시간에 창수가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 지이잉!

2분대가 투명망토 감지기를 작동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손전등과 유사한 모양을 가진 감지기에서 발사된 빛이 투명망토와 만나면, 공간이 우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탐색 시야가 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중간에 방해물이 없다면 100m 떨어진 투명망토를 감지할 수 있다.

츠네 타다카게는 창수가 투명망토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감지기를 사용했다.

“부조장님! 핏자국이 보입니다!”

“감지기로 주위를 살펴!”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2분대는 창수가 쿠키 에이야를 사살한 흔적을 발견했다.

시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피가 흥건하다. 피 상태로 보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츠네 타다카게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창수가 투명망토를 사용해 주위에 은신해 있다면,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

부조장의 지시를 받은 분대원이 투명망토 감지기로 주위를 샅샅이 훑었다.

“이상 반응이 없습니다, 부조장님.”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라! 적은 인근에 있다!”

투명망토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공포감이 더 커졌다. 마치 호랑이가 자리 잡은 숲으로 들어온 느낌.

츠네 타다카게는 분대를 수색 대형에서 방어 대형으로 바꾸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츠네! 내 명령을 거부하는 거냐!?>

<조장님, 명령 거부가 아닙니다. 쿠키가 당한 위치는 방어가 어렵고 기습이 손쉬운 장소입니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뭐라고!? 지금 말장난하는 거야!? 유리한 지역 확보라는 말은 수색을 중단하겠다는 거잖아!?>

<쿠키가 당하면서 표적의 행적을 이미 놓쳤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작전 병력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2분대가 후퇴한다는 보고를 접한 이케바 토미오는 부조장 츠네 타다카게를 강하게 질책했다.

후퇴는 사실상 명령 불복종이기에.

그러나 현장 작전 전반에 조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츠네 타다카게는 조장과 맞섰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항변하며, 매뉴얼을 들먹인 것.

<그 말은 우리가 작전에 실패해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다는 거냐!?>

<병력의 안위가 우선입니다.>

<츠네! 너는 안전한 곳에서 두더지처럼 처박혀 있어! 내가 직접 표적을 처리한 다음에, 네 처우도 결정할 거니까!>

<조장님, 흥분하지 마시고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헛소리 말고! 입 닥쳐!>

규정대로 한다면, 츠네 타다카게의 조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작전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온전히 조장이 져야 한다.

이케바 토미오는 츠네 타다카게가 자신을 밀어내려 한다 생각하고 이를 갈았다.

현재 진퇴양난의 위기를 타개하는 최선의 방법은 표적인 창수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조장의 권위에 도전한 부조장을 처벌하는 것이다.

- 사사삭!

이케바 토미오는 2분대와 창수가 대처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든 뒤, 그 뒤로 우회하는 전술을 선택했다.

건방지고 얄미운 츠네 타다카게를 미끼로 삼겠다는 생각.

“여기서부터 신중하게 전진한다. 이 안에 표적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샅샅이 뒤져라!”

척후병이 죽은 장소에서 100m 후방에 도달한 이케바 토미오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정밀 수색을 시작했다.

- 탕!

- 팍!

“크악!”

0